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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9.14 조회수 | 3,927

[2015 9월 1주] 추천도서리뷰




1. 얼마 전에 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합디다.. 니가 올해 몇살이고, 그래서 44살입니더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내가 니 나이 때에는 물불 안 가리고 돈 벌기 바빴는데 니는 편하게 산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면서 내 나이가 이제 67 살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 댕기모 정년 퇴직하고 멍하니 살아갈 나인데 요즘 봉께 온천지에 내 나이 또래는 느거들보다 더 바쁘게 사는거 같더라, 그라고 택시 운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70살이 훨씬 넘은 거 같더마는... 이라시더군요, 어제 뉴스에 이런 내용이 나옵디다.. 세계에서 노인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에 대한 순위에서 일등은 스위스라고 하더군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8위였구요, 근데 한국은 60위였습니다.. 그것도 전체 96개국 가운데 60위니까 대단한 것이죠, 동남아의 몇몇 나라들보다도 순위가 낮더이다.. 상대적인 노인 빈곤층이 너무 높은 것이겠죠, 경제 활동 연령대에서 그렇게 혹사당하고 살아온 노인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여유롭게 지내기 위해 수많은 연금과 보험도 들었을 텐데, 여전히 자식들에게 헌납(?!)하고 그들을 위해 임금피크제에 걸리고 비정규직에 걸리고 제대로 대우조차 못 받으면서도 아직도 돈을 벌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라고 예외는 없을 것이고, 눈앞에 당장 저희 부친을 보더라도 칠순이 넘어서도 저보다 더 열심히 돈 벌고 계신걸 보니 뭐랄까요, 어른들은 늙었다고 축 처져있다 보면 몸이 망가진다, 늙을수록 더 활동적으로 살아야쥐라는 말씀을 하시지만 사실 돈 있고 여유 있으면 굳이 일하고 싶겠습니까, 그냥 돈 쓰는 활동적인 일을 하시면서 살고 싶으시겠죠, 자식 된 도리로 44살이나 먹어서도 여전히 부모에게 손 벌리는 경우가 생기니 참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2. 우리 할매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늘 손자넘 끼니 걱정만 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병원에 누워서도 밥이나 챙기무꼬 있지 뭐하러 왔냐고 타박하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그때가 고2땐데 왠지 돌아가시고 발인하는 날까지도 울음이 안나오더군요, 뭐랄까요, 적응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 문득 할매가 해주셨던 콩나물 무침을 보면서 대성통곡을 하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의 할매들은 그렇게 살아오셨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번에 접한 소설 속의 미국의 할매는 엄청난 경험을 하시게 됩니다.. 꿈에도 그리던 스파이가 된 폴리팩스 할매는 애초에 기대했던 스파이로서의 업무보다 더 엄청난 사건을 겪게 됩니다.. 도로시 길먼<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입니다.

3. 이제는 자식들도 다 성장해서 자기 앞길 챙기느라 바쁘고 남편은 먼저 가서 기다리고 60대의 폴리팩스 부인은 딱히 즐거울 일이 없는 일상 속에서 약간의 우울증이 생길려고 합니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어릴 적 꿈이었던 스파이가 되고 싶어서 무작정 버지니아주 랭글리로 향하죠, 그리고 면접을 신청합니다.. 근데 CIA 직원의 실수로 인해 간단한 스파이 활동에 적합한 대상이 되어 멕시코로 향하게 되죠, 아주 간단한 스파이업무인 거죠, 현재 벌이지고 있는(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60년대입니다) 남미의 공산주의 정책 속에서 미국의 CIA는 엄청난 첩보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중국 공산당들이 행하는 남미의 적화적 활동에 대한 기밀이 담긴 마이크로필름을 전달받아서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업무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전혀 스파이 같지 않은 관광객으로 변장한 폴리팩스 부인이 적격인 것입니다.. 그렇게 폴리팩스 부인은 멕시코에서 접선 당일 날 전달받을 책만 미국으로 전달하면 되는데, 늘 그렇지만 할매들이 궁금증이 많습니다.. 폴리팩스 부인은 접선하기로 한 날 이전에 미리 접선하기로 한 앵무새 서점을 방문해버렸고 접선자와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이후 접선하기로 한 날 다시 방문하 니 접선하기로 한 상대가 달라졌고 그곳에서 그녀는 납치를 당하게 됩니다.. 그렇게 폴리팩스 부인은 멕시코에서 사라져버리죠, 과연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이며 또 탈출을 할 수 있을까요.

4. 그러니까 할매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얼토당토안한 이야기입죠, 그렇다고 아예 가당찮은 이야기도 아닙니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일단 할매가 스파이니까요, 시작은 단순한 스파이활동이지만 진행을 엄청난 스파이 탈출극으로 변모합니다.. 이야기는 할머니이니까 가능한 부분이 세세하게 등장합니다만, 그래서 뭔가 조금은 느리고 꾸물거리는 느낌이지만 실제의 상황은 아주 역동적인 내용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을 할매가 한다니까요, 대단히 색다릅니다.. 그렇지만 일종의 코지스파이스릴러의 느낌이 날 정도로 친근함이 감도는 작품입니다.. 물론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그 시대상을 적절히 비춰주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죠, 그리고 소설 속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스릴러소설이나 스파이소설 속에서 격렬한 활약을 보여주는 그런 긴장감을 펼쳐주는 인물을 단 하나도 없습니다.. CIA는 폴리팩스 할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조차도 모르죠, 그리고 폴리팩스 부인과 함께 납치된 젊은 미국 스파이 패럴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내주지 않기 위해 자살을 기도하나 실패하고 말죠.

5.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뭔가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전혀 스파이같지 않죠, 위에 이야기한대로 폴리팩스 부인은 할매여서 전혀 활동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파이같은 패럴은 죽으려다가 실패하고 다리가 부러지고 어깨에는 총상을 입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인물이죠,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무얼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들은 무엇인가를 합니다.. 그것이 이 작품의 중심이자 하고자하는 이야기입죠, 특히 폴리팩스 부인의 활약은 있는 그대로의 할머니다운 모습으로 진정한 영웅적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할머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대다수의 할매들처럼 주위를 챙기고 배려하고 뭔가 인생의 경험이 묻어나는 행동들 말이죠, 친근할 수 밖에 없는 할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할머니들의 오지랖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그 격렬함이란.

