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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8.12 조회수 | 3,687

[2015 7월 5주] 추천도서리뷰





[네 가지 서로 다른 사랑의 온도]

첫사랑에 눈뜬 사춘기의 소년 소녀과 늘 사랑에는 운이 없었다고 말하는 여자와 오랜 세월 결혼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중년의 부부, 그리고 언제 떠나도 이상할 것 없는 노년의 부부가 프랑스의 투케 해변에서 같은 해 같은 날 스치듯 지난다.

물론 그들은 각자를 특별히 인식하거나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 그저 가족들의 휴양지인 투케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와 각자의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기억 하는 사람도 그다지 없지만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종말론자들이 목청을 돋워서 지구의 종말을 이야기하던 그 해 독립기념일 각각의 사람들은 프랑스 파리의 인근 해변 투케를 찾아 독립기념일을 즐기고 여름 휴가를 만끽하게 된다.

처음 만나면서부터 바로 그녀가 자신의 인연임을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았던 15세의 소년이 자신과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했던 13세의 소녀에게서 너랑 있어도 손끝이 짜릿짜릿하지 않다는 잔인한 말로 무참한 거절을 당한 곳도 그곳 투케이지만, 늘 남자 운이 안 좋다고 불운을 탓하는 여자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가 어린 시절 자신의 첫사랑을 재회한 곳도 그곳이었다.

중년의 부부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 곳도 이곳의 해변이었고, 노년의 부부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도 이곳 투케였으니 이곳은 모든 연인들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곳이었다.

로또 1등 당첨의 행운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지고 그 변화된 모습을 그려내 인상적이었던 소설 ’내 욕망의 리스트’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프랑스의 작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신작인 이 책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는 파리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가족 휴양지인 투케에서 서로 스치듯 지나친 4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첫사랑에 눈뜬 아이들의 사랑일지라도 그 사랑을 유치하다 하지 않고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어 작가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어린 나이에도 사랑에 진지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뚜렷하게 인지하는 소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소녀의 말에도 절망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소년을 응원하게 했다. 특히 아이들이 다 자라 각자의 인연을 찾아 떠난 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공허함과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자신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규율에 얽매이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하고 싶어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사랑을 자신의 집을 떠나 이곳 투케로 와서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마음껏 사랑하고 어떤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녀를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했다.

뜨겁던 사랑이 스스로 꾸미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사이 어느새 낡아지고 헤져 마침내 아스라져 갈 즈음 그녀가 내린 특단의 조치는 결국 사랑을 되찾고 삶에도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녀를 보면서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부부라 해도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했다.

일상을 벗어나 투케에서 만난 사랑은 특별하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지만 인생을 좀 더 반짝이게 하고 먼 훗날 되돌아 봤을 때 추억을 되새기며 잠시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각기 다른 네 가지 사랑을 통해 사랑의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 책이었다.

2015 07월 신간리뷰단 ‘redrock1’




[흑인 발레리나, 흑조가 되어 날아오르다]

늘 그렇듯 역경을 딛고 꿈을 이뤄나가는 특정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단순한 스토리 구성이 아닌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는 식상함 보다는 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스토리는 항상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넘어서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녀만의 스토리는 곧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스펙을 이기는 스토리가 중요시 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짐작케 한다. 그리고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수반된 노력들을 보노라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꿈과 비전, 이를 이루는 끈기와 노력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분명히 느끼게 한다. 이번 작품 <테이킹 플라이트>는 ‘발레리나’라는 꿈을 이룬 흑인 소녀 미켈라 드프린스의 성공실화이다. 전쟁고아에서 스타발레리나로 거듭나기까지 그녀의 처절한 인생 항로는 그가 ‘백조의 호수’라는 무대에서 흑조의 역할을 맡아 스타가 된 것처럼, 꿈을 향한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그녀의 인생 과정에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흑인차별’이라는 낙인은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보편적 가치 또한 잘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최근 베스트셀러로 등장한 앵무새 죽이기, 파수꾼 등 차별, 선입견과 관련된 작품들과 더불어 읽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내전 상황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비극과 처참함을 드러내면서 시작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부모를 잃게 된 미켈라는 고아원에 맡겨지게 된다. 당시의 이름은 마빈티 방구라. 그녀의 피부색이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 점은 어릴 적부터 부모를 제외한 모든 이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는 부분이다. 백반증이라는 색소결핍 피부질환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지만 당시의 미신, 샤머니즘을 중요시 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그녀의 외형은 이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악마의 자식’, ‘악운을 가져오는 존재’ 등 부정적인 존재로만 여겨진 것이다. 이는 고아원에 가서도 관계자나 또래들로부터 환영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그녀의 백반증(색소결핍 피부질환)은 어릴 적부터 외형적 콤플레스로 자리 잡는다. 보이고 싶지 않은 치부로 자리 잡게 된 것. 하지만 진정한 친구 마빈티 수마와 새로운 미국인 가족과의 만남은 그녀의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원동력이 된다. 한 미국인 가정으로 입양되면서 그 가족들의 격려와 지원은 그녀가 춤에 대한 사랑과 꿈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된다. 미국에서의 생활 또한 ‘인종차별’로 인해 순탄치 않은 과정이나 항상 옆에서 지원하는 어머니의 격려와 사랑으로 그 과정을 이겨낸다. 그녀 어머니의 깨어 있는 마인드와 애정과 통제가 적절히 조화된 권위적 훈육방식은 미켈라 드프린스가 성숙해지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파트마타 아줌마와 달리 새로운 엄마와 아빠는 벌을 줄 때 회초리를 쓰지 않았다. 대신 ‘생각하는 의자’를 사용했는데, 내가 벌을 받아야 할 때는 3분 동안 거기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 엄마는 우리가 예의 바른 행동을 익히도록 규칙을 정했다. 규칙을 적어서 문에 걸어 놓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이고 엄마는 “규칙을 읽어보자꾸나.”하고 말했다. - 책의 내용 中 100쪽



