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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4.05.02 조회수 | 3,068

정이현의 도시,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



정이현, 글쟁이 아파트 키드의 생애

 


1972년 11월 25일 첫눈 오는 날, 서울에서 태어났다.
평범한 중산층 집안에서 딸바보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일찍 깨친 한글과 활자의 맛과 함께 자의식 강한 조숙한 아이로 성장했다. 매일 아침 조간신문을 제일 먼저 챙겨볼 정도의 활자 중독자였으며, 매일 밤 사연을 보낼 정도로 라디오 광이었다.


91학번으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갔고 졸업 후, 동대학원 여성학과에 입학해 여성의 삶에 대해 연구했다. 많은 젊은 여성들을 취재했고 그들이 들려주는 날 것의 이야기들을 논문보다 소설로 표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 훗날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 녹여낸다. 대학원을 수료한 방황의 20대 후반, 시를 써보겠다는 마음으로 00학번 신입생이 되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간다. 귀가 얇은 편인 정이현은, 시보다는 산문에 재능이 많다는 교수의 조언에 따라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2002년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제2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다음 해인 2003년 <낭만적 사랑과 사회>라는 단편집으로 출간한다. 첫 소설이었다. 2004년에는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을 받았고 2006년엔 자전적 소설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과 ’오늘의 젊은 예술가 상’을 받았다. 같은 해 조선일보에 <달콤한 나의 도시>를 연재하며 본격적으로 정이현이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기 시작했고 2년 뒤 최강희, 이선균 주연의 동명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2007년에는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과 산문집 <풍선><작별>을 펴내며 활발한 활동을 했으며, 2009년, 3년간 집필 한 장편소설 <너는 모른다>를 출간했다. 그러던 중 2010년에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기혼소설가의 세계로 입성했으며 같은 해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꼬박 2년 간 알랭 드 보통과 합작해왔던 소설 <사랑의 기초>를 2012년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계간 ’창작과 비평’에 연재했던 소설 <안녕, 내 모든 것>을 2013년에 출간했고, 2014년 봄, 현대인들의 단상을 그린 짧은 소설 <말하자면 좋은 사람>을 발표했다. 현재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에세이와 칼럼, 그리고 팟캐스트도 진행하며 전방위적 소설가로 살고 있다. 



문학은 곧 독자와의 소통에서 그 존재 의의를 찾아야 한다.  - 정이현




정이현, 도시인의 속살을 들여다보다


강남여자라는 오해


70년대 초반 서울에서 태어난 정이현은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아파트 키드다. 80년대에 사춘기를 보냈고 90년대에 20대를 보냈다. 태생적인 감성으로 그녀의 작품에서는 90년대와 2000년대 그리고 현대 서울의 모습이 깊게 각인되어 있다. 배경으로써의 서울 코드와 등장인물들의 개인지향적 코드가 맞물리는 지점이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서울에서도 한 부분, 강남지역에서 삶을 보내고 있는 한 여성작가가 쓰는 가벼운 칙릿소설이 아니냐고. 서울을 배경으로, 그런 서울에 살고 있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가 하나의 장르로써만 규정되어 평가 내려진다면 그것은 매우 편협한 시각이다. 정이현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으며 같은 정서를 공유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설이며 그런 정서들이 20~30대 여성들에게 작용하는 소구력이 강력해 질투 어린 시각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뭐니 뭐니 해도 그녀는, 베스트셀러작가이며 드라마의 원작자이기도 한 인기작가니까. 강남여자, 맞다. 하지만 지역으로 나누기 이전에 그녀는 서울사람이었고, 잿빛 아파트들 사이에서 유년기와 사춘기를 보냈으며 성년기의 삶 역시 이곳에서 지속되고 있 는 서울이 고향인 사람이다. 그래서 나올 수 밖에 없는 도시와 도시인의 정서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이 상황에서 많은 이들에게 충만한 감성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 그러니, 강남여자라는 오해는 마시길.


