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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02.02 조회수 | 1,606

[2016 1월 4주] 추천도서 리뷰




[어제에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오늘을 사랑하라!]



어렸을 때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날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아서 쓰기 시작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일기는 훗날 나를 설명해주는 유일한 기록이 될 거라며 부지런히 썼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끄적거리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만 같고 무언가 기록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져 쓰기를 그만두었다. 최근 과거의 인물이나 사건 등을 ’소환’하여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유행이라서 그런지 예전의 나를 떠올려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역시나 일기는 유효했다. 과거의 시간에 멈춰 갈팡질팡할 때마다 어렸을 때 써왔던 일기나 기록들을 보며 과거의 나를 돌아보곤 한다. 재미있게도 진짜 나를 마주하는 것만 같은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언니 오빠들과 싸운 날 유독 언니 오빠 편이 되어 주었던 엄마 아빠를 떠올리며 했던 다짐 속에서, 친구들과 다투어 토라져 있는 어릴 적 모습 속에서, 누군가를 격력하게 질투했던 모습 속에도, 좋아하는 아이와 짝꿍이 되었을 때의 설렘 속에도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아련하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과거를 유영하며 생각에 잠기다 보면 현재의 나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의 모습까지도 그려질 때가 있다. 운이 좋으면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있기까지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뼈대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신념이고 믿음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있다. 오늘의 일본 문학이라고 소개된 니시 가나코의 <사라바>다. 2권까지 나온 장편이라서 뒤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한데, <사라바 1>에는 주인공이자 화자인 아유무의 시선으로 태어나는 순간에서부터 고등학교 때까지의 성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주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를 다루면서 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의 삶을 고스란히 읽어 내려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우리의 삶을 반추하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스란히 써 내려간다면 어쩌면 이 소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극적이지 않지만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가 이유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삶을 형성하고 있는 그 뿌리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라바> 1권에서 주인공인 아유무의 갈등 상황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아유무가 관계하는 사람들과 그가 만난 세계를 통해 아유무는 자신도 모르는 내적 갈등을 하 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갈등이 아유무라는 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이유인 것이다. 평범한 가정과는 다른 길로 향해 가는 가족들, 새로운 세계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친구들을 통해 아유무라는 인간이 어떠한 사람인지 그려진다. 수동적이고 소용돌이 속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 삶, 자신이 만든 세상 속에서 아유무는 안전했다. 너무나 안전해서 자칫 평범해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그 벽은 깨지기 마련인 것이다. 나와 세상과의 관계, 변화 그리고 성찰,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내가 만든 ’나’라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독자들은 생각해 보게 된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 모두는 정체성의 혼란과 수많은 방황 속에서 살아간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깨지고 그리고 다시 일어선다. 우리의 삶이 그랬고 어쩌면 우리 앞날이 여전히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삶에 대한 처절한 의지이고 신념이다. 그것이 때로는 종교로, 때로는 누군가와의 신뢰로, 때로는 자기 암시로 스스로를 지탱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아유무에게 ’사라바’는 그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야곱이 말하는 ’사라바’는 아름다웠다. 마치 ’안녕’이라는 의미가 아닌 말처럼 들렸다. 빛나는 가능성을 내포한 반짝이는 세 글자로 여겨졌다. 어느덧 나도 야곱을 흉내 내어 ’사라바’라고 말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사라바’는 ’안녕’이라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말이 되었다. ’내일도 만나자’ ’잘 있어’ ’약속이야’ ’굿 럭’ ’갓 블레스 유’, 그리고 ’우리는 하나야.’ ’사라바’는 우리를 이어주는 마법 같은 말이었다. _본문 257


내 인생의 영원한 테마는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 성찰의 끝에서 어느새 어딘가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한숨 고르고 뒤를 돌아보면 딱히 잘 한 선택이었던 것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어쩌면 ’나’라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진정 얻고 싶은 것은 ’우리 삶은 이렇다’라는 정의가 아니라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라는 열린 추측이 아닐까 싶다. 그럴 때 하찮은 것 같은 나의 삶도 의미를 갖게 될 테니까. 아유무의 그 이후의 삶이 궁금하다. 진짜 아유무를 찾았는지도 궁금하고 진정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2권을 읽어봐야겠다.



- 2016년 1월 신간리뷰단 ’주리야’




[사람의 마음 그 안에서 모든 것이 벌어진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최신작인 이번 책은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소련이 붕괴되고 20년 후 ‘붉은 인간’이라 명명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교체와 변화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실망과 상실감을 이야기하며 삶의 깨우침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삶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현장의 목소리, 다수의 목소리 그리고 숨겨진 개인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소설 코러스’라는 장르를 개척한 그녀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직시하고 적어내려 갈 수 있었던 데에는 저널리스트의 경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감정을 제쳐두고 사실에만 관심을 두는 역사학자가 아닌 인간에게 경이로움을 느끼는 인문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한 저자는 사상에 마취된 사람들이 느릿느릿 더디게 마취에서 풀려나오는 과정에서 모두가 자신을 희생자로 생각하지 가담자로 생각하지는 않는 현실에 당황하기도 한다. 한 시대의 사상이 무너지고 그동안 감춰졌던 비밀의 역사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진실과 함께 찾아온 자유도 적대시했다. 같은 시대에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한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 가족이 가족을 밀고하고, 친근한 옆집 아저씨가 내 아버지를 밀고하는 시대에 ‘절대 악’의 얼굴로 내 이웃과 가족의 얼굴을 마주한 이들에게 세상의 진실과 거짓은 무엇일까?