함께 규칙을 세우고 강압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훈육을 하는 미국인 어머니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렇듯 새로운 보금자리의 따스함은 그녀가 세상에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신념을 갖게 하는 근본이 되기도 한다.

나이가 더 들어 지금은 세상의 편견에 감정이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한 걸음 물러나 편견을 그 자체로, 두려움과 무지의 결합물로 바라볼 수 있다. - 책의 내용 中 140쪽



꿈을 향한 그녀의 집념은 가족의 지원과 더불어 폭발적 성장으로 이루어진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품은 뜻을 끝까지 간직하고 나아갔던 그녀는 결국 발레리나로서의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고,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25세 이하의 젊은 여성”, “영향력 있는 125인의 여성” 등의 타이틀 위치에 자리매김 하게 된다. 조개껍질 속에 감춰졌던 흑진주가 진정한 빛을 드러낸 것이다. 시련을 통해 강해지고 성숙해나가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역경과 고난에 대처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한 편의 영화와 같은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스토리임에 틀림없다. 꿈을 향한 도전, 노력과 끈기의 표본을 보여주는 <테이킹 플라이트>는 이 시대에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힘이 되고, 응원이 될만한 메시지를 가득 담고 있다.

2015 07월 신간리뷰단 ‘초롱한눈망울’




[프린켑스가 되기 위한 경주가 시작됐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로마사의 향취에 흠뻑 빠졌었다.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 음모 그리고 전쟁을 배경으로 한 로마의 역사는 하나의 텍스트로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에 한때 역사학도였던 독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 그리고 책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12년 전에 “SPQR”의 도시 로마를 방문했다. 시오노 나나미와 <마스터 오브 로마>의 저자 콜린 매컬로 모두가 찬양해 마지않는 진정한 로마의 일인자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열변을 토하던 포로 로마노를 둘러보고 팔라티노 언덕에 올라 이천 년 전의 치열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뜨거운 오후를 보냈었다.

우리에게는 <가시나무새>로 더 알려진 콜린 매컬로 작가의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는 자그마치 사반세기에 걸쳐 출간된 역작이다. 400백년 가까이 진행된 공화국 로마 말기에서 내전기를 거쳐 제정 초기에 이르는 백여 년간의 격동의 시기가 <마스터 오브 로마>에서 다뤄지고 있다. 원로원이라는 과두정 시스템으로 지속돼온 공화정은 지속적인 팍스 로마나 정책으로 로마의 영역이 전 지중해를 거쳐 갈리아와 게르마니아에까지 도달하 게 되면서, 좀 더 효과적이면서 능률적인 통치 시스템으로 탈바꿈할 시대적 요청에 직면하게 됐다. 하지만 전통과 법률을 중시하는 공화정 로마의 유력한 네 개의 가문을 중심으로 구성된 원로원의 보수적인 인사들은 일련의 진보개혁적인 시도에 생래적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로마의 일인자>의 전 시대에 그라쿠스 형제에 의해 시도된 일단의 개혁들은 그렇게 좌절되기에 이르렀다. 그런 시대적 상황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로마의 일인자에 도전하는 로마인이라기보다 이탈리아인에 더 가까운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바로 개혁전도사의 입장에서 로마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다.

