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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4.27 조회수 | 1,974

[2015 4월 3주] 추천도서리뷰





4월 22일.

김소진의 기일에 함정임을 마저 읽었다.
너무 일찍 떠나보낸 김소진을 11월이면 김현식과 유재하를 기억하듯, 4월의 명치께에서 더듬게 된다.
김지원,김채원 자매의 글들이 같은 DNA에서 다르게 발현된 것들이라면, 김소진과 함정임의 글은 전혀 다른 DNA에서 만들어내는 변주이자 합주일 것이다.
소설 쓰기란 추모의 형식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소설 쓰기란 추모의 형식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세상 어느 한 곳 어느 하나
불러보고 싶은 이름들이 있다. - 작가의 말



표지를 넘기고 제일 처음 만난 작가의 말이 저릿하게 다가앉는 이유가 이것이었을까?

기억의 고고학 - 내 멕시코 삼촌
<저녁식사가 끝난 뒤>
그는 내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떤 여름
오후의 기별
구두의 기원
밤의 관조
꽃 핀 언덕.


여덟개의 글들이 저마다 다른 색으로 다른 톤으로 걸어오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유난히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작품들..떠나버리거나 떠나는 중이거나 떠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스민 볕이 산란하듯 조금씩 내려앉는다.
춘아 이모와 멕시코 삼촌, 빨간 아코디언을 두고 더듬는 기억과 존재의 의미, 떠난것에 대한 그리움은 화석처럼 남은 기억만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진행중인 있던 것들의 떠남.
서로 다른 추모의 방식으로 저녁 식탁을 만든 사람들, 내일이라고 말하지 않는 남자 무일,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앞두고 떠난 남자의 자욱을 찾아 나선 그 길.
모든 이야기의 공간은 세계적이라 할 만큼 다양하다. 이렇게 많은 지역들을 순례하며 온몸으로 부딪고 숨쉬며 써낸 글들이라니..

상실과 추모.

두 단어로 설명이 될 수 있을까? 낯선 것들을 끌어들여 그 속에서 낯익은 상실을 찾아내게 하는 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잃을 수는 있으나 잊을 수는 없는 이야기들이, 단호하게 잊었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파고드는 그리움의 잔해를 헤쳐가는 이야기가 조용한 스펙타클이라는 모순적 상황을 끌어오게 한다. 결국 잊었다는 선언은 할 수 없다.
추모한다는 것은 그리움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더 이상의 상실이 아닌 건강한 변양태로 작용하게 된다.
발목을 꺾는 그리움이 기대어 쉴 어깨가 되어줄 수도 있다는..
기억을 지우고, 기록을 지우는 것으로 1차적 상실의 마침표를 찍지만(어떤 여름, 구두의 기원)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다시 재확인 되며 (기억의 고고학)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모되어질 것이다.(저녁 식사가 끝난 뒤, 밤의 관조)
수없이 떠나고 또 떠나는 ’노마드’의 삶을 살아내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함정임의 소설은 어쩌면 세계와의 부단한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모든 것의 중심에 상실이 있다는 치명적인 진실을 알려주고 있는지 모른다. 그의 이야기가 펼쳐내는 노마드적 상상력은 그 자리에서 부동하는 상실의 흔적에 대항하는 삶의 몸짓이며 불가항력의 침묵을 파고드는 수다한 소리의 습격일 것이다. - p206 이소연의 해설 중



저항하지 않는 저항.

떠남으로써 지켜내는 추모의 형식을 존중하고 싶어진다.
김소진을 잃은 아쉬움을 함정임에게 비할까마는, 그의 부재가 아니었다면 훌륭한 이중주를 오래 들었겠구나 싶어진다.
책을 덮은 이후로도 자꾸만 입속에서 웅얼거리는..인디안 인형처럼..워워워워워~~
어느 낯선 지역 인디언들 사이, 원주민인양 끼어 앉아 이야기를 고를 그녀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2015 04월 신간리뷰단 ‘참치너구리’





