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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10.27 조회수 | 4,345

[2015 10월 3주] 추천도서리뷰




[일상에서 시작된 살인사건]

현대인들은 하루 평균 약 3번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한 거짓말도 포함이다. 오늘 하루가 지랄맞게 별로인데, 남들이 묻는 말에 인사치레로 "괜찮아"부터 시작해서 내가 별로 내키지 않는 약속을 파토내기 위한 거짓말까지. 여기다 화이트 거짓말도 넣으면 하루 3번 정도의 거짓말은 오히려 더 적게 집계된 통계가 아닌가 싶다. (지금 이 글에도 내가 거짓말을 쓰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거짓말은 대체로 별 것이 아니거나 사소한 것들이다. 개중에 남들에게 절대 말못할 엄청난 비밀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의 아주아주 작은 거짓말이 나비효과에서 나비의 최초의 날개짓이 된다면?


 리안 모리아티 작가의 전작 <허즈번드 시크릿>처럼 이 소설도 정말 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이 점은 한 때 엄청난 인기를 누려 시즌6까지 방영되었던 미드 <위기의 주부들>을 떠올리게 한다. 저마다 치명적인 비밀을 가지고 있는 예쁜 엄마 4명의 이야기인데, 미국식 막장 드라마 중 하나이다. 한 번 빠져들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되어 순식간에 시즌3까지 보게 되는 드라마이다. ) 어디에서 있을 법한 엄마들의 모임, 그리고 엄마들 모임에는 꼭 있는 잘나가고 아는 척 하는 엄마, 그 엄마를 쫓아다니는 엄마, 출중한 미모를 가진 엄마, 봉사하는 천사표 엄마, 유쾌한 엄마 등등이 나온다. 이혼하고 새 남편과 결혼하여 사는 매들린과 매들린의 전 남편과 사는 보니, 미혼모 행세를 하는 싱글맘 제인은 한국에서는 좀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정말 평범한 가정 중 하나이다. 살인사건과는 전혀 멀어보이는 이 엄마들 그룹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평범해 보이는 엄마들 속에서, 퀴즈의 밤 살인사건의 범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소설 중간 중간에 각 엄마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후 인터뷰에 응하는 식으로 나오는데, 여기서 자신들의 속마음이 여과없이 드러나기 때문에 가식적인 행동들과 비교되면서 실소를 자아낸다. 여기엔 질투심. 시기 등이 뒤섞여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작가는 여자의 심리를 아주 잘 꿰뚫고 있는 것 같다.예를 들면, 이런 문구에서 말이다.


 브리엘 : 아, 근데 내가 직접 본 건데요, 셀레스트는 탄수화물을 내일은 없다는 듯이 마구 먹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내 말은, 이 세상에 정의가 있다는 거, 다 거짓말이라고요.            -24P-

도대체 살인사건 관련 인터뷰를 하면서 왜 이런 질투어린 말이 나온단 말인가.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실이다. 우리는 시시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하는 속물적인 생물이다.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거야말로 거짓말이다.

가장 처음 시작된 드러난 갈등은 제인의 아이 지기와 열성엄마 레나타의 아이 아마벨라와의 사건에서 시작된다. 아마벨라는 목에 멍이 들어 나타나고, 자신을 때린 아이를 지기라고 지목하는데 지기는 절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서로 자기 자식의 말을 믿는 엄마들과 그 엄마들의 친구들로 자연스럽게 파벌을 형성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또한 평범하게 보였던 각 엄마들의 이야기가 한 명씩 클로즈업 되어 자세하게 다뤄지면서 각자의 비밀들을 은연중에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거짓과 마음에 품고 있는 진실들이 씨실과 날실을 이루며 정교하게 짜여진다. 그리고 이 비밀은, 정말로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남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연기를 한다. 진짜 부끄러운 나를 숨기고 다른사람이 좋아할 만한, 웬만하면 호감을 가질만한 사람으로 연기를 한다. 그 연기에는 진짜와 거짓이 잘 섞여 있기 때문에, 모두가 적당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인지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적절히 위선적인 삶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뭔가는 구린데가 있겠지.’라는 식으로. 이러한 사소하고도 극단적인 얘기를 잘 넘나들면서 풀어낸 얘기는 시나브로 독자를 매혹시킨다.


리안 모리아티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놀라운 것은, 작가가 이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설의 줄거리를 위화감 없이 잘 이끌어낸다는 사실이다. 특별한 소재와 자극적인 모티프로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평범함 속에서 조금씩 사람을 흡입하는 소설이 있는데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후자에 해당한다.


제인은 왜 그냥 평범한 미혼모처럼 보이려고 애쓰는지, 그리고 왜 6개월마다 이사를 하는지, 제인의 강박적인 행동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제인은 왜 지기를 100% 믿지 못하는지, 도대체 지기와 아마벨라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셀레스틴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그런 완벽한 삶을 과연 살고 있는지, 과연 살인범은 누구인지...등등 평범해 보이는 이 아주머니들의 삶에서, 수 많은 위선 속의 거짓말을 파헤쳐 보자. 진실은 600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드러날 때 굉장히 값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정말 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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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월 신간리뷰단 ’동그라미마름모’




 

   [ 풍화의 슬픔]

소설가 김훈의 글에서는 언제나 마른 먼지내가 난다. 도무지 헐거운 부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정이 내 가슴께를 콕콕 찌른다. 나는 이따금 밭은 기침을 하며 책을 내려 놓는다. 내 게으른 호흡으로는 작가의 철두철미를 차마 감당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독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한 권의 책을 편히 읽도록 하기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가슴으로 다시 쓰라 명령하는 듯하다.


나는 작가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다. ’어렵게 쓴 시는 독자도 그만큼 어렵게 읽어야 한다.’고 햇던 대학 친구의 말을 나는 몇 번이나 곱씹고 되내었다. 지난한 독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이 힘겨움이 막 입대한 훈련병의 모습으로 화하여 쉬고 읽기를 반복하게 한다. 훈련병 시절에는 어머니의 시큼한 땀냄새가 그렇게 그리웠었지. 그러나 김훈의 글에선 오래 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려야만 했다.


