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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4.08.11 조회수 | 2,067

[2014년 8월 2주] 북앤기자단과 함께 하는 이 주의 주목신간



#1. 모모를 찾아라 _ 앤드류 냅


"오우, 여기!"
모모를 찾았을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탄성 소리다.
그리고 뒤이어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만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대상을 마주했을 때의 자동반사적인 반응이다.


이 책의 저자 앤드류 냅은 사진작가이고, 그의 친구 모모는 보더콜리 종의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개’이다.
앤드류는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의 배경 속에는 어김없이 모모가 숨어있다. 사진 작업일 수도 있고, 숨바꼭질 놀이일 수도 있는 이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한다. 앤드류의 감성적인 사진에 모모의 얼굴만 빼꼼 내미는 숨바꼭질 연기력(?)이 위트를 더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진에서 모모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간혹 난이도가 높은 경우, 저자는 어김없이 힌트를 달아둔다. 부담없이 즐기라는 저자의 배려인 것이다.


모모를 열심히 찾다 보니, 199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윌리를 찾아라>시리즈가 떠오른다. 군중 씬 속에서 빨간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여행 매니아 윌리를 찾는 재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빠져들곤 했었다. 하지만 윌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눈알이 빠지도록 들여다보아도 찾기 힘들 정도의 난이도 높은 그림이었다. 사물을 보는 관찰력과 집중력에 초점을 맞춰진 학습 퍼즐 같았다고나 할까?
반면 감성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니, <모모를 찾아라>는 2006년 일본 블로그 사진대상을 받았던 <다카페 일기>와 더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서도 단란한 가족과 함께 애견 ’와쿠친’이 등장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있는 소박한 풍경들을 담아내어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는 점이 많이 닮아 있다. 그렇다. 우리가 찾는 ’모모’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중에 하나이다. 항상 곁에 있어 주고, 누구보다 먼저 반겨 주며, 그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가족같은 관계. 모모와 앤드류도 그러하다. 앤드류를 향한 모모의 신뢰와 모모를 향한 앤드류의 애정이 이 책 깊숙이 담겨 있다 .


이 책은 ’아마존 2014 예술 사진 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둘은 현재 인스타그램의 유명인사로 20만명 이상의 팔로어가 있다고 한다.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 일상의 소소한 행복, 익숙함 속의 새로운 발견, 그리고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
우리 이제 각자의 작은 행복 ’모모’를 찾아 떠나보자!
-  북앤기자단 12기 강빈 (biniy)

 


#2. 유령퇴장 _ 필립 로스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자들과 아직은 아닌 자들의 이야기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떤 걸까? 아직 20대 중반인 내게 일흔 한 살의 네이선 주커먼의 이야기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세계이다. 전립선암으로 인해 네이선 주커먼은 요실금 환자가 되어버린다. 그로 인해 성에 대한 모든 욕구를 자신 스스로 단절시키고, 자신은 성적 욕구에 대해 초월한 척 한다. 그의 책에 대해 반감을 가진 독자가 네이선 주커먼에게 살해 위협 편지를 보낸 후 그는 도시 생활에 신물을 느끼고는 도시를 떠나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낼 수 있는 오두막에서 십여 년을 산다. 한 때 그는 성난 진보주의자이자 분노한 시민이었으나 일흔 한 살의 주커먼은 사회에 대한 모든 희망과 연결고리에서 단절된 채 마치 유령처럼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그가 자신의 요실금을 고쳐줄 콜라겐 주사를 맞기 위해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유령 같던 주커먼에게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오롯이 살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싹튼다. 그는 콜라겐 주사를 통해 자신의 성 기능이 다시금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희망을 갖기도 하고, 주커먼보다 41살이나 어린 아름다운 여성 제이미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희망은 주사를 맞았음에도 여전히 축축한 그의 젖어있는 팬티 패드를 보며 좌절된다. 주커먼은 자신의 젊었을 때를 보는 것과 같았던 무례하고, 당당한 클리먼과 로노프의 자서전에 대해 논쟁을 하며 자신이 이제 사회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작아진다.