인민, 당, 강제노동 수용소 같은 단어는 우리에게 너무 동떨어진 의미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만든 시대 상황으로 보자면 현재와 정 반대에 존재하는 다른 세계의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도 여전히 그런 가치가 위대하고 숭고하다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겐 사회주의가 하나의 신앙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솔직하다는 점에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리고 싶은 삶의 편의들에게 대해 지나치게 속물적으로 탐하기 때문이다. 가난이 당연하고, 돈이 부끄러운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에겐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자신이 희생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두고 극 보수주의의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과 다르지 않게 들려 이질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들게 만든다. 어느 사회나 극단 보수세력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영광스러운 과거에 대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그런 망상을 무기로 여론을 선동하고 휘두르는 거대 권력이 항상 그 위에 자리한다.


거리의 사람들, 민중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현실의 기록에는 각양각색의 생각이 담겨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쩌면 이렇듯 항상 다른 생각들이 모여 하나의 현상을 이루어 살아간다. 위대한 나라에 살고 싶은가, 아니면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가? 두 가지 질문으로 나뉘는 것 같은 러시아 사상의 편가르기는 꼭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산주의의 붕괴로 자본주의라는 새 시대를 맞이한 것 같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자본주의가 치닫을 수 있는 문제들에 당면해있다. 그래서 현재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과거로 회귀하듯 공산주의를 외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에 완벽함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극단적인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는 모두 하나의 이기주의에 가깝다. 자유에도 어느 정도의 제제가 필요하고, 모두가 공평한 삶을 살게 하겠다는 이상주의는 인간의 손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돈이라는 새로운 억압을 안겨주기도 했다. 돈으로부터 시작되는 기회의 불균형은 다시 계급을 만들어 사회에 층을 만들고, 권력이 되어간다. 돈이 부끄러운 시대에 살다가 어느 순간 봇물처럼 쏟아진 자본주의에 대해 누군가는 ‘돈의 발견은 원자폭탄의 폭발과도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러시아의 역사적 배경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우리와는 다른 역사와 사회 체제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뿌리 깊은 사상과 생각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해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책의 매력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내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생각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지 의문점을 제시한다. 시대를 생각해보는 과정에 있어서 현재는 언제나 이른 판단일 수 있다. 적어도 30년 후에나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한 일이기에 기록은 시대를 판단하고 바라보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낀다. 그녀가 오랜 시간 발로 뛰어가며 다양한 인물의 목소리를 적어 내려간 책의 존재가 앞으로 한 시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5년, 10년 후 이 책을 다시 마주하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궁금해진다.


책을 읽으며 우리 시대를 변화시킬만한 사건은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니, 2014년 4월 16일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세월호 사건 이후 나에게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가라앉아 수많은 목숨이 흩어진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 내 주위에 그와 관련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그것이 결코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참사의 당사자나 유족이 될 수 있는 가망성이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다는 현실이 피부 가까이 느껴졌다. 혹여라도 내 가족이 그 배에 타고 있었다면 나의 삶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비극적인 일에 모두가 나서서 원인을 밝히고, 사회 시스템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음에도 진실된 목소리는 권력 앞에 묻히고, 본질을 흐리는 가벼운 말들만 오가는 현실이 답답하고 막막하기까지 하다. 충분히 얘기되지 못한 것들이 여전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다. 그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잠시나마 깊이 고민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때로 선의 추종자이면서 동시에 방관자이지는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악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에 대한 첫 번째 책임은
그 악의 눈 먼 수행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악을 정신적으로 방관한 선의 추종자들에게 있다.

-표도르 스테푼,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못한 일들>



- 2016년 1월 신간리뷰단 ’코델리아윤’




[조선의 과학자 장영실, 그의 모든 것]



최근 드라마 <장영실>이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했으니, 때맞춰 책을 읽으면서 장영실에 대해 좀더 깊이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장영실’ 하면 측우기, 자격루를 발명한 과학자라는 사실 정도만 떠올리게 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폭넓은 지식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는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인생과 업적을 재조명했다. 이 책『장영실』을 통해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을 알아본다.


이 책의 저자는 조선사역사연구소.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소속 연구원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장영실 선생은 명성에 비해 현존하는 사료가 매우 적었기에 꽤나 긴 시간에 걸쳐 이 책이 탄생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장영실이라는 인물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장영실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우선 조선이라는 나라의 전후사정을 알고 가는 게 응당 당연한 일이라며, 이 책의 1,2장을 통해 고려 말부터 조선 건국 초기를 거쳐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 시대까지 다룬다. 먼저 조선의 대표적인 역사를 간략하게 훑어보며 시대 속 위인의 위상을 살펴보기 위한 워밍업을 시작한다. 3장부터는 노비라는 신분으로 태어났던 장영실의 출생에 관해 실록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짚어본다. 출생지, 부모 등을 살펴본 후 본격적으로 세종과 만난 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장영실이라는 제목을 통해 짐작해 볼 때에는 인물 위주의 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책을 통해 그 시대의 분위기를 보다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또한 조선시대의 노비제도라든가 세종시대의 과학 기구 등을 다루고 있어서 처음부터 장영실의 발명품에 곧바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배경지식을 쌓으며 읽어나가게 되는 점이 의미 있다.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를 단순히 다루는 진부한 구성을 탈피해 조선 건국에서부터 세종 시대까지, 조선의 대표적인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훑어볼 수 있게 구성하였습니다. 시대와 더불어 역사 속 위인을 돌아볼 때 비로소 그 인물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덧붙여 조선을 빛낸 장영실 선생의 많은 업적을 사진과 더불어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중략)...조선 시대라는 시간과 조선 땅에서 번뜩이는 재치로 세상을 움직이게 한 조선의 과학자 장영실이라는 인물에 한 걸음 다가가는 귀한 연결고리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할 따름입니다. (7쪽)