군 출신으로 산전수전 모두 경험한 라티움 출신의 마리우스는 재무관을 역임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 집정관(consul)의 대좌에 도전하고 싶지만, 공화정 로마의 유력한 가문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집정관에 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출에 도전하지도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부족한 점을 메워줄 수 있는 강력한 자원을 가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등장해서 정략결혼을 통해 상부상조하기로 합의한다. 고위관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카이사르는 자신의 장녀 율리아와 사십이 훨씬 넘은 마리우스를 결혼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이 훗날 로마의 진정한 프린켑스가 되는 손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미래를 결정했을 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콜린 매컬로는 마리우스와는 반대로 유력한 코르넬리우스 집안의 술라를 등장시킨다.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술라는 파락호 뺨치는 캐릭터로 등장해서 의붓어머니와 그녀의 정부 그리고 동성애까지도 서슴지 않는 그야말로 에피쿠로스 철학의 철저한 신봉자로 살아온 경력을 자랑한다. 나이 삼십에 되어서야 비로소 로마 정계의 발을 들이게 된 이 정치신인은 행운아(felix)라는 별명답게 부유한 두 명의 여인에게서 물려받은 상속재산과 마리우스와 마찬가지로 카이사르 집안의 사위가 되면서 로마의 일인자 자리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시오노 나나미가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2,000년 로마 역사를 기술했다면, 콜린 매컬로는 좀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로마 역사상 가장 멋진 영웅들이 등장해서 패권경쟁을 벌이는 공화정 말기에서 제정으로 이행되는 기원전 1세기에 관심의 방점을 찍고 있다. 전자가 좀 더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을 했다면, 콜린 매컬로는 시력을 잃을 정도로 방대한 독서와 자료 조사를 통해 정밀하면서도 개연성 짙은 팩션을 만들어 내는데 정성을 다했다. 신자유주의 광풍이 불던 비슷한 시기에 저술된 <마스터 오브 로마>와 <로마인 이야기>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가가 의도한 서사 구조와 내러티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온전하게 독자의 몫일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을 읽을 적에는 그저 고개만 끄덕거리던 수동적 관점에서 벗어나, 이천년 전 역사의 빈 공간을 채우는 상상력이라는 멋진 요소를 가미해서 새롭게 탄생한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 오브 로마>는 몇 가지 면에서 비교우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로, 시오노 나나미가 정치적 관점에서 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콜린 매컬로는 로마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그런 정치사적 사건들을 뛰어 넘어 로마 민중들의 삶에 자체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가령 예를 들어, 라티움 출신의 무장 마리우스가 카이사르 저택에 초대되어 만찬을 즐기는 장면을 보자. 콜린 매컬로의 묘사는 바로 우리 앞에 차려진 검소하면서도 정성껏 준비된 진수성찬을 직접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글쓰기로 독자를 현혹한다. 그 장면을 읽는 순간, 어지간한 내공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누미디아의 왕 유구르타의 이부형제 보밀카르가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로마의 서민 아파트 지역인 수부라에 잠입해서 자객을 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뉴욕 대표적인 우범지대 할렘의 바에서 킬러를 찾는 격이라고나 할까. 콜린 매컬로가 직접 당대 로마의 지도를 그릴 정도로 미로 같은 로마의 뒷골목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자랑할 정도가 아닌가. 무시로 등장하는 팩션 속 로마 여인네들의 복식은 물론이고, 원로원 의원의 토가 자락에 대한 묘사에도 작가의 내공이 담뿍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작가의 역사의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미 알려진 역사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노라고 사후에 선언하는 방식이라면, 콜린 매컬로는 주요 인물간의 유의미한 대화라는 소설 특유의 방법을 동원해서 독자를 설득한다. 누미디아 전쟁에 나선 똥돼지 메텔루스의 무능함과 이기심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하면서 동시에 한 때 유구르타와 전우였던 마리우스의 전쟁판을 읽는 판세분석과 정치적 감각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뛰어난 식견을 칭송한다. 마리우스가 그라쿠스 형제의 농지개혁법과 17세 미만 청년들의 군역을 면제하는 법안 그리고 언제나 로마군단과 함께 참전하면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게 되는 속주병들에 대한 처우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명확하게 지적한다. 이런 식으로 보통의 로마 인민과 동맹인 이탈리아 사람들을 계속해서 차별대우하게 되면, 로마가 지금까지 이룩한 팍스 로마나라는 공동운명체 개념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경고는 향후 전개될 로마의 정치 시스템 선택투쟁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책의 말미에 마리우스의 미래 정치구상을 본 술라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유능한 지도자가 기득권 세력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는 작가의 서술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콜린 매컬로가 공들여 설계한 개연성을 뛰어넘는 핍진성을 지적하고 싶다. 사실 역사만으로는 팩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무슨 수로 이천 년 전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을 수반한 개연성 넘치는, 그야말로 생선회처럼 팔팔 뛰는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다. 가공된 것으로 보이는 술라와 그의 첫 번째 부인 율릴라와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역시 시중에 떠돌던 소문을 픽업해서 창조된 것으로 보이는 술라의 미소년 애인 메트로비오스에 대한 이야기, 술라가 펠릭스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음의 천사’와 자해까지 무릅써 가면서 의붓어머니 죽음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는 부분들은 기존의 미스터리물들의 성과를 뛰어넘는 설정으로 보인다(정통 역사가의 기준에서 본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한 땀 한 땀 공들이는 술라의 치밀한 음모에 대한 핍진함이야말로 콜린 매컬로의 장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 외에도 이부형제 유구르타에게 충성을 다하다가 결국 배신하게 되는 보밀카르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권력은 그 누구하고도 나눌 수 없다는 정치학 원론의 소설적 해석에 해당하는 스토리가 아닌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누미디아 전쟁을 질질 끌고 있는 메텔루스를 낙마시키기 위해, 수많은 클리엔테스(피호민)들을 동원해서 원로원에 메텔루스를 비방하는 청원 편지 공략을 성공시켜, 마침내 꿈에 그리던 집정관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군인 마리우스가 아닌 정치가 마리우스의 작전도 일품이었다.

