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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10.12 조회수 | 2,782

[2015 10월 1주] 추천도서리뷰




   [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

세상을 보이는 그대로 보며 살 수밖에 없는데, 때로 우리는 그렇게 보이는 것만 보다가 놓치고 마는 것들이 있다. 그건 어떤 사건의 진실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진심일 수도 있다. 재미로 즐겨도 좋다면, 이런 소설에서는 작가가 장치한 트릭을 내 맘대로 무시해놓고선 ‘아하!’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될 수도 있다. 서술트릭이라는, 작가가 서술방식을 이용하여 독자를 속인다는 것. 등장인물이나 배경을 모호하게 서술하면서, 약속이나 한 듯 독자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흐름, 그러다가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그 진실을 토해놓는 거다. ‘진실은 이거야.’ 하면서 놀리듯이, 마치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마지막에 그 분위기를 전환한다. 독자가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소설로 만나는 구성에서는 제법 그 재미를 놓칠 수 없는 서술방식이기도 하다.

나카마치 신<모방살의>는 서술트릭 소설이라고 밝히면서 독자를 유혹한다. ‘어디 한 번 그 진실을 찾아봐.’라고 말하는 듯한 서술에 독자는 계속 따라갈 수밖에 없다. 어디에 그 시선을 두어야 하는지 계속 긴장하면서 읽다가는 소설의 흐름을 놓칠 수 있으므로, 일단 읽어가는 것에 집중하다가 보니 소설이 끝났다. 그러면서 놀린다. 마지막 그 문을 열어볼 것인지 묻는다. 작가에게 당한 게 화가 나지만, 열어볼 수밖에. 어디서, 어떻게 내 눈을 피해갔는지 확인은 해야 하니까.

7월 7일 오후 7시에 한 빌라에서 남자가 떨어져 죽는다. 그의 이름은 사카이 마사오. 추리소설 작가다. 청산가리를 마신 상태로 빌라의 창에서 떨어진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람들의 말이 많아진다. 1년 전 소설로 등단하고 다음 작품을 쓰기가 힘들어져 고민했던 것 말고는 별문제 없이 지내온 그가 죽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경찰 조사에서는 그의 자살로 끌고 가는 분위기인데, 그를 아는 두 사람은 그의 죽음에 타살을 떠올린다. 그리고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이라는 소설이 출간된다. 그가 죽은 시간과 같은 제목의 소설이라니...

신인 추리소설 작가 사카이 마사오가 세상에 던져놓은 소설 한 권이 불러일으키는 논란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그의 소설, 그의 죽음, 그의 진실을. 그 모든 것을 출판사 직원인 나카다 아키코와 작가이자 기자인 쓰쿠미 신스케가 교차로 들려준다. 아키코는 그녀와 직접 연관이 있던 사이이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남자 사카이의 죽음에 석연치 않음을 발견하고 진실을 파헤치고 있었고, 신스케는 취재를 목적으로 파헤치던 사건에서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한 가닥을 찾아내어 그 끈을 따라간다. 두 사람이 찾아내는 진실이 쌓여갈 때마다 보이는 긴장감이 쫄깃하다. ‘아, 그런 거였군.’ 하면서도 아직 다 드러내지 않은 어떤 장면이 나타날 것만 같아서 다음 페이지를 기대하게 한다. 이게 전부는 아닐 텐데, 이렇게 직선으로 모든 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하는 미심쩍은 마음에 보답하듯 사건은 점점 다른 길을 열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하나씩 풀리는 단서들이 독자를 탐정으로 만든다.

1973년 출간 이후 40년 만에, 독자의 복간 희망도서에 답하듯 이렇게 다시 태어난 소설이다. 마지막 반전, 트릭에 감탄이 나오는 거로 봐서는 독자들의 복간 희망 노래가 왜 시작되었는지 알 것 같다. ‘이거였어!’ 하는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다가도, 완벽한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사카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아직 더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무엇일까, 그의 죽음이 세상에 좀 더 하고 싶은 말들은? 단서가 하나씩 나타나고 그 희미한 가능성을 따라 추적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가려진 진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사건의 시작점에 점점 가까워진다. 사카이의 죽음으로 비롯된 이 사건의 시작을 확인하게 되고, 그 이면의 진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대부분 그렇듯, 알고 있지만 무시했을 수도 있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오는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 아주 작은 것 하나 손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후에 닥쳐올 폭풍은 무시한 채로 말이다. 예기치 않은 곳으로 흘러가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상기하게 하는 것처럼, 어떤 선택의 순간에 함부로 판단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모방살의’가 품고 있는 의미를 지켜보게 하면서 인간군상의 여러 모습을 드러낸다. 누군가의 욕심, 복수, 음모가 행하는 추한 장면들을 독자가 마주하게 한다. 그 끝에서 맞닥뜨릴 얼굴 역시 인간의 모습임을 잊지 않게 한다. 돈, 가족, 사랑, 성공, 명예, 등등 인간이 취하고자 하는 것은 많다. 그게 내 것이었을 때는 괜찮겠지만, 내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손을 내밀었을 때 어떤 결과를 만나게 되는지 경고한다. 온전한 방법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켰을 때 비로소 나에게 오는 것들을 환영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마지막 반전, 작가가 가려놓은 서술트릭의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것은 놀람과 씁쓸함, 안타까움이었다. 사랑이라고 여기며 선택한 자식의 운명, 끝내 내려놓지 못해 욕심 부린 대가의 추함, 우연처럼 흘러 들어온 노트 한 권의 유혹, 가족의 명예에 흠집 내기 싫어 선택한 살인. 그 모든 게 인간의 모습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