"지금은 한식날 아버지 무덤에 가서도 나는 울지 않는다. 내 여동생들도 이제는 다들 늙어서 울지 않는다. 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어서, 40년이 지난 무덤가에서는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슬프지 않고, 슬픔조차도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또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 먼 슬픔이 다가와 가까운 슬픔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인데, 이 풍화의 슬픔은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p.33~p.34)

나의 할머니는 6.25 동란에 할아버지를 여의고 젊은 나이에 청상이 되었다. 그 기구한 운명에 지지 않으려는 듯 할머니는 언제나 꼿꼿하셨다. 이따금 할머니 방에서 잠을 잔 날이면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깬 할머니의 모습을 먼저 보게 되었다. 할머니는 종지에 떠온 찬물을 머리에 찍어 바르시며 숱이 많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팽팽히 당겨 말아쥐고는 언제나 그렇듯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았다. 그것은 어린 손자에게조차 당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했던 마지막 자존심이었고, 당신의 운명에 대한 분노이자 성스러운 기도였다.


나는 위의 인용문을 이 책 <라면을 끓이며>에서 처음 읽었던 게 아니고 28인의 소설가가 쓴 <내 영혼이 한뼘 더 자라던 날>에서 먼저 읽었다. 나는 그때 작가가 말하는 ’풍화의 슬픔’을 내 가슴께에 한 자 한 자 새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마치 살을 도려내는 고통인 양 깊은 울음을 울음 울게 했다. 이 책은 실상 바쁜 식사를 마치고 하루의 밥벌이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이 시대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지만 나는 예전에 출간된 그의 저서에서 받았던 오래된 슬픔과 이 책에서 처음 읽는 새로운 슬픔이 마구 뒤섞이는 바람에 하루의 정해진 끼니를 이따금 건너 뛰어야만 했다.


"주어와 술어를 가지런히 조립하는 논리적 정합성만으로는 세월호 사태를 이해할 수도 없고 진상을 밝힐 수도 없을 것이다. 또 이 사태를 객관화해서 3인칭 타자의 자리로 몰아가는 방식으로는 이 비극을 우리들 안으로 끌어들일 수가 없다. 나는 죽음의 숫자를 합산해서 사태의 규모와 중요성을 획정하는 계량적 합리주의에 반대한다. 나는 모든 죽음에 개별적 고통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값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명과 죽음은 추상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회복이 불가능하고 대체가 불가능한 일회적 존재의 영원한 소멸이다." (p.175~p.176)


우리가 사는 현재는 언제나 간절함이 배어 있다. 그러므로 간절함이 없는 현재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세월에 밀려 과거로 변한 지금은 그 간절함 밖의 간절함이었던 듯 덧없고 쓸쓸하기만 하다. 머리가 희끗해진 작가의 글을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읽게 될지 알지 못한다. 내게 남은 것은 오직 지금 읽는 이것과 서먹해진 과거의 저것만이 있을 뿐이다. 아직도 나는 작가가 말한 ’풍화의 슬픔’이 오래도록 아프다.

"간절해서 쓴 것들도 모두 시간에 쓸려서 바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늘 말 밖에 있었다. 지극한 말은, 말의 굴레를 벗어난 곳에서 태어나는 것이리라." (p.410)

 

2015 10월 신간리뷰단"꼼쥐1’’





[장자를 새로운 시각으로 가르치는 이 시대의 멘토 ]

인문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한국 사회에 꾸준히 영향을 끼치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인문학 고전을 소개하는 책들이 봇물처럼 출간되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 열풍으로 인문학에 새로 관심을 갖게 되었어도 인문학 탐색의 출발점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가 막막한 사람이나 인문학이 어렵다는 편견으로 유명 학자의 작품을 직접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이런 책들이 고마운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장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자의 사상이 매우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자신보다 장자를 먼저 알게 된 누군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는데, 김태관이 쓴 『곁에 두고 읽는 장자』도 그런 유형에 속한다. 『곁에 두고 읽는 장자』가 소개하는 장자를 한마디로 말하면 맹목적 객관주의를 갈파하는 주관주의자요, 무비판적 절대주의를 질타하는 상대주의자요, 근시안적 현세주의를 경계하는 탈현세주의자다. 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말은 쉽게 이해된다.


우리는 공간의 ‘대소’(大小)나 시간의 ‘장단’(長短)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장자는 이런 생각이 크게 잘못된 편견임을 지적한다. ‘시간’의 경우, 우리에게는 객관적 시간(크로노스)이 존재하지만 우리의 삶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객관적 시간이 아니라 주관적 시간, 또는 의미적 시간(카이로스)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70년 인생이 찰나처럼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1분의 시간도 10년처럼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버들치는 자신이 사는 개울을 엄청나게 크다고 느끼겠지만,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에게는 개울이 헤엄칠 수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장자는 우리에게 스스로가 갇힌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라고 끊임없이 충고한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자신을 둘러싼 만물과 만사를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으로, 또는 관규(管窺: 대롱으로 표범을 보는 편협한 시선)로 이해하는 태도를 경계하라고 주문한다. 우물 입구로 보는 것이나 대롱으로 보는 것은 전부가 아니며 극단적인 경우는 허상일 수도 있어서, 바른 이해나 판단을 보장할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이 미리 정해둔 일정한 틀 속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사건들을 평가하는 까닭에 우리 사회가 끊임없는 갈등과 마찰로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장자의 이런 일침은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장자의 상대주의, 주관주의, 탈현세주의는 ‘도’(道)에 대한 이해에서 절정에 이른다. 장자는 도는 표현할 수 없고 표현해서도 안 되는 것이며, 억지로 도달하기 위해 애쓰거나 기교를 부려서 쟁취하는 무엇이 아니라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를 때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도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도에 도달하기 위한 절대적인 법칙, 객관적인 방법, 현세적인 이론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도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각과 자세로 바라봄으로써 얻게 되는 깨달음의 경지다. 마음이 새로우면 보이는 세상 또한 새로워지는 법이다(p. 49)


 이와 같이 도에 이르게 되면 시간의 변화가 사라지고 공간의 유무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시간이나 공간도 마음의 차원과 융화된다. 이렇듯 깨달음에 이르게 되어 시간의 변화가 없어지면, 죽음도 삶도 없는 경지,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사라지는 경지, 몸은 땅에 매여 있어도 마음은 시간 밖을 유영하며 천상을 넘나들고 아득한 과거를 더듬게 되는 것이다(p. 57). 곧 ‘흐르는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이 되는 경지다. 장자의 마음은 바로 여기에 머물러 있다. 그곳은 시간의 변화도 없고 죽음도 삶도 없다.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 밖에 존재하는 그곳, 곧 도가 머무는 만물의 근원이다(p. 63). 이런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을 지인(至人)이라고 부른다.


