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드

등록일 | 2016.03.28 조회수 | 2,159

[2016 3월 4주] 추천도서 리뷰 (1)



1.소설 분야 <블랙아웃> - 마스 엘스베르크


[현실적인 대재앙이 닥쳐 온다면?]





블랙 아웃이 뉴스에서나 듣던 먼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이나 천재 지변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처하게 될 재앙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p53

 전령망 통제 시스템 운영은 대부분 컴퓨터가 담당한다. 컴퓨터는 1000분의 1초 간격으로 전류 흐름을 자동으로 조정하고, 오퍼레이터들은 자동 조정에 실패할 경우 최후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

p12



개인적으로 500장이 넘어가는 어마 무시한 책이라는 점은 둘째치고 소설을 전개하는 방식이 독특해서 좋았다. 아마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기욤 뮈소의 책을 즐겨 읽었던 사람이라면 훨씬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아니면 말고) 이들의 소설이 취하는 방식은 여러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진행이 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구조라고 생각이 된다. 작은 내(개천)가 모이고 모여 굵은 강이 되고 그 강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바다 가 되는 그러한 맥락의 구조. 언급한 이름 이외에도 많은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구조이자 내가 좋아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누군가 전력망에 침투하고 조작해 전력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디서든 그런 일이 또 있을 수 있다는 뜻 아닌가요?"

p93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전산 오류로 인해 유럽은 물론 미국까지도 암흑에 휩쌓인다. 현대 사회에서 뉴스에 나올 정도로 큰 이슈가 될 수는 있었 다. 하지만 전력망이 복구가 되면 신랄하게 비판을 해야 지라며 "곧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 아웃>으로 명명된 전력문제는 며칠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삼일... 오일... 10일... 계속되는 전력난으로 문명은 큰 위기를 맞이한다.



전력팀, IT 기술자(라고 쓰고 해커라 읽는다.), 기자, 여행자, 정부 등 모두가 세계적인 정전 사태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일시적인 마비일까 전략적인 테러일까? 과연 블랙 아웃은 해결될 것인가? <블랙 아웃> 속으로 빠져보자.



"재앙은 다른 통속적인 영화와의 정반대로 지금까지 폭동이나 약탈이 일어난 적은 거의 없었어요.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오히려 서로 돕고 평온을 지키려고 노력하지요."

 "쌀독에 쌀이 떨어지지 않았던 모양이죠.">

p173



’세계가 새로운 테러의 위험이 놓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소설 <블랙 아웃>의 주요 골자이다. 흔해빠진 핵 전쟁, 제3세계의 폭발 테러, 하이재킹(항공기 납치), 주요 인사의 암살 등과 같은 소재가 아니라 블랙아웃(국립국어원은 ’대정전’으로 쓰기를 권장했으나 사장됨)이라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산다.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것은 둘째로 하고, 방망이를 깎는 노인의 심정으로 블랙 아웃 이후의 사태를 하나하나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내가 책을 읽을 때는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기 위해 머릿속으로 거대한 투명 공간을 세워놓고 (양쪽에 황금 기둥을 세우고 반투명막으로 둘러싸인 3D 무대) 거기에 책에서 등장한 활자와 영화/ TV/ 만화 등에서 얻은 자료를 적절하게 섞어 (상호보완적) 내용을 굴리고는(?) 하는데, 이것을 할 여지를 만들어 주지 않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아주 세세하게 작가의 세상을 쌓아 올린다.



우리는 TV,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이 항상 곁에 있는 세상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p154

"촛불을 켜!"

"초가 없어요"

p181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창문을 꼭 닫고 있으라고 하는데요"

p196



몇몇의 핵심 등장인물이 진행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하지만 실제로 사건 이후에 일어나는 일의 묘사는 진짜 장인이었다. 대목장의 젖소들의 젖 을 짜주지 못해 젖소가 죽어감 / 수억 마리의 병아리, 닭의 폐사 / 대규모 하우스의 조명시설 다운으로 인한 피해 / 온라인 쇼핑몰의 이용 불가 / 주유소의 기름 주유 불가 /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 까지는 &rsquo ;그런가’ 했다.