4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우리에게 도착한 이 소설이 시간의 간극을 바로 느끼게 할 정도로 촌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오래 전에 쓰인 소설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나카마치 신’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서술트릭의 시작과 같다는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트릭조차 한눈에 알아볼 거라고 장담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모른 채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되었으니, 내가 진 거다. (속기 싫었는데, 속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속고 말았네) 그마저도 즐겁다. 어쩌면, 미로의 재미는 출구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처럼. ^^

2015 10월 신간리뷰단 ’영e’




   [ 그림, 여행을 기억하는 저자만의 노하우 ]

여행을 갈 때, 나들이 갈 때, 잊지 않고 사진기를 챙긴다. 사진으로나마 그때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카메라는 부지런히 매 순간을 담아주곤 한다. 막상 시간이 흐르면 그때의 기억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찍어 둔 사진도 잘 보지 않게 되더라. 그렇다면 사진 찍느라 바빠 중요한 것들을 놓칠 것이 아니라 찬찬히 보고 느낄 수 있다면 더 남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여행을 하는 방법도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년필 스케치를 통해 여행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작가 정은우 님의 <아무래도 좋을 그림>은 우리 삶이 지향하는 방향은 빠름이 아니라 느림이고 화려함이 아니라 은은함이고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이면의 속살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고급 카메라에 찍힌 여행지의 사진은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게 하기도 하지만 떠날 수 없을 때 사진으로나마 위로 삼기도 한다. 셔터 한 번에 멋지게 찍히는 고급 카메라의 근사한 사진에 익숙해져 있다면 왜 만년필 스케치를 고집하는지 의아하기 마련이다. 책을 읽으며 왜 스케치여야 했는지, 그리고 왜 다루기 힘든 만년필인지를 쉽게 알게 된다. 스케치에서 작가의 고된 작업이 느껴지는 것처럼 여행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빠름과 신속이 우선시되고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 주목 받는 시대에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경계를 발견하는 기쁨을 찾고, 숨은 골목을 일부러 찾아가는 데서도 그 고집스러움을 읽을 수 있다.

역사의 흔적을 더듬는 방법 또한 느림이고 냉철함이다. 화려함에 압도되어 감탄을 연발하는 우리 모습은 그래서 인간적이지 못하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세계문화유산이 아니라 그 돌덩이 밑에 깔린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는 감수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길을 잃을망정 그곳에서 또 다른 체험을 하는 것 또한 그에겐 기쁨이고 추억이 된다. 교통수단이 발달했지만 걷는 것만큼 값진 체험을 주지 못할 것이고, 결국 모두가 걷던 시절에 만들어진 사람의 도시였던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이동 수단 또한 그에게는 사색의 주제가 된다. 

"나는 강렬한 그 느낌과 모습을 스케치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런 인상을 받을 때마다 스케치를 하는 것은 비단 오사카뿐 아니라 어느 도시를 여행하건 줄곧 내 여행을 지배해온 일관된 흐름이었다. 마치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귀찮더라도 언더라인을 표시해두듯. 그래야만 후일 책장을 대충 훑어도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 내 결핍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여행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스케치로 남겨둔 풍경은 먼 후일 많은 기억과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 것이라 믿었던 거다." (본문 192쪽)

저자는 고통을 견디는 방법으로 항상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적는 편이라고 한다. 글로 적어 놓으면 어렴풋하던 것이 선명해지고, 그림을 그려보면 그 풍경 속에 안온해진다고. 따라서 이 책은 저자만의 삶을 견디는 방법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그림은 날카롭고, 글은 솔직하다. 저자는 그곳의 일상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을 구경하는 일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남들의 기이한 삶, 뜻있는 삶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 이상으로 바로 지금 저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이 여행에서 더 필요하다. 그때에 비로소 남의 삶과 풍경이 나의 일부가 되는 것이고, 이것이 여행의 진짜 묘미이지 싶다.

개인적으로 창경궁, 덕수궁, 경복궁 등 책에 소개된 서울의 궁의 뒷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평소 궁하면 옛 것의 아름다움을 먼저 떠올리고, 아이들과 함께라면 교육적인 측면을 떠올리기 쉬운데, 거기에 누군가의 한과 고독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깊이 있는 여행을 해본 적이 없고 단편적인 것들만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리라. 여행의 가치는 보고 즐기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슬픔과 아픔까지도 느끼고 체험해 보는 것이다.

흔히 책을 통한 여행도 양적인 것보다는 질적인 여행을 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독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여행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 곳을 가더라도 여행지에 대한 풍부한 사전 지식도 필요하고 많이 보려고 하기보다는 한 곳을 보더라도 깊이 관찰하고 들여다 보고 그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 참된 여행이 될 것이다. 보여지는 멋지고 화려한 것 이면에 감춰진 숨은 속살을 봄으로써 느끼고 깨닫고 돌아올 수 있는 것 또한 여행이 주는 참된 가치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요즘 하는 여행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사진 기술의 발달은 수많은 인증샷을 쏟아낼 뿐이고, TV 매체의 영향으로 여행지 하면 맛집이 먼저 떠오를 정도다. 남들이 한 번쯤 들른다는 곳을 들러야 진짜 여행을 한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있다. 보다 의미 있는 것들을 보려는 노력들을 의식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좋을 그림>이 보여주는 진득한 그림과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여행이 그리운 이유이다.