책임감과 사랑으로 가득한 그의 편지, <이중섭 편지>

책을 처음 봤을 때, 책을 감싸고 있는 북커버 재질의 촉감이 굉장히 좋았다. 매끈함과 보드라움이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 색도 붉은색이라 그런지, 마치 옷감 중에 벨벳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시각적인 것보다 촉각적인 면에서 호감을 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어쩐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이중섭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가 생활했던 장소에 따라 네 시기로 나뉘어 구분했다. 가장 먼저 부산 시절의 편지들, 일본에 갔다가 돌아온 이후 지낸 통영 시절의 편지들, 성공적으로 전시회를 열었던 서울 시절의 편지들, 마지막으로 대구와 마지막 시절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편지들과 함께 그 시기에 이중섭이 그렸던 그림들도 있었는데, 시기에 따라 차례대로 보다보니 변화하는 느낌이 들어서 흥미로웠다. 

한편 마지막에 옮긴이도 이야기하지만, 이중섭이 보낸 편지 속에서 우울한 모습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이중섭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예술가로서의 열정적인 모습. 그리고 희망을 놓치 않는 자세와 가족에 대한 사랑들이 편지마다 가득 담겨 있었다. 편지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가득가득 담겨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재미난 그림을 항상 편지에 그려 보내주는 모습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이 그림이 그려진 편지는 책 중간중간에도 있었지만 부록에 원문이 더 많이 실려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가족에 보내는 편지가 대다수인만큼 가족의 안부를 묻는 내용과 사랑을 표현하는 내용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이중섭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모든 것을 전 세계에 올바르고 당당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오. 나는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이라오. 온갖 고난 속에서도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조국을 떠나는 것은…… 조국의 동포들이 더욱더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다른 어떤 화공에도 지지 않는 올바르고 아름다운 표현을 하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오. (p.142~143)



이중섭이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한국적 정서를 그림에 담아 세계에 알리고 표현하고 싶어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접하고자 노력하는 점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예술가들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 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또 여기에 그는 자신의 예술의 바탕으로 ’사랑’을 이야기해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예술을 연결시키는 모습도 보여주는 로맨티스트적인 모습도 느껴지게 했다.

그러나 편지와 함께 이중섭의 상황에 대해 설명한 글들을 읽어보면 그는 좌절에 빠질 법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가족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편지에 썼다. 아픔을 홀로 속으로 삼키 고 있었을 이중섭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게다가 이중섭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도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다. 결국 끝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견뎌야만 했던 화가 이중섭...

이렇게  가족에 대한 애정이라던가,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빠졌던 부분들을 읽어가다보니 어쩐지 화가 고흐가 떠오르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로서 견뎌야만 했던 비극일까? 왜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만 했을까... 너무 안타깝다. 그의 가족에 사기를 쳐 걱정을 끼친 지인이 원망스러웠다... 어쩌면 불행이 그의 예술을 이끌어낼지도 모르지만, 결국 슬픈 결말이 이어졌으니 안타깝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개의 그림으로만 접했던 ’이중섭’이라는 우리 나라 화가에 대해 좀더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편지만 소개된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그림과 상황이 함께 소개되어 이중섭의 삶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한편 마지막 부록으로 실려있던 편지 원본들을 통해 그의 서체와 편지그림들을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2015 04월 신간리뷰단 ‘나즈마’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는 순간 그날그날의 날씨를 체크하고 하루를 준비한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일상은 거짓말처럼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과 오고 가는 대화나 주제도 특별한 사건이 없다면 비슷한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우리 삶이 단지 그것뿐이라면 얼마나 지루할까 싶다. 철창만 없을 뿐, 감옥 아닌 감옥이다. 어쩌면 감옥에 있는 것보다도 못하지 않을까.

작가 신영복 선생은 20년이라는 수형생활을 통해 사회에 대해, 역사에 대해, 인간에 대해 성찰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루한 감옥에 갇혀 우리는 과연 무엇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삶은 공부라는데, 무엇을 배우며 살고 있을까. 이 의문점의 출발은 신영복 선생의 담론이었다.