6. 사실 제가 소설 속에서 상상했던 폴리팩스 부인과 표지의 할매의 이미지는 조금 다릅니다.. 분명한 건 소설 속의 이미지는 보다 강단이 있고 친근하고 포근한 할머니의 모습이 강하게 느껴지죠, 그리고 저렇게 007처럼 소음총을 쏴대지는 않습니다.. 이 시리즈의 시작점은 소설 속의 시대적 배경과 일치하는 60년대 중반입니다.. 그리고 이후로 30년이 넘게 이 작품은 이어집니다.. 아니 그럼 시작할 때 60대였던 할매가 90대까지 활동한단 말이여,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분명한 건 그만큼 이 시리즈의 캐릭터의 대중적 호감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중간중간 조금은 억지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표현도 있고 연계적 측면에서도 대단히 매력적인 구성은 아니었지만 말 그대로 스파이소설을 읽는데 이렇게 편안하고 친근감이 넘치는 작품은 분명 드문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7. 편안하고 친근한 스파이소설이라카믄 뭐라카노라고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작품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은 그런 작품입니다.. 할매가 스파이가 되어서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무척 할매답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나 마구 늘어지거나 꾸물거리느라 시간을 보내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할매가 할매여도 스파이임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작품은 단순 스파이의 첩보활동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 우연히 얻어걸린 스파이 활동이 아주 지옥의 수용소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단순한 할매가 단순한 스파이 이야기를 펼치시는 걸로 판단하시다가는 큰코 다치실 수도 있습니다.. 단지 그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체가 할매이다보니 편안하고 친근감이 든다는 거지 이야기 자체가 느무 코지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시고 이런 류의 소설이 좋으신 분들은 즐거우실 듯, 근데 전 역시 과격한 게 좋긴해요, 피 칠칠 흘리고 내장 막 터지고 머리 뽀개지고 사지가 뒤틀리는 상황이 긴장감있게 묘사되는 그런 작품, 그러나 한번씩은 이런 작품으로 머리를 식혀주기에는 딱 조음.. 땡끝.

2015 9월 신간리뷰단 ‘그리움마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

(주의 : 아랫글에는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는 비속어가 섞여 있으니 아이들의 교육에 저해된다고 판단하시는 분은 읽지 말 것을 권함.)

다른 사람의 말을 설렁설렁 듣다가 혼쭐이 났던 적이 몇 번 있다.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학교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닌데 이따금 멍 때리거나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꼬치꼬치 따지는 게 더 쪼잔하지 않나, 하는 게 내 생각이고, 그렇게 집중이 안 되면 ’내가 지금 집중할 수 없으니 나중에 얘기하자’고 할 것이지 왜 그런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느냐, 는 게 아내 생각이다. 흠,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닌 듯싶다. 내 변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이렇다. 나는 어떤 사람이 말하고 싶어 할 때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아서 아무리 듣기 싫은 말이라 할지라도 꾸역꾸역 들어주는 편이다. 양념 삼아 이따금 멍 때리거나 딴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요 앞에 함정이 있어"라고 주의를 줘도 "그건 당신이 가는 길이니까 그렇지"라고 귀담아 듣지 않다가 함정에 빠지고 나서야 "아, 그 사람이 말한 대로잖아!" 하고 깨닫는다. 아집이 강한 것이다. 천재라면 아집이 강해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해서 결과를 낸다. 하지만 내 경우는 아집에서 출발해 결국 통념으로 귀결한다. 그리고 전부 내 잘못이야, 라고 반성한다. 그런 일이 내 인생에는 숱하게 많다. (p.168)



이 책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오랜 무명 생활과 강한 자의식으로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저자가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한 개그맨이 되어 세상과 만났을 때의 문화적 충격은 남달랐을 것이다. 2009년과 2010년에 방송 출연 횟수 1위를 기록하였고 그 후 저자는 월간 잡지 <다빈치>로부터 칼럼 연재 청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사회인 2학년’이라는 제목으로 그때 썼던 칼럼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흔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르는 법은 없다. 아니, 어떤 행운으로 인해 그 자리에 오를 수는 있어도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내기는 어렵다. 우리 주변에서도 벼락출세를 한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미처 준비가 되지 못한 사람은 언제라고 말할 수도 없는 짧은 순간에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만다. 예컨대 도박이나 음주운전, 성추문, 폭력이나 막말 등 그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그는 그 자리를 유지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셈이다. 본인도 자신의 능력에는 버거운 그 자리가 심히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그런 부담이 행동으로 튀어나왔을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에는 수업을 빼먹고 공원에 앉아 있곤 했다. 그냥 앉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 벤치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란 의외로 어렵구나. 좋아, 더욱 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보자! 아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버렸잖아! 바보, 생각하지 말자니까!’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p.58)



나도 학창시절에는 저자처럼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다. 발표할 사람 손들어 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앞장서서 따라본 적도 없었고, 누군가 등 떠밀어 발표를 시킬까 봐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선생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연단에 나설 때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물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고 어찌나 심장이 두근대던지 혹시 이러다가 내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가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러나 저자와 내가 하나 다른 게 있다면 나는 어려서부터 눈치가 빨랐다는 것이다. 형제가 여럿인 집에서 자란 탓일 게다. 이 사람한테 까이고, 저 사람한테 욕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치만 늘어난다.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사회에 나가면 꽤나 유용하게 쓰이는 건 확실하다.

눈치가 없는 저자는 딱히 취미라고 말할 게 없어서 애먹고, 술자리에서는 재미없는 인간이라고 타박이나 듣고, 너무 솔직하게 감상을 말했다가 지적이나 당하고, 평화롭고 한가한 시간에는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고 도무지 대책이 없는 인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사람한테 차이고 저 사람한테 핀잔을 들으면서 저자는 이제 ’사회인대학교’의 졸업논문을 쓸 위치에 올랐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은가.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의 경험에 실없이 웃다가도 그 일이 마치 내 지난 날의 모습과 닮은 듯하여 짠해지기도 한다.