텍스트로서 소설의 장점 중의 하나는 다양한 독법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로마의 일인자>를 로맨스 소설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고, 혹자는 정치학 입문서로, 혹자는 고대 전쟁사로, 혹자는 비교문화사로, 또 혹자는 배신과 음모 그리고 정략결혼을 매개로 한 스릴러 드라마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다양성이야말로 이천 년이 지나도 로마의 역사와 그 시대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드라마가 여전히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마스터 오브 로마> 대원정의 순항을 기대한다.

2015 07월 신간리뷰단 ‘hermes91’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처음 ’영악한 경제학’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에는 경제 지표를 해석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경제현상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인 줄 알았다. 특히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27가지 방법’이라고 되어 있어서 주식이나 부동산투자를 할 때 주의하는 방법 같은 것을 알려주는 건가 싶었다.(실제로 이런 투자를 할 때는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무심코 따라가다가 큰 코를 다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와 관련한 내용을 가볍게 다루는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철저히 뒤집고, 이 책은 꽤나 다양하고 중요한 내용들을 주제로 담고 있었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 때 주의해야 할 점들, 간과하기 쉬운 것들 등 제 1장에서 ’관점의 전환’부터 시작하여 투자, 시장경제, 사회에서의 경쟁, 가족과의 사랑까지 삶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광범위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생각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가족까지 연결시켜 서술했다는 것이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사고의 흐름을 유연하게 연결시킬 수 있었던 힘은 ’들어가며’에서 언급된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연구소생활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영악한 경제학’이라는 제목만 보면 경제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제목이 책의 내용을 다 포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경제가 인간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경제의 범위를 삶의 기저까지 확장하는 의미로 생각하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제’의 범위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넣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뭐 처음에 ’경제’라는 용어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제목을 저렇게 붙였다는 내용을 추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책의 제목을 다시 붙이자면) ’영악하게 사는 법’, ’영악한 삶’, ’영악하게 사고하기’, ’영악하게 생각하기’ ’영악한 판단법’ 뭐 이런 것들이 훨씬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시작은 조금 독특한 편이다 . ’영악하다’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가 첫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만큼 저자는 ’영악함’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싶은 ’영악함’ 사전적 의미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사고하는 것=영악함 이라고 간주하고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그 정보들이 다 진실되며, 같은 무게에,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과거보다 몇 백배 이상의(어쩌면 이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정보를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그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골라낸 후, 그 정보에 근거하여 올바른 판단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현대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해졌으며, 이 능력의 출중함에 따라 많은 일의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 직관 등은 언제나 사람들이 합리적 판단을 하도록 이끌지는 않는다. 정보화시대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능은 과거 원시사회에서 생존하기 유리한 것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때때로 그것은 사람들이 비합리적 판단을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보이스 피싱 등 심리적인 범죄들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잘 이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양질의 정보를 골라내는 법, 옳은 판단을 하는 능력 등을 연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저자가 말하는 ’영악함’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저자 또한  ’들어가는 말’에서 왜 우리가 다양한 관점을 갖고 세상의 패러다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들어가는 말’은 꼭 꼼꼼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근 대한민국이 열광한 놀란 감독의 과학영화 ’인터스텔라’의 의미심장한 문구 "우리는 항상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를 이용하여 사실분석, 인과관계 등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강조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내용을 쉽게 다루면서, 글을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11p. 앞이 보이지 않을수록, 주어진 과제가 불가능해 보일수록 선택은 즉흥적이 아니라 과학적이어야 한다.



철저하게 이과적인 생각인 이 문구도 인상적이었다.(이과라면 대부분 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들어가는 말’에서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 굉장히 많았고 기억에 남는 문구도 많았다. 또한 저자가 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는지 의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많은 책들처럼 유명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편집하여 넣은 것이 아니라, 꽤나 신경을 써서 ’들어가는 말’을 쓴 것이 드러나서 매우 인상 깊었다. 아마 저자는 이 책의 본문에 힘을 들인 만큼 서문에 많은 노력을 쏟았을 것이다. "서문이 뛰어난 글은 본문도 훌륭하다"라는 나의 평소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1장 ’관점의 전환’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올슨 스콧 가드의 <엔더의 게임 ender’s game>의 본문을 인용하였다. <엔더스게임>은 얼핏 보면 청소년판타지문학이나 단순한 sf문학으로 보이지만 인간 의 심리, 사회현상 등에 대하여 굉장히 심층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나 또한 엔더스 게임이라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인용한 것이 매우 반가웠다. 인용한 문구 또한 내가 인상 깊게 읽은 내용 중 하나였다.