저자는 현상을 이해하는데 대비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쉽다고 한다. 이 방식은 동양적 인식틀이며 관계론의 단순한 형태라고 한다. 그래서였다. 철창만 없을 뿐 우리가 사회에서 느끼는 무의미한 감옥과 저자가 ’대학’이라고 말하는 감옥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성찰했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관계를 이해하고 우리가 갇혀 있는 협소한 인식틀을 깨는 저자의 철학이 버릴 것 하나 없이 알차게 담겨 있다.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동양 고전을 현실로 끌어와 고전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발견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도 흥미롭다.

나는 통일(統一)을 통일(通一)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평화 정착, 교류 협력만 확실하게 다져 나간다면 통일(統一) 과업의 90%가 달성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평화 정착, 교류 협력, 그리고 차이와 다양성의 승인이 바로 통일(通一)입니다. 통일(通一)이 일단 이루어지면 그것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통일(統一)로 가는 길은 결코 험난하지 않습니다. 통일(通一)에서 통일(統一)로 가는 과정을 지혜롭게 관리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은 남과 북이 폭넓게 소통하고 함께 변화하는 과정입니다. 화(和)에서 화(化)로 가는 화화(和化)모델입니다. 통일(通一)과 화화(和化)는 통일의 청사진이면서 동시에 21세기의 문명사적 전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본문 84쪽)

 <담론>이 전하는 가치는 무엇보다 그 전달력의 힘에 있다. 저자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어떻게" 자신이 변해야 하는지 정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 스스로에게 "왜"라고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곧 공부이다. 저자는 공부란 깨달음이라고 하였다. 공부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세계는 내가 살아가는 터전이고 나 또한 세계 속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란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한 공부입니다. 자연, 사회, 역사를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공부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입니다.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이 공부입니다.(본문 18쪽)"라고. 

최대의 은의(恩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쌓아가는 작은 깨달음의 누적이었습니다. 그것이 인내와 변화의 저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자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공부다" (본문 249)

‘감옥’이라는 곳을 대학이라고 말하고, 사회학 교실, 역사학 교실, 인간학의 교실이란 비유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역사 현장의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에 대한 공부가 쌓여가는 인간학 교실이라고 한다. 저자에게 교도소는 변방의 땅이며, 각성의 영토이자 수많은 비극의 주인공들이 있고, 성찰의 얼굴이 있고, 환상을 갖지 않은 냉정한 눈빛이 있는 곳, 대학이었다. 그곳에 20년을 있었으니 저자의 성찰은 그저 그런 성찰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다. 저자는 또 말한다. 교도소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사와 그 사람들이 겪어 온 저마다의 희로애락이 사실은 사회와 역사의 한 조각이라고.

이 책은 우리 삶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누구와 살고 있는지, 그 관계의 깊은 연결고리를 파헤쳐 들어가다 보면 결국 어느 한 지점에 정체되어 있는 자신과 만나가 되더라. 그 자신을 깨우는 것이 공부고 우리 삶 자체가 끊임없이 깨달아가는 과정임을 인식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 머리에서부터 가슴까지 그리고 발까지 그 가장 먼 여행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책장을 덮었다. 지금 당장 담론들이 다 새겨지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안다. 어느 순간 불시에 담론을 통해 경험했던 생각의 파편들이 하나가 되어 커다란 울림으로 깨달음으로 새롭게 채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게 곧 공부일 것이고 그 자체가 우리 삶일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는 완성이 아니라 자각, 자기비판, 노력, 완성은 없다며 계속 물 주고 키워 내려는 노력이라고 한다. 그것이 곧 탈근대적 사고이고 인식틀을 깨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변화의 완성은 인간관계가 바뀜으로써 완성된다고 한다. 자기 변화는 옆 사람만큼의 변화이고 자기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자기 변화의 질과 높이의 상한이라는 깨달음은 결국 내가 옆 사람에게 어떠해야 하는지 ’관계’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근본에 있어서 한 발 걸음이라는 자각을 갖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한 발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승인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걷고 있는 골목 자체가 특수한 골목입니다. 여러분 자신도 특수한 개인이기도 합니다. 결국 한 발 걸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두 발로 걸어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공부란 ’두 발 걸음’을 얻으려는 노력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두 발 걸음의 완성이 아니라 한 발 걸음이라는 자각과 자기비판, 그리고 꾸준한 노력입니다."(본문 243쪽)