1장부터 4장까지 그 시대의 분위기 등 배경지식을 쌓고 5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장영실의 발명품을 짚어본다. 앞부분을 읽고 나면 좀더 흥미롭게 장영실의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알아가게 된다. 특히 사진이 함께 첨부되어 보다 생생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또한 짤막하게나마 ’장영실 뉴스’라는 코너를 통해 요즘 시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까지 훑어보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장영실이라는 인물을 알기 위해서는 이 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물론 장영실의 발명품을 먼저 보고 싶다면 5장부터, 그의 마지막이 궁금하다면 가마사건을 다룬 8장을 먼저 찾아 읽겠지만, 사람은 시대와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짚어가는 것이 이해의 폭을 넓힌다. 많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장영실이라는 인물에 대해 실록의 기록을 통해 유추해나가는 과정을 보면, 여러 사람의 노고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관련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접근성이 뛰어난 서적이다



- 2016년 1월 신간리뷰단 ’야아옹’




[당신의 연봉은 적정합니까?]



우리는 각자의 연봉에 대해 혹은 우리 모두의 임금에 대해 너무 이야기를 안 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연봉이 너무 높아서 내놓고 말하기가 불편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정말 형편없어 보이는 자신의 시급을 밝히는 게 싫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은 이미 정부에서 다 결정한 것이라서 말을 하나마나인 경우라 굳이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셰프의 실력과 식당의 맛에 대해 이야기기를 하면 할수록 그쪽으로 자원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가 연봉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부당한 일들이 줄어들 고 결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연봉이 올라가게 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당신의 연봉은 적정합니까?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한국인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연봉과 같은 임금 수준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음식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의 1/100 정도를 연봉과 관련된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당장 직장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실랑이를 하면서 고민하는 시간과 전체의 연봉 수준이나 결정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생각해보자. 동료들과 자신의 연봉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단 1분도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많이 하면 약간이라도 음식 맛도 좋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위생과 청결 문제도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간단한 이치이다. 연봉과 임금에 관한 얘기를 우리들이 더 많이 더 자주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당한 일들이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의 연봉이 올라가게 된다.


얼마 전에 신문 기사와 인터넷에 운전기사를 폭행한 기업주의 얘기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렇다. 몽고간장 오너의 갑질 폭행 사건이었다. 땅콩 때문에 많은 승객들이 탑승한 여객기를 제맘대로 회항시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건이 수면 아래로 잠기나싶더니 새로운 사 건이 고개를 들고 나타났다. ’땅콩회항’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기에 관련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았다. 그리 많지 않은 임금을 받고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심정으로 온갖 모욕과 수치감을 몸으로 받아들인 기사님의 처우에 대해 우린 떠들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우리들의 삶이 더 이상 초라하지 않도록 맛집이나 맛있는 음식에 관한 대화 시간만큼이나 부당하게 대접받고 있는 우리들의 연봉 얘기에 시간을 좀 할애보자. 옛말에도 ’우는 아이 젖 물린다’고 했다. 치사하게 울진 않더라도 정확한 현실에 관한 대화와 수다들이 필요한 때이다.


책의 저자 우석훈은 이미 우리들에게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제법 알려진 자칭 C급 경제학자로 함께 잘사는 방법을 모색한다. 젊은 시절, ’왜 사는가’라는 물음 앞에 돌보고 베풀고 함께 잘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스스로 잘살 수 있는 방법이라 믿으며 남들이 권하는 일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일을 개척해왔다.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을 거쳐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로 수년간 국제협상에 참가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언할 수 있는 ’가난한 자유’를 찾아 저잣거리로 나섰고,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왔다.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의 단체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타이거 픽처스의 자문을 맡고 있다. 또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시민의 경제’에 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소개하며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연봉이 결정되는 방식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수요와 공급의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람을 인력으로 보았을 때,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수요, 일을 하려고 하는 근로희망자를 공급으로 보면 된다. 일반적인 상품의 가격은 이런 수요와 공급의 틀 안에서 쉽게 설명된다. 물론 단기적으로만 그렇다.


공산품 중 상당수는 특별한 규제 없이 시장 상황에 맡겨두면 독점 혹은 복점이나 과점 상태가 된다. 독점 이윤이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이 그렇고, 텔레비전이 그렇고, 심지어 라면도 그렇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이라는 개념으로 사물의 모든 경제적 속성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노동시장을 살펴보자. 인간을 상품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로봇은 구입비를 제외하고 소모품과 연료비만 있으면 운용 가능하다. 전기로 구동된다면 다달이 납부하는 전기세만 있으면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시키는 말이나 지시에 잘 따르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람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만약 어떤 특정 분야에서 연봉이 많이 준다고 하면, 어떻게든 그런 자리로 옮기려고 한다. 로봇이 스스로 원하는 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법은 없다. 인간이 이와 다른 점은 스스로 공급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요 측면의 조절도 가능한 것이다. 이에 사회적 조절이 등장하는데 늘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봉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들


한국에서는 연봉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무얼까?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는 매년 임금 조정 실태조사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자신들이 연봉을 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한 것을 모은 것이다. 그해 연봉 조정에 관한 기업의 시각이라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다. 아래는 2015년 조사에서의 연봉 결정 변수이다.


1. 기업 지불 능력(30.2%)
2. 최저임금 인상률(20.1%)
3. 타 기업 임금 수준 및 조정 결과(15.2%)
4. 물가상승률(10.6%)
5. 경영계 임금 조정 권고(8.1%)
6. 노조의 요구(6.4%)
7. 통상임금 범위 조정(5.9%)
8. 60세 정년 의무화(3.4%)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노조의 요구’가 그렇게 높은 비율을 차지 하지는 않았고, 최저임금 인상률이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 100인 이상 기업이면 전부 대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중견기업 규모도 상당수 포함된 것인데, 그해에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었는가가 20퍼센트 넘게 주요 변수로 고려된다는 것은 진짜로 흥미로운 시사점이다.