하지만 사건 초기, 전산 마비로 인해 은행 업무가 마비되자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마트로 모였던 사람들에게 받은 카드가 무용지물이 되자 오직 현금만 받는다는 설정에서 나를 강타하는 세세함에 놀라웠다.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의 소비 습관으로 결제를 하지 못하자 몰려간 은행, 이어지는 은행의 현금 인출 제한이라는 대응. (오~)



사건의 중반과 후반으로 넘어가며 혼란/ 약탈의 행위가 나오는 시점에서 등장하는 병원에서의 충격적인 글은 잊을 수가 없다. 환자가 넘치는 병원 에서 의약품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생명 유지 장치 같은 장비가 사용되는 중환자는 속절없이 고통을 받기 마련이다.



다른 병원으로 이동을 하는 도중에 죽을 정도의 심각한 환자들을 고통해서 해방시켜 주기 위해 안락사를 시킬 환자를 분류하고 시행하는 의료진의 모습은 (사안이 사안인지라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음.) 비장하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려 쌓아올려 이룩한 의사라는 직업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반복해서 그려진다. 그래서 소설 <블랙 아웃>의 묘사가 방망이를 깎는 노인 수준이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덤으로 원자력 발전소 냉각 시스템 중단으로 인한 폭발... 후들후들..) 묘사에 대한 얘기는 끝!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p393

​ "(만자노) 당신은 항상 마지막 만날 때보다 더 나아 보인 적이 한번도 없네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p433



블랙 아웃을 일으킨 범인을 찾기 위한 등장인물 중에서 해커 만자노와 기자 섀넌의 캐미가 가장 재미있었다. 내 생활 반경에서 쉽게 접해보지 못할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점도 그렇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사건을 파헤치고 휩쓸리는 만자노와 열혈 기자 섀넌이라 그들이 등장할 때면 즐거웠다. 물론 교통사고와 함께 총까지 맞은 만자노 본인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들의 대척점에 서있는 소위 테러범의 등장이 최소화하는 점도 흥미롭다. 책 속 세상 밖에서 주인공 일행과 범인의 행동을 모두 지켜보며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무려 200장이 넘는 시점에서 드디어! 등장하는 ’지하 사령부’라는 단락은 정보의 차단이 책의 재미를 증가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끝날 때까지 꽁꽁 숨겨두다니.. 부들부들..)



뭐~ 딥 다크 이야기는 아니기에 결국에 테러범은 잡히고 주인공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그 여정이 재미있었다고 평하고 싶다. 얼마나 작가를 <블랙 아웃>에 갈아(?) 넣었는지 차츰 무너져가는 사회 모습과 거기에 동승해 무법천지로 변하는 문명인이라는 우리에 대한 묘사가 탁월했던 책.



항상 생각을 했지만 기술이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 모든 일에 완벽을 요하는 컴퓨터가 단 하나의 오류로 인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을 때, 오랜 시간을 걸쳐 쌓아올린 인류의 문명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하게 드러내준 책이었다. (알파고의 단 한 번의 패배가 시사하는 점이기도 하죠) 재밌었다. 500여 장에 도전해볼 용자가 되어 보시길.



아! 솔직히 작가가 후기에 서술한 ’사랑이 떠났을 때에야 사랑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닫고 후회로 땅을 치게 될 인간들을 위한 사랑이야기’라고 했는데 "나는 못 느꼈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나에게도 살짝 왜 그랬는지 귀뜸해 주시길...



IT 시스템이 문제였습니다. 하필이면 에너지 생산과 배분에 관련된 전체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현재의 전력망 시스템은 몇 년에 걸쳐 해체되어 스마트 그리드로 전면 개편될 예정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스마트 그리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p209


그녀가 듣고자 하는 새로운 소식, 그녀가 직접 몸으로 겪고 싶은 새로운 사건은 과연 무엇일까?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모든 것이 다시 좋아지는 것. 그 외에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p350


애송이들 몇명이 이제껏 우리가 쌓아온 문명에 가장 심각한 위기를 불러왔거나, 아니면 이 세계를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위태로운 분쟁 상태로 몰아갔다는 것 아닙니까?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p437



<사용하지 않은 책 속 한마디>

패스워드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찾는 것은 인터넷의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이 세상에 못 알아낼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p50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조수석에 앉아 지도를 보는 여자를 언제부터 믿고 살았나요?"