우리는 저마다 우리가 쌓아온 경험의 틀 안에서 마음의 규칙들을 만들며 살아간다. 그 마음의 규칙들이 완고한 인식의 틀이 되어버려 관계 속에서 허우적 될 때 비로소 알게 된다. 협소한 사고틀 안에 갇혀 있으면서 자신은 꽤 괜찮은 척, 잘 하고 있는 척, 해왔다는 사실을. 고민하기를 멈출 때 우리의 생각도 딱 거기서 멈추게 된다는 것을. 우리가 쌓아 온 경험치들로 세계를 이해하고 관계를 이해하고자 했다면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이제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까지 먼 여행을 떠나야 할 때이다.

2015 04월 신간리뷰단 ‘주리야’





작년 7월 미래의창 출판사에서 <사물인터넷>이란 책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 용어는 해당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첨단의 동향을 주시하는 걸 업(業)으로 삼는 이들에게만 익숙한 용어였지 싶습니다. 

그로부터 9개월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해당 업계"라는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회사 다니는 모든 직장인이라면, 기획을 할 때나 보고를 올릴 때나, "사물인터넷"이란 화두 겸 키워드를, 머리에서, 손에서, 입으로부터, 도대체 한시라도 떼어 놓을 수가 없게 된 형편입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모습, 눈짓 한 번이나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집이나 사무실의 각종 장치를 제어하고 작동시키는 꿈 같은 상황이, 이제는 거의 코 앞에 다가온 현실이 되었습니다해당 업계, 아니 "모든 업계"의 종사자들은, 자기 회사가 대중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엇인가를 팔아야 할 입장이라면, 이 만물에 내재한(내재하게 될) 네트워크를 배제하고서야 비즈니스를 아예 생각조차 못 할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프라이팬, 청소기, 오븐 같은 걸 사도, 1) 내 말을 척척 알아듣고, 말하기 전에 미리미리 내 취향을 알아서 작업을 수행하는 기기와, 2) 그저 구석에 박혀 주인의 동작만 기다 리는 100% 의식부재의 눈먼 벙어리+귀머거리인 금속/플라스틱 덩어리 중, 우리는 어느 것을 고르게 되겠습니까. 사물인터넷이 개입하지 않는 상품은 아마 없게 될 것이며, 이는 지금이 전기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인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사물인터넷 - 실천과 상상력>입니다. 전작(authorship은 "커넥팅랩"으로 두 권이 같습니다만, 네 분 필진 중 세 분이 바뀌었습니다)의 제목에 그새 중요한 어구가 더 붙은 모습입니다. 전작이 당시로서 파악한 바 "미래의 연결상"이라는 개념 소개에 충실했다면이 신작은 업계의 현황("실천"), 그리고 그새 더 구체화한 비전("상상력")을 더 담고, 더 다듬고, 더 각론화한 내용을 담았다고 하겠습니다 >. 책은 1부, 2부, 3-(1)부, 3-(2)부 등 총 네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제가 보기엔 총론, 각론, 총론, 각론이 교차하며 나오는 구성같았습니다. 1부는 이 책의 대전제를 제시하는 총론 중 총론이며, 이 책이 기술-경제경영 분야를 넘어 미래학, 인문학에까지 한 발을 들여 놓게 하는 거대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다가 이 파트의 심원한 시야, 보폭에 깜짝 놀라 자세를 바로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번역서가 아닌 국내 저자분들의 저술에서 이만한 깊이와 폭을 접하게 된다는 것부터가 신선한 체험이었습니다. 모두 네 편의 아티클이 수록되어 있으며, 각각 네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사물인터넷의 "스토리" 를 담고 있습니다. 이 파트를 읽다 보면, 특히 앞 세 편을 읽다 보면, "이게 사물인터넷과 무슨 관계인지?" 같은 의문을 드러내는 독자도 제 주위에 있었습니다. 그건 글의 통일성, 일관성 부재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미래는 사물인터넷이 무소부재한 모습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결과일 뿐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것은 곧 사물인터넷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는 뜻입니다. 