만물을 이렇게 바라보는 경지에 이르면,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만물의 근본, 즉 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은 모두 하나다(p. 77). 이렇게 장자를 따라가다 보면, 삶은 꿈이 되고 꿈은 춤이 되었다가 결국 무(無)로 돌아간다. 장자에게는 무(無)와 춤(舞)은 다른 것이 아닌 까닭에, 아내의 죽음 앞에서도 춤추고 노래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삶이 곧 춤인 장자의 세계에서는 눈물 또한 변하여 웃음이 된다. 장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슬픔은 기쁨으로, 고통은 즐거움으로 바뀐다. 이렇듯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장자가 죽음을 맞는 자세는 우리 같은 일반인과 크게 대비된다. 장자는 죽음을 넘어섰기에, 우리 같은 속인들이 몰두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넘어설 수 있지 않았을까?


‘장자’하면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도 빼놓을 수 없다. 『곁에 두고 읽는 장자』도 이 점을 잘 소개한다. 장자는 인위를 강하게 부정하고 하늘의 순리를 따를 것을 강조하는데, 인간이 자신을 위해 하는 모든 일, 물고기를 잡고 나무로 집을 짓고 말을 길들여 부리고 땅을 개간해서 일구는 것은 결국 물고기나 나무나 말이나 땅의 입장에서는 순리를 어기고 그 본성을 해치는 일로 드러난다. 이런 인위는 일견 그럴듯해 보여도, 결국 인간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도 그런 천하의 일부여서 전체가 흐트러지면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나친 개발로 환경파괴와 환경오염이 가속화된 바람에 엄청난 자연재해가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강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장자의 이런 선견은 대단히 탁월하고도 놀랍다.


이런 장자의 무위 사상은 오늘날 우리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약이 아닐까? 성공과 출세에 집착해서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 현대인은 마치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불을 향해 달려드는 날벌레처럼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 속으로 스스로를 내몰고 있는 건 아닐까? 욕심을 부려 무언가를 얻고자 쉬지 않고 노력해도, 결국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하는 이상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오직 허탈함과 낙담만 돌아올 뿐임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너무나 공허하고 무의미할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좇고 있는가? 대롱으로 보는 것을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 허상을 좇는가? 없는 것을 좇으면 인생을 잃는다(p. 119)


이런 무위는 결국 지락(至樂)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즐거움은 세상의 즐거움을 초월한 곳에 있다.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모두 외물을 좇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장자는 세상 사람들이 변하는 사물에 얽매여 평생토록 육체와 본성을 고달프게 할 뿐이니 참으로 슬픈 일이라고 탄식한다(p. 209). 세상 사람들이 참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은 어른이 되면서 본성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행복을 찾으려면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린아이로 돌아갈 때 세상은 항상 새로움으로 가득하고 사람이 자신의 주인이 되어 창조적 삶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장자는 도를 터득한 사람을 어린아이와 같다고 한다(p. 211).


물론 『곁에 두고 읽는 장자』로 장자의 사상을 전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저자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하나의 틀로 작용해서, 장자의 사상을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상가(가령, 공자)의 입장을 호도하는 측면도 있다(모든 저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책을 쓴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런 주관성의 문제는 늘 개입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 책은 장자에게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에서 우리를 위해 또 하나의 돌을 놓는 역할을 한다. 그 돌을 딛고 서면, 우리는 장자에게 직접 나아가는 데 좀 더 유리하고 편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삶 속에서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앞서 지적했듯이 장자처럼 상대주의적이고 주관주의적이고 탈현세적인 시각으로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살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곁에 두고 읽는 장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괜찮지 않을까?


2015 10월 신간리뷰단 ’eliot’




   [ 어느 여기자의 재테크에 대한 단상들 ]


대한민국 30대 싱글 여성들은 가난하다. 남들은 화려한 싱글이다 골드미스다 비행기를 태우지만, 이건 주머니 사정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사실 우리는 결혼, 출산, 노후를 포기할 정도로 빈곤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승진에서 밀리고, 연봉이 오르지 않는 건 유리 천장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화려하게 만들어줄 제2의 월급 통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월세’라는 제2의 월급 통장을 통해 당당하게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한 ’여자 성선화’의 이야기다.

- ’ 프롤로그’ 중에서 


 30대 싱글 여성들은 가난하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을 한번 쯤은 들었을 것이다.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실속이 없음을 가르키는 말이다. 이 속담이 바로 30대 싱글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듯하다. 남들이 보기엔 직장에 다니고 월급도 꽤 솔솔해서 모아둔 돈이 제법일 거라는 생각에 화려한 싱글이나 골드미스라고 부르지만 정작 당사자인 30대 싱글 여성들은 ’무슨 개뿔’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거다.


책의 저자 성선화는 현재 <이데일리>의 재테크 전문기자로 활동 중인 작가이다. 기자라는 타이틀보다는 작가라는 이름에 더 충실하면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작가로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새로운 도전과 색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그래서 유달리 모나고 까탈스러운 ’인간 성선화’의 재테크 도전기를 기록하고 있다.


 2006년부터 한국경제신문의 기자로 출발했던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재테크 체험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재테크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독자들의 감성에 호소함으로써 스스로 재테크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그녀의 저서로는 <빌딩부자들>, <월세의 여왕>, <재테크의 여왕> 등이 있다.


