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드

등록일 | 2014.06.19 조회수 | 5,281

휴가 때 읽기 좋은 책들



바야흐로 작열하는 태양에 매미 소리에 귀 따가운 시간이 찾아온다. 바로 여름, 휴가의 계절이다. 고된 노동과 일상의 권태에 지친 이들은 다가올 여름 휴가를 계획하기에 여념이 없다. 국외로 갈 것인지 국내로 갈 것인지, 혹은 바다로 갈 것 인지 산으로 갈 것인지,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사방에 널렸다. 일년에 한 번, 그나마 남들 눈치 덜 보며 길게 쉴 수 있는 여름휴가가 코 앞인 것이다. 평소 시간이 없어서 해보지 못했던 일들, 가보지 못했던 곳들, 그리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모처럼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다. 이때 지친 심신을 달래며 나를 만나는 시간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 북인사이드에서는 여름휴가시즌을 맞이해 ’휴가와 함께 하면 하면 좋은 책들’ 몇 가지를 준비했다. 좋은 책과 함께라면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줄 타임머신을 만난 것과 다름없는 법. 인터파크 도서가 엄선한 ’휴가 전’과 ’휴가 중’에 읽기 좋은 책으로 이번 휴가를 계획해보자.



휴가 전에 읽으면 좋을 책들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선뜻 발길 떼기가 어렵다면

히말라야 환상방황 _ 정유정

여기 난생 처음 해외의 공기를 마셔보는 중년의 여자가 있다. <내 심장을 쏴라>부터 <28>에 이르기까지 4권의 장편을 내리 써내며 한국문단의 든든한 거목으로 성장한 그녀, 소설가 정유정의 이야기다. 이 책은 그런 그녀의 내밀한 이야기인 동시에 난생 처음 해외로 나가 고군분투하는 여행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 곳이 히말라야 라는 사실은 좀 놀랍긴 하지만. 그녀는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 한 방울도 남김 없이 고갈되어 버린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길이 없었다고 토로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히말라야로 갔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봤다. 단조롭고 버거운 일상에 지쳐 삶의 에너지가 남김없이 말라가고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일상이 지옥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때 우리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새로운 곳에 나를 내맡기는 게 아닐까? 정유정은 낯선 곳, 이름만 들어도 멀고 높은 곳 안나푸르나로 떠났고 그 곳에 몸을 맡겼다. 그래서인지 이 책엔 그녀가 그 곳에서 충전한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하다. 선뜻 발걸음을 내딛기가 무섭고 머뭇거려진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중년의 나이에 당당히 도전했던 이의 당찬 고백담이다. 당신도 이와 같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설레는 유럽여행, 나홀로 여행자가 되어 현지에 동화되고 싶다면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_ 정여울

여행에세이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정여울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이 책은 바로 그 책의 후속편이다. 이번엔 나만 알고 싶은 유럽이라니, 제목에 풍기는 느낌이 자못 흥미롭다. 제목에서 이미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에는 전작과 달리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진짜 유럽의 속살들이 생생하다. 전문가들이 유럽 방방곡곡을 돌며 찾아내 숨겨진 비경, 장소들을 소개하며 관광객들의 때가 타지 않아 오롯이 나홀로 유유자적 즐길 수 있는 스팟들을 소개한다. 한국어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리는 대표 관광지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여행자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들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올 것 같다. 북적이는 도시를 떠나 또 다른 북적이는 도시를 간다면 간만의 휴가도 인파에 지칠 터. 동화 속의 유럽이나, 엽서 속 고요한 이미지의 유럽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을 들고 비행기에 오르는 것도 좋을 것 이다. 이역만리 낯설지만 아름다운 그 곳에서 유럽과 나 둘만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행을 떠나고 나서야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도 시작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_ 파스칼 메르시어 

다른 이를 찾아가며 나를 탐색하는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다. 묘령의 여인을 위기에서 구해준 한 남자. 그녀는 그에게 붉은 코트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코트 속에는 리스본행 열차티켓과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이 들어있다. 집과 학교만 오가며 평생을 보낸 고전문헌학 교수 그레고리우스는 알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모든 것을 버리고 리스본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는 ’언어의 연금술사’속 주인공들의 삶에 빠져들며 그들의 행적을 따라 포르투갈을 여행한다. 무료함이라면 남부러울 것 없이 실컷 겪었던 그레고리우스가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갑작스레 현실을 떠나는 소설 속 장치는 독자들로 하여금 전율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이와 대비되게 ’언어의 연금술사’ 속에서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 시기를 살았던 주인공 아마데우의 격정적인 인생 역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 속 동요를 불러 일으킨다.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를 되짚어보는 여행을 통해 그 자신을 찾아간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를 그제서야 깨닫는다. 낯선 곳에 떨어져도 매시 매 순간 겪는 일들은 그렇게 유별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결국 내가 서 있는 그 곳이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다. 그런 여행을 거친 이후라야 만이 그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그리고 내 삶의 방향과 목적을 어떻게 바꾸는 지를 말이다. 여행을 통해 나를 찾는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요한 삶의 기로에 놓인 독자들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주변사람들의 인생과 아픔까지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을 배우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_ 케이트 디카밀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메인도서로 노출되며 시청자들의 눈에 도장을 쾅 찍은 화제의 도서다. 고급스런 외모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지만 사랑할 줄 몰랐던 에드워드는 세상 속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지켜보면서 감정의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도자기로 만든 토끼인형인 에드워드가 주인의 사람을 듬뿍 받으며 살다가 예기치 않게 세상에 내던져져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간다는 내용이다. 첫 출간 당시 아동소설로 나왔던 이 책은 개정과 함께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소설로 나왔다. 에드워드의 고된 여정을 보여주는 풍부한 일러스트와 읽는 이의 감정을 만져주는 텍스트는 어른을 위한 철학동화이기도 하다. 읽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책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따뜻한 눈길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사랑의 빚을 갚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는 진정 만족하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헛헛해진 마음을 달래고 좀더 풍요로운 감정으로 재충전 할 수 있는 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다.