모바일 온리, 모바일 퍼스트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모바일이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무엇"의 반대개념에 불과합니다. 오프라인 없는 모바일은 허상이며, 이익과 효용을 독립적으로 창출할 수 없습니다. 사물인터넷이란 이 모바일(아직까지는 우리가 실체의 한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믿는)과 오프라인(현재로선 우리가 이것이야말로 단단한 실체라고 믿는)을 이어주는 접점, 다리라는 게 저자의 단언입니다. 이 역시 네트워크의 진화, 사물인터넷의 일상으로의 침투가 심화됨에 따라, 미래의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그저 호흡하고 입고 쓸 뿐이겠습니다. 

협력적 소비, 공유경제란 개념은, 석학 제레미 리프킨이나 보츠맨/로저스 등의 빼어난 이론가가 이미 고안, 구체화하 여 우리에게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런 포스트 자본주의적 컨셉이, 종전의 상황이나 시스템보다는 모바일/사물인터넷 보편화의 조건과 더 친숙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과거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생활 양식에서, 고립된 개인은 배타적 소유의 폭과 깊이를 증강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대나 소통은 주된 가치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는 물건의 소유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장소의 이동을 위한 수단가치일 뿐이며, 이는 차량의 개별 구입이 아니라도 카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얼마든지 충족될 수 있습니다. 공유는 비용의 절감, (대체품으로서의)체험 구매, 그리고 관심을 같이하는 타인과의 소통 등 여러 이점을 연쇄적으로 창출합니다. 공유경제로의 빠른 이행에, "사물인터넷"이 촉매제로서 얼마나 톡톡히 기능을 발휘할지는 누구라도 예상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처럼 사물인터넷 이슈는 체제 변혁의 담론과도 튼튼하게 한 손씩을 맞잡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사물인터넷의 핵심 요건, 요소가 되겠습니다. 내 말을 척척 알아 듣고, 내 기분을 사람보다 먼저 알아주는 기계, 스마트 홈, 스마트 오피스에게, 혹시 의식 비슷한 게 있다면("의식"이 아니라면 CPU라고 해도 되겠네요), 그게 바로 우리가 꿈에서나 그려 오던 인공지능입니다. 혹은 "지능"의 정의를 그렇게 잡고 시작해도 됩니다. 문제는 이런 기기가 우리 인간의 명령만 수행하는 단계를 넘어, 우리와 감정상의 교류까지 수행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여기서 "기기"라는 명칭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로봇"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로봇이 꼭 알투디투나 시스리피오 같은 모습이어야 할 이유는 없고, 기존의 청소기나 전자 오븐이 내 말만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게 곧 로봇이죠. 물론 개별 일손을 제어하는 센터는 따로 있겠지만, 중요한 건 일반 소비자가 직접 대면하는 인터페이스입니다. 현재 로봇 개발자들은, 너무 로봇 같아도 상품성이 없지만, 반대로 너무 인간적이어도 이질감이 느껴진다며 소위 uncanny valley의 포인트를 정확히 잡는 데에 골몰하고 있다 합니다. 아도르노의 그 선구적 담론이 이제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토록 새로운 해석, 적용례를 찾게 될 줄은 자신도 예측 못 했을 겁니다. 

pp.62~90에 걸쳐 있는, 1부의 네번째 절 "사물인터넷과 센서"는 이 책의 핵심이요 백미라고 할 만합니다. 사물에 편입된 "센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중앙처리장치에 전송함으로써, 효과적이고 타당한 결정을 내리는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사물인터넷의 본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기가 인간과 실감 나는 소통을 하려면, 인간이 무엇을 느끼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말장난 같지만, 진짜 문제는 "인간도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 정확한 경로를 모른다"는 데에 있습니다. 인간이 먼저,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 지를 알아야, 그걸 프로그램화하여 기계한테 가르쳐 주지 않겠습니까. 이런 까닭에, 시각, 후각, 촉각 분야의 센서는 현재 발전 속도가 꽤 빠르다고 합니다. 이들은 물리적으로 계량화가 가능한 감각이기 때문이죠. 반면, 후각과 미각은, 화학적 표준화가 덜 마련된 까닭에, 다른 세 감각의 센서에 비해 개발 추세가 더딘 편이라고 합니다. 