저자는 80만 명의 재테크족들이 모인 커뮤니티 ’짠돌이카페’에서 30대 싱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약 500명에게 연봉, 순금융자산, 보유 부동산 평가액, 월 저축액 등을 물었다. 정확성을 높이려고 2주 동안 자발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참고로 이를 소개한다.


10명 중 7명의 월 실수령액이 300만 원 미만이었는데, 여성 응답자의 절반은 300만 원을 넘지 않았고 22%는 2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30대 중소기업 직장인의 월급이 200만 원 정도였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식비와 통신비 등 생활밀착 물가는 껑충 뛰었지만 30대 싱글 여성들의 월급만은 제자리 걸음인 셈이다.


30대 싱글, 얼마나 저축하나?


 30대 싱글 대부분 월급의 절반도 저축하기에 힘겹다. 2명 중 1명은 월급 대비 저축액 비율이 50% 미만이다. 응답자의 10명 중 3명은 거의 저축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 저축액을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21%가 월 50만 원에도 미달한다. 성별로 비교할 때, 여성 응답자의 23%와 남성 응답자의 14%가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이었다.


 30대 싱글, 월 납입 연금저축액은 얼마?

10명 중 7명이 월 30만 원 미만의 연금저축액을 불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가 많아질수록 그 비율은 낮아진다. 80만 원 이상을 연금저축으로 불입하는 사람은 고작 13명에 불과했다. 여성 고소득자들의 연금저축액은 상대적으로 많았다. 30만 원 미만을 불입하는 골드미스는 극소수였다. 아무튼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저축 수준이 높았다.


위의 상황들을 모두 고려할 경우, 싱글 여성 대부분은 수입은 적지만 돈 나갈 곳이 많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노후를 대비한 저축액이 턱없이 부족한 ’악순환의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뭘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는 것처럼, ’지출을 줄이고, 많이 벌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해답을 화두로 삼아 ’제2의 월급 통장’을 가지라고 우리들에게 주문한다.

경제적 무능력,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저자는 싱글이었지만,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 외롭다는 느낌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다. 하루는 대학 동창의 생일 파티가 강남의 한 주점에서 있다길래 야근을 마치고 그녀는 밤 10시가 넘어 그 장소에 도착했다. 일찍 온 친구들은 벌써 자리를 뜬 상태라서 파티장은 이미 김빠진 맥주같았다.


한 눈에 잘생긴 외모가 눈에 들어오는 젊은 남성이 ’병원 오프’라 스트레스를 풀려고 친구들끼리 놀러왔다면서 저자에게 접근했다. 이 남성은 인턴이었다. 병원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이 남성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무 생각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이 남성의 한 마디가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어버렸다. "우리, 두 달만 계약 연애 할래?"


주말에 텅 빈 기자실로 그녀는 혼자 출근했다. 일요일이라고 집에 처져 있는 것보다 사무실로 나오는 게 오히려 편했다. 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얼마 전에 본 그 반반한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이 나이 먹고 별꼴을 다 당하는군. 빨리 결혼이라도 하든지 해야지. 나 원참!’, 갑자기 싱글인 자신이 서글퍼졌다. 기자라는 자존심 빼곤 가진 게 별로 없다. 월급 통장 잔고는 약 50만 원, 매월 카드값 결제도 힘에 부친다. 무엇보다도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건 ’스스로 돈 모을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정말이지 저자는 월급만으로 부자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백억 원대의 부자를 꿈꾼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보다 매달 100만 원만 더 벌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소박하게 생각했다. 그녀의 이름으로 된 집 한 채만 있어도 평생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받는 월급으론 번듯한 집 한 채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 방법은 두 가지였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든지, 아니면 돈 잘 버는 직업으로 바꾸든지, 이 모두 불가능한 일이었다. 병원 인턴이라던 날라리가 그녀를 일깨워준 것은 바로 그녀의 ’경제적 무능력’이었다. 돈 벌 자신이 없다는 현실 앞에서 ’인간 성선화’의 자존심도 말라비틀어진 껌 딱지처럼 쪼그라들었다.

조직의 쓴맛을 보다


"아무래도 네가 편집국을 떠나야 할 것 같다"
3월 어느 날, 그녀에게는 경술국치보다도 더 치욕적인 날이 되고 말았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조직의 쓴맛’을 경험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발로 뛰며 피땀 흘려 쓴 <빌딩부자들 >이 출간된 지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이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지만 조직은 그녀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쳤던 것이다.


조직은 어느 누구도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았으며, 죽임을 당하는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30대 초반, 그녀의 생 한가운데서 마치 처녀 귀신처럼 ’기자 성선화’는 죽음을 맞이했다. ’월급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그녀의 생각에 용기를 주었던 자수성가형 빌딩부자들과 미쳐 지내던 동안, 그녀의 등 뒤로 배신의 칼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던 셈이다.


강남 테헤란로에서 공실률 제로를 자랑하는 윤 회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올 때 그녀에게 신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세월의 힘’을 강조하면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25평 전세로 같이 출발했던 직장 동료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는 반면, 그는 강남의 빌딩주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가 그녀에게 해 준 말이 귓가에 맴돌며 떠나질 않았다. 그해 가을, 그녀는 빌딩부자들에 미쳐 지냈던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빌딩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2년, 5년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성선화의 100일 프로젝트


신문사 건설부동산부에서 쫓겨나 타 부서로 발령받은 날, 그녀는 너무도 억울해서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결심했다. 빌딩부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그녀는 직접 도전에 나서보기로 했다. 100일 동안 전국을 돌며 직접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얼 다큐가 목표였다. 그녀의 ’잡초근성’은 이렇게 ’월세의 여왕’ 신화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2011년 6월 27일, 성선화의 100일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녀가 옮긴 부서는 근무 환경은 최상이었다. 특종 스트레스도 없고, 취재원과의 인터뷰도 없는 천국 아닌 천국 생활이었다. 오전 9시까지 출근해 조간신문을 읽고, 간단한 코멘트를 남겼다. 이는 당일의 이슈를 파악, 자사 신문과 타사 신문을 비교 분석하는 짧은 리포트였다. 이 작업은 오전 11시면 끝났다. 이후 오후 5시에 가판신문이 나올 때까지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프로젝트가 개시된 셈이다.


