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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9.30 조회수 | 2,620

[2015 9월 3주] 추천도서리뷰




   [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다. ]

나는 식탁에서 시중드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식탁이야말로 자기 주인이 얼마나 더러운 인간인지를, 그들의 내밀한 본성이 얼마나 비열한지를 간파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인들은 처음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서로를 감시하지만 서서히 화장을 지우고 베일을 벗으면서, 자기들 주위에서 서성이고 귀 기울이면서 자기들의 결함과 마음의 혹, 자기네 삶의 은밀한 상처 등, 점잖은 사람들의 꽤 큰 뇌가 야비함과 비열한 꿈으로 인해 간직하게 된 모든 것을 기록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우리 직업이 제공하는 크고 강렬한 즐거움 중의 하나이며, 우리가 겪은 모욕에 대한 가장 값진 복수다.

도도하고 발칙한 그녀 셀레스틴은 파리에서 노르망디의 시골 마을로 일터를 옮긴다. 무려 2년 만에 열두 번째 일터이다. 어디 한군데 정착하지 못한 채 현기증이 날 만큼 계속 이곳 저곳, 사방팔방으로 전전하며 요즘 주인들은 꼭 그렇게 시중들기 까다로워야만 하는 것일까를 한탄한다. 그런데, 과연 주인이 문제였던 걸까? 지난 달에 개봉했던 영화 예고편만 보아도 셀레스틴이 얼마나 ’색다른’ 하녀인지 알 수 있다. 뭐 저런 하녀가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상하지만, 매혹적인 하녀. 자신이 얼마나 예쁜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남자들에게 이용할 줄 알만큼 영악하지만, 나름 내면적으로 고민하는 것도 많고 생각도 많은 그녀. 조용한 시골마을은 셀레스틴의 등장으로 발칵 뒤집어진다. 모든 남자의 추파와 모든 여자의 질투를 받는 하녀라니.

이 작품은 무려 1900년에 쓰인 작품으로 당시 귀족 사회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인간의 이중성을 폭로하고 풍자하는 소설이다. 게다가 그 주체인 당돌한 하녀가 생각보다 꽤 똑똑하다는 것이 재미있다. 스스로 지금 하는 지저분한 하녀 일을 그만두고 화류계로 진출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자신이 하녀로서 거두는 성공을 여자로서 도 거둘 수 있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냐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사치스러운 생활과 주변의 악덕에, 우리의 여주인들 자신과 그들이 자극하는 욕망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라고 말한다. 아, 나는 이 대목에서부터 셀레스틴이라는 캐릭터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그 어느 것도 나를 즐겁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여기서는 그 어느 것도 나를 따분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이 더러운 고장의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들판의 정적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위에 부담을 주는 조잡한 음식 때문일까? 무감각 상태가 나를 사로잡고 나를 매혹한다. 어쨌든 무감각 상태는 나의 감수성을 무디게 만들고, 나의 꿈을 가로막고, 내가 마님의 무례함과 잔소리를 더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셀레스틴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알콜 중독자인 어머니의 학대를 받으며 자라, 수많은 일자리를 전전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수많은 인간을 만나봤고, 경험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얼마나 추잡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라고 그녀는 말한다.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꿰뚫어 보는 비상한 관찰력을 가진 그녀는 까다롭고 신경질적인 부인 때문에 지쳐가고, 자신에게 계속해서 치근대는 주인도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을 짐작할 수 없는 마부 조제프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셀레스틴.

그녀의 입을 통해 부르주아 계급의 탐욕과 부패, 타락을 고발하기도 하지만, 하인들이 보이는 노예근성과 그들이 저지르는 비열함도 풍자하고, 성직자들의 거짓과 위선을 꼬집기도 하는 등 사회 비판 적인 부분이 많은 소설이지만,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바로 화자가 너무도 당돌하고 도발적인 하녀 셀레스틴이기 때문인데, 매력적인 캐릭터야말로 고전 소설이든, 현대 소설이든 빛을 발하게 하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훌륭한 예인 것 같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피오나79’




   [ 이따금 선물처럼 읽는다 ]

먼저 하나 물어봅시다. 모르는 사람(혹은 얼굴만 아는 친하지 않은 사람)과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저는 착한(?) 방법과 악한 방법 두 가지를 권해주곤 합니다. 그게 뭔고 하면 말이죠, 같은 취미를 가짐으로써 공통의 관심사를 만 드는 것, 그리고 지금 여기에 없는 제3자에 대한 험담을 마음껏 하는 것 두 가지입니다.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쯤은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다면 험담이나 뒷담화는 어떨까요? 은근히 스릴 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게다가 험담에 동참한 사람들만의 끈끈한 우정(?)은 또 어떻구요? 험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된다구요? 불행하게도 저는 그렇게 착한 사람은 못 됩니다. 오히려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는 말을 믿는 편입니다. 뭐 어떻습니까, 그 당사자가 들으라고 하는 말도 아닌데요. 오히려 대화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같은 범죄(험담)를 저질렀다는 공범의식이 그들간의 결속력으로 이어져 소통을 원할하게 해준다면 험담은 해볼 만한 일이지 않나요?
 
"험담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상당히 뛰어난 능력을 갖습니다. 의사소통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험담하는 자리에 함께 함으로써 결속력을 다질 수 있습니다. 험담을 공유하면서 서로 마음을 터놓은 사이라는 동지애가 싹트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험담의 효능입니다." (p.51)

모처럼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이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니 함부로 믿지는 마세요. 이를테면 저는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좋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책이 갖는 심오한 지식이나 뛰어난 문장 구사력이 판단기준이 되지 못했던 것은 저로서도 유감입니다만 저자도 딱히 그것을 염두에 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뜩이나 서로 대면하지도 않은 채 문자를 통한 대화에만 익숙해진, 직접적인 만남을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얼마 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계적인 예의나 귀에 거슬리는 경어의 남용을 여러 번 경험했을 듯합니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인간 관계의 불편함을 양산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짚어 봐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자는 아부와 험담의 필요성이라던가, 기능화되지 않은 사람들과의 사교적인 만남과 그 자리에서 취해야 할 행동으로 건방져질 것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경어의 본질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이란 결코 평등하지 않으며 똑같은 존재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인간이 평등하지 않다니, 이 말을 듣고 놀라지는 않았나요? 물론 저 같은 사람을 비롯해서 인간은 누구나 법적.공적으로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 평등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주관을 통해서 본다면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상당히 큰 편차를 갖고 있습니다. 아니, 인간은 평등하다,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분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마음씨가 아름답고, 자신은 착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이 책의 독자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p.118)

저자의 생각은 때로는 우리의 상식과 어긋나기도 하고 일견 도발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곱씹어 생각하면 ’과연, 그렇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나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모르긴 몰라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괜히 아무것도 없으면서 소싯적 얘기나 꺼내어 폼 잡고 거들먹거리는 노친네의 쓸데없는 충고를 듣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이 책 한 권을 읽는 게 백 배는 유익할 거라 생각합니다.