여행은 언제나 옳다. 여행 후 풀리지 않은 여독에 삶이 다시 고달플지언정 여행은 늘 옳았다. 그런데 누구나 다 보는 것을 보고, 누구나 다 가는 곳을 가고, 누구나 다 먹는 것을 먹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심한 생각이 들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여행도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따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런 보여주기식 여행을 자제하고 있다. 정말 여행이 필요할 때, 꼭 가봐야 할 이유가 있을 때 과감 없이 떠나려고 한다. 그래서 늘 마음은 준비되어 있다. 보다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한 나름의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랄까. 여행은 남을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떠나는 것이며 편파적이고 사사로운 여행이 되어야 함은 실로 그러하다. 여행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남의 눈을 즐겁게 하는 데 있지 않고, 나의 성찰이 먼저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주리야’




   [ 능동적인 눕기, 눕기에 대한 생각의 패러다임 전환 ]

숨 막힐 듯 바쁜 일상을 모두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침대에 맡기는 때만큼 달콤한 시간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법한 사실이다. 모든 걱정과 긴장이 사라진 상태로 누워 있으면, 그처럼 기분 좋은 한때가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져서 잠들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는 바람에 도리어 잠을 설치는 어이없는 일도 간혹 생긴다. 이렇듯 잠자리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행위는 우리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삶의 일부다.

그런데 이렇게 ‘눕기’ 하면 ‘쉬기’나 ‘잠자기’를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나의 단순한 상식에 살짝 반기를 드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베른트 브루너가 쓴 <눕기의 기술>이다. 제목부터가 대단히 특이해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싸움의 기술>(영화 제목)은 들어봤어도 ‘눕기의 기술’이라니, 약간 생뚱맞게 들린다. 눕기란 마치 숨쉬기처럼 대단히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동이 아닌가? 아니 눕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단 말인가?

나의 이런 의심과 궁금증은 <눕기의 기술>을 읽는 과정에서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다. 눕기에 대한 저자의 설명부터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눕는 것은 신체에 가장 저항이 적게 주어지는 자세이며, 가장 힘이 덜 드는 자세이다(p. 9) ... 우리는 누운 자세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누운 자세로 할 수 있는 일은 완전히 수동적인 상태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인간 상태의 전 영역을 포괄한다.(p. 16)"

이 대목을 읽으면 누구나 그렇다고 동감할 것이다. 하지만 뒷부분 내용에 대해서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물론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의미에서 딱히 ‘일’이라고 할 만한 무엇을 누워서 한다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없다. 누워서 자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간식을 먹거나 등등은 생산적인 의미에서의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듯 나도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만성질환처럼 달고 사는 생산성(실적) 위주의 ‘강박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눕기의 기술>은 우리의 이런 생각을 미리 읽고 있었다는 듯이, 참으로 ‘눕기’가 단순히 수동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로 천상의 드라마를 재현할 수 있었던 것도,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성한 것도, 또한 낭만파의 대가 윌리엄 워즈워스가 명작을 남긴 것도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두 ‘능동적인 눕기’ 덕분이었다.

<눕기의 기술>은 이 밖에도 눕기와 관련해서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들(가령, 눕기, 잠자기, 깨기, 누운 자세로 일하기, 누운 자세로 식사하기, 매트릭스의 역사, 침실과 눕는 습관, 눕기용 의자와 가구, 눕기의 여러 형태 등)을 망라한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역사적 자료나 사실들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눕기라는 주제를 정말 많이 조사하고 생각하고 연구했구나!’하고 저자의 탐구열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눕기의 기술>을 읽고 나서, 나는  ‘수직’과 ‘수평’이라는 개념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수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상하 관계나 위계질서나 차별을 떠올리고, ‘수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평등이나 공유나 동질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수직’을 부정적으로, ‘수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눕기’(수평)나 그와 대비되는 ‘서기 또는 앉기’(수직)의 경우는 정반대의 인식이 작용한다. 그래서 ‘눕기’는 피곤, 냉담, 의욕 결여, 게으름, 수동성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되고(p. 85) ‘서기 또는 앉기’는 집중, 성실, 근면, 열정, 생산, 적극성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와 연결된다. 우리가 논리적 모순을 피하려면 ‘서기 또는 앉기’에 못지않게 ‘눕기’에도 긍정적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눕기의 기술은 인간의 확실한 행동 레퍼토리에 속한다. 눕기는 다양한 장소, 공간, 배경에서 다양하게 실행될 수 있다.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인간에게 눕기는 중요한 동작이자 상태였으며, 인간은 서로 다른 상황과 국면에서 눕고 일어났다(p. 203) ... 누워 있는 행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결코 눕기에 대한 정당화나 복잡한 철학적 논문 같은 것이 필요치 않다. 그것은 세상에 발 을 굳게 딛고 사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행동이다.(p. 205)"

어떻게 보면 <눕기의 기술>은 저자의 다소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발상 덕분에 ‘눕기’의 의미와 중요성을 새롭게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눕기의 기술>에 담긴 많은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저자도 ‘능동적인 눕기’를 통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구상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eliot’