조사 결과 전체를 해석해보자. 회사는 "돈 없으니까 배 째라"(기업 지불 능력)고 말한다. 그러면 노동자는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 정도는 올려주는 게 상식에 맞지 않느냐"(최저임금 인상률)며 "다른 곳도 이 정도는 주는데"(타 기업 임금 수준 및 조정 결과)라고 맞받아친다.


만약에 그해 최저임금이 별로 오르지 않았고 다른 기업들도 임금을 별로 높이지 않았다면 회사 측에 유리한 임금 결정 구도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연봉 결정 변수의 6위를 차지한 ’노조의 요구’는 씨알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회사 입장에선 "꼼짝 말라"라고 말할 수 있다.


교과서에는 연봉을 결정하는 두 변수가 노동생산성과 물가상승률이라고 적혀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져 회사의 이윤이 늘어났다고 임금도 올려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잠시 접어두자. 물가가 상승해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으니 회사가 이타심을 발휘해 임금을 올려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2013년 기준으로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미국(25%), 한국(24.7%)로 OECD 국가 중 1, 2위를 다툰다. 참고로 2003년도 한국의 수치는 24.9%였다. 전형적인 저임금 노동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연봉과 규모의 상관관계


연봉의 기준이 300만 원 밑으로 내려오면 이제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예술, 스포츠, 여가 분야도 다시 등장한다. 국악, 스포츠, 이런 분야들이 대표적인 박봉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사람들이 문화생활에 돈을 쓰지 않으니까 당연히 이런 쪽이 박봉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화행정은 제대로 되는가? 맨날 대통령 친구 아니면 누군가 챙겨주는 자리로 행정이 운영되니까,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는 않는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직종도 규모가 작아지면 이 구간으로 들어온다. 30인 이하의 의료정밀 분야도 딱 여기다. 100인 이하의 숙박업도 여기에 속한다. 30인 이하의 소매업은 200만 원 중반대를 형성한다. 30인 이하의 육상 운송, 흔히 말하는 전세버스 회사들이나 소규모 택시회사가 여기에 해당 한다. 인쇄 및 기록업종, 흔히 말하는 인쇄소도 딱 이 가운데이다. 먹고살기가 쉽지 않다. 100인 이하의 보건업은 여기 딱 한가운데에 있다.


좀 더 밑으로 내려가 보자. 100인 이하의 가죽 및 신발 업체들이 여기 나온다. 이탈리아, 프랑스를 모델로 하는 대표적인 ’마에스트로’ 업종인데, 한국에서는 먹고살기가 쉽지 않다. 100인 이하의 사회 복지서비스도 이 구간에 들어가 있다. 복지를 수행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복지의 대상인 상황, 딱 그렇다.


10인 이하의 건설업이라면 이제 200만 원 초반대로 내려온다. 교육 서비스업도 10인 이하라면 역시 이 구간에 있다.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보습학원들, 그런 사람들이 이 정도 받는다고 보면 된다. 식료품 제조업도 10인 이하라면 이 구간으로 들어간다. 맨날 ’영세사업’이라는 별칭을 받으면서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면 사형이야", 이런 얘기 듣는 업종이다. 그렇지만 마을기업이나 농촌기업이라고 할 때, 지역과 농촌에서 해볼 수 있는 지역경제의 주력 업종이 또 바로 이 분야이기도 하다. 시장과 사회, 그 중간에 걸쳐 있는 영역이다.


주주 자본주의와 모럴 헤저드


1990년대까지 재벌 회사의 오너들은 자신의 월급을 1억 미만, 정말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으로 정했다. 회장이 그렇게 조금 받는다는데, 계열사 사장들이라고 더 많이 받을 수가 있나? 그렇게 하다 보니 임원이라고 해봐야 요즘 기준으로 하면 형편없는 월급들을 받았다. 물론 이렇게 저렇게 서로 조금씩 더 챙겨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연봉이 수십억 원이 나 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 시절에 임원은 ’임시 직원’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부장에서 임원으로 올라가봐야 갑자기 월급이 몇 배로 올라가 는 것도 아닌데, 이제 매년 해고의 위기를 맞는다. 그래서 과장이나 차장 말기부터 부장으로 어떻게 하면 천천히 올라갈 것인지 고민하는, 정말 옛날 얘기 같은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다르다. ’열심히 일하면 먼저 잘리고, 그냥 있으면 바로 잘린다’, 이게 요즘 대기업에서 유행하는 얘기이다. 열심히 일해서 임원으로 승진해도 정말 소수를 제외하면 정년 이전에 먼저 잘리게 된다. 그렇다고 그냥 있으면? 정년은커녕 부장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바로 잘린다.


주주 자본주의에 의하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일순간에 폭발한 것은 2008년의 일이다.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주요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겨우겨우 부도만을 면하고 있던 시기, 임원들이 보너스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2008년 대기업 임원들 연봉에 대한 불만이 결국 터져 나왔다. 미국, EU 등 각 국가에서 임원들의 연봉을 공개하고, 지나치게 많은 보너스를 받지 못하도록 제약하자는 제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흐름이 가장 가시적이며 공개적으로 진행된 것이 2013년의 스위스 국민투표까지 상정된 소위 ’살찐 고양이법’이었다. 즉 최하 임금과 최고 임금을 12배가 초과되지 않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해 가을 67.9퍼센트의 반대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연봉공개주의, 우리도 좀 알자


한국에선 오랫동안 연공서열제를 월급의 기준으로 사용하였다. 연공서열제에서는 월급을 공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의미가 없다. 입사연도와 직책만 알면 대체적인 월급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공무원들의 월급은 공무원 월급표를 보면 쭉 나온다. 여기에 약간의 수당과 성과급 정도에 따라서 개인별로 좀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인 임금 규모는 다 공개되었다.


