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드

등록일 | 2014.11.25 조회수 | 1,653

[2014 11월 4주] 북앤기자단과 함께 하는 이 주의 주목신간



#1. 달의 연인 _ 미치오 슈스케

 


 나는 어떤 나라에 대해 알고 싶어지면 제일 먼저 그 나라의 드라마나 그 나라 작가의 책을 읽어본다. 여행을 가서 직접 부딪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그 나라만의 분위기나 특징,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치오 슈스케<달의 연인>라는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주인공들의 성격이 참 흥미로웠다. 책 안에 일본인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잘 묘사되어 있고, 주인공들의 성격 역시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뭔지 모르겠는 일본스러움이 녹아잇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몸은 내 방에 있지만 정신은 일본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달의 연인>은 로맨스소설의 필수 요소라고도 할 수 있는 능력 좋은 남자주인공과 착하고 밝은 여자주인공 그리고 둘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시키는 예쁜 여자 조연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을 보고 뭔가 굉장히 치열하고, 뜨거운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달의 연인>이라는 책의 제목과 알맞게 치열하고 뜨거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섬세하고, 잔잔해서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냉철해 보이는 젊은 사업가 렌스케와 착하고, 밝지만 그렇다고 마냥 바보는 아닌 야요이가 함께 놀이터에서 선향불꽃을 태우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나 작은 주점 ‘온짱’에서 거대 명란주먹밥과 맥주를 마시며 하루 일과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네 일상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비현실적이라 아름답고, 친근하다.

 

 사실 <달의 연인>은 일본에서 책이 출간됨과 동시에 후지TV에서 드라마 ’달의 연인’으로 방송되었다. 책을 다 읽은 후 호기심이 생겨 일본 드라마 ’달의 연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드라마는 생각만큼 흥행하지 못했는데 내 생각에는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위치가 책과 달라졌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 <달의 연인>에서 남녀주인공들 말고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슈메이’라는 중국인 모델이다. 책 속에 슈메이는 렌스케와 야요이 못지 않은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로 나온다. 렌스케의 회사 레골리스가 슈메이가 다니던 가구회사 천미가구를 인수하면서 슈메이는 길거리에 나앉게 되고, 우연찮게 슈메이를 본 레골리스 홍보 담당자 가 슈메이를 레골리스만의 전문 모델로 세우고자 한다. 그러나 슈메이는 자신의 회사와의 의리를 생각해 모델을 거절하고, 친했던 동료에게 배신당해도 그를 탓하지 않는다. 슈메이는 결국 레골리스의 모델 일을 수락하지만 그건 아버지의 빚 때문이었다. 이처럼 내가 책 속에서 느낀 슈메이는 의리도 있고, 가족을 사랑하고, 모델 일을 할 만큼 상당히 예쁜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그런 걸 내세우거나 이용하지 않고 오롯이 정직하게 살아가는 여성이다. 물론 렌스케와 야요이가 관계를 진전시켜나가는 데에 약간의 방해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슈메이는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러나 드라마 ’달의 연인’에서는 슈메이의 이런 매력이 잘 부각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와 소설은 다른 매력을 지닐 수 있으니 꼭 한 번 책으로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 <달의 연인>을 읽는 내내 이야기가 잔잔하고,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로 사건이 전개되었지만 지루하다고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여운이 남고,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이 갖고 있는 분위기가 책에 부드럽게 녹아있어 좋았다.
-북앤기자단 12기 김민정 (najoycjstk)

 


#2. 미주알 고주알 _ 권혁웅

 

몸이 시가 되다

 

 ’미주알’은 똥꼬를 말하는데, ’고주알’에는 뜻이 없다. ’미주알 고주알’이란 ’아주 하찮은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주알’은 미주알 주변에 붙은, 사소하고 하찮은 부스러기를 말하는 게 아닐까? 미주알을 잘 쓰다듬어야 고주알이 따라온다는, 뭐 그런 용례. (p.380)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미주알 고주알’에 대한 작가의 단상이다. 이럴수가, ’미주알’이 그런 뜻이었다니! <미주알 고주알> 이와 같이 ’몸’과 관련된 단상으로 구성된 책이다. 몸에 관련된 작가의 생각 가지치기는 때로는 ’미주알 고주알’처럼 새롭기도하고, 때로는 가슴깊이 공감이 가기도 한다.