스마트 기기를 전후좌우로 돌릴 때마다 화면이 바뀌는 건, 잡스가 처음 PT에서 보여 줄 때에는 청중의 탄복을 자아냈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는 중력의 법칙이 우리 몸에 작용하듯 당연하게 받아들일 뿐이죠. 우리가 기술 발전에 적응하는 속도도, 간사하다 할 만큼 빠름을 증명합니다.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대세가 된 건, 이 센서의 눈부신 발전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잡스는 이미 1980년대에도 스마트폰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고 시제품 출시를 구상했습니다만, 보기 좋게 조소의 대상이 되었더랬죠). 가속도 센서 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감지한 가속도를 적분해서 속도를 알아내고, 다시 이를 적분하면 위치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워 놓아도 좌우로 쓰러지지 않는 스마트카 C1의 마법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만약 책 내용 중 거대 담론이나 기술적 설명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은, 다른 파트를 다 생략하고 2부만 죽 훑어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2부에는 현재 개발이 임박했거나 거의 상용 단계인 "사물인터넷 상품"들이, 컬러 사진과 상세한 사양과 함께 잘 정리,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 파트만 보면 책이 아니라 백화점 카탈로그 같은 느낌이 들 겁니다. 광고가 목적이 아니라, "개념"에서 "실천 단계"로 진화한 사물인터넷이, 현재 업계에서(그리고 곧 우리 실생활에서)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생생한 예를 보여 주는, 어찌 보면 이 책의 존재 이유라고 해도 되는 파트입니다. 내 자세를 교정해 주는 스마트쿠션, 스마트 카에 연계된 각종 부품과 장치, 유방암 자가 진단이 가능한 스마트 브라 등, 넘기다 보면 신기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상품들이 잔뜩 나옵니다. 물론 반대로, "겨우 이런 걸 갖고 뭘.."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더군요. 그런 분들이라고 해도, 현재 업계가 이 컨셉으로 어떤 실물 단계에까지 도달했는지 가늠하는 컨텐츠로는 충분히 쓸모 있을 것 같습니다. 한계가 보이는 분은,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다는뜻이니까요. 

3부는 시장의 전망, 그리고 현황입니다. 핵심 주제를 끄집어 내자면, 업종 경계의 완전 붕괴 그리고 “플랫폼 표준 장악을 위한 전쟁", 이 두 어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현재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둘러싸고 크게 네 그룹이 연합전선을 짜고 레이스를 펼칩니다. 

OIC (삼성 중심) 쓰레드그룹(구글 중심) 애플 홈킷 올씬 얼라이언스 (퀄컴, 파나소닉, MS, 샤프 등이 주축이며, 한국의 LG도 가담해 있습니다) 

이 4파전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이 싸움에서 밀리는 자는 승자의 하청업체로 전락 할 뿐이라는 거죠. 시장의 판세가 이처럼 요동치고, 엄청난 부가가치의 플로가 새로 창출되거나 흐름을 갈아타는 판에, 남이 알짜 수익을 다 빼먹는 모습을 지켜 보는 신세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 GM, 벤츠 등이 구글이나 애플의 하위 섹터로 편입되어, 영주에 조공을 바치는 초라한 중소기업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사물인터넷"이란, 지구 전체의 기업 판도를 바꿔 놓는최후의 결전장을 마련하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그럼 무얼 하고 있는가. 업계에선 정부가 나서서, 마치 중국 정부가 하고 있듯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해소하고 중간에서 교통정리를 해 줄 것을 바라는 편이라고 하네요, 제 생각이지만 지난번 위피 탑재, DMB 건에서 보듯, 정부가 과거 정통부 중심으로 괜히 나서다가 규제 강화로 시대에 역행한다 뭐다 해서 비난을 잔뜩 들은 적이 있기에 지금 이렇게 소극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중지(衆智)를 모을 필요가 있는 시점이죠. 3-(2)장에는 말 그대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인터뷰 형식으로 모아 놓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니, 사물인터넷이 어느 정도 피부에 와 닿는 이슈인지, 소름이 돋을 만큼 실감이 난다고 할까요. 