"난생 처음보는 것을 운전하게 된 이후로!"

p391



 

-2016 3월 신간리뷰단 ’북체이서’



2.시/에세이 분야 <새벽 2시에 생각나는 사람> - 김정한


[세상을 향한 위로]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한번 보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늘 길이 엇갈려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갈 참엔 그는 공교롭게도 어디 외출을 했거나 예전에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사고로 병원에 입원을 하는 등 그야말로 불운이 붙어다닌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경우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 이 사람과는 이제 죽을 때까지 몇 번 만나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종의 미신처럼 말이다. 실제로 과거에 아무리 친했던 사람일지라도 죽기 전까지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괜히 쓸쓸해지곤 한다.



시인 김정한의 신작 에세이 <새벽 2시에 생각나는 사람>을 읽으며 문득 쓸쓸해졌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설 때처럼. 시인의 삶과 사랑에 대한 오랜 고민을 시가 아닌 산문으로 털어놓은 이번 작품에서 나는 왠지 모를 쓸쓸함과 더불어 시인이 겪고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옹이를 억지로 만져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곁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쿡 찌르기만 해도 어린애처럼 금세 ’왕’하고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나는 그렁그렁 눈물이 괸 눈으로 책을 읽어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먹먹해진 가슴으로.



"풍화된 시간을 돌아서 갈 즈음에는 동행할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실망과 절망을 되풀이 하다 낡아버린 생각들이/ 서로 부딪치다 대숲에서 울어도/ 그리움이 파내려간 미로를 더듬어 인연의 출구에 도착하겠지만/ 누군가 나보다 먼저 도착했으면 좋겠어요./ 힘겨운 순례의 길이 멈추지 않 도록 단 한 사람이 동행했으면 좋겟어요./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어요." (p.102)



며칠 전 친한 친구 한 명이 나를 만나기 위해 평일 오전에 차를 몰아 서울에서 내가 있는 이곳까지 내려온 적이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그의 손을 반갑게 잡았지만 우리는 이렇다 저렇다 별 이야기도 없이 그저 점심을 같이 먹었고, 늘 테이크 아웃을 하던 커피숍에서 익숙치도 않은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였고, 관상용인 듯 그저 쳐다보기만 할 뿐 마시지는 않았고, 약속이나 한 듯 일어섰고, 주차장까지 배웅을 나가겠다는 나를 친구는 굳이 등 떠밀어 돌려세웠고, 친구는 그렇게 말도 없이 가버렸다. 그리고 그 날 다 늦은 시각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잘 올라왔어. 얼굴 보니까 좋더라." 하는 싱거운 말에 나는 그저 기분이 좋았었다.



"꼭 당신을 만나야겠다고 노력한 적은 없어요./ 그러나 어느 날 당신이 내 앞에 서 있었어 요./ 당신을 사랑하겠노라 죽어라 애쓴 적도 없어요./ 어느 날부터인가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일부러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 적 없어요./ 그저 난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으니까요." (p.316)



관계는 의도하지 않는 어떤 순간에 맺어지고, 인연은 또 보이지 않는 어떤 시간에 깊어지는가 보다. 얼굴만 잠깐 보고 돌아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그런 인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참을 생각했다. 웅숭깊은 시인의 말에 상념이 깊어지는 하루였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모든 게 흐릿하고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나는 그때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미래가 확고하고 모든 게 선명하다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거나 인생을 두 번 사는 뱀파이어가 아니겠느냐고.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후회한다’는 말인 것 같아요./ 후회는 실수, 실패의 주인이기도 하니까요./ 그 의미를 알면서도 ’후회한다’는 행동을 하게 되니까요./ 아마도 완벽하지 못해서 그렇겠죠?" (p.194)



괜히 우울하고 어깨가 움츠려드는 이유는 ’세상에 오직 나 한 사람만 ……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마음 때문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며 조용히 손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내 얘기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이 곁에 있다면 세상의 공기는 지금보다 한결 따뜻해질 것이다. 세상의 그대에게 가장 훌륭한 위로는 그대를 향한 조용한 미소라는 걸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쭙잖은 충고가 난무하는 요즘, 들꽃처럼 순박한 미소와 어깨에 얹히는 가벼운 손길이 세상을 향한 따뜻한 위로임을 시인은 이 책에서 말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2016 3월 신간리뷰단 ’꼼쥐1’



3.인문 분야 <공부할 권리> - 정여울


[배움의 기술, 한 수 배우다.]