 

 시인인 작가는 ’계통 없이 책 읽기’를 취미로 꼽는다. ’남독가(濫讀家)’에게 적합한 책에 대해 늘 갈증이 있었다는 그는, 자연과학에서 인문학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글, 고백에서 비평에 이르는 모든 어조를 포함하는 글을 쓸 수 없을까 고민해왔고, 이 책은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작가의 취미는 꼭 나와 닮았다. 게다가 한의학을 전공하는 내게 인체에 관한 인문학적 단상이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의 목차는 잡다, 만지다(손), 찾아가다(발)에서부터 말하다(입)를 거치고, 부풀어오르다(젖가슴)와 닿다(피부)를 지나, 두근거리다(심장)에 이른다. 독자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 몸의 구석구석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시간을 두고 바라보는 것은 사랑하게 되는 길이다. 나의 몸을 사랑하게 되고, 더 나아가 내 눈이 향하는 곳, 내 손이 뻗어가는 곳, 즉 타인을 사랑하게 된다. 이 책은 이처럼 자신의 몸에서 시작하여 타자에게로 다가가는 과정이며, 두근거리는 사랑에 이르는 길이다.

 

 시인은 이 책과 더불어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라는 시집을 냈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글이 시집에 실린 시들의 메모이기도 하고, 그 시집에 실린 시가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전신이라고하니, 두 권을 연이어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북앤기자단 12기 김민지 (kmj711)

 

 

#3. 슬픔도 힘이 된다 _ 양귀자

 

<슬픔도 힘이 된다>는, <원미동사람들>, <모순>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양귀자 작가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중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산꽃>, <천마총 가는길>, <기회주의자> <슬픔도 힘이 된다> <숨은꽃> 총 5편이 있는데, 양귀자 작가의 소설을 읽는 내내 1980년대 우리사회의 현실의 한 부분을 드라마처럼 보는 느낌과 같았다.

 

특히 <산꽃>과 <천마총 가는길>, <기회주의자>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각각의 작품이지만 한 남자 주인공이 겪는 각각의 3개의 이야기를 보 여주는 것 같았다. <천마총 가는길>에서는 군부정권 아래에서 행해지던 고문도 엿볼 수 있으며, 아버지 이장비용으로 받은 보상금으로 가족여행을 가던 길에 틈틈이 발생하던 오한과 두통, 고문당했던 지울 수 없는 그 기억 등이 묘사되지만 한편으로는 딸 한별이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다시한번 시작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여행이 주는 새로운 시작의 느낌과 아이가 주는 신비원 원동력을 아주 살며시 전해졌다.

 

<슬픔도 힘이 된다> 편에서 전교조의 모습이 그려졌다. 단지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인데,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관계 등에 대해 대항하고자한다. <기회주의자> 편에서도 출판사의 노조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였는데, 두편에서 엿볼 수 있듯이 화이트칼라라고 칭하는 그들의 노동, 애환 등을 보면서 그 시대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으며, 노동, 권력에 대한 투쟁 등이 어느 그룹에서나 어렵고 힘들며 그 안에서의 노고를 볼 수 있었다.

 

<숨은꽃>에서는 기존에 앞서 내용들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고, 김종구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인하여, 나 또한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에 대해 다시한번 되묻는 시간들이 되었다.