   [ 만화로 읽는 전설의 경영도서 ]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무려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릴 정도로 유명한 전설의 경영 도서라고는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17년 동안이 출간 및 번역이 금지되어 그저 소문으로만 들을 수 있었던 그야말로 전설 속의 책이었다. 책 자체가 가진 위상과 저자의 독특한 이력 그리고 이렇게 아시아권 기업들의 빠른 성장세로부터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금단의 조치까지 더해져서 이 책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15년 이제 한국의 독자들은 이렇게 전설의 경영서를 번역 서적으로는 물론이고 만화판으로까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어린이들이 읽기 어려운 고전이나 위인적, 그리고 역사서적 등이 만화판으로 자주 나오기는 하지만 이렇게 경영서적이 만화판으로 나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서 무척 신기했다. 원서의 배경이 되고 있는 베어링턴 공장이 만화판에서는 유니코사의 가나가와 공장으로, 주인공인 알렉스 로고가 아라키 고로로 바뀌어 등장하고 있지만, 독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 핵심 내용들은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반년 전, 가나가와 공장의 공장장으로 부임한 아라키 고로에게 어느 날 유니코사 유니웨어 사업부 본부장인 히루마 노보루가 찾아와서 위기에 빠진 이 공장을 3개월 이내에 살려내지 못하면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인재도 충분하고, 첨단 로봇과 최신 기계까지 도입한 공장이지만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 고로로 앞에 우연히 구원자가 나타난다. 이 책의 저자인 엘리 골드렛의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물리학자인 요나 교수가 바로 그 구원자였다. 고로의 대학교 은사이기도 한 요나 교수는 고로의 문제를 파악하고 생산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요나 교수는 생산적이라는 말이 곧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말하는 것이며, 생산성은 회사가 목표 달성을 얼만큼 했는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목표 ’는 앞으로 고로가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해준다.

이 책의 전개는 고로가 공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요나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 안에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당연히 이런 과정에서 독자들 또한 공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찾아가게 된다. 그 기업이나 공장이 얼마나 생산적인가를 알려주는 새로운 지표로 요나 교수는 현금 창출률, 재고, 운영비라는 세 가지를 고로에게 알려주고 있는데, 고로는 이 세 가지 지표를 통해 현재 가나가와 공장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교수가 고로에게 ‘균형 잡힌 공장에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공장은 파산에 가까워진다’라고 한 말을 아들과 함께 떠난 하이킹을 통해 이해하는 장면이다. 아이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는 하이킹에서 선두와 맞추어 걸어가는데도 불구하고 거리가 차이나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중간에 걸음이 늦는 아키라라는 학생 때문에 평균보다 속도가 늦어져 변동분이 축적되고 그 여파가 고로에게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현금 창출률이 줄고 재고가 늘어나며 운영비가 증가하는 가나가와 공장의 상황도 똑같은 것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로는 걸음이 다른 아이들보다 늦은 아키라는 선두에 두고 아키라의 많은 짐을 분담하여 걸음 속도를 빠르게 걷게 만들어주었다. 이런 해결책을 통해서 결국 하이킹도 제 시간에 모두 맞추어서 통과할 수 있었고, 고로는 자신의 공장이 처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생각하게 된다.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공장에서도 하이킹 줄에 아키라처럼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이른바 병목 자원이 두 군데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병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가나가와 공장을 3개월 안에 살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요나 교수는 병목 자원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없애거나 병목 자원의 과부하를 줄임으로써 생산능력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한다. 요나 교수의 조언뿐만이 아니라 고로의 자녀들이 알려준 방법들을 활용해서 결국 가나가와 공장을 살려내고 주인공 고로는 승진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이 책은 끝을 맺고 있다.

이 책에서 엘리 골드렛이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사례를 구성하여 독자들에게 이해시키려고 했던 이론은 바로 그의 유명한 TOC(Theory of Constraints)이론이다. 제약 이론이라고도 불리는 이 경영 이론은 어떤 조직의 생산성이 비효율적이고 불균형이 나타난다면 그 조직 어딘가에 일의 흐름을 방해하는 병목 자원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개선해야지 비로소 능률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하고 기본적인 경영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당시 저자가 이런 내용을 발표하고 기업들이 활용하면서 수많은 미국의 회사들이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 문제를 눈 앞에 두고 보고도, 왜 이 책의 저자만 그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요나 교수의 말처럼 목표가 무엇인지 아느냐 그리고 모르느냐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느낀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위기 속에서 헤매고 있지만 정작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 앞으로 저성장시대에 접어드는 만큼 기업들 간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지고 작은 틈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지을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7년 만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이끄는 경영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시네키드’




   [ 헉; 소리 나왔던 책 ]

제목을 보고 놀랐다. 나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더랬다. 그리고 표지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제목을 보고 놀랐던 이유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적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열정을 쓰레기라고 칭했기 때문이었다. 표지에서 놀랐던 이유는 제목이 어찌되었든 간에 그 제목을 너무나도 잘 묘사한 표지였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오는 당혹스러움과, 눈을 사로잡는 표지를 한참 동안 바라본다. "누구냐, 넌"