책을 처음부터 읽는 버릇도 때로는 좋지 않다. 어떤 경우는 바로 에필로그부터 읽어보는 것이 좋을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책의 경우가 그렇다.



이 책,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읽었다. 저자가 인문학이란 그 멀고도 먼 여정을 홀로 걸어가면서 책을 통해 그 좋은 스승들을 만나는 것을 부러운 시선 담뿍 담아 읽었다.



< p>그렇게 해서 ’아, 이 책은 배움에 관해 배우는 책이구나. 저자는 그런 자기의 배움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이 어떻게 하면 잘 배울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책이구나’ 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을 지니고 가볍게 에필로그에 들어섰다.



그랬더니, 이런 글이 나를 맞이하는 게 아닌가?



<이 책에는 제가 지난 10여 년 동안 시간표도 선생님도 없는 나만의 작은 마음의 학교에서 스스로 배우고 익힌 배움의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348쪽)



그렇게 저자가 이 책을 통하여 말하려고 했던 것의 골자가 그 말 한마디에 담겨 있는 것을, 그래서 이 말을 먼저 읽었더라면 굳이 문장마다 행간을 헤아리며 글의 요지를 다음에 나오는 그 관련된 어떤 글과 연결시키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그렇게 애면글면 애쓴 결과 얻은 결론, 땀 내어 얻은 수확이 남이 서론 본론 다 빼고 결론만 쏙 입에 넣어 주는 것보다 더 맛있고, 고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신이 났다. 그래 ! 이게 바로 책을 읽는 기쁨이야!



왜 공부할 ’권리’인가?



이 책의 제목은 의아하다. 공부할 ’권리’라니? 이 책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렇게 제목을 지은 까닭을 찾는 일이었다. 왜 공부하는 것이 권리가 되는가?



그 해답은 일차적으로 저자가 쓴 머리말 격인 <왜, 공부할 권리인가?>에 나와 있다. 저자도 그런 제목을 붙여놓고, 의아해 할 독자들에게 먼저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인문학은 저를 한없이 모자란 사람으로 만듭니다. 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 예전에 내가 안다고 믿었던 지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와르르 무너짐이 싫지 않습니다.> (6-7쪽)



<나에게 공부란 주어진 아픔을 견디는 수동적인 무기가 아니라 현실에 맞서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무기입니다. 저는 공부할 권리를 지킴으로써 끝내 행복할 권리를, 더 깊이 세상을 사랑할 권리를 되찾았습니다.>
<공부란 나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이 차가운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하는 길이었습니다.>(8쪽)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그동안 ’공부’라고 믿었던 것들이 그저 ’문제풀이의 기술’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문학과 철학과 역사를 공부할수록 치유불능의 열등생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열등감까지 좋았습니다. 병적인 즐거움이었지요. 인문학 공부의 무서운 맨얼굴은 파고들수록 ’넌 지독한 무식쟁이야!’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지함을 깨달을수록 신이 났습니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를 깨닫는 것이 아니 라 내가 무엇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며 살아왔는지를 깨닫는 순간 진짜 배움이 되었습니다.>(344- 345쪽)



이런 인용문에 어떤 코멘트 붙일 필요 있을까?



이래서 이 책이 좋다.

책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책 하나로 만족하는 책과 그 책만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책, 그렇게 두 가지다.



조금 더 부연설명하면 첫 번째 책은 그 책을 읽고 더 이상 다른 책 속으로 가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반면에 두 번째 책은 그 책을 읽고 또 다른 책 속의 길로 가고픈 생각을 샘솟듯 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 책 속에 언급된 책, 저자가 맛있게 먹었다는 그 책을 독자들도 미치게(?)먹고 싶어지는, 그렇게 만드는 책이 두 번째 종류의 책이며, 바로 이 책이 거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소개하는 책, 어떤가?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모두들 ‘진짜 문제’라고 외치는 것에 대한 멋진 해답을 제시하는 책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문제에 대한 매끈한 해답이 아니라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를 발견해 내는 책은 흔치 않지요.> (297쪽)

자,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를 발견해 내는 책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저자가 하는 말을 더 들어보자.