개인적 삶의 정체성이 곧 문학의 가치로 환원돼야 한다.  - 정이현


도시 속 사람 냄새 나는 감성


정이현의 소설은 도시 소설이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온통 둘러 싸였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고 이야기도 많다. 민족과 사회를 진중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이현은 그 곳에 구물대며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전 세대 작가들과는 달리 시대에 대한 부채의식에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는 정이현은 정치, 사회, 경제의 이데올로기에 묻혀 미처 자세히 보지 못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선인도 악인도 아닌, 세상에 가득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불의를 봐도 비겁하게 돌아서서는 그걸 평생 잊지 못하고 조금씩 자책하며 사는 사람. 누구에게나 있는 비겁함과 허세 섞인 용기, 그리고 삶에 대한 불안감과 간간이 드는 자신감을 갖고 근근이 사는 보통 사람이다. 거창한 철학적, 인생론적 담론이 아닌, 솔직하면서도 소소한 일상이야 말로 많은 독자들이 환호하는 지점이다. 가면을 살짝 벗겨낸 인간이 갖는 고민과 생각들 그리고 비단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라는 안도감, 그녀의 책은 그래서 여러모로 친구 같은 책이다.


물 흐르듯 읽히는 편안한 문체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후비는 솔직한 문장들은 그 자체로 정이현을 찾는 수 많은 독자들에 대한 답이다. 


그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색깔이 뭐였는지, 뭐가 되고 싶었는지, 무슨 꿈을 꿨는지 아무리 애써도 기억나지 않았다. 서른다섯 살의 나는 평범한 회사의 직장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남편, 아이, 내 소유의 아파트 같은 것, 남 보랄 것, 내세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여전히 어디로 가는지를 몰랐다. 내가 확신하는 건, 지금의 내가 실은 그때의 나로부터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절망적 사실뿐이었다.
<말하자면 좋은 사람> 중



정이현, 연애를 말하다

정이현 하면 떠오르는 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키워드는 ’연애’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남녀관계의 절절한 사랑보다는, 요즘을 사는 남녀들의 솔직담백한 연애라고 하는 편이 좀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정이현의 첫 출간작이기도 한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수많은 실제 인터뷰와 탐구를 바탕으로 연애와 사회적 관계를 풀어헤친 사회탐구형 연애소설이었다면, 2008년 드라마도로 방영된 <달콤한 나의 도시>는 30대 미혼여성의 연애를 통해 대한민국 직장여성들의 꿈과 고민을 그린 신(新) 도시 연애 소설이었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과 한 권씩 나눠 쓴 합작소설 <사랑의 기초>에서는 낭만적 사랑의 시기가 지나며 허물어져 가는 현실의 연애를 담았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고 생각했었던 연애고민들, 더 나아간 삶의 고민들이 너무도 솔직하고 꾸밈없이 적나라하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운명적 사랑, 연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진한 사랑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 몰입이 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내고 싶은 지고지순한 사랑은 이미 현실에서 멸종되어가고 있는 지금, 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정이현 소설 속 주인공들이 설득력을 얻고 더 진지해진다. 현실의 연애란 그런 것이므로.


그녀에게 결혼이란 ’개인적인’ 욕실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칫솔모가 한껏 벌어진 낡은 칫솔들이 식구 수대로 꽂혀 있는 공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녀가 좋아하는 달콤한 바닐라향의 샴푸를 오로지 혼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상상을 할 때면 이상하게도 남편이라는 존재는 투명인간처럼 그 실체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랑의 기초 - 연인들> 중






정이현이 그리는 도시 연대기


2003년 첫 번째 단편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8편의 욕망과 사랑



수많은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색된
여자들의 연애고군분투기


연애와 결혼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힌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에게 바친다.


내 인생, 엄마처럼 사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스스로 중산층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으며, 허울만 좋은 중소기업 임원의 아내로, 이십몇 년 결혼 생활 동안 백화점 세일 때 허접한 옷 골라 사고 문화센터 노래교실에 다닐 수 있게 된 걸 생활의 여유라고 생각하는, 쉰 살 다 된 여자의 인생을 떠올리면 정신이 바짝들곤 했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 수록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 중에서



2006년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최강희, 지현우, 이선균 주연의 동명 SBS드라마 원작


한 것 없이 어느덧 서른이 넘어버린 여자 오은수를 등장시켜
30대 직장 여성들의 사랑과 연애 그리고 삶을 이야기한다.


2005년 조선일보 일일연재 당시부터 입소문을 탄 화제의 베스트셀러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달콤한 나의 도시> 중



2007년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


2006년 제51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삼풍백화점’, ’타인의 고독’ 을 포함한 총 10편의 단편 수록


이삼십대 독자들이 지나왔을 70년대부터 현재까지 모습들을
구석구석 짚어내며 들려주는 감각적 이야기가 당신의 감성을 자극하고 어루만진다.


