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드

등록일 | 2014.08.06 조회수 | 3,637

세계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




누구나 가슴에 품은 도시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유럽배낭 여행 땐 반드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돌아보겠다던지, 신혼 여행 때는 하와이엘 꼭 가보고 싶다던 지 하는. TV 속, 영화 속에서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 곳들은 팍팍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로망이 되어 주는 곳이다. 그 곳에서라면 현실에서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누릴 수도 있을 것 같고, 낭만적인 사랑이 시작될 것도 같다. 반면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놀랍거나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국의 도시는 그런 이미지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만의 현실인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들이 있다. 세계 유명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유럽, 미국, 남미까지 큰 맘 먹지 않으면 일생 동안 다 돌아보기 어려운 곳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감동은 시각을 능가하는 법. 직접 가 보지 않더라도 책 한 권으로 돌아보는 세상은 더 없이 매혹적이고 놀랍다. 
 

 

아시아 > 대한민국 서울                                                               달콤한 나의 도시 _ 정이현 

 

 언제나 북적이고 정신 없이 돌아가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대다수의 서울시민에게 평범한 삶터다. 패션의 도시 파리나, 첨단의 도시 뉴욕 같은 세계의 도시들을 떠올려 보면 비교적 수수하고 가끔은 이상하기도 한 우리의 서울.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를 외치며 다른 곳을 찾더라도 결국엔 다시 이곳일 것이다. 내 언어가 있고 내 친구가 있고 내 부모가 있는 곳 그리고 내 삶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색 있진 않지만 내가 있어서 특별한 곳 서울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의 삶을 사는 작가 정이현의 손끝에서 재탄생 한다. 서울이 이토록 재미있고 살가웠던 적이 있었을까? 정이현의 서울은 우리가 아는 그 곳이지만 어쩐지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 아마도 같은 곳, 같은 시 간을 사는 누군가를 훔쳐본다는 맛 때문은 아닐까? 소설 속 주인공 은수는 서른 즈음의 직장인이다. 그녀의 우정과 사랑, 모두 보통의 사람들과 닮아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은수와 주변사람들, 그리고 삼십 대를 헤쳐가는 한 독신여성의 일과 사랑을 다룬 이 책은 나와 다르면서도 같아 많은 이들이 감정 이입해 가며 볼 수 있는 대중소설이다. 2006년 최강희, 지현우, 이선균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젊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화제의 컨텐츠이기도 하다. 조용한 듯 복닥거리며, 잔잔한 듯 왁자지껄한 정이현의 서울이야기는 그래서 더 달콤한 내 도시의 이야기다.

 

 

아시아 > 인도                                                                               가족계획 _ 카란 마하잔

 

세상에서 가장 번잡하고 어지러운 도시 뉴델리. 작가는 이 책에서 뉴델리에서 13명의 남매들 둔 한 대가족의 이야기를 한다. 소설은 더 이상의 동생들이 생기길 바라지 않는 장남인 아르준과 인도의 유력 정치인인 아버지 아후자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사춘기 아르준의 학창시절과 아버지 아후자의 말 못할 성적 취향, 그리고 꼬일 대로 꼬인 정치상황이 절묘하게 맞물려 일생일대 최고의 위기 앞에 봉착한 가족의 이야기 ’가족계획’. 오랫동안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생활한 저자 카란 마하잔는 미국의 9.11테러 이후 미국인이 이방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도인으로서 경험한 뉴델리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혼합해 그만의 색채를 만들어 냈다. 이국적인 느낌을 주지 않으며 사람 냄새나는 인도의 진짜 모습을 전하고자 노력한다. 작가의 자유분방한 유머감각과 정곡을 찌르는 풍자 그리고 뉴델리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 책은 바로 그런 점에서 다른 소설들과 차별화 된다. 작가의 데뷔작이며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에 뽑혔다.

 

 

 

아시아 > 미얀마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_ 얀 필립 젠드커

 

 누구나 들으면 가슴 시리고 먹먹한 사랑이 미얀마의 한 시골마을, ’깔로’에서 펼쳐진다. 이 책의 시선은 좀 독특하다. 본다는 것은 곧 우리가 세상을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 곳 깔로의 한 소년은 듣는 것이 곧 세상이다. 어릴 때 눈이 멀어버린 소년 틴 윈은 중구난방으로 들리던 소리 들 속에 갇혀 있었고 어느 날 운명처럼 소녀 미미를 만난다. 선천적으로 걸을 수 없었던 그녀는 틴 윈에게 세상을 읽어주는 눈이 되어 준다. 그리고 틴 윈은 그녀로 인해 눈 없이도 세상을 읽고 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덥고 습한 땅 미얀마의 시골마을에서 이들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고 여느 소설이 그렇듯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헤어지게 되고 만다. 과연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일까? 시각을 제외한 감각으로 세상을 보는 이가 주인공 이지만 이 책엔 감각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미미가 속삭여주는 세상과 틴 윈이 느끼는 낭만적이면서도 소란한 세상이 독자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가까우면서도 낯선 땅 미얀마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지는 소설이다. 첫 만남부터 운명일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사랑을 듣다 보면 세상엔 이런 사랑도 있음에 눈가가 촉촉해 질 것 이다.