휴가지에서 읽으면 좋을 책들



한여름의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서늘한 추리

한여름의 방정식 _ 히가시노 게이고

새 파란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하얗게 빛나는 구름과 모래사장을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이 책은 여름휴가 중에 끼고 갈만한 책 중 단연 최고의 아이템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페르소나 유가와 교수는 회의 참석차 한 여름의 바닷가 마을에 내려간다. 기차 안에서 만난 소년 교헤이와 우연찮게 동행하게 되며 교헤이의 친척 여관에 투숙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선 추리소설에 빼놓을 수 없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을 해결해가며 아이를 싫어하는 유가와와 어른을 불신하는 교헤이가 교감하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은 강렬한 휴머니즘으로 다가온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생활 25주년 기념작이기도 한 이 책은 특유의 세련된 추리와 독자를 압도하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매력적인 추리가 벌어지는 공간이 뜨거운 태양과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니,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기엔 더 없이 안성맞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그리고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시원한 그늘 아래 멋진 풍광을 내려다 보며 그의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봐도 좋을 것이다.



가볍지만 묵직한 웹툰에세이


큐큐 웃픈 내인생 _ 엘리 브로시

속 깊은 웹툰 에세이의 등장이다. 미국의 한 블로그에서 시작된 이 웹툰 에세이는 입소문 만으로 1억뷰 이상을 달성하며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예쁘지도, 멋지지도, 잘나지도 않은 주인공 ’상어지느러미’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제목처럼 웃기면서 슬픈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단순한 그림 같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짓과 눈빛 표정에서 묻어나는 오묘한 감정은 이 일러스트가 범상치 않음을 말해준다. 자기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에피소드를 전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사람들이 이 웹툰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는 것은 그것이 비단 ’상어 지느러미’만 느꼈던 감정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흔들거리는 버스나 기차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는 비행기에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무겁지 않게 술술 읽히면서도 마음 속에 남는 잔상은 그 어느 책보다 강렬하다. ’상어지느러미’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가 살고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사실은 그리 다르지 않음을, 우리 모두 그렇고 그런 삶을 살며 때로는 웃기기도 슬프기도 하다는 것을 느낀다.



평범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지금 이 순간의 행운 _ 매튜 퀵

평범한 듯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던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구역의 미친 X는 나야’라는 이미지를 가득 담은 채 열연을 펼쳤던 여주인공 제니퍼 로렌스는 이 영화로 2013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바 있다. 매튜 퀵은 이 영화의 원작 소설자였다. 어딘가에 결핍과 상처가 있는 주인공을 등장 시켜 삶에 대한 희망과 긍정을 이야기하는 그는 <지금 이순간의 행운>에도 전작의 메세지를 그대로 이어간다. 이 책에는 평생 변변한 직업이라곤 가져본 적 없이 치매 걸린 어머니와 함께 사는 노총각 바솔로뮤가 등장한다. 어머니를 잃고 치유상담모임에 들어간 그는 언뜻 봐도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이들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채 캐나다의 성 요셉 성당과 고양이 의회로 떠난다. 그리고 이 여정은 모두의 삶에 큰 변곡점이 되어준다. 외롭고 상처 많은 이들이 남들처럼 살아보기 위해, 보다 평범한 행복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존재의 이유와 행복의 본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든다. 스티븐 크보스키<월 플라워>처럼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인 이 책은 바솔로뮤가 담담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전하는 유머와 슬픔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힐링을 얻는 여행을 떠난다면 바솔로뮤가 전하는 편지와 함께 떠나도 좋을 것 같다. 그 여정의 끝에 당신 또한 삶의 전환점을 맞을 지도 모르므로.



끝이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 펼쳐지는 삶의 마법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_ 하야마 아마리 

못생기고 뚱뚱한 스물 아홉의 여자, 직업도 변변찮고 남자친구는 그녀를 뻥 차버렸다. 땅바닥에 떨어져 버린 딸기처럼 희망이 없다고 느낀 순간, 1년 뒤 죽기로 결심한다. 단, 1년 간 미친 듯이 벌어 꿈의 도시인 라스베가스에는 한번 가보고 죽자는 조건으로. 누가 봐도 가슴 찡한 이 이야기는 사실 작가의 실제 이야기다.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으니 1년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더욱 궁금해진다. 주인공 아마리의 인생은 끝을 인지하기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좌절뿐인 인생에 더욱 심란한 것은 언제까지 일지 모르는 그녀의 우울한 상황. 그러나 죽기로 결심하니 모든 것이 가능했다.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개의치 않고 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인생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낸 1년 동안의 시간은 아마리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저돌적으로 다음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반드시 얻는 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데 무엇이 무섭고 두려울까. 그녀처럼 1년 뒤 죽기로 결심하진 않아도 우리의 삶은 사실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걱정하고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며 산다. 그녀의 1년은 죽음 직전에 떠나는 강렬한 삶의 여행이었다. 그 누구보다 두려움없이 살았던 1년의 시간 동안 아마리는 남은 삶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끝을 앞두고 있는 휴가일지도 모른다. 그 휴가를 어떻게 보낼 지는 개인의 삶에 대한 태도에 달렸고, 한 순간 한 순간을 마음껏 즐길수록 남은 시간도 다르게 흘러간다. 끝이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 삶의 마법이 펼쳐진다. 당신의 휴가에 이 책이 앞으로 펼쳐질 삶의 마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파크 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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