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드

등록일 | 2014.04.08 조회수 | 7,662

시리즈로 보는 히가시노 게이고



‘독자를 위해서만 소설을 쓴다’ _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엔지니어로 일하다 1885년 <방과후>라는 작품으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공학자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는 과학으로 설명 가능한 초자연적 현상, 수학, 생명과학과 같은 다채로운 과학소재들이 윤활유처럼 흐른다. 작가의 생각 저변에 깊게 깔린 과학에 대한 경외와 믿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가 그리는 이상적인 인간상은 히가시노 작품의 근간이다.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일본영화 ‘비밀’의 동명원작소설로 그는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대표작중 하나이기도 한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데뷔 21년만에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후보에만 오른 지 무려 여섯 번째만의 쾌거로 유독 나오키상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간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또한 1999년 개봉한 영화 ‘비밀’을 시작으로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등 10종이 넘는 도서들이 영화화 되어 특유의 스토리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작과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지금에 이른 히가시노 게이고. 단언컨데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의 제왕이다.
 
탐정 갈릴레오, <한여름의 방정식>으로 돌아오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돌아왔다.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데다 멈추지 않는 창착욕으로 다작까지 하니 돌아왔다는 표현은 사실 약간 어폐가 있지만 오매불망 히가시노 게이고를 쫒는 다수의 추종자들과 수많은 추리소설 매니아, 그리고 더 나아가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현 상황을 볼 때 그의 귀환은 언 제나 화려하다. 그가 이번에 들고 온 작품은 <한여름의 방정식>이다. 본격적인 추리소설 시즌인 여름을 앞두고 한국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함이 틀림없다.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지는 새파란 표지에 ‘사고’인지 ‘살인’인지를 되묻는 카피. 책의 외양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한여름의 방정식’은 뜨거운 여름, 바닷가를 배경으로 벌어진 의문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유가와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의 친척집에 머물며 사건의 수사에 휘말리게 된다. 동시에 사건의 발생과 진행과는 별개로 소년과 유가와의 관계는 점점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어른을 불신하는 소년 교헤이, 그리고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싫어하는 유가와가 인간적인 유대를 키워가는 모습은 같은 시리즈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두 사람의 교감이 인상적인 휴머니즘 소설이다. 또한 원자력 발전과 환경보호라는 테마도 녹여내 예민한 문제에 대해 과학자로서 유가와가 가진 철학과 자세도 엿볼 수 있어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눈 여겨 볼만하다. 한여름 바닷가마을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 일관된 틀을 유지하고 있는 ‘갈릴레오’ 시리즈 중에서 여름휴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로 보는 히가시노 게이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자네는 아직도 어린애를 싫어하는 군”
“어린애는 논리적이지 않으니까. 논리를 모르는 상대는 정신적으로 피곤해.”
“그러다가는 여자를 못 사귀지”
“논리적인 여자도 많아. 적어도 비논리적인 남자와 같은 정도로 존재해”
_ <탐정 갈릴레오> 중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에게 탐정 포와로가 있고, 코난 도일에게 셜록 홈즈가 있다면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는 탐정 갈릴레오가 있다.

유가와 마나부, 일명 ‘탐정 갈릴레오’라 불리는 그도 이제 시리즈가 6권을 넘어가며 수많은 팬을 거느리며 하나의 확고한 캐릭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이를 싫어하는 약간은 까탈스러운 성격에 어지럽고 비논리적인 것은 참지 못하는, 얼핏 보기에 냉정한 캐릭터 같지만 특유의 판단력과 과학적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매우 멋지다는 평이다. 물론 잘생긴 얼굴도 한 몫 하겠지만. 전문탐정은 아니다. 데이도 대학의 물리학교수가 그의 본업이다. 과학과 연구, 그리고 가르침만이 관심사다. 그런데 탐정 갈릴레오라니 어찌된 일 일까. 그의 대학 동기인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의 줄기찬 요청으로 수사에 도움을 주다 보니 ‘어느새 탐정으로 불리고 있더라’라는 식이다. 수사에 참여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 굉장히 귀찮은 일 중에 하나지만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때가 있는데 바로 그 때가 상식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사건이 일어난 때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해서 증명이 되면 그것으로 사건은 해결되며 유가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빠져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시리즈는 이런 식의 옴니버스형 스토리가 주가 되며 <용의자 X의 헌신>, <성녀의 구제>, <한여름의 방정식>은 여기서 발전된 장편의 이야기다. 이 작품들은 일본에서 동명의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젠틀하고 이지적인 외모로 사랑받고 있는 일본의 대표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드라마와 영화 모두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유가와 마나부로 완벽빙의했다.