주커먼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작가이고, 돈과 명예를 이미 풍족하게 가졌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사회의 불의에 대해 고민하고 맞설 만큼의 열정과 정의감이 남아있지 않다. 젊은 시절 그와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그의 젊은 시절, 그를 매혹시켰던 로노프의 애인 에이미 벨레트는 뇌종양 수술로 인해 머리에는 큰 흉터가 생겼고,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가난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주커먼은 자신이 동경해마지 않던 로노프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지이면서 그 시대를 함께 풍미했던 에이미를 바라보면서 육신과 정신이 늙어가는 것. 사회에서 나이를 먹은 자들의 위치에 대해 다시금 되새김질하게 된다.


<유령 퇴장>을 읽는 내내 ’늙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지금은 생각도 못 했던 육체와 정신의 변화. 당연하게 움직이던 몸의 기능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바로 전날 약속도 기억하지 못해 수첩에 빼곡히 적어야만 하는 생활. 우리는 모두 늙지만 늙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한 때는 사회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지만 계속된 좌절을 통해 그냥 잊어버리는 게 가장 쉬운 정답이라는 걸 알게 된다. 사회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 유령이 되어가는 과정을 작가 필립 로스는 너무나 기품 있고, 정중하게 그려낸다.


"우리에게 이젠 단순히 적만 존재하는 게 아니에요. 우릴 보호해줘야 할 사람들, 그들이 우리의 적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우릴 돌봐줘야 할 사람들, 그들이 우리의 적이 되어버렸다고요. 절 두렵게 만드는 건 알카에다가 아니에요. 바로 우리 정부죠."
<유령 퇴장> 중

 


네이선 주커먼이 제이미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 홀로 상상을 통해 작성한 <그와 그녀>의 대화 한 부분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정부가 국민의 적이 되어버린다는 것. 선거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나 자신이 믿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을 때, 제이미는 깊은 좌절감과 대중들의 무지에 대한 공포를 표출한다. 이러한 제이미의 반응은 이 곳 대한민국, 내 곁에서도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을 필두로 하여 정부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우리를 보호해줘야 하는 정부가 적이 되어버린 현실이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사회를 반영한 소설에 나온다. 저자는 제이미와 클리먼을 통해 미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 기존의 사회 질서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구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커먼은 결국 이러한 모습을 동경하고, 육체의 노쇠함에 의해 그들과 같은 모습이 될 수 없음을 씁쓸해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저자가 독자들을 향해 ’이 사회에서 당신은 유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유령이 되어버린 주커먼은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퇴장한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육체가 늙지 않았음에도 주커먼과 같은 유령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는가?
- 북앤기자단 12기 김민정 (najoycjstk)

 


#3. 저니맨 _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떠나자! 새로운 나의 탄생을 위해!


어릴 적 즐겨보던 만화의 주인공들은 거의 대부분 모험을 떠난다. 편한 집, 가족들을 버리고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모험 후 돌아온 그들은 더 강해지고, 더 늠름해지고, 더 어른스러워진다. 이처럼 모험에 대한 동경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 되어 있는 것 같다. 여기 그 만화 속 모험 이야기를 실현시킨 한 사람이 있다. 자신만의 수련 여행을 떠난 파비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갑에 30만원, 통장에 38만원을 넣고 무작정 떠난 세계여행. 그는 2년여 간 5개 대륙을 돌며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그 곳을 변화시킨 진정한 여행자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사실 인터넷에 여행지를 검색하면 수많은 여행기가 쏟아져 나온다. 누구나 여행기를 쓰고 누구나 여행을 쉽게 가는 시대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누구도 하지 못한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마음속에만 간직되어 있던 그 꿈을, 그는 실현시켰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를 찾고 하나뿐인 특별한 경험을 쌓는 바로 그런 여행 말이다. 평범했던, 지극히 독일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던 그가 소심함을 이겨내고 낯선 곳으로 뛰어들었을 때,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 줄기 빛이 비춰졌을 때 읽는 나에게도 그 전율이 느껴졌다.