<마르크스는 모두들 해결되었다고 느낀 곳에서도 또 다른 문제를 찾아내고, 모두들 괜찮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결코 괜찮지 않은 문제를 찾아냅니다(297쪽)



또 한권 마르크스를 ‘제대로’ 소개하는 책을 저자는 소개한다.



<....마르크스가 나를 우리 밖으로 꺼내주는 것이 아닙니다. 마르크스는 내가 우리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죠.> (296쪽)



이 책이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가 쓴 책,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이다.



그래서 이 책 읽고, 저자가 이정도 언급했으면 당연히 그 책에 목마름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거의 모든) 책에 대하여 목마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 책을 허투루 읽은 것이다.



나, 몹시 목마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내게 맛보기로 보여준 그 모든 책에! < /font>



-2016년 3월 신간리뷰단 ’seyoh’



4.경제경영 분야 <5년 후 세계 위기는 공평하게 다가온다> - 김상철


[전략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





국가간 공조가 무너지고 국가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시기에 체면이고 뭐고 없다, 나부터 살아야 한다... 는 생존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 도망칠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머리를 싸매고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30여년간 KOTRA에서 일하는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세계의 정치경제적 흐름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단기와 중장기적 계획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중동에는 우리의 텃밭인 부분도 있었고 유럽과 경쟁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엔저로 인해 일본과도 경쟁하게 되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원자재가 있는 국가라면 닥치는대로 전략적 관계와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흘러나오는 중동의 기사들을 보면 한국은 중국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이곳은 한국이 후발주자나 다름없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시장 노하우도 거의 없는 것 같다. 프로젝트 수주 실적도 미미하고 수입시장의 점유율도 미약하다. 한마디로 약점만 가능하다.



이 책에는 그러한 분석들을 뒷받침해줄만한 다양한 도표과 자료가 첨부되어 있다. 분석에 대한 신뢰도도 높여주고, 구제적인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어 그에 대한 분석과 대안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저자는 이러한 분석과 함께 간략한 대안도 제시한다. 이런 식의 것들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가령 위의 아프리카를 예로 들면, 각 국가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하며, 인프라 분야에 투자한다거나, 그쪽에 노하우와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유럽이나 중국과 협력하는 방법으로 진출해 본다거나, 수주 가능성이 높은 5천만에서 1억달러 상당의 중소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을 세워 진출해 본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참여로 파이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우리가 먹을 파이는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외부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국내경제가 건강한 구조를 갖추어야 할 필요과 대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좀비기업이나 한계기업들은 특별한 목표도 없고 성과도 없으면서 세금만 축내고 있으므로 이런 기업들에 대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단기적 처방과 중장기적 대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된다고도 말한다. 가령 노동시장의 개혁과 인재양성, 연구개발, 인수합병, 세제 인센티브,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 등의 과제들은 긴 호흡으로 접근하고 기업구조조정과 수익률 확대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과 적극적인 재정 혹은 금융완화 등 대응책은 단기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대한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계속해서 언급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문화는 지금으로써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 그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죽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문제점도 계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재벌 오너가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재벌3세와 4세까지 계속되는걸 언급하면 과연 그만한 실력이 있는걸까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대기업에 대한 개선책들을 훑어보면 많이 약했다. 언급은 하되, 구체적으로 파고들려고는 하지 않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이 같이 일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각 기업들을 산업생태계 내에서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총력전을 경주할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전기차배터리나 사물인터넷, 태양광 2차전지, IT융합의료기기, 한류활용관광서비스 산업 등도 그런 예로 들었다.



세계가 변화하고 있는 속도에 비해 우리나라는 속도도 늦고 대안도 없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후발주자였던 국가들과의 차이는 점점 좁아지고 있고 일부는 우리를 뛰어넘고 있다. 앞서가는 자들은 더 멀어지고 있다. 깊이 들어가면 구체적이지는 못한 것 같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건 어떨까 싶다.



 

-2016년 3월 신간리뷰단 ’L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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