특히 그가 한말 중에 “평생 내가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는 신조가 하나 있다면 그게 뭔 줄 아세요? 머릿속에 먹물 담아놓고 주위에 검정물 뿌려대는 인간하고 상종하지 말 것, 바로 그겁니다.잠깐은 되지요, 하지만 길게는 안 돼요. 그런 부류들은 저밖에 모르거나 필경 주위에 불행만 옮기거든요. ..(중략) 머리는 즉시즉시 청소를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알맹이를 발견했을 때 얼른 쓸어 담지요. 곰팡이가 가득차기 시작하면 정말 끝장이예요.” 가 인상적이었다.

 

다섯편의 소설을 통해서 양귀자 작가의 생각을 전해받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소설은 특히나 자전적 소설인 느낌을 받았었다. 1980년대 고군분투했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으며, 양귀자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 북앤기자단 12기 최지연 (oursj85)


 

#4.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 _ 윌리 오스발트


전 인류, 한사람도 빠짐없이, 계층과 빈부격차를 막론하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그리고 평등하게 안고 있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그러나 여기, 공상과학소설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닌 현실에서, 누군가가 타인의 죽음을, 그 죽음이 발생할 시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상태라면, 그리고 그 죽음의 주인공이 남도 아닌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모든 게 평소와 똑같다. 그러나 며칠 뒤에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신작 <죽음을 어떻게 말할 까>의 내용은 단 이 두 마디로 요약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이 책에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아버지는 어느 날 ‘나’에게 자신이 자유죽음을 택할 것임을 알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자유죽음이란 20세기 초, 니체에게서 비롯된 개념으로, 자살과 달리 당사자가 온전히 자신의 정신을 의식하는 가운데 ‘적절할 때’ 스스로 결정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한다. 여기서 ‘적절한 때’라는 것은 자신이 생명을 유지하는 것보다 죽음을 택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의지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때라고 하는 뜻이다. 니체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음에도 찾아온 죽음은 겁쟁이의 죽음이라고 표현하였으나, 인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택한 죽음은 다르다며 깨어있는 명료한 의식을 가지고 택하는 죽음이 자유죽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책 12페이지 주석 참조)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의 저자 윌리 오스발트는 자유죽음을 택한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한해를 이 책에 기록해 두었다. 기업가로서 사회적으로 큰 명망을 떨친 아버지는 자신이 이미 충분히 삶을 맛보았다며 인생의 단맛도, 쓴맛도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고백한다. 먼저 간 아내의 유산을 정리하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부분과 자신의 소유였던 것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는 아버지. 자신이 누렸던 사회적 위치와 위신을 비참한 죽음으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던 그는 망연히 죽음이 찾아오기만 기다리기를 원치 않았다. 이런 아버지의 결정에 ‘나’를 비롯한 아버지의 주변 인물들은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만, 서로를 설득하고 토론하는 끝에 합의에 다가서게 되고, 아버지는 철저하게 계획된 시간과 장소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눈을 감는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는 단지 자유죽음을 택한 한 인간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죽음의 관찰자이자 당사자였던 작가의 서술을 통해, 죽음 앞에 서있는 한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맞닥뜨리게 된다. 어린 ‘나’의 눈에 강하기만 했던 아버지는 어느새 가벼운 낙상에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 가엾은 노인이 되었고, 생동감을 찾아보기 힘든 존재로 변했다. 작가는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현재 아버지를 위하여 하고 있는 일들이 당신의 죽음 후에도 감당 가능한 것인지를 되묻기 시작한다. 자유죽음을 택한 아버지를 위로하며, 그 결정을 지지하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 문제는 비단 그 상황에 처한 ‘나’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하여 사람들이 ‘죽어 감’과 ‘죽음’이라는 두 주제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금기시하지 않기를 바랐다. 때로는 죽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영원히 살아가고 싶은 것처럼 보내는 우리네 인생이지만, 인간의 품위 있는 죽음이라는 주제의 논의에 대해 우리 모두는 마땅히 동참해야 할 것이다.
- 북앤기자단 12기 최효정 (cuv2sa)


인터파크 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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