& quot;높은 지위나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건방짐뿐입니다. 물론 건방진 젊은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젊은이의 에너지나 격식을 깨뜨리는 대범함이 거추장스러운, 다시 말해 정신력이 쇠퇴해 버린 사람입니다. 정신력이 쇠퇴한 사람은 상대해 봤자 별 도움이 안 됩니다. 머지않아 지금의 지위나 힘을 잃어버릴 것이며,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의견이나 제안을 들어 주는 유연성과 활력이 부족해질 것입니다. 특단의 배려를 해서 상대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기백 넘치는 건방짐을 받아들일 만한 도량이 있는지 알아본다는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대하면 됩니다. 물론 예의는 갖추어야겠죠." (p.166)

당연한 현상이겠습니다만 우리 사회에서 직접적인 대화는 갈수록 뜸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이나 친척과 같은 허물없는 관계에서조차 대화하는 게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명절만 해도 그렇지 않나요?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제 할 일만 할 뿐 여럿이 모여 대화를 하려는 모습은 찾기 어렵습니다. 적당히 나이가 든 사람들만 옹기종기 모여 술잔을 기울이면서 밀린 얘기에 열을 올리곤 하지요. 이제는 조금씩 귀도 들리지 않는지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말입니다.

’대화’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저자의 생각은 가끔 대화와 관련된 삶 전체로 확대되기도 합니다. 죽을 때까지 특정한 사회에 몸담고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은 ’대화’가 곧 ’삶’인 까닭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한 인간이 속한 사회 분위기가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분위기인지 아닌지 하는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컨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스통을 들고 설치는 할배들이 넘쳐나는 사회라면 그 사회의 젊은이들이 대화를 즐길 리 만무합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듯이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나 교통 기관과 정보망이 정비되는 것과 사회나 인간이 진보하는 것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편리함이나 정비를 가치관이라고 본다면 분명히 발전입니다. 하지만 인생의 다채로움과 생활의 풍요로움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퇴보이고 상실일지 모릅니다. 현대인의 진보에 대한 맹신은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눈속임, 일시적인 위안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p.221)

어쩌다 보니 말이 주저리주저리 늘어졌습니다. 이러다가는 책의 전체를 인용하려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해도 뭔가 모자라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기대감도 없이 우연히 집어든 책이 의외로 맘에 쏙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맘에도 들고 유익한 책을 어쩌다 우연처럼 만난다면 그것 또한 책을 읽는 이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자 보상은 아닐런지요.

2015 9월 신간리뷰단 ’꼼쥐1’




   [ 심리적 조종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

나는 인간이 사는 세상은 수평적 평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또한 수직적 상하관계만 존재한다는 것도 아니다. 관계, 상황, 업무에 따라서는 주객, 갑-을 관계가 확연한 경우가 있겠지만 실제로는 관계, 상황, 업무의 진전을 위해 한 쪽은 심리적 리드, 조종을 하고 한 쪽은 부지불식간에 당하는 쪽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신분을 이용하여 스스로 우월의식과 권위적 마인드로 상대방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려드는 자들이 주위에 꽤 많이 있다. 이러한 부류들이 상대방(다수 포함)에게 대놓고 얼굴 붉히며 면박을 주면서 인격과 체면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면서 뉘우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일종의 달콤한 권력행사에 심취해 있는 것이다.

가정 생계와 경제 부양을 위해 밖에서 일하던 남편상은 이제는 360도 바뀌었다. 여성이 본격 사회생활과 경제적 힘을 갖게 되면서 말 그대로 남-녀 평등사회가 되었다. 남편이 가정의 주춧돌로서 경제적 부양능력이 월등하더라도 아내되는 여성도 가만히 집에 있지를 않는다. 뭔가를 해서라도 자기계발과 경제적 수입을 통해 보다 보다 안정되고 나은 삶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업주부로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가정의 생계를 꾸려 가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경제적 힘, 사회생활을 떠나 심리적으로 조종하고 선점하려는 자는 분명 있게 마련이다. 가족, 친구, 조직에서 ’좋은 게 좋은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가려다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정에선 남편이든 아내든 밖으로 드러내 놓게 되면 치부(恥部)가 될 수도 있고, 친구관계에선 더 이상의 정리(情理)가 통하지 않을 것이며, 조직에선 날 선 눈치보기와 갈등으로 실속 없는 파워게임의 연속이 될 수 있다.

결혼하여 살아 보니 나와 아내 사이, 본가와 처가의 관계에서 알게 모르게 마음 상하는 일 또는 마음 상하게 했던 일이 종종 있다. 솔직히 경제적, 사회적인 힘이 상실되다보니 명절이 돌아와도 심적, 경제적 부담만 늘어갈 뿐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다. 제사 지내고 처가에 한 번 들렀다 하면 몇 십만 원은 깨진다. 아내는 내 사정을 알긴 알아도 처가에 가면 장모에게 못하는 내가 얄미운가 보다. "사위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반복해서 내뱉는다. 장모는 "아직 (혈관수술 후) 정상 회복되지 않았는데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고 하지만 내심 ’우리 딸 많이 사랑해주고 행복하게 해 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장모에게 용돈을 많이 주지 않은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탓한다. 경제적 부양능력, 사회적 위치가 곤두박질칠 대로 쳐진 나는 심리적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쪼달리고 사회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누구에게도 말 못할 폐쇄적인 마음 가눌 길이 없다.

직장생활을 하다 손을 놓게 되었지만 직장 생활은 반드시 갑과 을의 관계에 있다. 조직원부터 팀장, 과장, 부장, 이사, 사장 순으로 직급이 올라가면서 바텀 라인은 업 라인의 지시와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하 더라도 혼자만 뾰족하게 두드러지게 행동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 직장의 상-하 관계는 어떠한지 모르지만 내가 다니던 대기업 수출입 파트에선 과장의 언행이 참으로 가관이다. 업무 보고차 보고서를 제출하면 "야 00대리, 너는 이런 것도 보고서라고 내미냐, 한심하다, 다시 작성해서 제출해" 라고 하면서 보고서를 ’홱’ 사무실 바닥에 내던진다. 이러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보다 먼저 들어온 고참 역시 그 과장에게 엄청 깨지면서도 오뚝이마냥 다시 일어나곤 했다. 나는 마음이 여려서인지 그런 언사를 겪으면 마음의 상처를 쉽게 입었다. 휴게실에서 고참들을 만나면 "00대리, 그 과장 원래 그런 사람이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 마음에 깊게 새기지 마" 라고 가벼운 위로를 해 주었다. 그런데 소문에 의하면 그 과장은 허구한 날 사우나를 전세라도 놓은 양 들락날락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이 먼저지 자기 몸 건사하는 것이 먼저인가?’ 라는 회의가 많이 들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과장 업 라인이 모두 그러한 부류로서 상스럽고 모욕적인 언사로 부하 직원에게 상처 주는 것이 주특기였으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上濁下不淨)’ 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우리 주위에는 심리 조종자, 심리 지배자가 셀 수도 없이 많다. 분야, 영역을 막론하고 말이다. 심리 조종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 심리 조종을 당하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가족 구성원 간, 친구 사이, 조직관계에서 심리 조종을 당하는 사람들은 대개 착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한다. 심리적으로 조종 및 지배 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다만 얼굴 붉히면서 관계를 악화시키며 업무에 방해를 놓아서는 안되기에 그저 참고 견뎌낼 뿐이다. 또한 이미 길들여진 환경과 관계에 체념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심리적 위축은 자칫 우울증과 신경쇠약증과 같은 증상이 만성화 되기라도 하면 삶의 질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약물치료, 자살 등과 같이 사회적 손실비용도 만만치 않은 사안이다.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는 심리 조종자, 심리 지배자는 겉으로는 입성, 언변이 좋은 사회성 우등생이 많다. 이러한 사람들이 은밀하고 개인적인 일상과 같은 시간, 장소로 돌아가게 되면 심리적 조종, 지배를 위한 설득 수법을 교묘하고 자연스럽게 구사(驅使)해 나간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좋다.