100일 동안 1,000만 원을 모으기 위해 한 달 동안 30만 원으로 생활하는 극단적인 실험을 계획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던 강남지역부터 돌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을 쪼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선릉역에서 하차해 경매로 나온 ’롯데 골드로즈 오피스텔’을 찾아갔다. 감정가 2억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이었다. 시간에 쫓겨 충분히 둘러 보지 못했지만 역에서 가깝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처음 2주 동안은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팔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그녀는 ’진정성의 차이’를 깨달았다. 자기 돈을 가지고 피 터지게 고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라인( 그녀만의 투자 전략)

1. 세금을 내고 최소 월 60만 원 이상의 월세 순익
2. 자기 돈 7천만원으로 순익 40~50만원 창출, 1억원 초반대 부동산에 집중


 3주가 지났을 무렵, 의외로 그녀의 첫 투자는 벼락처럼 찾아왔다. 분양업자의 사탕발림에 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빌라였다. 투룸인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5만원까지 가능하다는 제안이었다. 자기 돈 2,500만 원만 있으면 9,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만약에 대출이 안 되면 잔금을 치르지 않고 계약 파기를 하면 된다고 유혹했다. 귀신에 씌인 게 분명했다. ATM에서 200만원을 뽑아 계약금을 걸었다.


하지만 대출이 어려웠다. 포기할까 생각하던 찰나에 마침 빌라를 분양하는 어느 사장님이 떠올라 고민을 부탁했더니 지인을 통해 경기도 부천에서 겨우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1억 3,500만 원 빌라를 사는데 들어간 돈은 고작 2,500만원이었지만 매달 25만원의 순익이 발생했다. 월세 65만원 중 대출이자 40만원을 공제하고 산출되는 금액이었다. 자기자금 투자액 기준으로 연간 약 12%의 수익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맛볼 수 있었다. 빌딩부자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대출을 통한 지렛대’였다.


내가 대출 이자를 내면 ’나쁜 대출’, 내 돈으로 내지 않으면 ’좋은 대출’


당시 그녀가 가진 투자금은 1억 원, 대출을 잘 활용한다면 이런 빌라와 비슷한 물건을 4개 더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인 월세 순익 100만 원이 충분히 가능할 듯했다. 수익형 부동산의 목적은 대출이자를 납부한 후 월세 순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수익률의 결정은 결국 ’대출 금리’인 셈이다. 그녀는 매달 꾸준히 돈이 입금되는 ’월세 통장’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이것이 바로 제2의 월급 통장인 것이다.


지방 아파트, 유종의 미를 거두다


투자는 할수록 요령이 생긴다. 처음 연 12퍼센트로 시작한 투자 수익률은 점점 더 높아졌다. 마지막 지방 아파트 수익률은 무려 33퍼센트까지 치솟았다. 그녀는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섭렵한 후 지방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방 물건의 투자에 대해 그녀의 목표는 명확했다.


’한 번에 3채 이상 잡아 1명의 관리인에게 맡긴다’


충청권을 시작으로 전라권을 훑어보고 부산, 거제, 대구까지 시야를 넓히다가 마지막에 강원도권역을 돌면서 느낌이 오는 물건을 발견했다. 경매물건 중 최저 입찰가 3,000~5,000만 원인 아파트를 물색하다가 원주시 태장동에 3,000만 원대의 저가 아파트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대항력, 배당 등 권리 분석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재빨리 행동에 옮겼다. 버스로 현장을 직접 살폈다. 두진 백로 아파트, 전형적인 서민형 임대 아파트였다 . 현지 공인중개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낙찰에 성공했다.


프로젝트 초기엔 그녀가 살 만하거나 살 수 있을 것 같은 집을 봤다면, 이제는 관점이 완전 바뀌었다. 이제 더 이상 아파트의 외모를 따지지 않았다. 수익형 부동산의 본질인 ’수익률’만 따지게 된 것이다. 부동산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읽어내는 안목!, 석 달 가까이 투자 물건들을 보면서 드디어 그녀에게도 물건을 보는 혜안이 생긴 것이다. 겉이 아닌 속을, 외모가 아닌 성격으로, 부동산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부동산의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어선 곤란하다. 물건의 본질을 꿰뚫는 안목이 필요하다.


월세 통장, 그녀에게 싱글의 자유를 허용하다


그녀는 즉흥적으로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군부대 취재로 알게 되었던 지인과 통화를 하던 중, 지금 뉴욕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치 오드리 햅번이 주연이었던 <로마의 휴일>처럼 봄바람이 들었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건너 뉴욕의 맨해튼 거리를 걷고 있는 그녀, 이렇게 자유를 허학한 것은 다름아닌 ’월세 통장’이었다.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이렇듯 경제력이 인간에게 주는 자유는 큰 것이다. 프로젝트 이후 그녀의 명의로 된 부동산이 늘어나면서 일종의 경제적 해방감을 느꼈다.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경제력에서 나오는 안정감이라고나 할까? 생각해보니 이젠 ’집 없는 남자’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처럼 남자의 조건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제력이 오히려 사람을 순수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적으로 오롯이 설 수 있을 때, 원하는 남자도 만날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이 그녀가 지금 남자보다는 일에, 돈벌이에 더 집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준비된 여자의 삶을 추구하라

어언 10년 차를 앞둔 ’기자 성선화’의 모습은 최고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남들 보기에 부러워할 만한 구석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미치도록 행복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의 삶은 수습기자처럼 팍팍했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여유가 없었으며, 살얼음판처럼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냥 인생이 원래 행복하지 않은 것이라 치부했다. 가끔씩 죽도록 힘이 들었지만, 남들도 다 그런 거라 여겼다.

그러나 그녀가 몰랐던 진실이 있었다. 사회적 성공만 바라봤던 그녀는,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온전치 못한 반쪽이었던 것이다. 두 다리로 제대로 뛰는 것이 아니라, 접질린 한쪽 다리를 끌고 절뚝거리며 피를 흘렸다. 자신이 환자임을 깨달았다. 이는 누구도 고쳐주지 못하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그런 병이었다.