" ’나를 바꾸는 책’을 읽은 후에는 내용을 의식하고 있어서 3일 정도는 달라지지만, 일상에 젖어 지내면 곧 원래의 내 모습을 되찾는다. 성격이란 형상기억합금과 같아서 타고난 것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을 깨닫게 된 점이 ’나를 바꾸는 책’을 읽은 수확이었다." (p.81)



사회에 진출하면 저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미리부터 조금씩 준비하거나 선배들로부터 몇 가지 요령을 배운다 한들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세월만큼 좋은 선생님도 없다. 다만, 어렵고 힘들다 하여 징징거리거나 좌절하지만 않는다면 저자처럼 누구나 사회인대학교의 졸업논문을 쓰는 날이 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간을 어떻게 견디느냐의 문제이다. 내 경험으로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중 하나만 택하라면 나는 ’글쓰기’를 택하고 싶다. 나를 돌아본다는 것, 객관적으로 나를 살피기 위한 방법으로 독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 저자도 그랬을 듯싶다.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칼럼을 연재하면서 자신을 차분히 살펴보고 그 요령을 하나하나 터득해갔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는 셈이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꼼쥐 1’




   [불안은 엉덩이에 난 종기일 뿐이다]

어린 시절 나는 ’술주정을 하는 아버지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평소엔 일밖에 모르는 분이 술만 드시면 온 집안이 떠내려 갈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식구들을 못살게 굴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술을 드시고 집에 오면 소리 없이 잠을 자면 좋을 텐데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없었다. 어머니가 가장 물리적으로 괴로움을 당했던 분이다. 어리고 힘이 없는 내가 차마 말릴 수도 없어 그냥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할아버지, 친하게 지내는 동네 아주머니가 오셔서 뜯어 말리고 달래야 겨우 잠잠해지면서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국민학교 시절엔 아버지의 술주정이 창피하고 무서워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기도 했고,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시험 기간에 술주정을 하는 경우에는 불안감, 초조, 걱정, 근심 등으로 가득 차면서 심리적으로 꽤 위축되곤 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께서 당신이 돌아가실 것을 예상했는지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내가 술 먹고 당신 많이 힘들게 한 것 잘못했네, 많이 후회하고 있어."

감정상 불안 기제는 심장 질환 등의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대개는 외부적 위협 및 강요된 환경에 의해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불안이 뇌신경을 타고 들어오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혓바닥이 마르고 신체가 떨리며 언행까지 불안정해진다. 항간에는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성격이 조급해지면서 심리적 불안증세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삶의 질을 해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희박할 때, 또는 세상과 격리되고 배제되고 혼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작용할 때 불안증세는 더욱 거세지리라. 특히 1997년 IMF 금융위기를 맞이하면서 한창 일해야 할 가장(家長)들이 조직에서 해고되어 가정이 해체되고 노숙자가 되어 삶의 가장 밑바닥을 헤매게 되었다. 이러한 삶의 결핍증세를 뛰어 넘어 새롭게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부류도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상태로 있는 사람도 있다. 삶의 결핍, 삶의 불안이 삶의 새로운 동력, 희망의 밀알이 되어 거듭나는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어떠한 삶을 살아갈지라도 언제 어떠한 형태로 불안이 엄습해 올지 아무도 모른다. 또한 불안이라는 생리적, 심리적 상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불안을 위기로 생각하지 않고 기회로 생각하는 긍정적 심리상태, 태도가 이를 극복하고 현재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적으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잘 못했다. 특히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 발표라는 말만 나오면 괜히 주눅이 들고 얼굴이 붉어지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곤 했다. 이유야 여러가지이지만 학교 수업방식과 개인적으로 발표에 대한 노력 결여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발표를 논리적으로 잘하는 급우를 보면 무척 부러웠다. 어떠한 것이든 시행착오가 있기에 발표라는 것도 자꾸 해보면 단어와 문장, 맥락, 스킬 등을 조금씩 배양해 갈 수가 있지만 어쩌다 한 번씩 있는 발표는 A4용지에 내용을 써서 읽는 수준이었다. 그 후 이런 저런 일로 발표 횟수가 많아지면서 발표 내용을 주어진 시간 내에 청중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나름대로 리허설을 하면서 대비해 나가고 있다. 발표력이 특출나지는 않지만 이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즐겁고 유익하기만 하다.

내 자신이 활달한 성격이 아닌지라 사소한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예를 들면 강박증,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집안 구석구석을 말끔하게 가꾸려고 한다. 40평에 가까운 아파트를 쓸고 닦으려다 보니 정말 버릴 것이 너무도 많다.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것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다 보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식구들은 청소를 하찮게 생각하는 것 같아 내심 화가 났다. 그래서 큰방, 작은방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맡기도 나는 거실과 베란다를 맡게 되었다. 쓸고 닦아도 이틀만 지나면 민들레 꽃씨 마냥 각종 먼지가 바닥에 쌓인다. 처음에만 시간이 걸릴 뿐 이틀 내지 삼일 걸러 청소를 해주면 집안은 말끔하고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불안, 초조, 걱정, 근심은 저리가라이다. 마음이 정갈해지면서 일도 잘되고 마음이 가뿐해진다.

개인사가 주가 되었는데, 외부로 시선을 돌리면 불안이라는 것은 삶의 질이 생각대로 채워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생리적, 심리적 작용이 아닐까 한다. 돈, 일, 경제,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 관계, 개인 및 가족의 건강 등이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현대 사회는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나와 가족을 위해, 내게 주어진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채우기 위해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다 보니 번아웃 현상을 느끼면서 쉽게 지치고 쇠약해지며 체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돈, 행복, 관계의 좋은 정도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분명 개인의 역량의 한계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자신을 타인의 상황과 비교하다 보니 괴리감, 박탈감, 열등의식과 같은 불안 증세를 느끼기 마련이다. 한계상황을 벗어나 초인적으로 나 아가려 하기에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고 끝없는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겉으론 물질적 풍요로움을 느끼지만 속은 정서적, 감정적으로 심히 곤궁한 상태라고 본다. 게다가 외부의 작용,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 용기, 담대함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만들기가 개인의 불안감, 초조, 긴장, 근심, 걱정거리를 덜어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불안, 걱정거리를 때로는 내려 놓아야 한다. 그러려면 네 가지 믿음을 간직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신 또는 최고 존재에 대한 믿음, 운명에 대한 믿음, 타인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믿음 -104-105



걱정, 근심, 불안을 사서 사는 사람들도 꽤 많다. 불필요한 걱정, 근심, 불안을 사서까지 생리적, 심리적 고통을 안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바꾸면 인생이 달라지듯 소소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의 쓰레기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 과도한 불안, 걱정, 근심은 신체적, 심리적 질병을 야기할 수도 있다. 각종 장애, 공포증, 불안증으로 가정의학과를 찾는 인구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마음으로 삭제하고 더 강한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크게 먹고 꾸준한 산책(30분 이상)을 하면서 불안을 뛰어 넘어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불안 심리를 잘 극복하려는 마음 다스리기와 지혜야말로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으리라. 마찬가지로 건강한 사회도 동일한 맥락에서 크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바람물구름’