그해 봄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온화한 중도우파의 부모, 슈퍼 싱글 사이즈의 깨끗한 침대, 반투명한 초록색 모토롤라 호출기와 네 개의 핸드백. 주말 저녁에는 증권회사 신입 사원인 남자친구와, 실제로 그런 책이 존재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모범적 이성교제를 위한 데이트 매뉴얼’에 나오는 방식대로 데이트했다. 성실하고 지루한 데이트였다. 노력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으리라 믿었으므로 당연히,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의 거짓말> 수록 단편 ’삼풍백화점’ 중



2007년 산문집 <풍선> <작별>


정이현의 첫 산문집 동시 출간


<풍선> 71편. 소설가이자 생활인의 눈으로 본 문화현상과 동시대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작별> 49편. 문학인으로서의 자의식과 독서 뒤의 감상을 담았다. 외로운 작가의 이면이 드러난다.


그제서야 나는 이 복잡한 세상이 유지되는 비밀을 저절로 깨달은 것이다. 일요일 저녁을 혼자 먹고 싶지 않아 사람들은 결혼을 한다! 아이를 낳고 가족을 꾸리고 돈을 벌고 세금을 내고, 그리고 어른이 된다! 아아, 그 위대하고 통속적인 힘, 일요일의 저녁식사. 소설 「타인의 고독」의 한 장면은 어쩌면 그 자리에서 잉태되었다.
<작별> 중에서



2009년 장편소설 <너는 모른다>


’시체가 발견된 것은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다’


가족과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실상 서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한 집에 사는 다섯 명의 가족 구성원을 따라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혜성은 제 방에 들어서자마자 습관적으로 방문을 잠갔다. 사실 누나 은성만 빼면 식구들 중 누구도 노크 없이 불쑥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첫 칸에조차 발을 얹지 않는 사람이었고, 유지 엄마가 유지 방 말고 위층의 다른 문을 여는 경우란 욕실에 새 수건을 걸어놓을 때뿐이었다.
<너는 모른다> 중



2012년 알랭 드 보통 합작소설 <사랑의 기초 - 연인들>


운명이라 믿었던 사랑
그 사랑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꿈
그리고 그것이 허물어져감을 지켜보는 것


현실의 연애, 그 생생함이 도리어 마음에 슬픔의 물결을 일으킨다


한 번뿐인 생을 무임승차하듯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건 결코 아니었다. ’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삶이 그녀가 꿈꾸는 삶이었다. 엄마처럼 평생을 종종거리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를 실망시키리라는 거의 확실한 예감을 감수하고서, 그녀가 택한 사람이 이준호였다. 그런데 그 남자는 그걸 모르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사랑의 기초 - 연인들> 중



2013년 장편소설 <안녕, 내 모든 것>


가깝고도 먼 90년대를 지나 온 세대들의 고백
김일성이 죽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그 때
평범한 삶을 살았던 10대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학교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거리의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며칠 후 온 도시를 강타했다. 고모와 함께 오렌지주스를 마셨던 그곳이었다. 뉴스가 학교에 전해졌을 때는 정규수업이 끝나고 저녁 자율학습이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교정에 두개뿐인 공중전화 부스에 줄이 수십 미터 늘어섰고 자율학습은 취소되었다. 옥상에 올라가 바라보니 정말로 멀리서 거대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안녕, 내 모든 것> 중



2014년 짧은소설 <말하자면 좋은 사람>


2014년을 사는 사람들의 짧은 단상 11편


순간순간 지나치는 일상의 단면을
작가의 시선이 잠시 따라 붙는다
짧지만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들이 잔상에 남는다


스마트폰용 페이스북 앱을 다운받는데 약 5초가 소요되더군요. 나는 이제 지구상의 12억 페이스북 이용자 중 한 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억 바깥의 한 명이 아니라 12억 내부의 한 명. 그래도 기묘한 고립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좋은 사람> 중

 

인터파크 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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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미 비포 유> 3주 연속 정상 2014.05.07
[2014년 4월 4주] 북앤기자단과 함께 하는 이 주의 주목신간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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