파비안의 여행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여행지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것이다. 그 원칙 때문에 그는 관광객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의 여행자가 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워킹 홀리데이가 인기다. 하지만 그와 다른 것은 파비안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일을 구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나 둘씩 상하이, 말레이시아,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그의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마다 내 마음 속에도 점점 더 떠나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우리가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 돈을 조금 더 모아서 편하게 여행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28살의 청년 파비안은 "소심한 자는 평생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작정 떠났다. 30살이 되어 돌아온 그는 훌쩍 자라 있었다. 우리가 지름길이라고 부르는 것들, 예를 들면 엘리트 코스로 취직하고 가정을 이루고 하는 것들, 은 사실 긴 우회로일 수도 있다. 떠나본 사람은 후회를 해도 잠깐이지만 떠나지 못한 사람은 평생 후회한다.
"익숙한 것을 버릴 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는 그의 말처럼 여행은 예측이 불가능한 모험이다. 그러나 안전하지만 희망이 없는 삶보다 "불안하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한 변화의 기회"를 붙잡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떠난 그 길에서 진짜 나를 찾을 수도 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


시선을 어디로 돌리든 모든 것이 새로운 광채로 빛난다. 오래된 익숙함조차 새롭게 보인다. 이 낯선 익숙함이야말로 여행에서 얻은 새로운 시선이다.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것에서부터 나만의 삶이 시작될 것이다.
<저니맨> 중

 


당신의 발걸음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당신의 발걸음이 닿는 곳에서는 어떤 선물들을 얻게 될까.
- 북앤기자단 12기 윤진영 (docyun)

 


#4. 한 글자


당신의 소중한 한 글자는 무엇입니까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나, 너, 꿈, 집, 별, 삶, 밥 ... 이렇듯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은 근본적으로 한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많은 말들을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말들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너무나 관습적이고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어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들에 의구심이 생길 것이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한 글자>는 우리가 단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한 글자>는 가볍게 넘겨보면 한 두 시간 내에 훌훌 완독할 수 있다. 재미있고, 단촐하다. 하지만 작가는 5초면 읽을 수 있는 글들을 5분 동안 봐달라고 부탁한다. 그 말처럼 5분간 돋보기를 들고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글 사이에 돋아난 가시와 애정, 재치와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마치 단어가 망치가 되어 나의 머리를 땅-! 하고 치는 것 같다. 한대 머리를 얻어맞은 나는 정신 차리고 다시 돋보기를 들고 의미를 되새김질 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고
안 심은 데 안 난다.


기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심는 것은


콩이나 팥이 아니라
안이다.
<한 글자> 중에서

 


이 책의 백미는 ’다르게 보기’와 ’언어유희’다.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고소하고 맛있는 ’콩’을 교훈적 속담에 등장하는 콩, 즉 원인과 행동의 문제로 변화를 시켜버렸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안’ 심고 달콤한 열매의 추수만을 바라는 사람들을 훈계하고 있다. 기적을 바라면서 아무것도 심지 않다니! 어서 당장 달려가서 기적의 씨앗을 심어라!라고 말하는 듯 하다. 앞으로 콩을 본다면 ’맛있겠다!’가 아니라 ’오늘 나는 무언가을 심었나?’라는 질문이 떠오를 것 같다.


이렇듯 이 책은 감탄사의 연속이다. 책장을 넘기며 때론 작가의 해석에 반기를 들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기도 하며, 결국은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는 등 엎치락 뒷치락 하는 재미가 있다. 덕분에 책에 쓰여진 글자를 읽는데 1시간이라면, 그것을 되새김질하는 데는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참 이상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일상 속 소중한 1음절로 이루어진 무려 262가지 단어들에 대한 단상을 모은 정철의 <한 글자>. 모든 단어들에 작가의 정의를 따라가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사물을 다시 보고, 다르게 보고, 생각을 넓히고, 재정의 내리고 나의 삶을 바꾸는 과정들은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을까. 작가처럼 소중한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것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북앤기자단 12기 조미람 (che747)

 
인터파크 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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