[유대인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운다]

해외 근무를 하면서 가는 곳마다 유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금융은 물론 유통 등 서비스산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유대인들이 있었다. 도대체 그들의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알게 모르게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고 있다. 이제는 유대인이 그 동안의 개인적인 관심사의 대상을 넘어 우리 경제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대한 상대방이 되어 되었다. - ’머리말’ 중에서



저자 홍익희 세종대 교수는 2010년 정년 퇴임 전까지 KOTRA 소속으로 해외 7개국에서 근무를 하면서 금융산업의 세계 최강 경쟁력 미국, 관광산업의 스페인 등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그는 금융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다. 그 뿌리를 살펴보니 거기에는 어김없이 유대인들이 있었던 것이다. 경제사에서 서비스산업의 창시자와 주역들은 대부분 유대인이었으며, 더 나아가 세계 경제사 자체가 유대인의 발자취와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자 힘이었다.

저자는 경제학자도, 경제 관료도 아니다. 경제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해외 여러나라에서 실제로 근무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서비스산업의 중요성과 유대인의 힘에 대해 우리들 모두와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 그 동안 그는 주로 제조업 상품의 수출을 지원하는 업무를 해왔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오늘날 세계의 부와 권력을 거머쥔 유대인에 대한 모든 것을 전한다. 비단 오늘날의 유대인뿐 아니라 역사 속 유대인의 궤적도 추적하였다. 왜냐하면 저자는 서비스산업의 발전 없이는 한국의 미래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를 통해 서비스산업의 좌표를 확인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기 위한 되새김질이기도 하다.

2년 전 출간됐던 <유대인 이야기>가 10권짜리 시리즈로 다시 출판됐다. 기존의 한 권짜리 책에 못내 아쉬워했던 독자들은 또 한 번 저자의 유대인 이야기에 푹 빠져들 기회를 가지게 됐다. 시리즈의 첫 걸음인 1권은 아브라함 시대에서부터 그리스까지, 세계 경제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인류 최초의 도시 예리코에서 시작된 문명에서부터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이 어떻게 영원한 계약을 맺게 되었는지 소개하고 ’엑소더스’ 이야기에서는 유대 민족이 겪는 고난과 생존술을 익히는 배경을 소개한다.

또한 이 책은 유대인의 역사를 다루되 같은 시대 동서양의 경제사는 물론, 과학과 기술의 발달 과정까지 날줄과 씨줄로 엮었다. 이는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과학과 기술의 변천까지 엮어놓은 것은 과학기술사가 경제사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경제 패러다임을 한 순간에 바꾼 사례가 많았다.

인류 최초의 도시, 예리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시 예리코는 비록 광야廣野이긴 하지만 오아시스가 있어 음용수와 과실수가 풍부하고 소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사해死海가 근처에 있었다. 1만 4천년 전 신석기시대에 인류가 수렵채취의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이곳에 정착해 살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모여 살았다는 의미는 당시에 상업과 교역이 발달했음을 뜻한다.

강물이 똬리를 틀며 사해로 들어가는 낮은 들판에 위치해 있는, 예루살렘 북동쪽 36km, 사해 북서쪽 11km, 해발이 바다 밑 258m인 예리코는 지상에서 가장 낮은 도시 다. 이곳 오아시스 근처에는 키가 15m를 넘는 종려나무들이 신기할 정도로 쑥쑥 자란다. 그래서 성서에는 이 도시를 ’종려나무의 도시’라고 부른다.

오아시스와 종려나무 덕분에 예리코에는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다. 샘 옆에서 돌을 쌓아 만든 제단과 뼈로 만든 용기가 발견됐는데, 탄소연대 측정법을 통해 이들의 제작 연대를 조사한 결과 1만 2천년 전 것으로 밝혀졌다. 수메르보다 4천년 이상 앞선 도시 예리코의 언덕 위에 성벽의 흔적이 있다. 1952~1958년, 영국의 캐슬린 케년 박사가 이끄는 발굴단은 4m 높이의 이 성벽이 9천년 전에 건설됐다는 판정을 내렸다.

성의 길이가 약 300m에 너비가 160m에 불과한 그리 큰 도시가 아니었다. 이 작은 면적에 인구는 2천~3천 명으로 추정된다. 4대 문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믿던 시대의 도시가 발견된 것은 고고학적으로 대단한 성과였다. 이처럼 인류는 소금 바다 옆에 세계 최초로 도시를 건설했던 것이다.

가나안 지역의 페니키아가 해상무역을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귀중한 소금 수출로부터 시작되었다. 고대 중국의 황하 문명보다 훨씬 앞섰던 홍산紅山 문화도 그 주변에 소금물, 즉 염수가 있어서 가능했다. 이처럼 경제사를 추적해보면 모든 문명의 탄생은 물론 도시와 국가의 탄생이 소금과 관계가 깊다.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

1840년, 지금은 이라크의 땅이 된 모술에 프랑스 영사관이 들어섰다. 이곳 모술은 당시 교통의 요충지였다. 모술 강 건넛마을에 높다란 둔덕들이 띄엄띄엄 있었다. 당시 영사관으로 취임한 폴 에밀 보타는 저녁마다 말을 타고 둔덕들을 둘러보며 가가호호 점토판이나 골동품을 수소문했다. 그는 이미 7년 동안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고대 유적에 익숙해져 있는 탓에 모술 시장에서 골동품을 사들이고 있었다.

그는 고고학자가 아니라 본디 의사였다. 그럼에도 네비 유누스 언덕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골동품을 캐내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그곳을 발굴하려 했다. 하지만 예언자 요나의 신성神性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이 반대하자 하는 수없이 약간 떨어진 퀸지크 언덕을 파보기로 했다. 이는 역사학자인 그의 아버지 영향 때문이었다.

"모술에 가거든 쐐기문자가 새겨진 벽돌을 찾아보고 가능하면 거기 널린 둔덕들을 파보십시오.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가 거기 묻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 줄리우스 몰, 독일인 역사학자



이에 보타는 일꾼을 모아 둔덕을 1년 가까이 팠지만 아무런 출토물이 없었다. 어느 날 모술에서 1km 떨어진 코르사바드에서 한 사람이 찾아와서는 자기 마을에는 점토판들이 널려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급히 일꾼 두세 명을 딸려 보냈다. 일주일쯤 지나 일꾼 한 명이 돌아와서는 "삽질을 하자마자 벽이 나타났는데 이상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고 보고했다. 턱수염이 무성한 사람 얼굴에 날개 달린 짐승의 몸뚱이였다. 탐사대가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했다. 성벽이 드러났다. 아시리아 유적지였다. 1843년 5월 24일, 프랑스 신문은 대서특필했다. 현대 고고학 발굴의 효시였다.