대통령과 장관 등 고위공무원은 연봉을 받게 되어있는데, 이것도 연봉표로 다 공개된다. 우리가 살았던 세상은 이런 세상이었다. IMF 경제 위기 이후 부분적으로 연봉제라는 것이 도입되면서 은근슬쩍 들어온 제도가 있다. 연봉 비밀주의! 다음의 연봉계약서를 한번 보자.


조항5는 비밀유지에 관한 조항이다. 연봉제 도입과 함께 비밀유지 조항 도 같이 들어가게 되었다. 유리지갑이라는 표현은 월급에 대한 이중적 표현이다. 국세청도 월급을 정확히 알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안다. 2000년대 들어 연봉 비밀주의가 전면화되면서 이제 옆자리 동료의 연봉도 모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 세계에서 이런 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쓰는 게 보편화된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두 곳이다. 원래 미국도 이 같은 방식을 채택했지만 최근 연봉비밀주의 대신 연봉공개주의 쪽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은 EU 차원에서 근로 표준계약서를 권고한다. 국가별로도 표준계약서를 권고한다. 이 표준계약서에는 비밀유지에 관한 단서조항이 없다.


한국은 어떨까? 두 가지 흐름이 진행 중이다. 각자 알아서 하도록 한 수 많은 근로계약서 방식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예를 들면 연예기획사와 스타들과의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것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기형적 계약이다. 사장이 당연히 갑이고 근로자는 을인데, 갑질도 보통 갑질이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영화 스태프들의 계약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표준계약서 방식으로 가는 중이다. 근로계약도 그중의 하나이다.


응답하라 2016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한국에 중산층 형성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를 그리고 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응답하라 2016>이 만들어진다면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까? 1988년보다 집의 외형이나 가구는 훨씬 더 좋아졌지만 마음 속 여유가 훨씬 더 팍팍해진 상태로 묘사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성덕선’의 남편이 누가 될지보다 오히려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 더 궁금하다. 과연 그녀가 좋은 대학에 가서 결국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된다는 뻔한 레퍼토리로 갈 것인지, 아니면 리얼리티를 높여 대입에는 실패하지만 밝고 인간적인 그녀의 캐릭터를 살려 기가 막힌 반전과 함께 고연봉 전문직이 될 것인지가 관심이다.


물론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치는 않는다. 높은 연봉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한국에서 연봉이 낮아지면 불행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평균 연봉이 매우 낮은 저개발국가와 아주 높은 고소득국가, 양쪽 모두에서 연봉과 개인적 행복 간의 상관관계가 약해진다. 이 중간쯤에 위치한 한국의 경우는 연봉과 행복 간의 관계가 가장 높을 것이다. 더 발전한다면 우리도 대부분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자면 한국은 더 발전해야 한다.



- 2016년 1월 신간리뷰단 ’호시우행’




[심리학으로 제시하는 인간관계의 해법]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의 책들 중에 꼭 끼어있는 책이 바로 ’심리’와 관련된 책이다.
그만큼 인간이면서도 인간의 심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만큼 사람들이 ’인간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책들로 그 해법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관점에서 추측하자면. 나는 적어도 그랬다.
심리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되었지만 그 계기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근원에는 풀어내지 못한 ’인간 관계’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회’라는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타인과 집단과의 관계가 내겐 늘 풀어야 할 숙제였다.
집에서는 막내였기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사랑해주고, 챙겨주고 해서
굳이 내가 직접 관계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사랑만 받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힘들고 어려운 관계를 참아낼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회는 달랐다. 말수도 별로 없었고, 친화적인 성격도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그래도 순수한 마음의 문이 열려 있어서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간 관계가 형성이 되곤 했었다.
나이를 먹기 시작하면서 원치 않는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 속에 던져진 이후
싫은 사람과도 티내지 않고(실은 티가 너무나서 번번히 관계가 엉망이 되었지만)
지내야 하는 상황은 정말이지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학창 시절에는 싫은 관계는 만들지 않으면 되었고,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최악의 경우는 그런 관계의 사람이 ’상사’일 때다.
그런 일로 직장을 그만두면서부터는 ’인간 관계’가 깊이 고민되기 시작했다.
어차피 어느 직장에 가서든, 어떤 집단에 들어가서나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걸까. 내가 잘못된 걸까.


[정말 재미있는 심리학 콘서트]는 이런 어려운 인간 관계를 풀어내는데
심리학을 기본으로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제품설명서처럼 인간 심리의 시스템과 원리를 안다면
인간 관계를 작동하는데 조금은 수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나와 상대의 관계 설명서와 같은 책이다.
상대 뿐만 아니라 그런 상대를 대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초점이다.
상대의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을 배울 때도 내맘대로 하다가 정식으로 폼을 배우게 되면
어색하고 잘 안되기 마련이다. 연습을 통해 그 폼을 내 몸에 익히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쓸데없이 분산되던 에너지가 정돈되면서 실력이 향상되게 된다.
심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빈번히 발생하지만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지 고민스러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좀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준다.
그야말로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다.


회사에서 꼭 있는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 직속 부하 직원이라면 더 골치아프다.
어르고 달래주는 것도 한두 번이고, 웃어 넘겨주는 것도 한두 번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공동의 적을 만들어라


"회사에 불만투성이 부하가 있다고 하자. 이런 부하를 회사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만들려면 라이벌 의식을 부추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회사 내에서 촉망받는 사원의 이름을 들면서 "그 사람이 이 부서로 오면 우리는 맥도 못 추게 될 거야"라고 말하면 부하의 태도는 훨씬 누그러진다. 또는 "이번에도 실적이 떨어지면 아마 자네와 나는 지방영업소로 밀려나겠지?"라는 식으로 ’가상의 문제’를 만들면 불평만 늘어놓던 부하는 상사에게 협력하게 된다.