거의 1년 만에 다시 만난 남자는 억대 스포츠카를 끌고 나타나 돈 자랑을 했다. 하지만 한 달에 1억 원씩 번다는 그의 자랑질이, 억대의 스포츠카를 끄는 그의 모습이, 그녀에겐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런 거 타고 나가면 여자들이 껌벅 죽니? 근데 난 별로야. 차라리 난 나만 바라보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더 좋아"

그녀가 부자여서가 아니다. 돈을 잘 벌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돈때문에 누군가를 선택하지 않을 정도로 벌 자신은 있었다. 그랬다. 돈이란 결국 ’자격지심’의 문제였다. 별것도 아닌 돈에 그토록 자기 자신이 초라했던 이유는, 진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돈을 벌 자신&rs quo;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난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가난한 자신감’이었다.


결혼, 싱글여성의 도피처가 될 수 없다 


걸그룹 <미스에이>의 ’남자 없이 잘 살아’란 노래의 가사 중에는 자기 힘으로 벌어서 부모님 용돈까지 드리며 남자 없이 잘 산다면서 자신 없으면 곁에 오지 말라고 경고한다. 게다가 함부로 자신을 팔지 않는다고까지 한다. 기자 성선화는 말한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여성에게 결혼은 결코 도피처가 아니라고 말이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직장에서도 당당한 여성의 뒤에는 든든한 월세 통장과 적금 통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더 이상 남자에게 기대지 말고 경제적으로 오롯이 설 수 있음을 선택하라고 강조한다. 이럴 때 비로소 원하는 남자도 보이게 될 것이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준비된 여자의 인생, 누구나 노력하면 가능하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호시우행’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얼마전에 우연히 영재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게됐다. 처음부터 찾아서 본것도 아니었고 그저 틀어진것을 멍하게 본것이었는데 순식간에 내 눈을 잡아끄는 아이가 나타났다. 아직 초등학생밖에 안됐는데 외국어를 참 잘했다. 영어를 술술 읽고 막힘없이 해석을 했다.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등 여러나라의 언어를 동시에 공부하고 있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아이의 엄마가 직접 공부해서 두 아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그 과정이 방송됐다. 제작진은 아이의 외국어실력을 검증하기위해 외국어학원에 데려가 원어민강사와 인터뷰를 하게했다. 그리고 너무 놀라운 결과가 이어졌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모두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했고 당연히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고3 수능생의 참고서로 읽고 독해하며 공부하던 아이가 왜 말을 못할까. 그 답을 이 책에서 본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학창시절부터 줄곧 우등생이었다는 저자는 대학졸업후 은행에 입사했다. 그리고 직장을 통해 유학을 갈 수 있었고 인시아드, 그랑제콜 HEC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육기관을 거쳐 경영학과 금융학 에 대한 공부를 이어갔다. 자산운용회사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에 입사한 후 매니징 디렉터가 되면서 팀원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에 올랐다. 그렇게 세계 금융 시장에 관여하고 지켜보던 그는 2010년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 IGS를 설립했다. 세계의 인재들이 고국에서 배출되지 않는데다 그 교육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일본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다. 거의 같은 방식으로 교육을 해온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너무도 오래전부터 온국민이 영어에 목숨걸고 가족이 찢어지면서도 자녀를 유학보내가며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지식을 쌓고 그럴듯한 간판을 획득하는 보여주기식의 목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그나마 한국이 일본보다는 더욱 열린태도를 갖고있다고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서민의 위치에서 아이 엄마가 된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온 나는 일본의 오랜 교육관과 우리의 현실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당연히 고국을 생각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천방안을 내놓은 이 책은 우리에게도 눈여겨 봐야할 내용이 담긴 것이었다.


우리의 기업문화는 군대식이다. 후배나 부하직원은 감히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없고 건의할 수도 없으며 지시사항을 군말없이 잘 따르면서도 예상가능한 문제점을 피하거나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 평가는 윗사람들의 몫이다. 하지만 저자가 경험한 세계 일류 기업 문화는 정반대라고 봐도 좋을정도로 다르다. 팀원과 리더 서로가 서로를 평가할 수 있다. 지침사항이나 프로젝트 방향을 정할때는 충분한 연구와 근거를 바탕으로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리더는 자신의 팀원들을 이끌 책임이 있고 이때 인격적인 평가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원하는 인재상에도 커다란 차이를 불러온다. 군대식 기업문화에서는 많이 알고 똑똑하면서 시키는대로 일하는 사람을, 한편에서는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치열하게 생각하고 주장하고 설득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저자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경험담을 읽는것만으로도 아시아 문화권과 세계의 인재상이 얼마나 다른지 절로 알게됐다.