이후 영국인 고고학자 오스틴 헨리 레어드는 1년 전 보타에 의해 파헤쳐진 그곳을 다시 파 들어갔다. 그는 티그리스 강변 의 퀸지크 둔덕을 니네베로 믿고 있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1849년 가을, 그는 지하 6m에서 니네베 궁전을 찾아냈다. 이는 기원전 7세기의 센나케리브 왕의 궁전이었다. 아시리아 최대의 정복왕으로서 니네베를 아시리아의 수도로 삼은 장본인이다.

유대인의 역사와 성서

유대인의 경전인 구약성서는 우주 만물의 창조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무렵 다른 고대인들이 생각했던 우주관과 달랐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놀랍고 신기하게도 현대과학의 빅뱅 이론과 기본적으로 일치한다. 제7일에는 창조의 작업이 완성되었음을 축복하여 휴식을 취하며 이 날을 성스럽게 했다. 이 천지창조 이야기는 수메르의 천지창조 신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수메르에는 서로 싸우는 여러 신이 등장하는데 반해 구약성서에는 유일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성서 창세기 편에 의하면, 하느님이 모든 것을 만들고 ’하느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 그런데, 하느님은 형상이 없다. 하느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빚은 뒤 코에다 생기를 불어넣는 장면이 나온다. 유대인들은 이 생기가 바로 하느님의 영혼이라고 믿는다. 또 하느님이 영혼을 나누어 줄 적에 그 영혼이 세상에서 합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에 걸맞은 재능, 즉 달란트를 주었다고 유대인들은 믿는다.

아브러함은 가장 오래된 문명인 수메르 문명기의 인물이다. 따라서 그 이전은 아직 유대인의 조상이 태어나기 전이다. 인류의 본격적인 경제사는 금속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원시인들은 불 피우는 화덕을 돌을 쌓아 만들었다. 그 중 초록색 돌들은 장시간 가열하면 찐득한 붉은 물질을 뱉어냈다. 이 물질이 바로 구리였다.

구리는 수메르인이 사는 강변에서 멀리 떨어진 소아시아 산악지대와 페르시아 만 근처에 매장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수메르인은 소아시아보다는 페르시아 만이나 키프로스에서 산출되는 구리를 강과 바다를 통해 갖다 썼다. 특히 키프로스 섬은 구리의 대량 생산지였다. 구리의 영어명인 COPPER는 키프로스 섬의 라틴어 이름에서 유래했다.

수메르 문명이 발달하면서 부작용도 발생했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 일부는 지나치게 타락하고 우상숭배가 심해 정신적으로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 아브라함은 그의 조상 노아처럼 하느님께 선택 받았다. 바벨탑이 무너지고 인간의 언어가 혼잡하게 흩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성서의 연대기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기원전 2천년대가 된다.

"네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 너에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 성경 ’창세기’ 중에서



고난의 역사를 이겨낸 민족, 유대인

5000년의 핍박과 고난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주무르게 됐는지를 역사를 중심으로 차례차례 풀어나간다. 우리들이 자주 듣던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유대인이라는 주제이기에 다소 식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다시 유대인 이야기를 10권시리즈로 펴낸 데는 유대인에게서 해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 아닐까. 

한국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지금 유대인 경제사로부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빠르게 진전돼 가는 게 한국 경제의 피할 수 없는 트렌드라면 세계의 금융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을 주무르고 있는 유대인에게서 미래의 해법을 찾자는 게 바로 저자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세지이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호시우행’




   [영어로 나의 삶 변화시키기!!!]

처음 <인생을 리셋하라> 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삶, 인생에 대한 자기계발서적일거라 생각했다. 물론 내 인생을 좀 더 업그레이드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자기계발서적은 맞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었던 자기계발서적과 다른 점이 있었으니..그것이 무엇이고 하니,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의 대부분은 내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 내 마음이 변화해 한다는 것들을 강조하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책들이 좀 더 포괄적인 개념, 그리고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면 이번에 읽은 <인생을 리셋하라>라는 책은 정신만을 강조하는 책이 아니라, 좀 더 실용적인 책이었다. 영어를 통해 인생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부록으로 실린 영어공부의 기본서와 단어, 문장을 통해 실제로 응용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또 다른 부록인 ’왕초보 단골질문 100’에서 기본적인 문법, 대화, 표현, 발음 등을 간략하게 살펴 볼 수 있게 되어 있어 좋았다. 요 부록은 크기도 아담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학습하면 좋을 듯 하다.

앞서 언급했듯 이 책은 영어자기계발+영어학습서 두 가지를 동시에 맛보게 해준다. 확실한 동기부여와 함께 실려 있어서인지 앞으로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책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영어를 언어로써 말할 수 있는 능력에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빠지면 영어를 읽을 수는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기괴한 일이 생긴다. 이런 현상이 빈번하게,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것이 한국 영어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p39) 이 말을 들으면서 얼마나 공감했는지 모른다. 실제로 내가 이런 기괴한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책은 다 읽는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내용인지 독해도 어느 정도는 된다. 그런데, 영어회화가 되지 않는다. 물론 외국인 앞에 서면 혹시나 실수는 하지 않을까 싶어 두려운 마음이 앞서서 그러는 것도 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문제인 것이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맴돌면서 조합이 바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문장들을 짜맞추고 있는 나를 보면서, 한숨을 쉰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한국영어교육의 문제점이라는 것에 폭풍공감을 하는 이유는, 우리 때에는 발음, 악센트, 문법에만 치중했었고 그저 그 내용을 암기해야만 했다. 사실 잘 이해가 되지도 않으면서 그냥 시험 때문에 외웠던 기억밖에 없다. 그러니 현재 내가 영어로 말을 하려고 하면 입이 얼어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 말고, 궁금했다. 그럼 저자는 영어를 다르게 가르치는 건가? 가끔 시원스쿨닷컴 광고가 나오긴 했지만, 그냥 보고 흘려버렸는데 책을 읽다 보니 궁금증이 동했다. 그래서, 실제로 ’시원스쿨닷컴’에 접속해서 샘플 강의를 들어보았다. 확실히 다르긴 했다. 영어를 재미있고 알기 쉽게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반복학습을 통해 머릿속에 각인시켜 주니, ’아, 유명세를 타는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아영 국제심판, 개그맨 김영철, 야구선수 류현진 등 익숙한 분들을 책에서 만난다. 내가 알고 있는 그분들의 지금 삶이 영어로 인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멋져 보였다. 특히나 이아영 국제심판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this가 뭔지도 몰랐던 수준이라고 한다. 운동선수였던 그녀가 1년을 몰입해서 영어를 배운 뒤 한국인 최초 봅슬레이 국제심판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존경스러웠다. 새해마다 늘 영어공부를 결심한다. 이번엔 좀 더 잘해야지, 하지만 이내 그 결심은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그녀를 보자, 의지가 불타오른다. 멋진 그녀만큼 나도 멋진 인생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포기하지 말고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한 동기부여와 함께 영어를 어떻게 학습해야 좀 더 효과를 볼 수 있는지 그 팁을 제시해주는데 참 마음에 들었다. 하루에 3개씩 매일 단어를 외우고 (책에서 말했듯이 1년이면 천 개가 넘는다.) 반복학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는 ’행동’에 달렸다고 했다. 그것을 실천하고 행동하느냐, 하지 않는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행동으로 잘 옮기지는 못한다. 그간 나는 핑계만 되었던 것은 아닐까...책을 보며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공부하는 건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늦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나의 멋진 인생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도전해 보아야겠다. 일단은 이 책에 있는 단어와 문장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별이’