좀처럼 협력하려 하지 않는 상대를 설득시키려면 공동의 적이나 문제를 만들어 함께 방어할 생각을 가지게 하면 효과적이다." ---p.114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에 있다보니 가끔은 작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억지주장을 하는 소위 고객의 ’갑질’ 상황을 종종 겪게 된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이미 쏟아낸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더 우기기 작전으로 나간다. 계속 헛바퀴도는 대화만 계속하게 되는 이런 상황.
어떻게 하면 될까?


불평이 가져올 결과를 강조하라


"사람은 자기에게 퍼붓는 항의에 대하여 충분히 대응할 이유가 있으면 그대로 받아쳐서 상대의 사과를 받아 내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상대의 감정을 거슬리게 하여 상황을 악화시킬 뿐, 좋은 방법은 되지 못한다. 이런 경우에는 논란이 되는 문제를 굉장히 중대한 것처럼 강조하면 상대는 ’사건’의 중대성에 놀라 불평을 누그러뜨린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리에 맞게 설명하면 상대방도 자기의 실수라고 솔직히 인정한다.&quo t;
---p.134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잘 사귀는 법

"방법은 칭찬이다. 그것도 얼굴을 마주보면서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사람에게 전달되도록 칭찬하는 것이다.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멀리서 보아도 그 사람의 일하는 모습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라는 칭찬을 한다.
사교가 목적이 아니라면 일에 대해서 칭찬하는 것이 좋다. ’멋지다’든지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다’등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긴다.
일에 대한 칭찬이라면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이런 칭찬은 저절로 그 사람에게 전달된다. 평소 마음에 들지 않던 상대방으로부터 생각지도 않은 말이 전해지면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사이가 일시에 좋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되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p.207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정해진 식에 정해진 수를 대입한다고 해도
정해진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공통점과 패턴은 존재한다.
어린 아이처럼 도망가지 말고, 될대로 되라는 자포자기도 하지 말고,
감정적으로 조금만 더 부지런해진다면 어렵고 복잡해만 보이는
관계라도 엉킨 실타래가 풀려 나가듯 의외로 쉽게 풀려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심리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책은 그런 인간 심리의 작동 매커니즘을 통하여 
좀더 능동적으로 인간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 2016년 1월 신간리뷰단 ’책으로여는길’




[오래되고 낡았다고 버리지는 마!]



요즘 아이들에게도 이런 마음이 들까?
오래되고 낡기도 전에 새로운 것을 손에 쥐게 되는 아이들이 태반인 요즘.
어쩌면 엄마 아빠들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예요.


내 구두야.
작고 빨간
내 구두.


마치 한 편의 동시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그림도 무척 서정적인 느낌이고, 동시같은 이야기도 간결해서 어린 아이들도 읽기 좋아요.
그리고 뭣보다 빨간 구두가 시선을 끌어당기지요.
그림으로 딱 보기에도 꽤 낡은 티가 나는 빨간 구두입니다.
근데 7살 남자 아이의 눈에는 구두가 더러워 보인다고 하는 거 있죠.
낡은 거와 더러워진 거의 차이를 잘 모르는 걸까요?
하긴 요즘 낡기 전까지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
기껏해야 물려받아 신은 운동화 밑창이 튿어진 일이 다이니 말이죠.


아이가 빨간 구두를 신고서 풀밭을 거니는 그림인데
왠지 나풀나풀거리는 그림이 책을 보는 이의 마음도 나풀거리게 하네요.
얼른 따스한 봄이 왔으면 하는 마음도 일게 하고..


구두 코가 벗겨지고, 구슬이 떨어져도 아이는 빨간 구두가 마냥 좋은데
엄마가 버리자고 하네요. 아이가 속 상한 나머지 울며 버티자
엄마가 구두수선 가게에 아이를 데리고 갑니다.
와~ 여기 저기 굽이 닳은 구두, 창이 벌어진 구두, 색이 바랜 구두..
반짝이는 건 별로 없지만 마냥 재미난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아, 아직 아이를 데리고 구두수선집은 가 본 적이 없네요.
엄마 구두 수선할 게 있으니 조만간 한 번 가 보아야겠어요.
우리 아이의 반응도 이 아이와 비슷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솔솔 구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낡은 굽을 뜯고 새 굽을 달고, 접착제로 창을 붙이고,
예쁜 리본을 달아 주는 일련의 과정들에 아이가 집중을 해서 보아요.
아마도 초반에 낡고 헤졌던 구두가 새 구두로 변신하는 과정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이제 구두에 반짝반짝 윤을 내는 과정인데요.
낡은 구두가 새 구두로 변신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꼼꼼하게 담고 있어서
마치 좁은 구두 수선집 한켠에 자리하고 앉아서 지켜보는 느낌이 들 정도랍니다.
구두 수선집 아저씨의 솜씨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남자 아이여서 이야기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낡은 구두가 구두 수선집 아저씨의 마법같은 손길에 새 구두로 변신하는 과정이 잘 나타난 그림들에
아이가 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아이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참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내 아이이지만, 무조건 새 물건을 쥐어주기 보다는
물건을 아끼고 소중히 하는 마음도 길러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우선은 아이의 물건 중에 낡고 오래되어 버리거나 그에 대응하는 새 물건을 안겨주기 보다는
아이가 그 물건과의 예쁜 기억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겠어요.
구두는 이렇게 예쁘게 수선해 주고, 장난감들은 열심히 A/S 받으면서 말이죠.