원하는게 다르니 준비과정이 다른건 당연하다. 지금 일본이나 우리나라 주입식 교욱은 좋은 대학을 가기위한 작업에 불과해서 사회에 나오는순간 그동안 배운 지식은 대부분 쓰레기가 되어 잊혀진다. 그 사회에 맞는 사회인이 되기위해 다시 배워야한다. 당연히 누구도 의견을 묻거나 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학교생활을 해왔고 얼마전 방송에서 봤던 외국어 영재라는 아이도 철저하게 문법과 독해위주의 교육을 받았다. 정답은 알아도 해답은 모른다. 그리고 세계적인 인재, 리더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을 가진 나라의 공교육은 일찍부터 끊임없이 여러방향으로 생각하도록 이끄는 방식으로 행해져왔다. 솔직히, 책에서 프랑스의 3~5세의 아이들이 철학을 배운다는 내용을 보고 헉 소리가 나게 놀랐다. 답도 없고 그렇게 애매한 질문에 아이들이 대답을 하고 자기주장을 한다는게 충격적이었다. 다르다는게 이정도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자국에 학교를 세운 저자의 심정을 알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세계에서 통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권하는 교육방침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 답은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임을 깨달을 것. 둘째, 이론과 프레임워크(체계)를 익힐 것. 마지막으로 대화능력을 갈고닦을 것이다. (p.77) 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라는 말은 다각도로 해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토론할때는 누가봐도 이해 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이론과 프레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난히 아시아에는 겉으로 표현하거나 명문화하기 어려운 지식, 암묵지를 많이 가지고 있고 이를 형식지로 만드는데 매우 서투르다고 한다. 우리가 풍부하게 갖고있는 암묵지를 프레임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탄탄한 준비가 있어도 말하는 기술이 없으면 헛수고가 된다. 논리적인 발표방식은 물론 상대 기업과 문화에 대한 배려가 있는 대화능력은 꼭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우수한 관리직은 외국에 가면 ’안녕하세요’와 ’고맙습니다’ 같은 인사정도는 반드시 현지 언어로 한다고 한다. 외국의 인기연예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인터뷰할때 불완전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할때 인기관리 차원인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상대국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라는걸 부끄럽지만 이제 알았다. 이런곳에서도 의식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렇게 한권에 걸쳐 의식과 방법의 차이를 보고나니 앞길이 참 멀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해온게 뭐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보다 문법이나 단어를 훨씬 많이 알던 TV속 아이가 한마디도 못하는걸 보며 이제껏 뭐한거야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던 것과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흡수하고 처리하는 기존의 방식 역시 버릴것이 아니라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도를 예로 든다. 그들의 교육기관은 우리 못지않게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하면서 함께 영국이나 미국의 비즈니스 스쿨을 모델로 한 교육을 함으로써 인재를 육성하고 큰 성장을 이루었다고 말이다. 그들의 단어 ’주가드’, 있는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낸다 라는 뜻 그대로이다. 우리의 강점을 살리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 잘 혼합하는것이 앞으로의 방향이다.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책은 나와는 너무도 동떨어져서 생각조차 안하고 있던 현실을 보여주었다. 너무 큰 차이를 엿보게 됐지만 좌절보다는 해야할 일이 주어져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다. 교육에 큰 관심을 갖고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씩은 봐야 할 것 같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kassia’




[티나의 양말]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열두번 엉뚱한 행동에 당황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행동, 생각을 하거나 엉뚱한 행동들을 보여 웃음과 즐거움 행복을 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있기에 한번더 웃게 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가 봅니다. 아이들의 그 런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을 해주고 아이들의 눈높이로 바라보며 함께 공감해주는것 또한 현명한 부모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티나의 양말> 이야기 역시 다소 엉뚱한 생각을 가진 우리 티나 공주. 이맘때 아이들의 당연한 모습, 이맘때 아이들의 일상이 아닐까요? 양말 파티에 초대 받은 티나. 많은 양말을 꺼내놓고 선택을 하려하니 티나가 좋아하는 양말에 구멍이 나 짝으로 신을 수가 없어 고민고민하다 내린 결정은 바로 짝짝이 패션! 어른들이라면 당연 다른 양말의 짝을 찾아 신었을텐데 티나공주는 짝짝이 양말로 한껏 멋을 내고 파티장으로 향한답니다. 가는 내내 짝짝이 양말이 모든이의 시선을 사로잡게 되고...파티장에서도 의기소침해 있는 티나. 친구 제시가 티나의 마음을 읽고서 제시 역시 짝짝이 양말 패션으로 나타답니다. 어느새 양말파티에 참석한 친구들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 짝짝이 양말을 신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이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순수한 아이들이기에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고 호기심에 살짝 다른 생각도 해보고 다른 방법으로 저만의 길을 가기도 하고. 만약 티나가 짝짝이 양말을 생각하지 못했다면 양말파티는 어땠을까요? 그냥 누구나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파티였을거라 생각합니다. 괜찮습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여도.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여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괜찮습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여도.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여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아이들의 자람에 있어서도 다소 엉뚱함, 남다름이 보이더라도 아이들의 세상을 존중해주세요. 우리 아이만의 매력일테니까요. 

 <티나의 양말>을 읽고 딸아이도 짝짝이 양말 패션에 푹 빠졌답니다. 딸아이와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역시나 어른인 저의 눈에는 왜 저렇게 신었지? 잘못 신었으니 다시 짝을 찾아야지...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 나올뻔 했는데 딸아이는 너무너무 재미있는 패션이라며 괜찮다, 이렇게 신고 다녀도 될 것 같은데요라며 긍정의 표시를 보입니다. 요즘 운동화도 오른쪽 왼쪽 색상이 다른게 많이 있더라구요. 우리 아이들의 양말도 오른쪽 왼쪽 색상이 다르게 나오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디자이너라면 양말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이 짝짝이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듯 합니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껌이맘’



[이게 정말 나일까]


안녕? 나는 000 이야.  

나는 밥을 잘 먹고 밖에 나가 놀기를 좋아해.

앞으로 너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잘 부탁해.

 

몇몇 특별한 아이를 빼놓고는 초등 저학년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자기소개 시간엔

이런 짧고도 밋밋한 인사들이 죽 이어질 것이다.

좀 더 색다른 자기 소개,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잘난 척 하지 않아 보이는 소개법은 없을까?

 

[이게 정말 나일까?]는 그런 아이들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좋은 책인 동시에 짜 나를 알아가는 탐구과정이 자세하게 실려 있는 책이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어른에게도 힘든 일이긴 하다. 
학교라는 커다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자기소개가 스트레스라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 직장인, 혹은 면접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자기소개"는 가장 어려운 관문 중의 하나다. 

이 책은 자기소개에 관한 한, 아주 유용한 꿀팁을 많이 담고 있다. 
이 책 내용을 바탕으로 취준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쓴다면 두 세 장은 거뜬히 나올 정도다. 
그럼,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한 번 볼까?

 

주인공인 지후는 9살짜리 남자아이다. 
숙제, 심부름, 방 청소 같은 것들에 질려 버린 지후는 ’가짜 나’를 만들어 그 녀석에게 일을 몽땅 시키려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계획을 세운다.& nbsp;
계획을 세우다 뿐인가 일사천리로, 용돈을 탈탈 털어 가게에 가서 도우미 로봇 한 대를 산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으니...
로봇이 지후에게 주인님에 대해 자세히 알려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부터 지후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어디 보자...


