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드

등록일 | 2014.03.06 조회수 | 4,408

북유럽 미스터리 삼국지, 집중탐구


왜 북유럽인가


시작은 <밀레니엄> 이었다 . 2008년 국내 첫 소개 이후 알게 모르게 입소문이 번지더니 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 ‘빵’ 떠버렸다. 다수의 도서 커뮤니티에서 ‘한번 보면 미친 듯이 빠져든다는’ 책 목록과, ‘반드시 읽어봐야 할’ 미스터리 스릴러 목록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흡입력 갑(甲) 소설이다. 이후 2011년 뿔(웅진문학에디션)에서 개정 출간되며 국내 문학계에서 북유럽 소설 붐에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왜 사람들은 북유럽에 빠져들었을까. 머나먼 동토의 땅에서 벌어지는 핏빛 선연한 살인사건?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우리가 익숙하게 접했던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하늘 아래 완벽한 것은 없다 했던가.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복지국가에도 그림자는 있다. 빛이 강한 만큼 어둠도 짙은 법. 이들 소설에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과 권력과 자본의 결탁 그리고 지나치게 개방된 성문화 같은 사회 문제적 요소들이 적극 반영된다. 대다수 국가들의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주제의식과 장르적 재미가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내용이 어둡고 (의외로)심각한 정도의 범죄가 횡행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롭기 그지없다. 전문탐정이라기 보다, 경찰 또는 어쩌다 휘말린 인간적인 캐릭터들로, 거대한 음모에 집착하는 영미 스릴러와는 달리 사회적 모순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따라서 사건을 대하는 인물들의 반응이 더욱 극적이며, 같이 호흡하는 독자들의 몰입도도 높을 수밖에. 칼바람이 휭휭 불어대는 유럽의 최북단, 춥고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과 이를 극복해보고자 노력하는 스칸디나비안들의 고독한 투쟁이 인상적이다.


여기 대표 북유럽 사회파 미스터리 스릴러 3종을 소개한다. 국내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고 받고 있으며, 그리고 무려 계속해서 받게 될, 그리하여 인터파크 문학팀이 엄선한 현대 북유럽 스릴러 시리즈다. 파헤쳐보자.



“밀레니엄, 불멸의 문학에 온 것을 환영한다” _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북유럽 스릴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 바로 ’밀레니엄 시리즈’다. 전 세계 50개국에서 약 7천 500만부가 팔렸으며, 스웨덴에서는 전체인구의 1/3이 읽었다는 후문이다. 북유럽 베스트 미스터리 스릴러를 넘어 전 세계 추리 필독서로 자리매김하며 모국인 스웨덴과 미국에서는 각각 영화로도 제작되어 그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직업정신’이 투철한 저널리스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사회성은 제로지만 당한 만큼 갚아주는 ‘복수정신’ 투철한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주인공이다. 존재감 강한 주인공만큼이나 이 시리즈에는 자극적이고 하드코어한 장면들도 수차 등장하는데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의 추악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역사, 문화, 정치, 사회를 아우르는 스텍타클한 플롯은 전 분야의 독자층에게 어필한다. 국내에도 다양한 마니아 독자층이 존재하며 한번 읽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흡입력으로 입소문을 타 꾸준한 판매율를 유지하고 있다. 서스펜스와 사회비판의 환상적 조합이 훌륭하며 북유럽 미스터리 스릴러 중 단연 걸작이라 평가 받는다.