아첨, 유혹, 과장, 축소, 반복, 공갈, 협박, 보복, 피해의식 조장, 압박, 위협, 폄하, 기만 등... (p.27)

심리적 조종, 지배는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다.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리적 조종을 당하는 입장에선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의심, 두려움, 죄의식의 악순환에 빠지게 될 수가 있다. 그래서 심리적 조종자가 어떠한 언사를 하든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과 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잘 구분하여 대처해 나가려는 용기,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 심리적 조종자가 심리적 우월성, 권위의식으로 상대방(성실하고 양심있는 부류)에게 보이는 말과 행동은 소위 못된 것들로 꽉 차 있다. 자신이 최고라는 우월성과 선민의식이 암암리에 내재되어 있어, 상대방이 잘 되는 꼴을 좌시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쾌활하고 낙관적이며 발랄한 성품을 지닌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넘치는 에너지를 쪽 빨아들인 후 밖으로 배출하면서 살아가는 족속일지도 모른다. 심리 조종자와의 논쟁, 토론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이다. 그들과의 논쟁에서 이길 수 있는 말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짧게 대답하는 연습, 침묵을 지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당당하고 주체적인 자세로 심리 조종자를 제압해야 한다. 가정에선 정(情)을 이용한 크고 작은 거짓말들, 직장에서의 파워게임, 커플 사이의 예속(隸屬)관계, 우정을 앞세운 과도한 간섭 등은 스트레스, 질병, 신체적 증상, 우울증의 직접적,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당장 심리적 피조종, 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젠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2015 9월 신간리뷰단 ’바람물구름’




   [ 우리 모두 세계적인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

5년에 걸친 대장정 끝에 나는 크리에이터들의 성공에 원동력이 되는 것들을 밝혀낸 것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연매출 1억 달러의 사업을 구상하고 실현할 능력을 타고나진 않았다. 그들은 그런 능력을 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알고 보니 다들 근본적인 창조법이 똑같았다. 크리에이터를 성공으로 이끄는 생각 기술은 누구나 배우고 연습해 전수할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여섯 가지 생각 도구, 누구나 습득할 수 있다

케빈 플랭크는 멜릴랜드 대학교 미식축구팀 풀백 포지션으로 입학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신장 193cm에 체중 110kg인 그는 땀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캠퍼스 근처의 원단 상점을 찾아가서 자신이 원하는 극세사 천 한 필을 구입한 후 맞춤옷 가게에서 티셔츠 제작을 주문했다.

마침내 원하는 대로 몸에 착 들어붙고, 건조했을 때는 85g, 젖었을 때는 200g 나가는 티셔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는 팀원들에게도 이를 샘플로 나눠주고 입도록 했다. 이후 이를 착용했던 팀원들은 경기가 끝난 후 모두 감탄을 아까지 않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창업에 나섰다.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견뎌내며 결국 그는 조지아 공대에서 대량 구매 주문을 받았고 이어서 다른 대학에서도 주문이 쇄도했다.

이 회사가 바로 ’언더 아머’이다. 미식축구 선수가 미식축구 선수를 위해 설립한 이 회사는 나중에 여성의류 시장에까지 진출했고 현재 29억 달러 가치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우뚝 서 있다. 창업자 플랭크는 옷감이나 티셔츠 제조는커녕 의류 판매에 대해서는 전문 지식이 없는 문외한이었다. 어떻게 이런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이 책이 이런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저자 에이미 윌 킨슨은 창조적 기업가들의 비밀을 푼 전략 전문가로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과 영어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와 MBA를 취득했다. 현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동과 기업가정신 등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최연소 의전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JP모건에서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기업 인수와 합병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맥킨지앤드컴퍼니로 옮겨 전략기획, 마케팅, 조직관리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04년에는 미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백악관 연구원 12인 중 한 명으로 선정돼 무역대표부의 선임무역보좌관으로 일했고, 2008년에는 국제 경영과 경제, 무역 등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미국의 싱크탱크라 불리는 우드로 윌슨 센터의 공공정책 연구원으로 기용되어 경제불황 극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두 지휘한 바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선임연구원으로 위촉되어 창조적 기업가들을 연구했다.

빈틈을 찾는다

크리에이터들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한다. 그들은 언제나 똑똑히 눈을 뜨고 잠재력이 깃들어 있는 미답지未踏地, 아직 채워지지 않은 여백餘白, 여태 충족되지 않은 욕구慾求를 찾아 나선다. 이들은 주로 세 가지 기법 중 하나를 사용한다. 즉 간극을 뛰어넘어 아이디어 이식하기, 새로운 전진법 고안하기, 이질적인 개념들 융합하기 등이다. 이런 기법에 통달한 크리에이터들을 저자는 각각 태양새형, 건축가형, 통합자형이라고 칭한다.

일론 머스크는 부모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퍼붓는 아이였다. 뭐든 꼬치꼬치 캐물었다. 남아프리카에서 출새완 그는 어일 적부터 만화책과 SF소설을 다치는 대로 읽었다. 백과사전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파했다. 이처럼 그는 독서광이자 또 컴퓨터광이었다. 열 살 때 이미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끝에 열두 살엔 동생과 함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블래스터’란 게임을 만들어 팔았다.

호기심이 왕성한 그는 ’미국은 탐험가들의 나라’로 인식하며 미국에 대한 열망을 키우다가 일단 캐나다의 친척 집에 얹혀살았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코자 삽으로 낟알을 푸고, 목재소에서 보일러 비웠고, 방호복을 착용하고 화학물질을 치우는 등 특이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페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박사과정에 등록했다가 이틀 만에 자퇴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이 가장 유망한 분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관심을 살리고자 아메리카 온라인AOL에 이력서를 보내고 전화를 걸고 심지어 로비까지 방문해 기웃거렸지만 입사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동생과 함께 통장에 있던 2천 달러를 털어서 ’집투zip2’를 창업했다. 몇 달 후 집투는 뉴욕타임스 컴퍼니와 허스트 코퍼레이션 등 미디어 회사에 온라인 지도와 콘텐츠를 공급하게 되었다. 4년 후 이 회사를 3억 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이후 그는 ’엑스닷컴’이라는 온라인 결제 회사를 창업한 후 컨피니티와 합병해 페이팔로 새로 출발했는데, 2002년 이베이가 이 회사를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그에게 이는 여전히 시작에 불과했다. 스페이스엑스, 테슬라 모터스, 솔라시티 등을 설립해 왕성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 중에서 ’태양새형’이라고 명명된 사람들은 한 분야에서 통하는 해법을 다른 분야에 적용한다. 그것도 기존의 해법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살짝 변형해서 적용한다. ’건축가형’은 공백을 발견하고 거기에 빠진 것을 채운다. 다시 말해 문제를 알아보고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안해서 그간 방치돼 있던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통합자형’은 기존의 개념들을 한데 아울러 전혀 다른 혼합물을 만들어낸다.