책을 읽어주고 뭘 해 볼까? 했더니 아이가 대뜸 구두 그릴래!! 하는 거 있죠.
이야기 초반에 낡은 구두 그림에선 그저 그런 반응이더니
낡은 구두가 새 구두로 변신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던 모양입니다.
구두 수선집 아저씨가 감쪽같이 변신시킨 예쁜 빨간 구두 그림이 있는 페이지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립니다.


예쁜 빨간 구두를 그리고 색칠을 하는데 리본은 주황색으로 색칠해 주네요.
글 채우는 부분엔 아이의 생각을 적어보길 유도해 보았지만, 아직 좀 어려워해서
책에 나오는 내용을 옮겨적게 했어요.



- 2016년 1월 신간리뷰단 ’아이아몽’




[음악으로 마음에 반창고를]



<We Are The World>란 노래를 아십니까?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 등 유명 가수들이 모여 만든 자선 앨범 속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세계인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죠.
이 슈퍼 프로젝트 그룹은 음악인으로 사회 참여를 하려는 마음이 발현되어 만들어진 것인데요...
밥 겔도프와 밋지 유르가 기획하고 이끌었던 ’밴드 에이드’
우리가 가벼운 상처를 입었을 때 손쉽게 휙 두르곤 했던 작은 반창고를 의미하는 ’밴드 에이드’가 기아 상태에 있는 에티오피아 난민의 실상을 알리고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를 지켜본 미국 가수들이 커다란 감동을 받아 오늘날 우리 귀에도 친숙한 <We Are The World>가 탄생한 것입니다.
왠지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여러 가수들의 합창 소리가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하게 울려퍼지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였군요.


음악의 힘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세계를 바꾸는 착한 음악 이야기]에는 이와 같이 공감과 연대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작은 움직임으로부터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우리가 해낼 수 있어. 굶주려 죽어 가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혼자서는 힘들지만 여러 명이 모이면 나라 안에서도 분명히 관심을 가져 줄 거야. 우린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 수 있다고! 사람을 구하는 그런 사건을 말이야."-123

밥 겔도프가 ’밴드 에이드’를 만든 과정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런 이야기들이 어쩌면 아주 작은 일화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아이들도 편안하게 읽어가는 동안 마음 속에 감화가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로 알려진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수단의 슈바이처, 쫄리 신부님...
오랜 시간 동안 내전이 치러진 곳이라 폐허가 되어 있던 수단의 톤즈에 부임한 신부님은 병원을 세웁니다. 콜레라와 말라리아 때문에 죽어가는 환자, 나병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였지요. 아이들을 위한 학교도 세웁니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니까 교육을 포기할 수 없었던 거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찾아 주기 위해 브라스 밴드를 만듭니다. 상처 입은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바로 음악이 었던 겁니다. 씨앗과도 같은 아이들은 신부님의 노력과 음악으로 웃음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총을 버리고 악기를 들어. 그럼 음악은 네 생명 뿐만 아니라 네 미래까지도 지켜줄 거야. "-52


1975년 무렵의 베네수엘라는 빈부의 격차가 심해 빈민촌에는 총을 든 아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약과 총기에 노출된 아이들을 구하고 싶었떤 아브레우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곧 음악을 통해 아이들은 구원을 받았고요. 그것이 바로 엘 시스테마의 시작이었습니다.
음악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를 통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한 삶의 소중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음악은 사람의 마음 속에 파고들어 좁게는 지역사회를 넓게는 세계를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차별과 배고픔과 내전의 상처 등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일들로 인해 상처 받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마음에 반창고가 되어 주는 음악.
우리를 슬픔과 절망에서 건져내 주는 음악이 있어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하진도 모르겠습니다.
<We Are The World>를 다시 한 번 흥얼거리면서 미소를 머금어 봅니다.



- 2016년 1월 신간리뷰단 ’비구름바람’




[생명과 지구의 생존을 위한 우주적 관점의 필요성]



낮에 좀 우습고도 씁쓸한 뉴스를 보았다. 요즘 미국에서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진지하게 말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그런 음모론을 진지하게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니까 진지하게 믿는 사람도 자연스레 늘어난 모양이다. 심지어는 바비 레이(B.o.B)라는 래퍼는 지구의 평평함을 이야기하는 노래를 발표하기까지 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이때 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천문학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등장한 것이다! 닐 타이슨은 자신의 핏속에 흐르는 흥과 그루브를 방출하여 장황한 글이 아닌 랩으로 답했다. 물론 본인이 직접 랩을 한 것은 아니고 다른 래퍼의 입을 빌려 자신의 반론을 강렬한 인상으로 제기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B.o.B의 주장에는 오류가 있으며, 계산을 바로잡으면 여전히 지구가 둥글게 보인다는 사실을 위트 있게 전달한 것이다. 현세의 명망 높은 과학자들 중에서 누가 이처럼 위트와 지성을 겸비할 수 있을까? 칼 세이건과 리처드 파인만 이후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친근함이다.


닐 타이슨의 신간 <스페이스 크로니클>에는 그의 유쾌함과 기발함이 듬뿍 묻어 있다 . 그러면서도 현대 과학의 첨단에서 정치와 사회의 흥미로운 연관성들을 조목조목 짚어 나가며 관점을 확대시키는 센스가 아주 일품이다. 1년여 전에 리부트되어 방송된 명작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때도 그랬고, 팟캐스트와 TV 토크 쇼로 만들어진 <스타 토크> 때에도 그랬다. 닐 타이슨 특유의 유쾌하고 영기 발랄한 분위기는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인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책에서는 그의 장난기 넘치는 표정과 유쾌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밖에는 없었다.