책이 참 특이한 구성입니다. 통독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독자의 처지에 따라 편한 부분, 친하게 느껴지는 부분만 골라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파고 들어가도 만나는 건 결국 사물인터넷" 이란 진리를 확인시켜 주는 편재라고도 할 수있겠습니다. 더 이상 연구나 공부 대상이 아니라, "그저 생활"이 되어 버린 사물인터넷, 빨리 친숙해지는 게 직장인으로서 한 발 앞서가는 길입니다. 그냥 소비자로서 나중에 만나기만 할 뿐이라면, 그런 우리는 아마 끌려가는 고달픈 삶만 살고 있기 십상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고요.

2015 04월 신간리뷰단 ‘도구로’





오래전 직장생활에 치여(?)답답해 하고 있을때 <단순하게 살아라>를 만났었다.

그때 당시 그책이 나의 삶을 정리하고 좀더 단조로운 삶을 살수 있도록 좋은 충고와 위로가 되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바로 그책의 작가가 이번에 신간으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바로 <림비>라는 책으로 말이다. <림비>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왠지 경쾌하면서도 발람함이 느껴지는건 그냥 기분 탓인가? 어쩌면 뇌과학적으로 밝고 경쾌하게 살아가라는 작가의 희망이 담긴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림비는 우리몸의 중요한 부분인 뇌에 있는 ’데뇌변연계’를 재미있고 의인적으로 표현한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이다. 그래서 인지 읽는동안 림비와 함께하는 다양한 코드로의 여행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지루한줄 몰랐다. 어느날 우연히 작가가 대뇌변연계를 사랑스러운 케리커쳐로 그려보이자 그의 와이프가 림비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림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림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니 림비를 잘 어루만져주고 사랑해 주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을듯하다. 이책은 림비와 함께 사물,시간,돈,몸,타인,사랑,행복,그리고 죽음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삶의 요소들속에 림비를 잘 활용하고 친해지는 법을 이야기 하고있다.

사물에 있어 ’너무 많은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p51)는 말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넘쳐나는 물건에 치여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시간이나 돈에 관해서도 우리는 림비를 통해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림비를 잘 다스리면 시간활용과 물질적인 부분에 있어 좀더 여유로운 생각을 가질수 있을 것이다. 건강에 있어서는 우리는 림비와 대응관계가 아닌 서로 협력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림비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건강에 안좋은 습관을 원하는 림비와 적당한 협력과 타협이 이루어 지다보면 어느새 우리 몸은 건강해 질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몸속 뇌구조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볼수있다. 림비는 결코 대적상대가 아니다. 그저 우리와 공존공생하는 친구이자 협력자인 셈이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총괄하는 대뇌변연계,즉 이책에서 말하는 림비는 우리가 행복하게도 혹은 불행하게도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은 외면적인 부분에서 건강도 찾고 물질적인 돈도 추구하며 이책에서 말하는 다양한 코드에 대해 외적인 방법을 모색하기만 했었다. 이책은 그런 나에게 재미있게,때론 조금은 엉뚱하게 림비의 활용에 대해 이야기 하며 삶의 코드를 긍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그동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나의 뇌와 림비를 만날수 있도록 이끌어준 재미있는 책이다. 처음엔 뇌에 관한 이론적인 이야기가 많아 조금 딱딱했지만, 읽다보니 엉뚱하기도 기발하기도 한 림비의 역할과 영향에 대하여 빠져들게 하는 재미가 있었다.

림비라는 캐릭터로 우리뇌의 작용에 대해 또한 삶의 긍정적인 모색에 대해 통통튀는 아이디어로 이야기 하는 작가의 재치에 놀랍기만 하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나의 정신을 관장하는 뇌를 만나보는 시간이었다.

2015 04월 신간리뷰단 ‘지유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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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월 4주] 추천도서리뷰 20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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