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드

등록일 | 2014.09.30 조회수 | 1,612

[2014년 9월 4주] 북앤기자단과 함께 하는 이 주의 주목신간

 

#1. 메이드 인 공장 _ 김중혁

이 책 <메이드 인 공장>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 "야호~" 소리를 질렀다. 그 동안 팟캐스트 ’빨간 책방’을 통해 알고 있던 김중혁 작가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매주 ’빨간 책방’을 들으면서 그의 글이 많이 궁금했지만 딱히 인연이 닿지 않았었다. 드디어 <메이드 인 공장>을 통해 김중혁 작가를 책으로 처음 만나보게 되어 기뻤다.

 

이 책을 읽기 직전까지 나는 과중한 업무 탓으로 수많은 골치 아프고 딱딱한 자료들과 책들에 파묻혀 주말까지 반납하며 씨름하던 중이었다. 그런 내게 <메이드 인 공장>은 만화책과 같은 아니 그 이상의 흥미와 즐거움을 선사했다. 책의 겉 표지에서부터 시작된 공장 그림은 책 속 차례까지 이어졌고, 중간중간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짧은 글은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에 충분했다.

 

’공장’을 떠올리면 먼저 커다란 건물과 쉴 새 없이 연기를 뿜어대는 굴뚝, 시끄러운 기계 소리, 힘세고 무뚝뚝한 아저씨들… 왠지 모를 딱딱함과 무거움이 먼저 느껴진다. 저자는 그런 공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위트 있게 풀어냈다. 특히 글 사이사이 괄호로 구분 지어 삽입해 놓은 저자의 혼잣말을 읽고 있노라면 김중혁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작가의 글보다 목소리를 먼저 접한 후유증일 것이다.

 

간장 공장 공장장님과 함께한 하루, 거대한 간장 공장에서 저자는 시간을 느낀다.

어쩌면 모든 식사란 시간을 먹는 일인지도 모르지.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시간, 그 음식의 재료가 익어온 시간, 그런 시간을 먹는 일인지도 모르지 . 한 끼 한끼란 무척 소중한 시간이란다. 간장 공장에서 돌아온 나는 검고 투명한 간장을 보며 시간을 생각하고 있다. 
<메이드 인 공장> 중

 

이 책 <메이드 인 공장>의 딱 중간 지점에서 ’김중혁 글 공장’을 만나게 된다. 한눈에 보여주는 글 공장의 그림도 정말 재미있다. ’김중혁 글 공장’은 다섯 개의 작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작업장은 모든 재료를 1차 가공하는 ’글감 분류실’이다. 매일 산더미처럼 밀려 들어오는 재료들을 사용하기 좋게 절단하고, 분류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글감 분류실’을 거친 소재들은 ’숙성 창고’에서 짧게는 이틀, 길게는 몇 년 동안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숙성 창고에서는 온도가 매우 중요한데,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소재가 쉽게 변질되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되 차가운 시선을 유지해야만 온도를 잘 유지할 수 있다. ’숙성 창고’를 거친 소재들은 ’소설 공장’ ’수필 공장’ ’그림 공장’등의 생산 라인으로 이동한다.

 

화장품 공장을 ’아름다운 현대의 무기 공장’이라고 표현한 작가의 통찰력은 아주 매력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곳의 화장품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파괴하는 무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무기. 얼굴에 두드려 흡수시키고, 얼굴에 연필로 그리고, 또 크림을 찍어 바르며 그렇게 아침마다 무기를 장착한 다음 새로운 인간으로 변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혼나고, 혼내고, 울고 웃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화장을 지우고 나서야 감정의 전쟁터에서 겨우 벗어나는 셈이다. 
<메이드 인 공장> 중

 

사실, 가장 먼저 펼쳐보고 싶었던 공장은 바로 맥주 공장과 라면 공장이었다.(나만 그랬을까?) 저자의 ’하이네켄 맥주 체험관’에서의 민망했던 경험에 미소를 지었고, ’라면만큼 공장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 또 있을까’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장 15군데를 신나게 산책하고 난 후, 나의 머릿속에선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 소설은 어떤 ’물건’이고, 어떤 ’제품’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김중혁 작가의 쉽고 재미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를 통해 나의 공장이 되어준 많은 감사한 이들을 위해 나는 어떤 공장이 되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위로를 받는다. 인간들은 대체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또,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부분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산으로 만들어진 조립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공장에서 서로를 조립하고 있는 셈이다. 
<메이드 인 공장> 중 

- 북앤기자단 12기 강빈 (biniy)