태양새는 아프리카, 아시아, 호주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작은 새를 말한다. 벌새처럼 태양새도 꽃의 꿀을 주로 먹고 산다. 그래서 이꽃저꽃 꽃봉오리로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긴다. 태양새형 크리에이터도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들은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내고 있는 발상들을 채집해서 기존의 아이디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강력한 결과를 창출해내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바’라는 개념을 차용借用한 것이다.

’건축가형’은 백지 한 장으로 시작해서 마침내 건물을 세우는 건축가들처럼 백지 상태에서 해법을 마련한다. 이들은 일단 무엇이 없는지 확인한 후 남들이 등한시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일론 머스크는 기존 로켓들이 왜 그렇게 비싼지 궁금해서 그 제조 상황을 살펴보았다. 로켓은 거의 대부분 주문 생산되고 딱 한 번만 사용하고 폐기되었다. 또한 정부도 위험을 기피하는 대형 항공우주업체들에게 실비 정산 방식으로 로켓을 구입하기 때문에 로켓구조만 더 복잡해지고 덩달아 비용도 크게 증가했던 것이다. 이에 그는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했다.

’통합자형’은 다양한 곳에서 해법을 인용해 이를 혼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연 매출 36억 달러의 패스트캐주얼 멕시코 식당 ’치폴레’의 설립자 스티브 엘스가 이런 유형의 크리에이터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만화가 아닌 요리 방송을 즐겨 시청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레스토랑 스타스에서 유명 요리사 제러마이아 타워와 함께 일했다.

쉬는 날엔 멕시코 요리에 빠져 살았다. 어느 날, 한 멕시코 음식점의 대기줄이 장사진을 이룬 광경을 목격하고 그는 부리토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2주 후 그는 콜로라도 주로 이사해 생애 첫 식당의 임대차계약을 했다. 24평자리 점포를 월세 750달러에 빌렸다. 대충 실내 공사를 맡기고, 철물점에서 매장 인테리어 소품들을 헐값에 사왔다. 1993년, 치폴레 1호점이 이렇게 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요리원에서 연마한 솜씨와 멕시코 음식 거리에서 익힌 기술을 잘 믹서해서 ’패스트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식당을 창조했다.

태양새형, 건축가형, 통합자형 크리에이터처럼 생각하는 일은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과 같다.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은 연습하고 연습할수록 향상된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그냥 스쳐 지나갔던 주위의 많은 것들에 질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라. 이전과는 다른 방법과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앞만 보고 질주한다

레이서들은 눈앞에 펼쳐진 도로에 시선을 고정한다. 크리에이터들은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왜냐하면 시선아 가는 곳에 몸도 따라간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너무 빨리 질주하는 바람에 차선이나 경쟁자들의 위치를 보고 운전할 겨를이 없다. 지평선에 시선을 고정한 그들은 주변부를 둘러보며 과거의 영광에 젖어 있는 걸 거부한다. 그래서 급변하는 시장에서 선두를 달린다.

크리에이터들은 마치 레이저 광선을 쏟듯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시장에 걸맞고 사람들의 필요를 채울 상품을 만들어낸다. 두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그들은 경쟁자들과 위치를 비교하거나 업계의 규범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나름의 운전법이 있다. 지평선에 시선을 고정하고, 목표 지점을 유심히 살피며, 과거에 대한 향수를 멀리한다.

치폴레의 설립자 스티브 엘스는 해마다 ’세계 최고의 부리토’를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온 정성을 쏟는다. 그는 매장 벽에 ’최고의 부리토’나 ’최고의 레스토랑’ 같은 문구가 쓰인 상패를 붙이지 못하게 한다. 이처럼 크리에이터들은 현실에 절대 안주하지 않고, 다음 것을 만들기 위해 날렵하게 움직인다.

"상을 받은 건 과거의 얘기잖아요. 그래요. 어떤 사람은 우리 부리토가 최고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무 의미 없어요. 우리는 그것보다 더 좋은 부리토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 스티브 엘스, 치폴레 창업주

우다 루프로 비행한다

크리에이터들은 끊임없이 머릿속의 가정을 갱신한다. 이들은 관찰하고 방향을 집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순환 과정을 신속하게 반복한다. ’우다 루프’란 전쟁이나 비즈니스 등의 효율적 의사 결정 및 지휘 통제 과정을 일컫는 말로, 목표를 관찰해 대응 방향을 정하고 최선의 대응책을 결정한 후 행동에 나서는 전략이다.

"관찰하고Observe 방향을 잡고Orient 결정하고Decide 행동하라Art"

이 개념은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 존 보이드에 의해 처음 도입된 전략인데, 이처럼 크리에이터들은 뭔가를 재빨리 결정하고 다음 결정 사항으로 서둘러 넘어간다. 이들은 짧은 주기의 점진적 반복법을 터득하고 자신보다 덜 민첩한 경쟁자보다 더 빠르게 우위를 점한다.

현명하게 실패한다

크리에이터들은 작은 실패를 연달아 겪어야만 대참사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이 기술을 연습하고 터득하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실패 비율을 설정하고, 작은 도박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검증하며 회복탄력성을 배양한다. 이들은 이 기술을 연마해 실패를 성공의 주춧돌로 바꾼다.

크리에이터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실패의 파괴력을 누그러뜨릴 길을 찾는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개별적인 실패 사례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주식 투자에 있어서 천하의 워렌 버핏도 손대는 주식마다 이익이 나진 않는다. 투자 고수들이란 손해나는 주식보다 이득이 나는 주식을 더 많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들은 오히려 자신이 실패를 너무 ’적게’하고 있진 않나 걱정한다. 이베이의 설립자 피에르 오미다이어는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법이 있어요. 실패를 충분히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거죠.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 위해서 했던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건 그냥 망하겠다는 겁니다" 라고 충고했다.