   [절대로 말하지 않는 아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꽃 피 운 너에게]

항상 수다쟁이인 아이도 있고, 선택적으로 그런 아이도 있고, 책 속 주인공처럼 절대로 말하지 않는 아이도 있고. 그저 다를 뿐 옳고 그른 것 없지만 언제나 섣부른 건 부모의 바람입니다. 

그런가하면 ’카를로타’처럼 말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습관이 지속되면 신기한 재주가 됩니다. 이 책은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카를로타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늘 ’말 속’에서 살아가지만 말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죠. 카를로타는 자신의 몸짓과 눈짓만 보면 하려는 말을 다 알아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말할 필요가 없었어요. 배가 고프면 배고픈 표정만 지으면 끝이고, 친구들과 달리기를 하다가도, 놀이를 하다가도, 조금 까다로웠지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 질문에 대답할 때도.. 대답에 알맞은 몸짓과 눈짓만 있으면 됐습니다.

제게도 카를로타가 한 명 있었어요. 종달양이 말을 배울 때쯤이었어요. 다른 건 같은 개월 수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도 빨랐던 아이인데 유독 말은 느린 편이었어요. 그 때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조심스레 제게 말씀하시더라구요. 혹시 아이가 말하기도 전에 엄마가 아이의 몸짓과 표정을 읽고 다 해주는 거 아니냐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랬습니다. 마치 그게 온 마음을 다해 아이를 사랑하는 것 마냥..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일하는 엄마로서 가졌던 죄책감의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과하게 부지런했던 엄마가 말하기도 전에 척척 원하는 것을 다 해 줘 버리니 말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거죠. 서툴지만 말로 제 생각을 표현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이의 말을 듣고 다시 알맞은 문장으로 되물어주고, 그렇게 한 번 터지기 시작한 말문이 이제 수다쟁이 종달양이 되었습니다. 카를로타와 종달양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더욱 마음이 쓰입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어요. 어른들이 읽기에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책이지만, 6세 종달양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니까요.

그러나 작가는 끊임없이 호기심의 요소를 던져 줍니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생쥐 톰이 그랬고, 괄호 안에 들어 있는 추가 설명이 괜히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듭니다. 실제로 종달양도 불이 환하게 켜졌는지 한 번 확인하고, 레몬과 설탕이 넣은 물을 한 잔 달라고 하고, 손가락 하트도 만들었습니다. 책과 종달양이 완전히 혼연일치가 되었습니다. ^^

"쾅!" 닫혀진 창고 문에서 무시무시한 사건은 시작됩니다. 창고 안에 혼자 갇혀 버 린 카를로타. 이미 앞에서 무시무시한 사건이라고 겁을 주었고, 어둠 속의 빨간 문, 그리고 혼자 갇힌 카를로타는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넘길까, 말까?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빨리 넘기고 싶지만, 진짜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이어질까봐 못 넘기겠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넘겨달라고 말하는 소심한 종달양입니다.

’이 문만 열면 돼. 그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별 일 아니야. 도와줄 사람을 찾으면 돼.’

열심히 속으로 생각하지만 이제 카를로타의 생각을 읽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토마토 통조림에게, 자두 잼에게 아무리 도와 달라는 몸짓과 눈짓을 해 봐도 소용없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여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꼭 해야 하는 일.. ’말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카를로타는 해냈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아름답고, 달콤하고, 생생한 목소리로. 폴짝폴짝 계단을 내려가던 생쥐 톰이 공중에 그대로 얼어붙고, 윙윙거리던 파리들이 날갯짓을 멈추고, 쑥쑥 자라던 꽃들도 순간 얼음이 될 만큼 아름답고, 달콤하고, 생생한 목소리 말이에요.

(아가야, 네 목소리가 엄마에겐 그렇단다. 그토록 아름답고, 그토록 달콤하고, 그토록 생생한 목소리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어!)

아빠와 엄마와 생쥐 톰이 곧장 달려왔지만 이제 카를로타의 몸짓과 눈짓을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말을 대신해 줄 몸짓을 찾아보지만 소용없어요. 다시 한 번 카를로타가 엄청나고 엄청난 노력 끝에 "고마워요." 라고 말을 하자 돌아오는 건 엄마, 아빠, 생쥐 톰의 ’고맙긴 뭘’이라는 얼굴입니다.

"에이, 뭐야. 카를로타가 말을 하니까 이제 엄마랑 아빠랑 생쥐 톰이 말을 안하네?" 라고 말을 하면서도 종달양 역시 안심인 듯한 표정입니다. 카를로타의 끝없는 말과 웃고 있는 엄마, 아빠, 생쥐 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이런 미소를 따라 짓게 될 거예요.

카를로타는 계속해서 말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여전히 서로의 몸짓과 눈짓을 완벽하게 알아들어주는 생쥐 톰과는 오직 몸짓과 눈짓으로만 이야기를 나누지만요.