강렬한 첫 만남이었다. ‘열정을 가져라’라고 하는 책들을 많이 읽어서인지(사실, 며칠 전에도 읽었더랬다. 암. 그래.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거야, 두 주먹 불끈 쥔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실 거부감마저 느껴지는 제목이기도 했다. ‘반어법 이겠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도대체 열정이 쓰레기라고 칭하는 이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처음 만나는 작가를 볼 때면 늘 살펴보게 되는 저자의 이력을 살펴봤다. 저자 스콧 애덤스는 최근30년간 신문에 연재된 만화들 중 최고 인기작으로 꼽히는 <딜버트>의 작가라고 했다. 사실, <딜버트>라는 만화도 처음 들어보고 저자이름도 처음 들어보지만, 이 작가 꽤 유명하신 분인듯했다. 직장인의 애환과 부조리한 회사생활을 코믹하게 그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니...약간 풍자만화 같은 분위기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제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냉소의 미학을 추구하는 분이시라면, 이런 제목이 가능할 꺼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달까.

당혹스러움과 왠지 모를 반발심에(이래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부수기 어렵다고 하는 듯;) 책을 집어 들었지만, 이내 자세를 고쳐 앉고 정독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자의 실패담(1장)과 저자가 이야기하는 열정과 시스템이 무엇인지,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2장~4장) 책 전반을 살펴보며 이해할 수 있었더랬다.

저자는 말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열정을 따라가라고 조언하곤 한다. 얼핏 그럴싸하게 들리는 말이다. 열정은 에너지를 높여준다. 또 거절당하더라도 버틸 수 있게 해주고, 단호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열정적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게 없는 설득력이 있다. 이렇게 보면 열정은 휼륭하기만 하다. 하지만 과연 이게 다일까?(p26) ~열정적인 사람들은 이룰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고, 이들 가운데 간혹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한다. 열정은 있었으되 실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에게 조언을 남길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열정을 가지고 결국 성공한 소수의 사람들은 책과 인터뷰를 통해 성공비결을 늘어놓는다.(p26~27)~잘풀리는 일에 열정적이기는 쉽다. 이 때문에 열정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이 왜곡된 것이다. (p27)~나의 열정은 성공 여부에 달려 있었다. 다시 말해서 열정이 성공을 이끄는게 아니다. 성공이 열정을 이끈다. 열정은 재능을 나타내는 단순한 지표일 수 있다. 사람들은 잘하는 것을 즐겨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못하는 일은 즐기지 않는다.(p28) ~성공하고 싶다면 열정따위는 잊어버려라. 필요한것은 열정이 아니라 에너지다. 에너지가 충분해야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주어진 과제를 잘 풀어갈 수 있다. 열정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p29)

저자는 27~29페이지에 걸쳐, 저자가 생각하는 열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단, 저자가 왜 열정이 쓰레기라고 하는지를 이해해야 했기에 이 페이지만 5번이상을 읽은 것 같다. 페이지 중간중간에는 저자의 경험담이 실려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열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왜 열정이 쓰레기라고 하는지도 말이다.

저자는, 말했었다. 잘 풀리는 일에 열정적이기는 쉽다고. 나 역시 그 의견에 공감한다. 일이 잘 풀리면 절로 열정적이게 된다. 그리고 실패하게 되면 그 열정이 줄어들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저자도 열정이 성공을 이끄는 게 아니라, 성공이 열정을 이끈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거다. 저자의 이 말도 맞다. 열정만 가지고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엥? 5번이나 읽었는데 결국 결론이 그거야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그거다. 나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는 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열정만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열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마 저자는 열정이 쓰레기라고 했지만, 아마도 냉소적인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열정도 필요하지만, 열정만 있는 사람은 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건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열정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열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많은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 경험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을 꺼라고 생각했기에 도전했다.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그런 실패를 통해 열정보다 더 중요한 에너지와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당부했었다. ‘실패는 당신의 친구라는 점을 늘 기억하라. 실패는 성공에 필요한 자원이다. 실패를 감수해라. 실패로부터 배워라. 그리고 실패에서 뭔가 얻어내기 전에는 떠나 보내지 마라. 이것이 시스템이다’(p296~297) 라고 말이다. 즉, 도전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비록 그 결과가 성공이 아닌 실패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저자가 말하는 것은 열정이 쓰레기니 아예 쓰레기통에 갖다 버려라가 아닌 것이다. 열정도 필요하지만,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기술이나 에너지, 시스템 등 모든 조건을 구비하지 않고 그냥 열정만 가득 차서는 ‘난 열정이 가득 찼으니 꼭 될 꺼야’ 하는 사람, 당연히 성공할 수 없다는 거다. 열정은 수많은 요건 중에 하나이며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같은 책을 읽어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니;;- 그리고 나 역시 열정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동 감하는 바이다. 물론, 저자는 열정과 에너지를 분리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열정 no, 에너지 yes)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열정이라는 개념 안에는 에너지의 개념도 일부 포함되어있다는;; 그래서, 나는 이런 해석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조금 독특했던 것은 자기계발서적치고, 개인의 경험담이 참 많이 실려 있더라는 것. 에세이+자기계발서적 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경험담이 실려 있는 책은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그 점은 좋았던 것 같다. 더불어 에너지를 관리하는 방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패턴 찾기, 단순화와 최적화, 청결의 힘, 궁금한 거 질문하기, 멍청이 되지 않기 등의 내용은 공감되고 좋았더라는. 역시 냉소의 미학을 지니고 있는 분이라 그런지 멍청이라는 표현을 쓰신.