최적의 실패 비율은 크리에이터마다 다르고 조직, 산업,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실패의 대가가 작을수록 실패 비율을 높게 잡을 수 있다. 스텔라 앤드 닷의 설립자 제시카 헤린은 "대충 세 번에 한 번 정도는 실패하는 게 좋다고 마음속으로 늘 생각해요. 그 정도면 성공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라고 밝혔다. 그녀는 실패를 하고 있지 않다면 십중팔구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실패 확률이 0퍼센트라는 건 성공 확률도 0퍼센트라는 뜻입니다. 중요한 건 실패의 저지선이 어디인지 알고 거기가지 갔으면 딱 멈추는 거죠" -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설립자

협력을 도모한다


"우리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함께 이룰 수 있는 것은 아주 많다" - 헬렌 켈러

다면적多面的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리에이터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지력知力을 한데 모은다. 이들은 인지적 다양성을 활용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이를 위해 크리에이터들은 공유 공간을 조성하고, 플래시 팀을 조직하며, 상금이 걸린 경쟁을 주선하고, 업무와 관련된 게임을 개발한다. 이들은 아군我軍 같지 않은 아군과 연합한다.

다양한 인재가 모여서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구성원들이 신속하고 생산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크리에이터들은 무턱대고 팀을 결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팀의 역학 관계에 신경을 쓰며 보통은 구면과 초면인 사람들을 섞는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사회학자 브라이언 우지는 조직 내의 관계가 성공에 끼치는 영향을 한층 깊게 알아보기 위해서 창조와 협력에 대한 연구를 광범위하게 진행하는 중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낸 내용을 간략히 말하자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온 팀원 두 명을 구심점으로 두고 그 밖의 팀원들은 다른 팀에 있던 새로운 사람들로 계속 물갈이할 때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겁니다" - 브라이언 우지

같이 일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의사소통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팀원이 오랫동안 협업을 하면서 알고 지냈다면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은 원활해진다. 그렇지만 이도 단점이 있다. 너무 친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새로운 멤버가 팀에 합류하면 참신한 발상과 기술을 소개한다.

우지는 1877년부터 1990년까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2,258개의 뮤지컬을 대상으로 팀 구성을 분석했다. 결과에 의하면, 뮤지컬 한 편을 제작할 때 작곡가, 작사가, 대본가, 안무가, 감독, 프로듀서 등 6명의 프리랜서 예술가들이 한 팀이 되었다. 작업방식은 비고정적이지만, 엄청난 성과를 거둔 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상호 신뢰하는 협업자들이 새로운 인재와 머리를 맞대고 브레인스토밍, 창조적 문제 해결, 편집, 열띤 대화 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면과 초면인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구성은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심리학, 경제학, 생태학, 천문학계 등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선의를 베푼다

누구나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돕고자 하면 그 자신도 돕게 되니 우리 생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보상이 또 있으랴. - 랄프 왈도 에머슨

크리에이터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타인을 돕는다. 그 방법은 주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어떤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는 일 혹은 동료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선의를 베푸는 것이 바로 크리에이터가 인간관계를 다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투명성과 상호의존성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세상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선의를 베풀어 생산성을 키운다.

"이전에는 다들 어떤 ’큰 인물’을 따라가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나를 따라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건강한 사람들이냐가 더 중요하죠" -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을 설립한 리드 호프먼은 리더십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렇게 감지했다. 요즘처럼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누구나 자신과 한편이 될 사람을 직원이나 투자자, 멘토로 끌어들여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에게 줄 돈이 많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돈을 투자할 사람은 없지만 반면 우수한 사람에게 큰돈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수두룩하다. 따라서 프로젝트가 흥미로워야 하고 크리에이터 자신이 흥미로워야 가능한 일이다. 크리에이터들은 이렇듯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경력을 발전시킬 방안을 마련해주면서 자기 곁에 뛰어난 사람들을 모은다.

크리에이터들의 선의善意 전달 원칙

1. 도와줄 대상을 선택한다
2. 시간과 노력의 한도를 정한다
3. 꾸준히 교류한다


6의 힘

크리에이터들은 여섯 가지 생각 도구를 활용해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일군다. 각자의 생각 도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용하지만 놀랍게도 상호간에 맞물리면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진다. 모스부호에 점과 선을 합치면 이것이 말과 생각으로 전달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섯 가지 도구를 합치면 그 힘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를 열 수 있다.

그런데, 이 여섯 가지 생각 도구는 어떤 특정인물들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소수의 타고난 재능도 아니다. 누구나 습득이 가능한 능력일 뿐이다. 각각의 생각 도구들을 누구나 계발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코드를 알고 나면 이후로 뭔가를 시도할 때마다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라면 모름지기 장애물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 제프 스콜

컴퓨터 프로그래머 피에르 오미다이어의 아이디어로부터 탄생한 이베이는 빠르게 성장했다. 이 사업에 동참했던 그의 친구 제프 스콜은 엄청난 규모로 밀려드는 트래픽을 감당 못하고 이베이 웹사이트가 다운되기 시작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크리에이터 코드를 발견했다. 이를 사용해 이베이를 번창하는 기업으로 우뚝 세웠다.

제프 스콜은 이베이가 1998년 상장할 당시 지분이 22%였다. 억만장자가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런 크리에이터도 초인은 아니다. 그는 대학 시절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야 했다. 케빈 플랭크도 밸런타인데이에 장미를 파는 한 철 장사로 언더 아머를 설립하는 종자돈을 마련했다. 이들은 자격증이나 졸업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음을 온몸으로 증명해냈다. 이보다는 호기심 많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자세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보여주었다.

여섯 가지 생각 도구가 합쳐진다면 우리도 역시 세계적인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호시우행’




   [ 피카소사고를 배우다~! ]

<피카소처럼 생각하라>라는 책제목을 마주했을 때, 절로 ’아하! 창의성’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마, 피카소를 모르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 역시 피카소를 알고 있고, 피카소의 그림을 본 적이 있으니...하지만, 아무리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아도 그 그림이 어떤 점에서 그토록 뛰어난 찬사를 받으며, 예술작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지를 솔직히 말하건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사실, 첫 장을 넘기면 나오는 피카소의 그림 역시 나에게는 그저 어린아이의 낙서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난 정말 창의력과는 다소 거리가 먼;;)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하다. 피카소의 그림이 어떤 점에서 그렇게 예술작품으로 우수한지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그림이 독창적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인정한달까. 정말 독특하다는 점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 인정!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피카소라고 하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는 괴짜화가’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지, 그 그림을 그리는 피카소의 사고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피카소가 철학자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몇 년 전 이었던가. 그의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을 우연히 보았다. 아마도 내가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 그림을 그렇게 한참 동안 바라보게 되었던 것은. 총을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이들이 마치 사이버로봇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총과 칼을 들고 서 있는 이들은 철갑투구를 쓰고 있었던 것이지만, 내게 그들은 로봇처럼 보였다. 총과 칼을 들고 있는 자들도,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여인들과 아이들도 모두 누드로 그려져 있지만, 총과 칼을 든 이들의 얼굴은 투구로 가려져 있어 마치 로봇의 그것과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몸, 그리고 가려진 얼굴은 마치,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듯한 느낌을 자아냈고, 자연스레 사이버로봇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감정 없는 사람, 그래서 여인들과 아이들을 학살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그리고 벌거벗은 여인들과 아이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풍경이 그려졌다. ‘한국에서의 학살’은 전쟁의 잔혹함을 그려냈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그림을 보며 나 역시 전쟁의 잔혹함을 떠올렸다는. 이 책에서 ‘한국에서의 학살’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 그림을 보고 있으니 그때 느꼈던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때 생각했다. 피카소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본질을 조금 비틀어 독창적으로 그려내는 작가라고. 