22p. 어느 순간 엔더의 눈에는 침략군 함대들의 움직임이 한쪽으로 쏠리고 또 특정한 중심점으로부터 방사선으로 퍼져 나가는 패턴이 보였다. 중심점은 이동했다. 하지만 오랜 관찰을 통해 모든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그 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저자는 여러 학자의 이론, 예를 들어 찰스 페로의 ’정상사고’나 경제학 이론, 용어 등을 다루면서도 최신 이슈를 적절히 혼합하여 서술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이 책을 단숨에 쭉 읽게 만들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풀어 쓰는 능력이 출중한 것 같다. 또한 책의 부제들도, 목록들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다루는 내용들도 광범위한데 각각의 목록을 흥미롭게, 요점을 담아 서술한 것을 보면 저자는 굉장한 공부광인 것 같다. 이 외의 자세한 내용은 다루지 않겠다. 많은 사람들이 요약본을 보기보다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단, 군데군데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다. 이런 부분들은 독자들이 영악함을 발휘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을 평가하자면, 능숙한 쉐프의 손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요리되어 훌륭하게 차려진 뷔페를 즐기는 것 같다. 깊이 있는 경제학, 심리학 등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광범위하게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키우는 데 많은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전공자들에게는 저자가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너무 얕게 느껴질 것이다, 한 가지 요리의 깊이 있는 맛보다 뷔페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책이다.) 성인들은 물론이고 청소년, 대학생들이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2015 07월 신간리뷰단 ‘동그라미마름모’




저자는 영어에서 한국어까지 10여 개국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목차를 보면 각 챕터의 제목은 가능한 언어의 나열이 아닌듯하다. 컴퓨터언어라는 당황스러운 챕터가 있었다. 어쨌거나 10개 국어는 정말 대단하다. 요즘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TV를 보다 어느 프로그램에 신인 연예인이 나오면 당연하다는 듯이 2~4개 정도의 언어가 가능하다는 소개가 이어진다. 그것도 입이 쩍 벌어지는데 10개는...... 그 외국어들에 대한 저자의 열린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제목을 봐도 그렇고, 나도 처음엔 언어학습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외국어공부는 중요한 관문이고 매개체이지 그 자체가 전부는 아니었다. 언어를 배움으로써 접하게 되는 다른 세상, 몰랐던 세계의 이야기이다. 내가 ’열린’이야기라고 했던 이유이다. 때문에 한편으로는 여행 수기 같기도 하고 언어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도 있는 교양도서 같기도 하다. 나도 외국어에 대해 관심이 있는 편이라 당연히 언어 공부에 대한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모국어 외에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외국어가 없다. 그나마 일본어가 나은 편이다. 처음 배운 건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였다. 내가 간 학교의 제2 외국어는 불어와 일본어였고 학생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내가 입학한 해의 학생은 일본어를 배울 차례였다. 그렇게 어색한 히라가나 쓰기연습을 시작했다. 두어 달 후 지루한 클럽활동을 빼먹기 위해 참여한 교내 일본어 경시대회에서 본의 아니게 2등을 하면서 도내 경시대회 준비를 하게 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더욱 심화된 수업을 받았다. 이때까지는 10년을 배워도 말 한마디 못하는 영어와 똑같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몇 년 지나 동생의 권유로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귀가 트이면서 일본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재미에 들떴다.

저자가 말하는 외국어는 자신과 자신의 언어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면서 동시에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단지 스펙만을 위해 배우는 것을 지양하고 죽어라, 사전을 씹어 먹어가며 공부하는 태도를 끔찍해한다. 처음부터 외국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니 기준도 과정도 판이하게 다르다. 책을 보면 저자는 한국어를 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육교 위에서 한 할머니가 점을 봐주었고 자신이 한국여성과 결혼하게 될 거라고 말했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지금은 가게에 가서 주문을 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고 스펙 용도로의 인식이 강한 우리에게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다. 책을 보면서 이렇게 참 다르구나 라는 걸 느꼈다.

외국어를 배우면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을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려준다. 동시에 언어는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문화와 삶이 모두 담겨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몇 가지 언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이 의미할 수 있는 나라의 사정 같은 것도 언급한다. 이러한 모든 사실을 통해 언어 사이에 우월함은 있을 수 없고 동시에 구사하는 언어를 통한 차별도 부당하다고 말한다. 외국 연예인이 와서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면 놀라워하고 기뻐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말을 배우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꼬집을 때 너무 와 닿았다.