작가가 말하는 멍청이(멍청한 짓의 목록)는 다음과 같다.

- 늘 자기 자신에게로 화제를 돌린다.
- 대화를 장악하려고 한다.
- 잘난 척한다.
- 남을 속이고 거짓말을 한다.
- 아무리 작은 일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제안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 잔인한 말을 정직함으로 정당화하려고 한다.
- 사회적 정의를 비뚤어진 의미로 사용하며 간단한 호의도 베풀지 않으려고 한다.
- 인사를 건네거나 눈을 마주치는 등의 생활예절을 거부한다. (p89)


이보다 더 멍청한 짓은 없을 거다. 개인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참 싫어하는데, 주변에 보면 꼭 그런 사람 한둘은 있더라는;; 혹 내가 되지 않도록 나 역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가져본다.

저자는 더불어 이기적으로 행동하라고 하는데, 역시 저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직설적이고 냉소적이게 보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좀 극단적으로 보이기까지 한 ‘이기적 행동’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숨어 있었다.

‘관대함이란 주제에 한정하자면 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기적인 사람, 멍청한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사람. 딱 이 셋뿐이다. 그러니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최상이 선택이다. 멍청한 사람이나 사회에 짐이 되는 사람은 아무에게도 도움을 못 주기 때문이다. 사회는 당신이 일종의 연민이 어우러진 우아한 방식으로 이기심을 조절하기를 바란다. (p70)~여기서 추구하는 이기심은 다른 사람이 먹지 못하도록 마지막 도넛을 낚아채는 것이 아니다. 이는 똑똑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고, 이처럼 하찮게 이기심을 발휘하면 오히려 나중에 해가 될 수 있다. 이기적으로 도넛을 집으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다른사람에게 비난을 받는다면 에너지가 떨어져 남는게 없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현명하고 의미있는 이기심은 시간을 들여 운동하고 제대로 먹고,제때 건강검진을 받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겠다는 생각이다.’(p71)

이기적인 사람이 되라는 말에 또 한번 당혹스러웠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이기적인 사람의 정의를 듣고 보니, 관대함이란 주제에 한정해서 나누어진 세 분류의 인간이 있다면 이기적인 사람이야말로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저자는 쓸만한 지식은 학교에서 못 배운다고 냉소를 날리기도 하는데, 나도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 졸업을 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학교에서 못 배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시스템이 사회에서의 성공을 야기시키지는 않는다. 조금 의외였던 점은 수많은 자기계발서적에서는 적당한 것보다는 탁월한 것을 강조하는 반면, 저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성공하려면 한가지를 탁월하게 잘하는 것보다 두 가지를 적당히 잘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했다. 솔직히 저자의 이 말은 왠지 힘이 되기도 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적에서는 무언가를 하든 한가지를 특출 나게, 탁월하게 잘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로 그래서 성공한 분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난, 왜 이렇게 어정쩡하게 밖에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기에 조금 힘이 되었다고나 할까.

저자의 실패담,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에너지, 시스템 등 저자의 이야길 들으며, 왠지 모르게 통쾌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것은 삐딱하고 냉소적인 듯한 저자의 말속에 숨은 진의를 파악하며 나 역시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방 정리를 미루기도 했고, 운동도 하다가 말았더랬다. 좀 더 청결에 신경 쓰고, 운동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더불어 긍정의 힘을 다시금 외쳐본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별이’





   [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할아버지의 사랑 ]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은 어떤 옷일까? 표지 그림을 보며 아이와 함께 상상의 그림을 마구 그려 보았습니다. 나름의 바람을 담아 각자 떠올린 옷을 이야기 나누어 보고 표지를 넘겼다가 ‘우리 가족들, 그중에서도 특별히 아버지 ‘재봉사 프랭크’에게 사랑을 담아.’라는 작가의 메시지와 그 위에 걸린 조그마한 액자에 눈이 갑니다. 다시 앞표지를 보니 벽 왼편에 걸린 액자와 같네요.

이 이야기는 액자 속에서 묵묵히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작가의 아버지, 그리고 아이의 할아버지. 재봉사 프랭크 할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수십 년 동안 재봉사로 일한 프랭크 할아버지에게 걸려온 주문 전화. 다른 옷들보다 더 특별하고 아주 대단한 옷을 주문 받았습니다. 처음 그림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 읽은 후 다시 한 장 한 장 넘기며 바라본 프랭크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살포시 미소를 느낀 건, 그저 느낌일 뿐이었을까요. 어떤 옷일지 더욱 궁금해져서 책장을 넘기는 손이 저절로 빨라집니다.

할아버지의 손을 거쳐간 군복들, 양복들, 치마와 드레스, 무대의상들, 청바지들, 발레복들보다도 몸에 꼭 들어맞고, 멋있고, 활동적이고, 눈부시고, 편안하고, 특별한 옷은 도대체 어떤 옷일까요. 점점 궁금증만 커져 갑니다.

한마디로, 오늘 프랭크 할아버지가 만든 옷은 완벽했답니다.
얼마나 완벽 했는지 마지막 바느질을 끝내고 나서 할아버지는 더 이상 옷을 만들고 싶지 않아졌지요.
이제 그 어떤 양복도, 드레스도, 무대의상도, 발레복도 할아버지가 다시 바늘에 실을 꿰어 만들 만큼 특별하지 않았어요.