<피카소처럼 생각하라> 라는 책을 통해 피카소의 철학적인 사고는 물론,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보통 피카소 그러면 피카소의 예술세계를 이야기하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회화적인 기법이나 예술세계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피카소의 발상으로부터 우리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사고방식을 배우기 위한 것이 목적인 책이라, 조금은 낮 설면서도 신선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다양한 각도로 해석되었던 책이다. 피카소에 대해서 알게 해주었으며, 그의 작품을 다시 살펴보게 해주었다. 더불어 그의 발상을 통해 창조란 무엇이며 그런 발상을 하기 위해서 어떤 사고를 가져야 하는지, 피카소 사고란 무엇인지, 일상생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 책이기도 했다.

피카소는 예술을 사랑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도 사랑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 저자도 말했듯이 이것은 꽤 중요한 문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상처 입히는 사람은 매사 어둡고 불행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적들이 현재까지도 꾸준히 출간되는 것을 보면.

나도 자화상을 그린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산을 그렇게 사랑하진 않았던 것 같다. 자화상 속 내 모습은 왠지 어둡고 슬퍼 보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괜스레 화가 치밀어 기껏 그린 그림을 구겨버려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는데, 지금 다시 자화상을 그리면 내 모습은 그때와 다를지, 내 행동 역시 달라질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항상 부족하고 모자란 나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겠단 생각을 다시금 가져보게 된다.

처음 생각했던 피카소는 그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괴짜화가’에 불과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놀라게 된다. 피카소는 92세까지 장수했다고 하는데 그 시기에 그런 장수가 가능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90세가 지나서도 현역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참 존경스러웠다. 그 긴 시간을 살면 분명 자신보다 먼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아마도 그것은 피카소가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고 임할 수 있도록 해준 촉진제 역할을 해주었을 것이다.

피카소의 작품들을 꽤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또 한번 놀랐던 사실은 내가 보았던 그의 작품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내가 본 작품 대부분은 무언가 형상을 왜곡하고 비틀어서 창조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대부분이었는데, 그의 작품은 그런 작품 외에도 다양한 기법과 양식이 사용되었더랬다. 이 책에서 처음 살펴보게 된 그의 작품 ’곡예사가족’, ’나뭇잎여인’, ’덩치가 큰 목욕하는 사람’들은 이전에 내가 접했던 피카소의 그림양식과 너무나 달라 놀라기도 했던. 그렇다. 피카소는 그림을 그릴 때 변화를 솔직히 받아들이고 이를 그림에도 나타내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마따나 체제나 스타일에 신경을 써서 그 기분에 솔직해지지 않는 건, 좋은 작품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물론 이렇게 양식을 바꾸고 변화를 주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기분에 솔직하게 대응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 역시 중요한 삶의 자세일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그저 피카소를 보며 창의적인 사고를 배울 수 있는 책이겠거니 했는데, 창의적인 사고, 상식을 깨는 사고는 물론, 삶의 자세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철학자의 관점에서 피카소의 사상을 요리한 이 책, <피카소처럼 생각하라>를 통해 ’피카소 사고’를 들여다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별이’




   [ 전쟁으로 얼룩진 1950년대를 그리움으로 견뎌 낸 평범한 소녀의 가슴 시린 성장기 ]

처음 책 제목 <조개맨들>을 보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빵맨, 슈퍼맨, 아이언맨’과 같은 등장인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받아보고서야 이 책이 전쟁으로 얼룩진 150년대를 그리움으로 견뎌 낸 한 평범한 소녀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낸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럼에도 전쟁, 그리움, 1950년대는 ’조개맨들’이라는 단어와 연관 짓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책을 펼치기까지 그 궁금증은 점점 커져가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궁금증을 잔뜩 안고 책을 펼치고서야 ’조개맨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지요. 조개맨들은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 흔다리 서쪽에 있는 ’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조개껍데기가 많은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 그림책은 조개맨들의 풍경과 주인공 영재의 소박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쟁 전후로 나뉘어서 말이죠.

영재는 아빠랑 조개맨들에 가곤 합니다. 영재의 집은 아빠가 손수 지인 집으로 동쪽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옵니다. 영재는 아빠가 일하는 방 앞에서 놀곤 합니다. 왜냐하면 아빠가 보이고, 아빠는 영재를 보고 웃어주니까요. 아빠는 시계를 잘 고치십니다. 서울에서도 시계방을 하셨고, 마을 사람들이 몇 번씩 고맙다고 절을 하고 갈 정도로 잘 고치지요. 영재의 동생은 운동회날 태어났습니다. 운동회보다 동생을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영재는 아빠랑 조개맨들 가는 길을 언제나 즐거워합니다. 여름이면 조개맨들 길이 보라색 붓꽃으로 가득 차는데 아빠는 붓꽃보다 영재가 백 배 더 예쁘다고 해주십니다. 영재는 그래서 꽃들에게 미안하지요. 조개맨들에 만든 참외밭의 참외들은 동굴동굴 잘도 익었고, 마당에 있는 밤나무 한 그루에도 굵은 밤나무 알이 열렸습니다. 밤새 눈이 내리면 창 밖에는 아빠가 데리고 온 겨울친구 눈사람이 서 있었지요. 영재에게는 물레를 붕붕 돌리시는 외갓집 노할머니인 붕붕 할머니가 계시고, 명절날에는 영재의 손을 잡고 껌이랑 사탕을 왕창 사 주시는 할아버지도 계십니다. 이제 영재는 내일이면 입학을 합니다. 이모부 주효목 선생님, 육촌 오빠 황옥진 선생님, 오빠와 친한 김강호 선생님 등 영재를 예뻐해 줄 선생님이 많아서 영재는 신이 납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에서 감자 찌는 냄새가 나 엄마한테 감자 쪄 먹자고 조르는데 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들이 전쟁이 났다고 난리였지요. 영재도 엄마한테 빨리 감자 쪄 먹고 피난 가자고 합니다. 어느새 동네가 피난민으로 가득 찼습니다. 외할아버지네 집은 사랑방, 건넌방, 안방, 윗목까지 피난민으로 꽉 찼지요. 하지만 어느 날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벌써 일주일째지요. 이모부도 함께 없어졌습니다. 인민군이 외할아버지도 끌고 갔다고 하네요. 이모부는 제대하고 돌아오셨지만 아빠에게는 소식이 없습니다. 영재는 동생들과 울면서 아빠를 기다리고, 엄마는 매일매일 아빠가 좋아하는 찹쌀 고두밥과 김장 배추 속을 해 놓고 기다리십니다. 강화도 화도국민학교에 있는 이모부한테서 편지가 왔습니다. 이모 집에 와서 이모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라는 내용이었지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아빠는 영재가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기를 바라실 거라고.