 

#2. 나의 딸의 딸 _ 최인호

우리 아빠는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시간이 지나면서 커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길 때면 <나의 딸의 딸>을 읽어보자. 특히나 내 아버지가 조금은 표현이 서투시다면, 무뚝뚝한 성격이시라면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많이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최인호의 <나의 딸의 딸>을 읽으면서 우리 아빠와 나에 대한 생각과 엄마와 외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저절로 난다. 작가 최인호씨의 딸 다혜가 자라는 시대적 배경이 엄마가 자라난 시대와 꽤나 가까운 시기라 그런 것 같다. 요즘은 TV를 키면 아이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아빠의 모습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자식에게 스스럼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버지. 지금은 이처럼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사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사회가 그려낸 아버지의 모습은 가족들과 말도 많이 나누지 않고, 자식들에게 위압적이고, 일만하고 무뚝뚝한 무서운 아버지가 보편적인 우리 가정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들도 어머니들 못지않게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할 텐데 왜 과거의 아버지들은 자신의 감정을 요즘 아버지들처럼 살갑게 표현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에 아버지가 자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자식이 하고픈 걸 다 해줄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최인호씨 역시 딸 다혜가 태어난 순간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세상에 안 좋은 것들은 자신의 자식들에게만큼은 절대로 느끼게 해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딸을 키운다. 본인은 본인 스스로를 그리 좋은 아버지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누구보다도 딸을 사랑한 딸바보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보인다.

 

 <나의 딸의 딸>을 읽다 보면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딸을 낳고 키우면서 딸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딸의 운동회에서 승부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겸허하게 페어플레이를 다시금 배우는 아버지. 딸의 초등학교 졸업식 날 비로소 졸업식 노래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깨우친 아버지. 딸의 시험공부로 인해 힘들어할 때 딸이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와 인내를 가지길 기도하는 아버지. 딸이 딸을 낳았을 때 손녀를 보며 깨달은 어린아이들이 지니고 있는 ’천진’의 위대함. 한 사람이 가족을 이루고, 그 자식이 또 가족을 이루면서 사람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배워나간다는 게 고스란히 글 속에서 묻어난다.

 

 아버지와 딸과 딸의 딸과의 대화를 보면 그 순수함과 천진함, 사랑스러움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도 모르게 나와 아빠와의 대화를 곱씹어본다. 커가면서 아빠와의 대화가 줄어든 것 같다. 커갈수록 가족보다는 친구와 함께 떠들고 노는 시간이 늘어간다. 지금부터라도 아빠와의 대화를 조금이라도 늘려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아직 아빠와 함께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앞으로 쓰여질 나와 우리 아빠와의 이야기도 <나의 딸의 딸>의 부녀관계만큼이나 사랑스럽고, 행복하게 써내려갔으면 좋겠다.


- 북앤기자단 12기 김민정 (najoycjstk)




#3. 헬로 뉴욕 _ 줄리아 로스먼

 

 아기자기한 거대 도시

 세계적인 여행 전문 서적 <론리 플래닛>의 서 편 개정판 서문엔 서울에 대한 이런 묘사가 나온다. ’반복적으로 뻗은 도로들, 소련식의 콘크리트 아파트 건물들, 심각한 환경 오염, 숨막힐 정도로 특징이 없다.’ 어쩌면 각 국의 메트로폴리스들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바삐 움직이는 북적이는 사람들과 그로 인한 오염, 범죄, 개인주의. 그리고 그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한 높은 건물들, 복잡한 도로. 대체로 차가운 느낌.

 

 그러나 서울에서 태어나, 꽤 많은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온 나는 서울을 여의도와 종로의 고층 빌딩들로 기억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머리 속으로 서울을 떠올리면, 홍대의 아기자기한 골목이 떠오르고, 지하철로 지나다니며 보던 한강의 반짝임이 떠오른다.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길거리의 포장마차와, 자주 갔던 카페나 음식점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나의 ’뉴욕’에 대한 일반적인 상상은 외국인이 서울에 대해 갖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부유한 국가의 최대 도시다운 초고층의 건물들,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바삐 걷는 뉴요커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차갑고 위험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평생을 뉴욕에서 살아왔다는 작가 줄리아 로스먼이 그림과 함께 그려내는 뉴욕은 무척이나 아기자기하고 따뜻하다.