재봉틀을 두고 손수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그 옆의 글귀에서 정성과 사랑, 진심이 보입니다. 어떤 옷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 옷을 받을 사람은 특별한 옷만큼 할아버지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인 것 같아요.

특별한 사람은 바로 할아버지의 손자였습니다. 구부정한 허리의 백발이 다 된 할아버지가 손수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손자를 위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옷.

할머니도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며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그 때는 몰랐거든요. 할머니의 사랑을.. 어쩌면 지금도 완전히 알지 못할 거예요. 나중에 내 아이가 아이를 낳고, 내가 할머니가 되면.. 그때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입은 아이를 옆에 앉히고, 이제 옷 만드는 일을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할아버지의 옷 만드는 일은 계속됩니다. 할아버지가 만든 특별한 옷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특별해질 테니까요.

나란히 앉은 할아버지의 손자의 모습이 흐뭇해서 한참을 보다가 문득 낯익은 모습이 생각나 다시 앞표지를 바라보니. 그렇네요. 앞표지의 재봉틀 앞에 앉은 사람은 어린 시절의 할아버지가 아니었어요. 프랭크 할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고스란히 받고 자란 아이가 자라서 다시 할아버지의 자리에 앉아 다른 특별한 누군가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만드는 중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줄 수 있어서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azza05’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과정이 수 많은 수포자를 양산한다고 해서 좀더 쉽게 교과서를 바꾸고 선행금지 방향으로 정책이 많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아이들은 힘겨운 선행학습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현실이 너무 마음이 아픈 엄마에요.

이렇게 우리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선행을 하고 있으면 세계적으로 저명한 수학자가 국민의 절반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물론 우리나라 아이들이 외국에 나가서 두각을 보이기도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지는 않죠. 쉽게 개념을 익혀가며 수학을 창의적으로 공부하는 외국 아이들에 비해 우리아이들은 너무 험난 하고 너무나 많은 수포자를 만들고 있어서 무조건적인 선행보다는 지나온 학년과 현재 학년의 개 념을 완벽히 이해하고 익히는 게 수포자가 되지 않는 길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초등 수학도 모든 학년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서가 있었으면 했어요. 모든 학년의 참고서나 문제집을 계속 모아두고 보기란 쉽지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내 생각에 딱 부합되는 <와이즈만 수학사전> 이란 책이 나왔네요.

책 내용을 살펴보니 참 군더더기 없이 간단 명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아이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은 수학하면 멀리 도망가고 싶어 하는 과목이란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에 너무 많은 글이나 설명은 싫어하고 책을 덮어 버리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불필요한 설명은 빼고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되어 있어서 책을 펼치면 일단 눈이 편하고 보기가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책 속을 살펴 볼까요. 학년별로 되어 있는 사전도 괜찮지만 이렇게 사전이란 이름에 충실하게 가 나 다 순서로 되어 있어서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이 책이 초등부터 중등 개념까지로 되어 있어서 첫 페이지에 연립 방정식이라던지 하는 가감법이 나오네요. 초등 저학년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죠. 하지만 6학년이라면 이런 부분도 한번쯤 눈에 익혀두면 꼭 선행학습을 하지 않더라도 용어에 익숙해지고 그러면 거부감이 훨씬 덜 할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의 구성은 하나의 개념이 한 페이지를 또는 두 개의 개념이 한 페이지를 차지 하도록 되어 있네요.

중학생이 되면 이제 만화는 안녕 글로 된 책만 봐? 이렇게 해도 될까요? 어른이 되어도 역시 쉽고 재미있는 만화가 좋지 않을까요. 이 책은 무겁고 어려운 개념들을 재미있는 케릭터들을 이용해서 재미있는 그림과 말풍선을 이용해서 쉽게 개념의 이해를 돕고 있어요. 특히 갓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어쩌면 초등의 연장선상에 있는지도 모르죠 이런 아이들에게 이 책은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수학 도우미가 될 것 같아요.

1년간 미국에 있게 되었는데 그때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게 한국에 돌아와서 수학을 어떻게 하느냐였어요. 그래서 현재 학년과 다음에 돌아가서 하게 될 학년의 개념문제집을 준비하고 떠났죠. 그런데 막상 미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건 영어로 된 수학 용어였어요. 물론 이미 잊어버린 전 학년에서 배웠던 수학의 개념도 아이의 수학공부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했죠. 물론 인터넷 서치를 통해 공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는 컴퓨터 게임이나 그 외 커뮤니티 활동에 유혹을 안받을 수 가 없었죠. 만약 수학 사전이 그때 있었더라면 이런 문제점들을 많이 없애 줬을 거에요.

이 책에서는 각 수학 용어를 한자와 영어로 함께 표기해 주고 있어요. 그래서 한자나 영어의 뜻을 보면 수학용어가 뭘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개념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겠네요.

수학사전이 개념만 설명한다면 재미없겠죠. 이렇게 기호의 유래나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던 특징들을 눈에 잘 띄는 박스에서 좀더 자세한 설명이나 그림을 통해서 알려 주고 있어요. 그 외에도 공식은 별도로 표기해 두어서 눈에 잘 띄네요.

가나다 순에 맞춰 색을 달리 하고 있어서 찾기에도 쉽네요. 사전만의 장점인 하나의 개념을 공부하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다시 그 용어만 찾아 볼 수 있어서 쉽고 빠르게 찾아 공부의 흐름 방해 없이 공부 할 수 있네요.