말이 필요할 때도 있고, 때로는 몸짓과 눈짓만으로도 모든 걸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카를로타가 두려움을 이겨 내고 소중한 깨달음을 얻은 과정을 지켜보며 종달양처럼 수다쟁이인 친구들도 카를로타의 깨달음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혹시 아직 수다쟁이가 안 된 친구들은 함께 용기내어 볼 수도 있겠구요. 반면 너무 지나친 수다쟁이들에겐 적당한 몸짓과 눈짓의 필요성도 이야기해 줄 수 있겠죠? 생쥐 톰과 카를로타 같은 관계는 아무하고나 생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기억해야 할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제 카를로타는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아요.
카를로타한테는 자기 자 신이 있고
또 엄마 아빠랑 톰이 곁에 있다는 걸 잘 알게 되었으니까요.




2015 9월 신간리뷰단 ‘azza05’




   [짧은 이야기 즐거운 토론]

초등학교 교육에서 가장 우위에 두어야 할 것이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한 두 차례 학부모 설문을 하는데,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란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성적, 체험, 인성 등등의 요소 중에서 나는 주저 없이 "인성"을 제일 앞자리에 둔다. 인성은 물론 가정에서 1차적으로 길러져야 하겠지만, 부모가 아이를 가르치려는 마음이 앞서면 감정만 상하기 쉽다. 남미영은 그 고충을 잘 헤아렸기에,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성을 나무처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이야기는 칼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사람의 인성은 일정한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데 그 과정을 공감하기, 생각하기, 결심하기, 실천하기로 나누었다.

남미영의 인성학교에서 가르치는 여러 덕목 중 이번 책에서는 ’책임감과 리더십’을 담았다.

’책임감과 리더십’ 편에는 책임감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리더십을 길러 자신의 성공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된 32편의 이야기와 문제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자기 앞가림 잘하고 똑부러지는 아이라 칭찬만 해주면 이기적인 아이가 되기 쉽다. 리더십과 책임감을 고루 갖춘 아이가 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다. 리더십과 책임감은 한 두 시간 아이를 붙잡고 설득한다고 갖춰지는 덕목도 아니다. 짧은 이야기를 통해 아이 스스로 이야기에 몰입하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변화해가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을 학교나 교육 기관에서 활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인성의 발원지인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토론 상황을 만들어 보았다.

책임감을 강조하는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카네기 홀에서 오줌 싼 아이’ 이야기는 흥미와 감동을 전달해주는 훌륭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토론의 소재가 된다. 카네기 홀이라는 뜻 깊은 장소에서 합창 공연을 하던 아이가 오줌 마려운 것을 참다가 도중에 뛰쳐나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내가 그와 같은 상황에 놓였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질문을 던지자 아이는 자연스레 그 상황에 이입되면서 만약 나라면...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연이어 나는 어떤 아이인가, 내 친구 중에 책임감이 강한 친구가 있나 라는 질문을 던지면 좀 더 그 상황을 가까이 느끼게 된다. 합창단원들은 친구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오줌을 싼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내가 단원이라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메일을 써보게 한다. 무작정 편지를 써보라고 하면 아이는 거부감을 가지며 할 말이 없다, 고 밍기적거리며 미루지만 컴퓨터에 친숙한 아이에게 메일을 써보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와 마음을 터놓는 일은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리더십을 강조하는 이야기에서 가장 먼저 토론해 보고 싶었던 것은 ‘상아로 만든 젓가락’ 이야기였다. 젊은 왕자가 사치스러운 상아 젓가락을 만들어 오게 하자, 왕은 젓가락 하나가 사람을 망칠 수도 있다며 충고한다.

"만일 상아 젓가락을 만들어 사용하면 너는 그것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흙으로 만든 그릇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옥으로 만든 그릇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옥으로 만든 그릇과 상아 젓가락에는 코끼리 꼬리와 표범 태반으로 만든 최고의 요리가 필요하겠지, 그러면 너는 또 비단옷과 화려한 궁궐이 필요하겠지...너의 욕망은 끝이 없을 것이다. 너의 상아 젓가락은 성벽에 난 가느다란 금과 같아서 결국 갈라진 금 때문에 성이 무너질 것이다."-109



절제를 아는 리더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과정이라도 너무 식상하면 재미가 없다. 이 책에서는 엄마 아빠와 함께 각자 가정의 검소한 정도를 자에 ’요기쯤’이라고 표시해 보게 한다. 아이는 너무 즐거워하면서 평소의 모습을 반추해보고 어디쯤에 표시할까...이리저리 궁리해본다. 마지막 활동은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 중에 상아 젓가락처럼 쓸데없이 값비싼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고 통 속에 적어 보게 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점심 나절, 장을 보러 갔다가 옷을 사달라며 떼를 쓰던 아이를 잠시 진정시키고 집에 돌아와 다시 옷장 속의 옷을 체크해보라고 했었는데... 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더니 금세 부끄러운 낯빛을 하며 근검절약, 절제 등의 의미를 되새기는 듯했다.

하루에 한 꼭지씩 아이와 함께 읽고 질문에 답하는 짤막한 문답만으로도 충분히 20분 정도의 토론 시간을 마련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야기의 힘으로 아이가 싫어하지 않는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어 엄마로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책임지고 해내는 아이, 친구가 어려울 때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아이, 겸손함과 다정함으로 마음을 꽉 채우고 그 가득 찬 마음이 흘러 넘쳐 저절로 리더십이 생성된 아이.

우리 아이가 그런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비구름바람’




   [인문학적으로 과학의 세계 읽기]