스티그 라르손은 애초 10부작을 계획으로 시리즈를 집필했으며, 3부 출간을 앞두고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한바 있다. 사실혼 관계이던 에바 가브리엘손과 작가의 친족들 간의 거액 유산다툼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유명세만큼이나 숨은 비하인드 스토리도 화제가 됬었던 밀레니엄의 후속작이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 데이비드 라게르크란츠가 밀레니엄의 출판사인 노르스데츠와 계약하고 2015년부터 출간한다. 전작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밀레니엄 3부작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헨리크 방예르의 실종된 증손녀를 찾는 미션으로 시작한다. 시사 월간지 ‘밀레니엄’의 창립자이자 발행일인 미카엘은 비리 재벌가에 대한 폭로 시사를 쓴 뒤 역 고소당해 일선에서 물러나 자중하고 있던 상황. 이때 은퇴한 재벌가의 총수 헨리크는 36년 전 실종된 증손녀를 찾아달라는 의뢰와 함께 솔깃한 보상을 제시한다. 사건 조사를 위해 미카엘은 보안경비업체의 비밀요원으로 일하는 리스베트를 찾아가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하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은 공동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제정신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재벌가 방예르 가문의 비밀과 예기치 못한 곳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하며 충격적인 범죄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여전히 미스터리한 인물이었던 리스베트의 과거가 속속 드러나며 본격적인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을 연다 . 강렬한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리스벨트가 살인범으로 몰리며 모든 언론과 경찰의 주의가 그녀에게 집중된다. 무죄 증명과 함께 1부에서부터 시작된 악의 실체를 정면 돌파 하려는 복수전이 시작된다. 여성 성매매에 대한 심도있는 탐사와 여주인공의 다사다난했던 삶 그리고 높은 수준의 복지와 사회시스템을 자랑하는 스웨덴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2009년 스페인 사법총평회의(CGPJ : el Consejo General del Poder Judicial)에서는 작고한 스티그 라르손에게 ‘성폭력 반대상’을 수여한바 있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원래 10부작으로 기획된 장편 시리즈물이었으나 작가가 3부의 이야기까지 마친 상태에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해버렸고 전 세계 5천만 독자를 뒤흔든 시리즈는 3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벌집을 발로 찬 소녀>에서는 초점 수사의 대상이 된 리스베트가 악의 실체와의 정면 대결에서 위기를 맞이하는 순간을 그린다 .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오명과 혐의 그리고 그 동안 그녀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모든 치욕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전을 치르게 된다. ‘악의 실체’로 규정되었던 수수께끼는 과연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넘치는 박진감과 뒷머리가 곤두서는 짜릿한 결말은 독자들의 몫이다. 


"나의 새로운 히어로 해리를 소개합니다"_ 마이클 코넬리  


190cm의 장신에 바싹 마른 몸, 워커홀릭와 알콜홀릭을 병행하며, 옳다고 생각되면 위아래 가리지 않고 추진하는 돌배짱의 남자지만 평소 때에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얼굴을 하는 남자. 거기에 천재성과 악마성을 두루 선보이며 다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매력 터지는 상남자. 요 네스뵈가 창조했고, 마이클 코넬리가 사랑하는 경찰청 강력반 반장, 해리 홀레다. 스펙은 어떠한가.  FBI에서 연쇄살인범 체포 훈련을 받았고, 실제 체포한 경력도 있는 오슬로 유일의 형사되시겠다. 강력범죄라곤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나는 노르웨이에서 꽤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킨 마성의 캐릭터로 제법 긴 시리즈로 출간되는 해리 홀레 시리즈를 힘있게 끌어간다. 1997년 <박쥐>로 독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으며 최신작 ‘유령(국내 미출간)’까지 모두 9권이 출간되었다. 출간 때마다 유럽 각국의 서점에서는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며 북유럽 문학의 붐을 진두진휘 하는 선봉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국내에서는 도서출판 비채에서 반응이 좋았던 순서대로 출간하고 있으며, 출간 순서대로 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시간 순서에 따른 해리 홀레 시리즈를 소개한다. 그리고 국내 출간된 시리즈 중 대표 3종을 훑어보자.




 "첫눈, 그리고 눈사람… 이제 가장 익숙한 것들이 가장 불길해진다!" _ 뉴욕타임스


 


새 하얀 공포를 전하는 노르웨이에 깊은 겨울이 온다 . 첫 눈이 내리고 의문의 눈사람이 정원에 우두커니 서서 집을 바라보는 순간 사건은 시작된다. 스칸디나비아와 유럽의 국가들을 차례로 사로잡으며 전 세계로 널리 퍼져 버린 <스노우 맨>의 시작이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대표격이자 북유럽의 스산한 공포를 가장 밀도 높게 전달한다. 지난 11년 동안 첫눈이 올 때마다 실종되는 여자들 사이에 모종의 관련이 있음을 직감한 형사 해리 홀레는 이 오싹한 사건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 든다.


사건의 실마리는 실종 되던 날마다 사건현장을 지키던 눈사람과, 실종된 여성들이 가던 병원 그리고 희생자들은 자식이 있는 유부녀라는 것. 작가는 600페이지가 넘는 긴 호흡을 주도하며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전개를 쫄깃하게 이어간다. 독자들의 방심을 한순간도 허용하지 않으며 범행의 동기와 해결과정을 강렬하게 설정해 추리소설이 종종 저지르기 쉬운 실수인 모호함을 피해간다.