먼저 나는 이름과 가족이 있어.
내 이름은 김지후이고 초등학교 2학년이지. 혈액형은 A 형이고...
아빠, 엄마, 나, 남동생, 그리고 고양이 김양이가 있어.


나는 겉으로 보면 이런 모습이야. 
몸이 뻣뻣하고 흥분하면 콧구멍이 넓어져. 왼손잡이이고 왼쪽 엉덩이에 점이 있어. 
콧노래를 잘 흥얼거리고 손바닥이 언제나 끈적끈적하지.

하지만 로봇은 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음...
그런데 어떻게 해야 지후 님답게 보일지 아직 잘 모르겠네요.

 

로봇은 그 뒤로도 지후에 대한 탐색을 계속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뭔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지
어렸을 땐 어땠고, 지금은 어떤지...


로봇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는 동안 지후는 자신을 샅샅이 돌아보게 된다.
나는 흔적을 남겨. 자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자신의 흔적이 남아서 망가진 장난감, 구석에 쑤셔박힌 물건들, 할머니께 예전에 그려 드렸던 그림, 지도를 그려 놓은 이불 등에 ’지후가 한 짓’ 이라는 것 이 명백하게 표가 난다.  나는 기계이기도 해. 지후 스스로를 ’기계’라고 정의해 보면 똥 만드는 기계가 되기도 하고 고양이에게는 따끈따끈 기계가 되어 주기도 한다.  양말에 금세 구멍을 내는 양말 구멍 뽕뽕 기계가 되기도 하고 볼이 부드러워서 보들보들한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기쁨 주는 기계이기도 하다.   지후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외에도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후를 알아보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나는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여기는지에 대한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역할에 따라 여기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저기에서는 저런 모습으로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과 같이 나는 단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나를 어떻게 키우고 꾸밀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에게 자기 자신을 설명해주는 동안 지후는 스스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나를 소개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주제로 탐색해 보았는데, 이 과정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시간이 되어줄 것 같다.

 

지후는 제 2의 자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쉽게 로봇을 사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진짜 나를 알고 로봇에게 설명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다 하지는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귀찮고, 어렵고, 머리 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쯤 내가 누구인지 , 나만의 세계는 무엇인지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결국 다다르게 되는 길의 끝에는 "나를 사랑하는 법" 만이 남게 될 것이니까.  



2015 10월 신간리뷰단 ’비구름바람’




   [ 고인류 DNA분석 과정에서 접하는 과학 연구현장의 생생한 풍경 ]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는 과학 연구 현장의 이모저모를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인 스반테 페보는 자신의 연구실 풍경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내어 마치 실사 과학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도 받게 한다. 책을 읽다 보니 나는 지금까지 과학을 크게 얕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껏 과학 연구가 얼마나 심오하고 난해한 일인지를 이해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었다는 사실도 자각했다. 이론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그 이론을 직접 수행하는 현장에서의 희로애락을 너무나 쉽게 간과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과학 연구의 어려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으니 신기한 일이다.


 저자 스반테 페보의 이야기를 읽어내리다 보면 실험실 내에서의 철저한 프로정신이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일말의 오차나 실수마저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성격상의 철두철미한 집요함이 느껴진다.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같다는 결론을 내릴 때에도 성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실험실 내에는 인간의 DNA가 담긴 먼지나 불순물들이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철저하게 청정 무결한 상태를 고집한다더라도 실험 과정의 온갖 요인들로 인해 DNA 샘플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철저함을 택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연구에 필요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DNA 샘플을 충분히 얻어내기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나는 실험실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이런 소소한 묘사들 하나하나가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동지였다가 후에는 경쟁자로 갈라서게 된 학자와의 관계도 흥미로웠다. 어쩌면 얼굴을 마주하기 꺼려지는 불편한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는데, 저자는 이런 애매모호한 관계 역시도 원만하게 유지하여 프로젝트의 안정감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그는 연구에 필요한 지원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달러와 유로의 환율 차이를 정확히 명시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마저도 유리한 상황으로 이끄는 부분에서는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끌어 팀원들의 사기와 연구의 탄력을 동시에 높이는 감각도 탁월해 보였다. 역시 훌륭한 과학자는 이론만 잘 알고 실험만 잘 해서는 안 되는가 보다.


 작은 뼛조각이나 치아의 잔재 하나만으로도 해당 종의 다른 특징을 엄청나게 유추해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놀랍기만 하다. 특정 고인류가 어떤 외모와 신체 구조를 지녔는지, 대체 무엇을 먹고 어떤 생활을 하며 지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에는 동전만 한 뼛조각 하나가 엄청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고인류나 화석 관련 다큐멘터리를 통해 흔히 접했던 내용이기는 하다. 하지만 영상으로 대충 훑어보던 내용을 책으로 상세하게 살펴보니 배움의 깊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큰 유익함이 느껴졌다. 역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영상은 책과 함께, 좋은 책은 다큐멘터리나 영화와 함께 접하는 크로스 체킹의 과정이 내 취향에 잘 맞는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이 책은 평소에 흔히 읽던 과학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과학적 지식을 접하고 이해하는 즐거움보다는 현장의 소소한 이모저모에 더욱 관심이 갔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현장의 생생한 묘사에 주목하며 읽었을까? 저자의 표현력과 재치가 뛰어나다 보니 나와 비슷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 같다. 저자의 일상 하나하나를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게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나처럼 이런 쪽에 취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 투성일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의 탐사 여정을 누누이 늘어놓는 대신, 연구 내용 자체를 제외한 딴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나도 참 엉뚱하다는 생각도 든다. 출간일과 책의 방향성 문제로 인해 최근에 화석으로 발견되었다는 새로운 고인류 종인 ’호모 나레디’의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좀 아쉽다. 책에서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다른 고인류에 대한 내용들은 비슷한 분야의 다른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 보충해 봐야겠다.


이 책 한 권으로 고인류 탐사와 DNA 분석 과정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걸맞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스반테 페보라는 한 걸출한 연구자의 고인류(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DNA 연구 과정을 살펴보며 유익함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극 권하고 싶다. 독특하게 흥미로운 과학 책이었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산골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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