옛날 교동 집에서 한 시간쯤 걸어가면 조개맨들이 나온다. 들판 가득 하얗게 조개껍데기로 덮여 있어 조개맨들이다. 지금도 조개맨들에 서면 아빠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영재야-
아빠-  (본문 中)


<조개맨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아빠와의 행복했던 일상은 전쟁과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만 남아 있을 뿐이지요. 전쟁이 나기 전, 영재는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어린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소중한 아빠를 잃게 되고 평범했지만 소박했던 행복도 빼앗기고 맙니다. 다행스럽게도 영재는 아빠의 바람대로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겠다고 생각하며 성장하게 되지요. 평화롭고 행복했던 소소한 일상이 전쟁으로 인해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상황의 모습만 담아냈다면 전쟁의 참상에 대한 슬픔을 오롯이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평화롭던 일상의 모습이 전쟁으로 인해 변해버린 상황과 마주하게 되니 그 슬프고 아픈 전쟁의 참상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전쟁은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가족, 행복했던 추억을 빼앗았습니다. 이 그림책은 전쟁 전후의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 전쟁이 가져온 비극이 주는 아픔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보여주고 있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컴퓨터 게임에서 보여지는 전투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이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가족을 앗아가고,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빼앗아버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을 빼앗은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움으로 견뎌 낸 영재의 이야기 <조개맨들>은 아픔과 그리움으로 가득합니다. ’전쟁의 상처를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만드는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그림책이 가진 의미는 이렇게도 크고 깊습니다. 오랫동안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을 한국 전쟁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될 듯싶네요. 전쟁 세대와 전쟁을 모르는 세대의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가치 있는 그림책 <조개맨들>이었습니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책살라구’




   [ 오! 놀라워라~ ]

# 비교하는 재미

하늘을 나는 스카이다이버, 쌍봉낙타, 말벌, 자전거, 바이킹 배.
도무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단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데..

이들은 바로 20KM/K의 ’속도’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속도는 ’거리’와 ’시간’의 관계를 나타낸다. 중학교, 고등학교나 가서야 그 개념을 이해, 아니 억지로 주입시킨 결과 무언가의 속도를 ’비교’해 보는 데서 오는 재미를 잊은 지 오래였다.

<세상의 모든 속도>라는 책은 선명한 색깔의 그림과 커다란 숫자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알려준다. 처음에는 숫자와 그림을 보며 이게 뭐야? 이게 다야? 하지만 반드시 두 번, 세 번 다시 들춰보게 되고 다시 들여다볼 때 마다 새로운 정보를 하나씩 더 꿰게 되어 나중에는 두둑한 보따리를 짊어지고 하산하는 기분으로 책을 덮게 된다.

# 토끼와 거북이의 속도는?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토끼는 빠르고 거북이는 느리며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에서 토끼의 교만과 거북이의 부지런함, 끈기 등을 교훈으로 삼아야겠다, 는 등의 생각이 머리를 휙 스쳐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그렇다면 과연 토끼는 얼마나 빠르고 거북이는 얼마나 느릴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속 시원히 속사포처럼 답을 쏘아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책 안에서 가장 느린 동물은 해마와 거북이. 가장 빠른 것은 별똥별이라고 나와 있다.
산토끼와 그레이하운드, 경주마는 분명 몸길이, 다리길이가 다른데, 속도는 비슷하다.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거북이는 겁도 없이 경주마와 견줄 생각을 했단 말인가? 용기가 가상할 따름...

자, 이제 강렬한 시각적 효과에 힘입어 그림과 속도가 선명히 뇌리에 박혔다면 토끼는 시속 70KM/H, 거북이는 시속 300미터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 <세상의 모든 속도> 사용 설명서

이 책을 보며 세상의 모든 움직이는 것들의 속도를 비교해보시라. 아이들은 이 ’비교하기’ 놀이에 금세 빠진다.

저희들끼리 퀴즈를 내서 치타보다 빠른 것은 뭐게? 토네이도는 시속 얼마나 되게? 하면서 질문도 하고 ’노틸러스 호’라든가 전기 자동차 ’자메콩탕트’ 같은 생소한 탈 것이 나오면 즉시 뒤쪽의 해설을 찾아 읽어보기도 한다. 한자리에 앉아 책 한 권을 가지고 이렇게 오래 놀 수 있다니... 그것 외에도 이 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피융~ 날아가는 총알과 지구의 자전 속도가 같다는 사실에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단순한 백과사전적 지식만을 나열한 ’사전’ 읽기가 지겹다면 이와 같은 색다른 주제어 사전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림이 끝나는 곳에 상세한 "해설"이 나와 있어 해설만 따로 떼어 읽는 것도 훌륭한 독서가 된다.

<세상의 모든 속도>를 읽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쳐다보고 관찰하게 될 것이다. 비록 ’속도’를 주제로 하는 책을 보며 처음에는 작은 흥미를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두 번 세 번 읽는 사이에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사고의 영역이 확장되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보고 또 봐도 그저 놀랍기만 한 책.
오! 놀라워라~

이 책의 활용법은 한 번 읽고 덮어버리는 데 있지 않다.
질릴 때까지 보면서 보다 많은 것을 상상하고 보다 많은 것을 곰곰이 생각하는 데 있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비구름바람’




[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엿보기 ]

’엿보기 구멍’이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아마, 진짜 구멍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보는 내용일 것이다. 엿보는 일은 타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일이고 불법이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무럭무럭 불러일으킨다. 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 치고 다른 사람의 집을 훔쳐보지 않은 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엿보기 본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다른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훔쳐볼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다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 중 하나는 ’독서’이다. 전공분야, 성격, 가정환경, 개인적 경험 등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순수수학을 전공한 사람과 영어를 전공한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은 확연히 다르다. 어려움을 모르고 부잣집에서 살아온 사람과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집에서 살아온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그래서 나는 책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책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 시야, 관점 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창구이자 굉장히 흥미로운, 합법적인 엿보기 구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는 고상한 관음증을 충족시켜 주는 매우 당당한 방법이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은 나랑 다른 학문을 전공한, 그것도 저명한 물리학자인 저자가 세상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지 살펴 볼 수 있는 훌륭한 엿보기 구멍이었다.

융합이란 물리학도 알고 사회학도 알고 심지어 철학과 문학까지 한 인물이 다 알아야 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통합이 가능했던 시대는 이미 갔다. -서문 5 p- 

고대에는 한 사람이 철학자이자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이자 등등의 학문을 다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같은 인물을 수학교과서, 과학교과서, 국어교과서에서 동시에 보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탈레스만 해도 기하학자이자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이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분화된 학문만 해도 그 개수가 엄청나고 그만큼 전문화되어 같은 생명과학자끼리도 학문 분야가 다르면 자세히 알지 못한다. 자신의 분야만 깊이 파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여러 분야의 것을 한 사람이 다 알기란 힘든 일이 되었다. 또한 굳이 그럴 필요성도 없다. 하지만 이렇게 각자의 분야가 전문화된 사회일 수록 ’융합’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의료소송의 많은 부분들이 의사의 전문분야와 일반인인 환자 사이의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하나의 첨단 제품을 만드는 데에도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협동해야 한다. 이들의 소통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책은 전문분야의 학문들이, 정확히는 그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융합하는지 여러 가지 예시를 제시한다. 나의 전문분야를 세상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의 전문분야를 일상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로 <세상물정의 물리학>에서는 전문분야들끼리의 융합보다는 전문분야와 일상생활의 ’융합’에 대해서 언급한다. 물리학을 전공한 저자가, 물리학적인 관점으로(사회물리학, 통계물리학, 세상물정) 바라본 여러 가지 사회 현상이나 일상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각 소챕터들도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사회물리학에서는 빅데이터로 본 뒷담화, 메르스 후진국이야기, 지역감정 조성, 인터스텔라와 허니버터칩의 성공 비결, 개천룡이 하구수룡이 된 이유 등등 따끈따끈한 사회이슈를 톡톡 건드리고 있어 호기심을 유발한다.