초등 저학년의 경우 크게 사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도 있지만 학년이 올라 갈수록 수학은 어려워 지고 개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다음 학년의 개념과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개념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수학 사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될 거에요. 그래서 6학년인 우리아이에게 이 책은 필독서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기초가 부족한 중학생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내가 그랬듯 해외에 단기간 나가야 할 때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중학수학 선행은 시키고 있지 않지만 중학 수학과 초등 수학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용어 들이 나오는지 익숙해 지도록 이 책을 아이가 자주 읽도록 할 생각이에요.

2015 10월 신간리뷰단 ’상상그대로’




   [ 수학 교수였고 퍼즐 마니아였던 루이스 캐럴이 낸 놀라운 퍼즐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1832 - 1998).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을 본명으로 하는 그는 수학 교수였고 사진 작가였고 퍼즐 마니아였던 특이한 이력의 인물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추리파일>은 캐럴이 생전에 출간한 수학 퍼즐 책과 가족 잡지, 여러 기고문 등에서 발췌한 문제를 정리한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후속작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 등으로 유명한 그는 붉은 여왕 효과라는 생물학의 공진화 개념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지식은 캐럴이 논리학자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특징은 퍼즐문제가 제시된 뒤 뒷부분에 답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가령 이런 문제가 첫 순서로 나온다. 과자 열 개가 다섯 개씩 두 줄로 나란히 바닥에 놓여 있는데 이 상태에서 과자 위치 를 재배열하여 다섯 줄로 만드는데 한 줄당 네 개의 과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위치에서 과자 네 개만을 이동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으로 표현된 답을 그릴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체스판의 가장 자리에 도착해 여왕이 되는 장면에서 나오는, 수리(數理) 퀴즈가 아닌 낱말 맞추기 퍼즐 같은 것도 제시되어 눈길을 끈다. ‘해와 달의 이야기’처럼 발음이 같고 의미가 다른 단어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에 관한 물음도 있다. 가령 보름달(full moon)이라는 말을 바보 달(fool moon)로 알아듣고 화를 낸 것에 대한 물음이 있는 것이다. 이런 해프닝은 flower와 flour 같은 예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캐럴의 작품 여기저기에 숫자 42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숫자가 나올 수 있도록 설정한 수학 퀴즈를 즐겨 내기도 했었던 듯 하다. 직접 만든 미궁(그림)을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을 묻기도 했던 캐럴은 논리를 통해 사람들의 모순을 자주 드러내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캐럴은 시를 제시하고 앨리스의 진짜 이름을 묻기도 한다. 시의 각 줄의 첫 단어를 연결하면 ALICE PLEASANCE LIDDELL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보며 리포그램을 생각하게 된다. 리포그램은 특정 철자를 제외한 나머지 철자만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The quick brown fox jumped over the lazy dog’은 a에서 z까지 중 유일하게 s가 빠진 문장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추리파일’은 수준 높은 퍼즐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가벼운 언어 유희를 소재로 한 물음이나 넌센스 퀴즈가 등장하기도 한다.

캐럴은 “Dreaming of apples on a wall,/ And dreaming often, dear,/ I dreamed that, if I counted all,/ - How many would appear/"란 시를 선보이며 꿈 속에 나온 사과는 모두 몇 개인가를 묻는다. 답은 often을 of ten으로 파자한 결과인 10개이다. 캐럴은 4명의 일꾼이 벽 하나를 세우는 데 하루가 걸린다면 6만명의 일꾼이 비슷한 벽 하나를 세우는 데 며칠이 걸리는지를 묻는다. 답은 5.67초이지만 캐럴은 현실적으로는 그런 많은 인파가 몰리면 벽을 세울 수 없다고 덧붙인다. 논리만을 묻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캐럴은 142, 857이라는 숫자를 제시한다. 이 숫자에 2를 곱하면 285, 714. 3을 곱하면 428, 571. 4를 곱하면 571, 428. 5를 곱하면 714, 285. 6을 곱하면 857, 142 등으로 1, 2, 4, 5, 7, 8이 한 번씩 어김없이 나온다. 그런데 142, 857에 7을 곱하면 999, 999가 되고 이런 현상이 다음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이한 현상이다. 1을 7로 나눈 수는 0.142857...로 7을 곱하면 1에 가까운 0.999999가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추리파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수학은 논리적인, 머리 속에서 만들어진 세계의 학문인데 물리 세계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느껴진다. 세상의 주관적인 학문을 보다가 수학을 접하면 엄밀함과 정교함, 객관성을 느끼게 된다. 수학은 그 자체로 많은 기여를 하는 학문으로 현실을 이해하고 바로 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논리적 세계와 가치관, 주관적 세계와 가 치관 및 현실 연관성이 잘 조응하는 아름다운 만남을 기대해본다.

2015 10월 신간리뷰단 ’치자꽃근처’



인터파크도서 북DB

인터파크도서에서 운영하는 북디비(BOOKDB)는 국내외 작가, 출판사 DB를 총망라한 도서 정보 사이트로, 작가 랭킹 서비스로 새로운 도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인터뷰, 연재, 리뷰, 만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5 10월 2주] 추천도서리뷰 2015.10.19
[2015 9월 4주] 추천도서리뷰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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