살아있고 열려있는 외국어에 대한 저자의 인식을 알고 난 후 나는 외국어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게 됐다. 안 할 수 없었다. 저토록 말랑말랑하고 실용적인 인생을 봐 버렸으니까. 이미 나도 스펙을 위한 언어습득은 버렸다. 조바심내지 않고 평생 다양한 언어를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만 그 뚜렷한 목적은 없었다. 하지만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의식하게 됐다. 책이 내게 던진 숙제와도 같다. 그리고 언제나 습득의 즐거움을 잃지 않는 외국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겐 이것으로도 괜찮은 것 같다.

2015 07월 신간리뷰단 ’kassia’




읽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그림책. 매일같이 바쁘고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가족들을 위해 바쁘게 일하는 아버지, 아이 돌보랴 집안일 하랴 출근까지 해야 하는 엄마, 학교-학원-집의 굴레를 벗어날 틈이 없는 아이들까지. 누가됐든 이런 갑갑하고 재미없는 일상을 벗어나게 해준다면 얼마나 홀가분하고 즐거울까. 이런 꿈을 꾸며 언젠간 이루어지기 바라는 희망으로 쓴 상상일기 같은 그림책이다.

표지를 잠깐 살펴보자. 샛노란 태양이 빛나는 하늘에 세 가족이 밧줄에 꽁꽁 묶여 매달려 있다. 바둥거리며 정신 못 차리는 아빠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엄마 사이에 주인공 전진해양은 혼자만 태연한 표정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 한가운데 손가락을 갖다 댄 모양이 뭔가 수상하다. 제목만큼은 심각한 ’납치사건’인데 그 속내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모든 걸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해 사뭇 더 궁금해진다.

아버지 전일만씨는 출근길에 가방에게 삼켜지고, 어머니 나성실씨는 마찬가지로 출근길에 치마가 홀랑 뒤집어져 그녀를 묶어버린 채로 날아간다. 학교에서 수학수업을 듣던 나 전진해는 수업이 끝나는 종이 치자마자 머리에서 숫자들이 쏟아져나오며 날아간다. 이렇게 날아간 세 사람은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 떨어지게 되는데, 난데없이 일상에서 벗어나 그들은 마치 이상향 같은 바닷가로 납치된 것이다. 누구에 의해? 가방과 치마와 머리에 의해!(이런 자유로운 상상력에 찬사를ㅋㅋ) 이 가족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정말 납치를 당한다. 하지만 말이 납치지, 바쁘기만 한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탈출해버린 그들은 아무도 없는 그들이 내던져진 그 장소에서 누구보다 신나게, 아주 열심히 놀기 시작한다.

무엇이 두려운지, 무엇이 걱정인지 우리는 일상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하루만 내 마음대로 놀아도 지금껏 해 온 모든 일이 허사가 될 것 같고 하늘이 무너지든 땅이 꺼지든 무언가 어마어마하게 큰일이 벌어질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엔딩 부분이다. 가족들은 아주 갑작스럽게 이유 없이 납치되고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 떨어져 마음 가는 대로 신나게 논다. 각자 떨어졌을 때도 그랬고 아빠, 엄마, 아이 순으로 가족이 그 낯선 장소에서 모여 같이 있을 때도 출근하지 못한 직장 따위, 수업이 끝나지 않은 학교 따위 생각나지도 않는 듯이 재미있게 논다. 그리고 그들에겐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아주 상쾌한 한 줄로 이 그림책은 끝난다.

휴가철인 요즘 답답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완전히 잊고 미친 듯이 놀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어가길 바란다. 유아용 그림책이지만 학교와 학원에 시달리는 아이들, 일에 치이는 고리타분한 어른들이 읽기에도 굉장히 좋은 책인 것 같다. 대리만족과 상상력이 첨가된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책이었다. 가끔 답답할 때 두고 두고 이 책을 봐야겠다.

2015 07월 신간리뷰단 ‘고솜돝’




[발명이 문화를 바꿔?]

발명품이 우리의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고, 또 어떤 문화를 만들어냈는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면 된다.

얼마 전, TV에서 ‘장영실 쇼’를 보다가 꿈의 물질, 그래핀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았다. 스카치 테이프에 연필의 흑연을 묻혀서 접었다 폈다 하여 얄팍하게 한 겹을 벗겨내는 작업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소재라고 한다. 흑연 속 원소인 탄소는 육각형 그물처럼 배열된 평면들이 층으로 쌓여 있는 구조인데, 이 흑연의 한 층을 그래핀이라 부른다. 그래핀은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강하고 투명하며 신축성도 뛰어나다. 초고속 반도체, 휘는 디스플레이 등으로 미래의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으며 많은 과학자들, 특히 중국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이다. 신소재를 발견, 혹은 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어떤 산업에 창의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성패의 좌우를 가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벤처기업들이 달려들어 연구를 하고 개발을 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기에 눈밝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처럼, 하나의 발명품, 혹은 발견은 우리의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문화가 보이는 발명 이야기>는 그래핀 같은 최근의 연구업적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문화를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발명품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석탄에서 실을 뽑아낸다고? 나일론

’석탄과 물, 공기로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섬유, 나일론 발명’ 

캐러더스 박사가 발명한 새로운 섬유로 듀폰은 최초의 상품을 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칫솔이었다. 무려 440여 년 동안이나 뻣뻣한 돼지 털을 엮어 만든 칫솔을 쓰고 있던 사람들은 튼튼하고 세균이 잘 자라지 않는 나일론 칫솔에 열광했다. 이듬해에는 고무처럼 쭉쭉 늘어나는데도 찢어지지 않는 스타킹이 나왔다. 전쟁 때에는 비단 대신 나일론으로 낙하산을 만들어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끄는 데 공헌하기도 했다.