융합과 통섭의 지식콘서트, 다섯 번째 이야기.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최근 ’융합’이라는 말이 곳곳에 사용되고 있다. 학문, 마케팅, 제품 개발 등등. (교육까지도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융합교육을 하겠다고, 교육과정을 바꾼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모든 분야에 있어서 ’전문성’도 현대사회에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학문들은 고도로 전문화되어 세분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반된 과정들이 바로 학문이 발전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도하게 전문화된 것들, 특히 수학과 과학분야를 다른 인문 분야와 융합하는 것을 굉장히 껄끄러워 한다. 왜냐하면 이런 분야를 잘 융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이나 수학은 한 분야도 제대로 성취하기 어려운데, 두 분야에 모두 발을 담그는 것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이과적 사고와 문과적 사고를 적절히 섞어야 알맞은 배합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만큼 둘을 뒤섞는다는 것은 어렵고 매력적인 일이고, 현대인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과학과 수학은 객관적인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 것 같지만, 그 모든 것이 인간의 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꼭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들도 읽을 수 있는 융합시리즈가 나온 것은 굉장히 반길만한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문과 학생들이 어떻게 과학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과 학생들은 어떻게 인문학적으로 과학을 바라볼 수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들어가는 말"이 매우 인상 깊다. "들어가며"는 영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였던 스노의 말로 시작한다. 스노는 과학자와 인문 지식인들 사이에 나타난 간극에 대해 지적하며, 셰익스피어는 누구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열역학 제2법칙이 뭔지도 모르는 과학에 무지한 영국 인문 지식인들을 비판했다고 한다. 이러한 비판은 현대에, 한국의 많은 인문 지식인들에게도 해당된다. 수학, 과학은 현대사회의 어느 곳에나 기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수학이나 과학을 배경으로 삽입한 드라마나 소설조차, 작가가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글을 썼다 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에 그토록 많은 한국인이 열광했을 것이다.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과학자들의 조언을 얻었고, 그 영화를 위해 무려 물리를 3년 이상 공부했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스텔라는 감독의 과학적 이해 없이 나올 수 없는 영화였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은 돈, 인간관계, 폭넓은 상식, 뛰어난 재주, 이해관계, 국가적 이해관계 및 국제관계, 과학 연구 조직과 연구 기관들, 사회적 요구와 필요 등 요소들의 총 집합체이다.따라서 우리는 융합의 필요성을 바로 이런 필요성에 찾는다.(p.8)



목차는 위와 같은 식으로 되어 있다.

챕터1의 제목은 ’과학을 알아야, 융합이 보인다’이다. 과학과 인문학 융합의 첫걸음이다. 여기서 우리는 과학에 대한 오해를 풀고 무한한 상상력, 공감 등이 융합된 과학의 면모를 보게 된다. 과학의 시작부터 종교와 과학의 관계, 과학 혁명, 자연과학의 분류, 현대시대의 과학 융합까지 시대 순으로 가볍게 소개한다. 또한 서양의 과학과 동양의 과학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현대 시대의 과학 융합으로는 우리에게 친숙한 컴퓨터의 개발,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 과정 등을 소개하여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 과정에서는 인류학자와 심리학자, 인문학자 등을 참여시켰다고 한다. 독자들은 이 챕터를 통해 과학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챕터2에서는 과학과 정말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다룬다. 많은 이과 학생들이 수학, 과학 풀이에는 재미를 느끼지만 글쓰기와 말하기, 발표 등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벨 과학상을 타려면 글도 잘 써야 한다. 왜냐하면 논문을 논리적, 체계적으로 작성하여 제출해야 하고 세미나 같은 데에서 발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갈릴레오의 목성의 위성들을 관찰한 기록들은 과학 교과서에도 종종 나오는데, 갈릴레오는 깔끔하게 과학적 사실을 도식으로 잘 정리했을 뿐 아니라 ’별의 전령’에서는 상세한 달의 그림으로 일반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이 외에도 케플러, 사진술, 인쇄술, 소설 등과 과학의 연관성에 다룬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프랑켄슈타인의 진화를 통해 과학자의 상을 고민한다’라는 내용이다. 프랑켄슈타인에게 괴물은 계속해서 자신의 창조물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니, 당신 몫의 책임만 다해준다면 내 주인이자 왕인 당신에게 복족하겠오. 당신이 나를 창조했으니 나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하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셸리는 이미 19세기에 과학자들의 책임에 대해서 얘기한 것이다. 이는 현대에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이다. 인간이 어 떤 영역까지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하고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프랑켄슈타인 원본에 대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어릴 때 읽긴 했지만, 시간이 날 때 다시 한 번 프랑켄슈타인의 문장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으면서 읽어야겠다.)

챕터3에서는 과학과 사회가 서로 교감을 통한 역사적 사건들을 몇 가지 골라 서술하였다. 종교개혁에 기여한 인쇄술, 산업화의 신호탄이 된 증기기관, 과학자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능하게 한 기술들 등이 언급된다. 여성의 노동을 편리하게 해 준 대표적인 가전기기는 세탁기와 청소기인데 이로 인해 여성의 노동이 편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사회학자 ’코완’은 NO라고 말한다. 세탁기의 발명을 통해 잦은 빨래를 해야 하고, 청결한 옷을 제공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되었고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면서부터 ’위생’이라는 청결 기준이 생겨 여성의 가사 노동을 더 늘리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반대의 주장도 만만치 않게 팽팽하다. 반대의 의견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언급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참고로 한국에서 여성에게 여유를 준 가전제품으로는 전기밥솥이 손에 꼽힌다. 전기밥통, 세탁기, 청소기는 여성들이 집안일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사회진출을 할 수 있게 해 준 대표주자들이다. 최근에는 식기세척기까지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가전제품들 때문에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가사노동과 사회노동 이중 부담을 안게 된 것 또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직업을 갖고 있어도 보통 여성들이 남성보다 가사노동을 오래 하기 때문이다)

챕터 4에서는 역사 속의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번역을 통해 고전 철학의 대표주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빛을 볼 수 있었고, 서양 국가들은 항해를 통해 많은 식민지들을 세우고 제국주의를 실현할 수 있었다. 서양의 과학발전과 함께 동양의 과학 발전도 다룬다. 조선의 앙부일구, 측우기 등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과학 발명품이다. 챕터 5에서는 전쟁에 동원된 과학 기술, 챕터6에서는 철학과 과학을 다룬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중간중간에 tip이라는 페이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독자가 흥미로워할 만한 여러 가지 과학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다윈의 비글호 항해라든가 평행우주 이야기 등이 간단히 언급되어 있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 챕터7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어해 할 만한 ’대중문화와 과학의 만남’에 대해서 언급한다. 1년 전쯤 방영된 미드 ’드라큘라’가 있는데 첫 회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멋지게 상류층 손님들 앞에서 전기쇼를 한다. 많은 귀족들이 전기쇼에 놀라고 무서워하면서도 흥미를 갖는 장면은 미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전기쇼를 통해 대중들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아마 미드 감독도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공룡화석, 해부학 극장 등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전시회다.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과학에 흥미를 붙이고 싶지만 과학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교양책이다. 다양한 주제를 가볍게 다루면서 언급했기 때문에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많은 문과 학생들이 수학, 과학 지문에는 손사래를 치면서 어려워하는데 이런 책들을 통해서 과학을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과보다는 문과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15 9월 신간리뷰단 ‘동그라미마름모’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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