가가형사 시리즈


가가 교이치로. 무려 20년을 히가시노 게이고와 동고동락하며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성한 장본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조한 최고의 캐릭터로 불리며 가가는 히가시노의 분신이 되어 전 작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작가가 하고 싶은 말과 행동들을 대신한다. 사회를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과 인간을 바라보는 깊은 눈빛, 바로 히가시노가 형사 가가에 투영하는 작가의 정신이다. 형사 가가는 처음부터 형사였던 것은 아니었다. 청춘 미스터리 소설 <졸업>에서는 히가시노의 페르소나 ’가가 교이치로’의 탄생 비화가 등장한다. 대힉시절, 친구들의 죽음을 접하며 형사라는 직업에 대한 가능성을 일찍 알아챘지만 가정에 소홀했던 형사인 아버지를 떠올리며 교사의 길을 택한다. 그러나 운명이었던 걸까? 그는 결국 교사로서의 자신을 책망하며 교단을 내려와 경찰의 길로 들어선다. 교사생활 중 어떤 일이 그를 형사 가가로 거듭나게 만들었는지는 작품 <악의>에서 자세히 펼쳐진다.


가가형사 시리즈는 추리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드라마다.


"가가는 사건 그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건의 배경, 그 이면을 조금씩 파고듭니다. 범인을 밝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왜, 범죄가 일어나고 말았는가. 이것이, 수사를 하는 것보다 가가 형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입니다."


후더닛(whodunit), 하우더닛(howdunit) 보다는 와이더닛(whydunnit), 즉 왜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 사건 이전에 상황과 그 상황에 묶인 인간에 대해 먼저 살피고 그것에 초점을 맞출 줄 아는 인간에 대한 드라마인 것이다. 인간의 심연 깊숙히 자리한 의도와 사연을 알아내고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에 대한 예의와 선을 잃지 않는 것. 형사 가가가 히가시고 게이고 최고의 페르소나가 되고 가장 사랑 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 시리즈의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를 기점으로 사회비판적 주제의식이 궤도에 들어서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거듭났으며 한일 양국에서 절대적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악의><붉은 손가락>역시 이 시리즈에 속한다.



덴카이치 다이고로 시리즈


세상 모든 추리 소설에 보내는 통쾌한 한방


<명탐정의 규칙>, <명탐정의 저주>에는 덴카이치 다이고로가 등장한다. 천재적인 사립탐정, 멍청한 경찰, 고립된 공간, 알리바이 트릭, 다잉메시지 등 상투적인 추리소설의 공식이 등장한다. 다이고로는 당연히 천재적인 사립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 뻔한 추리소설일까? 답은 전에 없던 시리즈의 등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명탐정 소설에는 터무니없는 논리를 펴는 형사가 반드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빈번히 등장한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이다. ……나는 절대로 범인을 잡아서는 안 된다. 진범을 밝혀내는 것은 주인공인 덴카이치 탐정의 역할이므로. 그가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하기 전에 내가 사건을 해결해 버리면 주인공은 무의미한 존재가 되고 만다. 무엇보다, 탐정 소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프롤로그 속 오가와라 경감의 자기소개글을 보면 바로 이 책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덴카이치와 오가와라는 그들이 곧 조롱하게 될 흔한 패턴 속에 자리한 채 이 식상한 클리셰를 단숨에 발로 걷어차버린다.
유서 깊은 구성의 사립탐정과 무능력 경감 콤비는 추리소설 속 흔한 패턴을 해결하며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부자연스러워 질 수 밖에 없는 상투적 트릭에 대해 날카로운 블랙유머를 날린다. 이 시리즈는 작가 스스로가 자기학대수준의 자기성찰과 반성을 하는 동시에 본격추리소설에 날리는 한방인 것이다.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유머러스하며 그가 작가로서 느꼈던 심각한 고뇌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리즈가 아닐까 

 



인터파크 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인터파크도서 북DB

인터파크도서에서 운영하는 북디비(BOOKDB)는 국내외 작가, 출판사 DB를 총망라한 도서 정보 사이트로, 작가 랭킹 서비스로 새로운 도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인터뷰, 연재, 리뷰, 만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로맨스 소설 <미 비포 유> 4단계 상승 2014.04.14
아동심리책 <상처 주는 것도 습관이다> 52단계 껑충 2014.04.07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