그 뒤로 나일론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합성 섬유들이 세상에 나오면서 천연의 동식물에 의존하던 옷감은 점차 합성 섬유로 이동하게 되었다.


# 한 끼 식사로 충분해요! 콘플레이크

요양병원 의사이자 병원 책임자였던 켈로그 형제는 고기가 건강의 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환자들은 고기를 원했다. 고민 끝에 곡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내놓았지만 불평불만이 쏟아졌다. 형제가 곡물 반죽을 얇게 밀어 놓고 응급 환자를 처리하러 간 사이, 반죽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압출기에 넣었다 뺀 후 다시 구워내자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이 나는 음식이 탄생했다.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맛까지 있는 콘플레이크가 만들어지자, 미국 가정에서는 집집마다 아침 식사 대신 콘플레이크를 먹는 것이 유행이 되었고, 결국에는 많은 미국 사람들의 아침 식사를 바꾸게 되었다.

‘교과서가 보이는 발명 노트’ 코너에서는 교과서 연계 부분을 이렇게 소개하여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콘플레이크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갈 수 있게 여러 가지 잡곡들을 섞어 만든 혼합물! 바로 여기서 4학년 1학기 과학 4단원 {혼합물의 분리}가 등장하는 것이다. 우리 주위의 혼합물을 조사하고, 화합물과의 비교도 해 보는 등, 흥미로운 활동들을 스스로 찾아서 해 볼 수 있다.

‘기발한의 소곤소곤 문화 이야기’ 에서는 발명품이 어떤 문화를 만들어냈는지,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중점적으로 소개해 주고 있다. 콘플레이크의 경우 미국의 식생활을 바꾸었다. 콘플레이크 외에도 우리나라의 김치와 된장, 고추장은 물론, 라면, 프파케티, 도넛, 샌드위치, 포테이토칩, 치즈, 마가린, 콜라 같은 음식은 모두 발명품! 우리 아이들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팸.  잘게 다진 열량 높은 고기를 깡통에 담아 휴대가 간편하게 한 스팸은 대표적은 전투 식량이라고~

# 젊음의 상징, 청바지

청바지도 벌써 발명된 지 140년이 넘었다고 하네요. ’골드러시’기간 캘리포니아에 금을 캐러 찾아 온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자 독일에서 이민 온 청년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천막을 만들어 팔기로 한다. 가게는 대성공이었고 군대에 사용할 천막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고 10만 개의 천막을 만들게 되는데... 녹색이 아니라는 이유로 파란색 천막을 납품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는 용도를 바꾸어 질기고 때가 타지 않는 바지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청바지!

한때 노동자의 튼튼한 작업복으로 사용되었던 청바지는 <위험한 질주>의 영화 주인공이 청바지를 입으면서 젊음과 반항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1970년대에는 전쟁을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문화가 퍼져 나가면서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게 되었다고. 가볍고 잘 늘어나는 천을 사용하면서 청바지는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옷이 되었다.

발명품이 세상에 빛을 보이기 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어 그것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는 한여름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에어컨을 발명한 캐리어는 엄마의 영향으로 기계를 조립하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분수를 잘 몰라 학교에 가기 싫어한 아들의 고민을 사과 하나로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주면서 해결해준 어머니의 교육방법도 소개된다. 캐리어 엄마의 남다른 교육방법은 캐리어가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큰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최초로 증기 자동차를 만든 퀴뇨가 파리 시내를 운전하다가 교통 사고가 발생하자 감옥에 갇히는 일도 있었다. 앞으로는 파리 시내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다는 판결까지 받게 되었지만 이 후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관심을 보이며 연구를 시작했고, 지금의 자동차와 비슷한 증기 자동차와 증기 기관차들이 등장하게 된다. 퀴뇨의 노력이 없었다면 자동차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거라나...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발명이란 어렵고 멀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사소한 실수를 통해서, 혹은 여러 번의 시행 착오 끝에 탄생한 발명품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다 보면 자연히, 저절로 발명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발명은 물건을 발명하는 것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서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면 금상첨화~

사소해 보이지만 전혀 사소하지 않은 발명품이 문화를 바꿔?