 

 


유럽 > 스페인                                                             바람의 그림자 _ 카 를로스 루이스 사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한 소설이 있을까? 저주받은 책에 관한 미스터리 소설을 표방하지만 사실 이 책은 바르셀로나 출신의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에 의해 태어난 지역 색 강한 소설이기도 하다. 실제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의 실제 지명과 거리, 상점들이 그대로 등장해 손에 잡힐 듯한 모습을 활자로 구현한다. 때는 1940년대, 안개 낀 항구도시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소년 다니엘이 저주받은 책 ’바람의 그림자’와 얽히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등장인물들의 깨알 같은 유머, 빼놓을 수 없는 로맨스와 함께 역사소설로써의 깊이는 독자들이 소설에게 바라는 모든 것들을 충족시켜준다. 이로써 다양한 장르의 요소 요소들이 절묘하게 녹아 든,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의 탄생이다. 가우디로 대표되는 화려한 건축물들과 음습한 고딕거리가 공존하는 바르셀로나는 그 자체로 작가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일 것이다. <바람의 그림자>는 사폰이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구상한 소설 프로젝트인 ’고딕 바르셀로나 콰르텟’의 메인에 해당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바람의 그림자> 이 후 프리퀄에 해당하는 <천사의 게임>를 발표했고 <천국의 수인>에서 미스터리의 대장정을 마치며 사폰 매니아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일년 평균 독서량이 1권이 될까 말까 한 스페인에서 무려 15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으며 유럽 및 전세계에 명성을 떨친 고품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유럽 > 영국                                       ;                          런던의 강들 _ 벤 아아로노비치


셰익스피어와 해리포터의 나라 영국. 문학의 역사가 깊었던 탓인지 영국문학작품들이 세계의 독자들에 어필하는 수준은 남다르다. 재미와 유머, 그리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까지 독자들이 사랑하는 요소를 고루 갖춘 영국문학에서 벤 아아로노비치<런던의 강들>의 등장은 좀 특별하다. 그간 영국소설들에서 재미있는 포인트였던 요소들이 총 집합해서 나온 것이 그것이다.  이 책에선 경찰이지만 실제로는 마법사인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법부서에 근무하는 초짜 순경 피터 그랜트와 현직 마법사인 나이팅게일 경감의 좌충우돌 살인사건 수사기가 21세기의 런던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토속기담, 및 판타지적 장르들이 혼합되어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 내며 이야기의 행로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런던 토박이자, 영국드라마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벤 아아로노비치는 지극히 영국스러운 유머와 B급 정서로 무장한 채 이야기를 진두지휘 한다. 마법사 경찰들과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런던의 지박령들, 그리고 정령들까지 가세한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이 소설의 읽는 재미와 몰입도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TV드라마 판권도 계약된 이 책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은 물론 전세계 독자들에게 어필하며 재미를 선사했다.

 

 

 북미 > 미국                                                                       윈터스 테일 _ 마크 헬프린

 

 눈 내리는 겨울, 시린 창문에 입김을 ’하아’하고 불면 하얀 김이 서린다. 희뿌연 창문을 통해 보는 세상은 어쩐지 내가 알던 창문 밖의 풍경을 새롭게 만든다. 마크 헬프린의 겨울 이야기가 펼쳐지는 뉴욕도 어쩐지 이것과 비슷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1900년대 초반의 뉴욕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름에 휩싸인 겨울 도시다. 이 미스터리한 대도시에는 인간의 삶에 일어나는 기적을 방해하는 악마 펄리 솜즈와 도둑이었지만 기적을 이루는 능력이 있는 피터 레이크가 있다. 펄리가 이끄는 갱단에서 도망친 피터는 홀연히 나타난 백마에 의해 위기를 넘기고 어쩐지 이상한 소녀 베버리를 만나게 된다. 피터와 베버리는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지만 펄리 솜즈의 계략에 이들의 사랑은 위험 속으로 빠져든다. 피터에겐 어떤 능력이 있고 펄리는 왜 이것을 막으려는 걸까? 지하에 존재하는 수중묘지, 황금을 실어 나르는 운반선 등 <윈터스 테일>에 등장하는 과거의 뉴욕은 우리가 알던 뉴욕과는 생경한 느낌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신화 또는 동화 같은 이야기의 면면에는 여러 상징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는 이유에는 추상적인 가치들이 시각적으로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상징과 은유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삶과 문명 그리고 도시의 삶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와 닿는다. 1000페이지가 넘는 뉴욕의 장편 대서사시 <윈터스 테일>. 아름다운 문장과 뚜렷한 주제의식 그리고 현실과 환상이 절묘하게 뒤섞인 독특한 풍경으로 수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이 책은 2014년 영화로 만들어져 뉴욕 에픽으로써 정점을 찍었다.