책 속에 담긴 그의 주장이 무조건 쉽고 재밌는 방향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닐 타이슨의 친근한 이미지 뒤에는 명왕성을 행성 지위에서 끌어내렸던 번뜩이는 냉철함이 감춰져 있다. 그는 오히려 NASA를 비롯한 여러 국가나 기관들의 우주 탐사가 순수한 호기심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복잡한 국제 정세와 정치인들의 이권에 얽혀 있음을 꾸준히 지적한다. 물론 이런 문제가 우주 탐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겠지만 말이다. 과학은 곧 정치, 사회, 경제의 문제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주 흥미롭고도 중요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현재 인류가 <마션>에서처럼 화성에 발을 디딜 수 없는 이유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40년 전, 우주 탐사를 시작하는 기술력을 갖춘 나라는 지구 상에 미국과 소련 두 나라밖에 없었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었을 때에도 여전히 두 나라만이 우주를 내다보며 현실적 구상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대신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미국은 수년 전의 우주왕복선 폭발과 경제적 불황으로 인해 우주 탐사의 동력을 잃었다. 게다가 냉전 시대처럼 소련이라는 강력한 적과 우주를 놓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 21세기의 미국은 우주 탐사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을 이유와 여유를 상실하고야 말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아폴로 프로젝트를 밀어붙여 성사시키던 당시에만 하더라도 21세기가 시작되는 무렵에는 화성에 사람을 보낼 수 있을 줄로 알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못 했다. 지금도 인류는 화성에 발을 디딜 수 없으며, 이는 과학과 기술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 온갖 문제에 휘말려 NASA에 대한 지원을 줄여나가는 동안 중국과 인도, 일본 등의 나라는 우주를 향해 끊임없이 발을 넓혀 나갔다. 이제 미국은 예전처럼 우주 탐사의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며 뽐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우주 탐사가 국가적 단위의 자존심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우주를 향한 과학 기술의 선봉에 서 있던 미국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자존심 상할 일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간단히 넘겨 버릴 일이 아니다. 특히 우주 연구와 탐사의 비용 문제는 보다 엄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닐 타이슨의 주장에 따르자면, 보다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우주 연구와 탐사에 필요한 비용은 과장되어 알려진 것보다도 훨씬 적다. 미국 시민이 세금 1달러당 0.5센트만 더 할당하면 인류와 지구 전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실 세계의 미국에서는 NASA의 1년 예산만큼의 국방비를 단 23일 만에 소모해 버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인류의 관점에서 정말 중요한 적은 무엇인가?


앞으로 우주에서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대재앙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우주에 대한 연구와 탐사가 꼭 필요하다. 종과 지구 생태계 전체의 생존을 놓고 벌이는 엄청난 규모와 중요성을 지닌 게임인데, 멸종과 종말의 부정적 가능성 앞에서도 비용의 문제에 얽매여야 한다는 말인가? 생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다. 수십 년 안에 당장 일어나지 않을 우주적 대재앙이라 하더라도, 일단 현대 인류가 우주의 위협을 걱정하고 대비할 능력을 갖춘 이상 현실적인 방책을 수립하고 준비함이 마땅하다. 게다가 소행성 충돌을 비롯한 우주의 위협은 예기치 않게 닥쳐오는 경향이 있다. 만약 정말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영화에서처럼 극적으로 막아내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만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수개월 전에 개봉하여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마션>은 긍정의 극치에 달한 작품이었다. 그를 구조하기 위해 힘을 합친 미국과 중국, 전 세계의 사람들은 돈과 정치 문제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 속에서는 돈 얘기가 언급되는 부분을 찾을 수 없을 지경이다. 영화 속 사람들은 화성에 고립된 마크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했다. 그리고 서로가 만족할 만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마션>의 배경이 된 시기와는 약간의 년도 차이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우주 탐사는 정치와 경제의 문제에 깊게 예속되어 있다. 그냥 화성으로 가자고, 마크 와트니를 구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에는 현실적 걸림돌이 많은 시대인 것이다.


이제 미국은 허울뿐인 달 탐사에서 손을 떼고, 저 멀리 화성을 내다보고 있다. 이제는 화성이 가장 중요한 우주 탐사의 목표가 된 것이다. 이런 복잡한 시기에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가. 불과 4년 뒤의 2020년에 달 표면에다 태극기를 꽂아 넣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2020 달 탐사 계획에 필요한 자원은 충분히 준비되고 있는가? 얼핏 듣기로는 이도 저도 아닌 채 불안불안한 모양이라 계획의 성사는 커녕 제대로 된 시작부터가 의심스럽다. 이러다가 또 한 번의 나로호 사건이 터지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은 덤으로 딸려온다.


닐 타이슨은 말한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폭넓은 ’우주적 관점’이라고.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가치를 부여하고 연구를 장려하는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고. 지적 추구가 발견으로 이어지고, 그 발견이 쉽게 알려질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인간이 시공간의 주인이 아니라 거대한 우주적 체인의 한 부분이며, 지구 상에 살고 있거나 멸종한 다른 생명체들과도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다 명확해진다. 게다가 인간은 우주의 먼지에서 비롯된 별의 잔해에서 태어난 후손들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들을 연결해나가다 보면 통속적인 앎의 지평을 넘어서는 통찰의 경이가 느껴지는 듯하여 기분이 묘해진다.


그가 출연했던 리부트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는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인종 차별, 종교 분쟁, 국가주의를 비롯한 인간 사회의 급진적인 모습들은 머나먼 우주 저편에서 바라보면 그저 하나의 푸른 점 속의 작은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다. 우주적 관점 아래에서, 인류 종과 지구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온갖 적대적인 감정과 행위들은 참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앞으로의 인류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광범위한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미래의 일은 쉽사리 장담하기 어려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개선의 노력만큼은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니까.



- 2016년 1월 신간리뷰단 &rs quo;산골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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