문화를 바꾸는 발명품의 뒤에는 발명가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 있고, 또 그 뒤에는 창의력을 마구마구 키워주고 뒷받침해주는 훌륭한 부모가 숨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결론~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꼭 필요한 <문화가 보이는 발명 이야기>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2015 07월 신간리뷰단 ’비구름바람’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과거의 수많은 현인들이 미래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노력들 중 대부분은 무참한 실패로 끝나 버렸다. 문득 원숙한 노학자가 어떤 것이 옳다고 긍정적인 말을 꺼내면 실제로도 옳은 경우가 많지만, 그가 어떤 것이 틀렸거나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말을 꺼내면 헛소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격언이 머릿속을 스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게 어려운 수준을 넘어서 애초에 불가능한 수준에 가깝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한정된 정보와 편협한 관점 속에서는 필연적인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으니까. 설령 세상이 결정론적으로 작동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한낱 인간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한다는 일은 영영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미래 예측은커녕,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현재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는 일만 하더라도 터무니없이 어렵게 느껴진다.

이 책 <바이오해커가 온다>는 21세기의 가장 큰 변화로 여겨지는 생명공학 세계의 한 갈래를 소개하는 글이다. 바이오해커라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도통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개념이다. 지금껏 해커라 하면 그저 컴퓨 터와 관련된 무언가를 상상할 따름이었는데, 이제는 해커의 개념이 생명공학의 세계에까지 확장되어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해커Hacker’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특히 해커라는 단어는 크래커Cracker와 엄밀히 구분되지 않은 채 부정적으로 묶여 불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더더욱 혼동스러웠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부정적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가 더 많이 보이고 있었던 것 같다. ’시민 개개인이 자유롭게 향유하는 생명공학’을 표방하는 바이오해커의 세계는 오픈 소스의 정신을 계승하여 20세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지속된 거대과학의 추세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바이오해커들의 노력으로 인한 긍정적인 결과물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특히 유익한(물론 인간에게) 쪽으로의 생명체 개선, 인간의 건강을 개선하고 수명을 증진하기 위한 유전자 분석과 개인 맞춤형 치료, 3D 바이오 프린터 기술을 이용한 다용도 생명체 제조 등이 주류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바람에 책과 팟캐스트, 강연 영상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바이오+3D 프린팅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니? 다른 매체를 통해 얼핏 들었던 내용이지만 이 책을 통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접하고 나니 더욱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바이오해커 집단들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오픈 소스 정신을 지향하는 그들에게는 저작권을 비롯한 사회제도와 윤리적 통념의 벽이 매우 높게 느껴질 것이다. 책에서 잠깐 언급된 MS Windows와 리눅스Linux의 싸움처럼, 바이오해커들의 자유로운 공유와 집단지성 향상의 이상은 많은 문제점들을 야기하며 오랜 기간 동안 그들을 괴롭힐 것이다. 게다가 생명을 개조한다는 행위의 부정적인 느낌은 많은 윤리적 물음들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다른 동물이 아닌 우리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나 실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구 생태계 환경이나 다른 사회적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 역시 다양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 보인다. 특히 황우석 사건 이후로 민감해져 버린 대중들의 요구나 관심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어 보인다. 이런 이야기하면 꼭 등장하는 GMO 관련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신의 창조물을 인간이 멋대로 조작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 역시도 결코 가볍지 않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어떻게 공개되고 관리될 것인가의 문제도 큰 민감도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애초에 엄청나게 복잡한 연구와 실험의 과정을 통해 만족스러운 바이오해커 기술을 확보하고 유익함을 창출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을 것이다. 어느 하나도 만만하게 보이는 부분이 없다.

그렇지만 일단 바이오해커들의 노력으로 인한 변화가 시작된 이상, 쉽사리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물줄기가 터져 나온 게 아닐까도 싶다. 극도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바이오해커 집단의 노력을 그 누가 완벽하게 통제하고 막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아나키스트적 성향은 인위적으로 옭아맬 성질의 개념이 아니다. 결국 인류가 아무리 우려하고 저지하더라도, 그들의 노력은 앞으로 다가올 나머지 21세기의 세상에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이 책 자체가 무척 흥미로운 내용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었다. 나처럼 현대와 미래 사회의 변화에 민감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이 같은 내용의 책을 접해본 적이 없었 기에, 한 번쯤 바이오해커들의 노력과 생명공학 분야의 변화를 알아보는 것도 나름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아직 명확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청소년이나 열정적인 젊은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의 내용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바이오해커의 산실 아이젬 대회를 소개하는 부분에 더 집중해 보기를 바란다.

21세기의 굵직한 변화에는 인공지능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생명공학의 세계 역시도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물론 수많은 학자들이 미리 반복적으로 예측했던 바이기에,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나 역시도 생명공학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오해커들의 활동은 돈과 권력, 정보와 지식을 가진 소수의 특권층 세력에 대항하는 하나의 대중적인 문화운동 코드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과연 어떤 집단이 21세기의 변화를 주도하여 대미를 장식하게 될까? 바로 지금, 바이어해커가 온다.

2015 07월 신간리뷰단 ’산골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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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월 1주] 추천도서리뷰 201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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