 

 뉴욕에는 5개의 자치구(Boroughs)가 있다고 한다. 브롱크스, 퀸즈, 맨하탄, 브루클린, 스태튼아일랜드. 작가가 태어난 곳은 브롱크스의 시티 아일랜드이다. 이 곳은 2.4km에 폭 800m 정도의 작은 섬으로, 아이들은 조개를 캐면서 놀고, 어른들은 해산물 요리를 즐긴다고 한다. 4500여 명의 주민들이 서로의 집에 있는 숟가락 개수까지 다 꿰고 있다는 이 도시에 대한 묘사는, 흔히 생각해오던 뉴욕과는 사뭇 다른 친근감을 준다. 현관 입구에 다 읽은 책을 놓아둬 서로 돌려 읽는다는 브루클린의 공공주택의 얘기도 마찬가지. 스태튼아일랜드에 위치한 한국식 찜질방에 대한 묘사는 반가움을 더한다.

 

 나는 그 동안 뉴욕의 외적인 모습, 그리고 일부 지역의 단면만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헬로 뉴욕>에는 맨 뒤에 6 페이지에 걸쳐서 책 중간 중간에 나온 가게들의 주소와 간략한 설명을 실어놓았다. 랜드마크 위주의 관광도 물론 의미 있겠지만, 이 책을 참고로 뉴욕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것이, 어쩌면 그 도시를 제대로 아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 북앤기자단 12기 김민지 (kmj711)



#4. 누가 _ 황정은 외


아침저녁으로 부쩍 공기가 차가워진 9월의 마지막 즈음, 곧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알싸한 메밀꽃 향이 퍼지는 요즘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면 단연 이효석이다.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유명한 소설을 들지 않더라도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나는 그 중에서도 특히 소설을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이 계절에 맞게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14>이 출간되었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이효석 문학상’은 등단 15년 이내의 작가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 2013년 6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문예지 등을 통해 발표된 단편들 중에서 선정된다. 올해의 수상작은 황정은<누가>이다. 이 책은 수상작과 추천 우수작으로 나뉘어져 있고, 수상작가의 자선작이 두 편 수록되어 있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마더>가 당선되어 등단한 황정은 작가는 국내에 많은 팬을 보유한 인기 작가이다. 이번 수상작 <누가>는 층간소음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층간소음에 관련된 이야기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 소설 안에는 계급이 있고 "계급적 존재로서의 나"가 있다. "이웃의 취향으로부터 차단될 방법이 없다는 거. 계급이란 이런 거였고 나는 이런 계급이었어."라고 그녀는 말한다. 흔히 겪는 층간소음의 문제를 계급적 문제로 가져온 이 소설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계급은 곧 불평등을 말하고, 이러한 불평등 문제는 황정은 특유의 리드미컬한 문장으로 날카롭게 포착되었다. 얼마 전 출간된 토마 피케티<21세기 자본>을 같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은 날카롭다. 그리고 우리의 삶과 가장 맞닿아 있다. 아마 등단 15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라서, 그리고 일 년 이내에 발표된 소설이라서 더 그럴 것이다. 계급, 시위, 고리 원전 사고와 부산 타워, 거식증과 허언증, 숭례문 화재 사건, 재개발, 불륜, 연쇄살인 등 각 소설이 다루고 있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고, 그래서 짧은 이야기이지만 더디게 읽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 곱씹으려 책장이 다시 전으로, 또 전으로 돌아갔다. 이 책에 있는 소설들은 모두 좋았다. 마음에 묵직하게 던지는 문장들이 많았다.

 


외모에 대한 상처로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 환자와 다른 사람의 삶을 제 것처럼 여기는 허언증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윤이형의 <러브 레플리카>도 인상적이었다. 문래6가에 살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조해진의 자전 소설 <문래>도 좋았다. 손가락을 자르는 연쇄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최제훈의 <단지 살인마>도 재미있었다. 제이골에 한옥을 짓던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최은미의 <백 일 동안>은 그 모습이 마치 눈앞에 그려질 듯 생생했고, 천운영의 <다른 얼굴>은 끝 문장을 읽고 날카로운 여운이 마음에 남았다. 이외의 다른 소설들도 저마다 내 마음에 흔적들을 남겼다.

 


책장을 수없이 앞으로 돌리며 읽었어도 의미를 한 번에 알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것은 무슨 이야기일까, 천천히 곱씹어가며 생각해야 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으며 우리 사회에 단면들을 관찰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에게 그려진 사회의 모습이 조금은 서글펐다. 하지만 이렇게 젊은 작가들 의 훌륭한 소설을 묶어놓은 책을 읽으니, 앞으로 그들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그들이 만들어갈 글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 북앤기자단 12기 윤진영 (docyun)

 


인터파크 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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