˝이것은 슬프고 치열한 이야기이다 . 첫 장을 쓸 때부터 예감했다.” _ 요 네스뵈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의 동시에 전개되며 복선들은 퍼즐처럼 사방에 깔려있다 . 이야기의 교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긴장감을 더해가며 퍼즐같던 복선들은 하나 둘 모여 그림을 이루며 이야기의 수준을 저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린다. 60년 전의 과거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노르웨이다. 수많은 매체에서 다뤄졌던 2차 세계대전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대표적이지만 역시나 동일선상에서 힘든 시기를 거쳤던 노르웨이의 슬픈 역사가 펼쳐진다. 독일의 편에서 싸왔던 노르웨이 군인들과 미처 다 풀어내기 어려운 미 묘한 역사적 사실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등장하는 살인마 역시 개인적 사유가 아닌, 보다 거시적인 동기로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야무지게 묶은 수작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한 이 책은 주인공 해리 홀레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자리잡히며 시리즈의 진정한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통제 불가능한, 날것의 느낌이 나는 좋았다." _요 네스뵈



해리 홀레 시리즈 프리퀄 1막. 노르웨이 여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동토의 땅 북유럽을 떠나 태양의 땅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간다. 요 네스뵈의 페르소나 ’해리 홀레’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통제 불가능하고, 날 것의 냄새가 나며 절대 비주류의 세상을 벗어날 수 없는 문제투성이의 형사 해리 홀레 이야기는 이렇게 먼 이국땅에서 시작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모두가 조용히 덮고 싶어하는 살인사건. 정의의 화신 해리만이 사건의 심연에 귀 기울인다. 그러나 점점 조여오는 연쇄살인은 해리의 주변사람조차 위험으로 빠뜨리게 되는데... 그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책으로 작가는 페터 회, 스티그 라르손, 헤닝 만켈 등이 거쳐간 북유럽 최고의 문학상 ’유리 열쇠상’을 받았다. 



덴마크 아동문학작가 레네 코베르뵐과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아그네테 프리스가 공동집필했다. 의외의 조합이지만 이들의 결과물은 놀라웠다. 독특한 주인공과 사회적인 주제로 신개념 북유럽 소설로 각광받으며 북유럽과 유럽을 넘어 세계적으로 출판이 확장되고 있다. 비평가와 언론사로부터 받는 호평은 말할 것도 없다. 어딘지 모르게 허당에다가 결점도 많은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존의 스릴러물 주인공 스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린다. 더불어 사회적 약자들을 배경전면에 배치시키며 신선한 느낌을 자아낸다. 밀레니엄이 스웨덴의 여성문제, 인종차별, 복지제도의 이면을 다뤘다면 이 책의 사회 고발적 요소는 한층 더 강력하다. 아동납치, 성매 매, 장기밀매와 같은 외면하고 싶은 문제를 이야기한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관심밖에 밀려난 이들과 이를 대하는 사회, 그리고 이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자못 흥미롭다.


*니나 보르 시리즈 전3권중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과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는 기출간됐으며 마지막인 ‘나이팅게일의 죽음’은 이른 봄에 출간예정이다.


“가족과 돈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소름끼치고 긴장감 넘치는 심리 스릴러” _ USA투데이



굳이 형사나 탐정이 등정하지 않아도 의외의 인물로 얼마든지 매력적이고 좋은 소설이 탄생할 수 있음을 이 책은 증명한다 . 덴마크의 적십자 소속 간호사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연민을 가진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인 니나 보르. 그녀는 불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억척스러운 아줌마다. 소설의 중반, 살인마에게 쫒기면서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아이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그간 추리소설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다. 소설은 4명의 중심인물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아이가 잠들어 있는 슈트케이스를 발견한 첫 번째 인물 니나 보르, 아이를 잃어버린 리투아니아 여성 시기타, 돈은 많지만 허약한 아들 때문에 근심인 덴마크 남자 얀, 그리고 자신의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라면 폭력도 불사하는 남자 폴란드 인 유차스. .


각자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 , 그리고 이들의 욕망과 목적이 얽히고 섥히는 과정을 따라가며 일상에 깊게 닿아있는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



“마지막 챕터가 날 미치게 만들었다” _ 독자



‘북유럽 느와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라는 찬사를 받은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에 이어 덴마크의 두 명콤비는 두 번째 권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 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 언제나 정의감넘치는 아줌마인 니나 보르와 집시 혼혈 법대생, 권태에 빠진 경감 등 새롭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1편과 마찬가지로 극악무도한 절대악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각자가 자신의 본성내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저자는 단지 한 순간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까지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오싹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을 고민에 빠뜨린다. 그의 잘못이 과연 그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너진 사회안전망을 버티면서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타인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지옥<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는 이토록 위험하게 깜박거리는 사회의 한구석을 집중조명하며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장대한 결말로 안내한다 . 


인터파크 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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