2장, 통계물리학에서는 경기일정표를 몬테카를로 방법으로 분석해보기, 명절 정체현상의 분석, 한국인 성씨 분포, 확률로 보는 윷놀이 필승전략 등 소소한 일상생활을 통계물리학과 연결시켜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통계, 빅데이터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3장에서는 드디어 세상물정의 물리학에 대해서 언급한다. 세상물정을 모를 것 같은 물리학자인 저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의 관점에 대해서 엿볼 수 있다. 1장에서 언급한 때맞음의 법칙 외에도 자연스러운 딸의 사춘기, 시의 아름다움을 ’관계맺음’으로 이해하기, 슬픈 예감, 대칭성의 어긋남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또한 이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저자가 사는 삶의 방식을 훔쳐보게 된다.

’빅데이터로 본 민주주의 사회의 허울’에서 저자는 당당히 뒷담화가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최근 많은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저자도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대표적인 계기가 "때맞음"에 관한 논문이었다고 한다. 그 논문의 저자들은 나무 모양의 상명하복의 계층구조가 때맞음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지만, 저자는 그 결과가 싫다고 생각했다. 이 상명하복의 구조는 하위단계에 있는 사람이 무조건 상위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정보를 받기만 한다. 군대식 명령구조를 생각하면 간단하겠다.

이 "때맞음" 구조는 인간관계론, 리더십론에서 굉장히 자주 나오는 도식이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 때맞음"이라는 용어가 낯선 사람이라도 도식을 보면 ’나도 봤는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저자뿐 아니라 나도 이 구조를 보고 기분이 상했다. 사람이 무슨 로봇도 아니고, 이 구조대로라면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배제한 채 오직 명령을 수행할 로봇만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회의 부품처럼 쓰이는 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다행히 이 구조는 예전에 기본으로 쓰이던 구조이고, 현재는 연구가 진행되고 인식이 바뀌어서 17p의 구조처럼 계층끼리의 다양한 의견전달 통로가 생긴 갖가지 구조들이 나와 있다. 책에 언급된 것 외에도 완전히 쌍방향의 소통이 이뤄지는 구조들도 나와 있다. 때와 연령, 상황에 따라서 어떤 구조가 적절한 지는 다르다.

저자 또한 논문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다양한 개성이 반영되면 ’때맞음’구조를 일률적으로 적용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상명하복 계층 구조를 넘어서는 정도의 때맞음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채널의 다양성을 ’상당히’ 보장하는 것도 언급한다. 상명하복 구조가 의사결정에 이르는 시간은 짧고 민주적 과정은 의사결정 과정이 길고 고통스럽지만 군대와 사회는 다르기 때문에 ’뒷담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저명한 교수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주로 명령을 전달했을 저자가 학생들에게 ’뒷담화’를 허용하여 자신의 헛소리를 알려주기를 원한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교육이 많이 현대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뒷담화’를 허용하는 교수님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업도 일방적인 전달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한국인은 미쳤다>의 저자가 한국사람들은 어려서는 부모님의 말에 복종하고, 학교에서는 교사의 명령을 들으면서 가정과 학교에서 미리 복종교육을 시킨 덕분에 사회에서는 상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했겠는가? 저자의 말처럼, 군대가 아닌 사회에서는 좀 더 곳곳에 쌍방향 소통의 문화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 이야기’에서는 질병이 최초로 퍼질 때 지수함수 꼴을 따르면서 감염자의 수가 증가함을 언급하며 초기 진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초기 ’비공개’원칙에 대해서 물리학자 헬빙의 ’탈출 상황에서의 공황’을 인용하여 비판하였다. 대중은 어리석지 않으며 오히려 정부의 허가 하에 실시된 병원발표보다 먼저 집단지성을 이용해 ’메르스 감염자 지도’를 올렸다고 언급했다.

메르스 관련 내용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실제로 메르스 감염을 제일 발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낸 네트워크는 정부가 아니라 ’맘네트워크’였다는 얘기가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감염자들이나 접촉자들, 병원 관계자 들 누구나 엄마가 있다. 각 가정마다 있는 대한민국의 슈퍼맘들은 갖가지 사회공동체와의 소통을 통해 메르스 감염자가 어디에 어떤 병원에 들렸는지 사실과 매우 근접하게 알아내었고, 이를 재빠르게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했다. 결과적으로 맘들은 아주 현명하게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메르스에 대처했다.

’인터스텔라와 허니버터칩의 성공비결’에서는 그라노베터의 모형에 따른 사고실험을 통해 트렌드에 대해서 살펴본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경계하였다. 한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사건도 이러한 식으로 비판 없이 선택된다면 사회 전체로 이러한 사고방식이 퍼지고, 집단지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다고 하였다. 실제로 이런 사례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요한 사회문제, 의사결정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독서"를 통해 책에서 말하는 "비판적인 대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모두가 동시에 입을 닫고 남들의 눈치를 보면서 남들이 하는 것처럼 행동하려 한다면 영화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역사가 때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가?

따라서 나는 마음껏 여러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의 방식을 엿보고, 합리적으로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는 눈을 기르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물정의 물리학>도 그런 점에서 꽤 좋은 책이다. 세상물정에 대해서 살펴본 만큼 다른 과학 관련 서적들과는 다르게 저자의 주관이 아주 당당하게 드러나 있는 편이지만, 이 또한 저자의 말처럼 ’뒷담화’를 통해 우리가 알아서 비판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저자가 소통과 관련하여 ’뒷담화’를 첫 장에 넣은 것은, 대학원생들뿐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음껏 자신의 책에 대해 뒷담화를 까도 된다는 의도로 보인다. (저자는 아주 재치 있고 위트가 넘치는 교수님 같다.) 너무 자세한 리뷰로 더 이상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내가 앞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많은 흥미로운 주제들이 있으니 <세상물정의 물리학>을 통해 재치있고 까탈스러운 물리학 교수님의 관점을 마구마구 엿보고 뒷담화까지 실컷 한 다음 우리의 비판적인 사고 목록에 몇 가지 추가하는 것이 어떨까?

2015 9월 신간리뷰단 ’동그라미마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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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월 4주] 추천도서리뷰 2015.10.05
[2015 9월 2주] 추천도서리뷰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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