 

 

북미 > 하와이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_ 요시모토 바나나

 

첫사랑의 설레임과 묵직함,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익숙해지기에도 벅찬 시기가 있다. 십대 어드메에서 시작된 사랑이란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본인들 조차 어쩌지 못할 이별이 같이 찾아온다면? 어쩌면 그래서 이뤄지지 못하는 첫사랑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한 첫사랑이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울 수 있을까. 단지 지나간 과거에 대한 관대함이 첫사랑이라는 낭만과 겹쳐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 없었던 테트라와 다마히코는 있어야 할 곳에서, 각자 가야 할 곳으로 헤어지고 만다. 대학을 졸업한 뒤 도쿄에서 주문자의 기억과 추억을 담는 퀼트공예가가 된 테트라와 하와이에서 우쿨렐라 연주자이자 밴드를 하는 다마히코는 서로를 묻어둔 채 살아가지만 과거의 기억이 재회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만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사랑의 기적은 사우스포인트에서 다시 시작됐다. 아름다운 하와이의 풍경 아래 빛을 내는 이들의 사랑은 하와이를 그 어느 곳 보다 낭만적인 장소로 만든다. 무엇이든 가능하고,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하와이. 이들의 사랑은 기적처럼 일상으로 번진다.

 

 

남미 > 아마존                                                               연애소설 읽는 노인 _ 루이스 세풀베다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을 떠올릴 때면 그의 대표작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화두인 ’환경’과 정치적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라는 키워드는 이 소설에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배경은 남미의 폐부,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밀림 속에 사는 한 노인은 그 곳의 원주민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해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낙은 바로 밀림 속 새소리를 배경으로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 그러나 노년의 평화도 잠시, 낯선 이방인들은 그가 사는 깊은 아마존 밀림까지 손을 뻗기 시작했고, 노인의 일상은 깨지기 시작한다. 백인 이방인들의 분별없는 행동에 분노한 밀림의 맹수가 되려 인간을 해치기 시작하고 이를 잡을 수색대에 노인이 안내인으로 참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얼핏, 헤밍웨이<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밀림에서의 사투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마존에서 벌어지는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이야기가 결말에 이르러도 개운치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짧지만 울림은 깊다. 인간의 야만을 잠시 잊도록 해주는 연애소설과 노인이 기거하고 있는 아마존 밀림의 아슬아슬한 동거, 원시의 대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미 > 브라질 / 유럽 > 헝가리                                                     부다페스트 _ 시쿠 부아르키

 

 

이 책을 두고 <눈먼 자들의 도시>를 쓴 주제 사라마구는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또 다른 경지’라고 표현한 바 있다. 브라질의 맨부커상이라고 불리는 자부치상을 수상한 시쿠 부아르키<부다페스트>다. 브라질 대중음악계의 전설적 거장이자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가 쓴 이 책은 그의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특색 있는 모습을 자랑한다. 브라질에서 성공한 대필작가 주제 코스타가 낯선 땅 헝가리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의 기묘한 삶과 사랑을 그린 이 책은 어디까지가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주제 코스타의 두 도시를 넘나드는 여정에서 몽환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에는 어쩌면 소설가이면서도 위대한 뮤지션이기도 한 작가의 고뇌가 배어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부다페스트에서 작가로 성공하자 리우데자네이루에서의 삶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앞에 놓인다. 표류하는 주제 코스타의 인생에 어느 도시에서의 삶이 진짜였을까? 기묘한 플롯과 분위기로 독자들을 환상과 현실의 경계로 안내하는 이 책은 2009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는 쾌거를 누렸다. 역시나 음악인이자 화학자로 두 가지 삶을 사는 루시드 폴이 이 책의 번역을 맡아 주제 코스타의 번민과 외로움을 살뜰하게 우리말로 전한다.


인터파크 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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